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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의 외계와 내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명복상의산
작품등록일 :
2022.04.02 09:57
최근연재일 :
2024.06.16 16:33
연재수 :
103 회
조회수 :
3,265
추천수 :
1
글자수 :
805,241

작성
23.07.0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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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도주-1

DUMMY

눈을 강제로 뜨이게 만드는 그의 작별 인사에 클레도르는 자기도 모르게 식은땀이 났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판 위의 꼭두각시처럼 살고 싶지 않거든 최선을 다해라 그럼 다음에 보지"


클레도르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바쥬리온!"


허공에 클레도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으나 이미 사라진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런!"


클레도르는 심상치 않은 그의 말에 탐지마법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주변을 가득 에워싼 엄청난 숫자의 병력이 느껴졌다.


지금쯤 상대방도 자신이 마법을 사용했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클레도르는 품속에 냅킨을 쑤셔 넣고 다급하게 아래층으로 뛰어 소리쳤다.


"지금 당장 집에서 나가세요! 빨리!"


"예?"


영문을 모르던 사용인들이 어리둥절해하자 클레도르는 그들에게 고함을 쳤다.


"당분간 오지 않아도 좋으니 빨리 나가세요. 어서!"


"예?? 예..."


집에서 일하던 가사도우미와 관리인이 집을 나가는 사이 녀석들의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클레도르는 다급하게 준비해 둔 편지 한 통을 자기 방의 책상에 던져 놓고 미리 해준비해둔 마법이 걸려 있는 가방을 등에 멘 뒤 도망칠 준비를 했다.


쾅!


그리고 그 순간 벽이 터지면서 굉음이 울렸다.


"꺄아악!"


집 밖의 외부인들이 지르는 비명과 함께 집안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저기 있다!"


클레도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벽을 마법으로 날려버린 뒤 허공을 향해 뛰었다


"쫓아라!!!"


갑작스러운 굉음에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이 아래에서 자신을 쳐다봤지만, 그들을 쳐다볼 시간은 없었다.


클레도르는 적의 추적을 뿌리치기 위해 전력을 향해 뛰었다.


"멈춰!"


적의 잘 훈련된 전사들이 클레도르의 앞길을 흉기를 휘두르며 방해하자 클레도르는 머리를 숙여 놈을 바람으로 날려버린 다음 전력을 다해 도망쳤다.


"놓치지 않는다!"


마도 무인이 엄청난 각력으로 클레도르에게 달려들었다.


당연하게도 클레도르는 몸에 마법을 걸고 그를 뿌리치기 위해 발차기를 날렸으나...


척!


"!"


어림없다는 듯이 그는 클레도르의 발차기를 한쪽 팔로 막더니 하단을 걷어찬 후 클레도르가 균형을 잃어버리자, 그의 복부에 정권을 박아넣었다.


"커억!"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적의 힘에 기습당한 클레도르는 저 멀리 날아가 버렸고 무인은 클레도르를 놓치지 않기 위해 허공을 날아가고 있는 클레도르를 쫓아가 대지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펑!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클레도르가 땅바닥에 처박히고 먼지와 돌가루가 날렸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치안을 담당하던 경비병들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기 시작했고 도시는 순식간에 비명과 혼란으로 가득 찼다.


무인은 클레도르를 쫓아 땅바닥으로 내려왔다.


혹시나 날아올 반격에 대비해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클레도르가 처박힌 장소로 그는 접근했으나 클레도르는 핏자국만을 남긴 채 사라진 상태였다.


"어디로 갔지?"


그는 좌우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먼지 너머 건물을 관통하는 벽을 뚫어 도망친 흔적이 보였다.


"쥐새끼 같은 놈!"


"크아아악!"


갑자기 들리는 비명에 그는 클레도르를 다시 쫓았다.


"저쪽인가!"


"포위망이 뚫렸다! 놈을 막아!"


무척이나 치밀하게 준비했는지 전방위에서 치밀하게 조여오는 그들의 공격에 클레도르는 몸을 회복하면서 그저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제라드와 합류해야 해!'


클레도르는 뒤를 바라보았지만, 녀석들은 제라드가 있는 마법 학교 방향 쪽을 완전히 포위한 상태였다.


그나마 활로는 정반대인 앞쪽에 있었지만, 이쪽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도심에서 벗어나는 것을 벗어날 수 없었다.


휘이잉! 콰앙!


"!"


엄청난 크기의 불덩이가 날아와 클레도르의 등을 강타했다.


다급하게 외친 보호 마법으로 위기는 벗어났지만, 클레도르는 충격파에 의해 밀려나 더더욱 제라드가 있는 방향에서 멀어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깨달은 클레도르는 각오를 다지고 미리 세워둔 계획에 따라 행동하기 시작했다.


'지금 제라드와 합류하는 것은 힘들어'


아마 자신이 움직이면 제라드 역시 움직일 테니 지금 상황에선 그 점을 믿는 수밖에는 없었다.


이미 사전에 약속한 부분이 있으니 어느 정도 대처는 되겠지만 사실상 고립을 감수해야 하는 위험성에 클레도르는 고민했으나 다른 방법은 없었다.


몸을 회복하며 도망치는 클레도르에게 염동력 마법이 날아온다.


클레도르를 붙들자, 허공에 뜬 클레도르는 뒤쪽으로 끌려 들어갔다.


"잡았다!"


악이 단단히 받친 모양인지 놓치지 않겠다는 듯 눈에 핏발선 마법사에게 클레도르는 얼음 마법을 한대 먹여준 뒤 그가 충격에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틈을 타 그를 날려버리고는

다시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몸에 계속 상처가 나긴 하지만 약을 몸에 끼얹어 가며 회복마법으로 버텼다.


적들은 클레도르가 지치지 않는 모습에 당황한 모습이었지만 그런데도 침착하게 쫓아왔다.


온 사방에 한 방이라도 맞았다간 치명상을 입게 되는 마법이 쏟아지고 그것들을 요리조리 피해 도망가던 클레도르는 갑자기 쏟아지는 눈을 보게 된다.


'폭설?'


갑자기 쏟아지는 눈 탓에 길은 미끄러워지고 시야가 줄어들자 끌레도르는 눈을 이용해 마법을 증폭시켰다.


길을 미끄럽게 만들고 미리 위치를 기억했다가 적을 저격하는 등 마법을 난사하면서 도망쳤다.


병사들이 고함치면서 쫓아오는 소리가 들려오고 처절한 추격전이 계속되었다.


다시 마도 무인이 옆에서 나타나 기습공격을 하자 클레도르는 격투 끝에 가슴팍에 정권 한대를 먹여주고서는 염동력으로 물건을 집어 던져 시간을 벌었다.


어느덧 그의 몸에는 지속된 전투에 의해 찰과상이 끝이 없었고 회복력이 따라가지 못해 생겨난 자잘한 상처가 사라지지 않던 클레도르는 더욱 악착같이 도심을 벗어났다.


그리고 그가 도망친 뒷자리를 쫓아온 안나가 채웠다.


"상황은 어떻게 됐지?"


"흑윤하의 소유자는 도망쳤습니다. 금발의 검사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이것들은 뭘 하고 자빠졌던 거야!"


"갑작스러운 눈보라 때문에 방해받았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일단 놈을 쫓아! 기습공격을 당했으니 멀리 가진 못할거다! 금발의 검사는 남겨둔 병력으로 감시해라. 반드시 흑윤하를 찾아야한다!"


"예!"


"서둘러라! 이 폭설은 아무리 봐도 심상치 않아 보이니까"


하늘을 가득 뒤덮은 눈구름이 무척이나 불길해 보였던 안나가 주의 주자 그의 부하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눈보라 속 추격전.


클레도르의 생에 가장 기나긴 겨울로 기억될 차가운 계절의 서막은 이미 올랐다.


*


"여기 따듯한 요리 하나랑 맥주 한 잔 줘"


"티글씨 이번에는 벌이가 어때요?"


"사슴 한 마리 잡았지! 한동안은 먹고살 만할 것 같아. 이봐 카라 당신네 애들은 잘 지내?"


"요샌 뭐 전쟁도 없고 평화로우니까요. 애들이야 건강하게 잘 자라죠. 근데 문제가 하나 있어요"


"뭔데?"


"티글씨를 따라 사냥꾼을 하고 싶다고 해서요 전 학자나 행정직을 했으면 좋겠는데"


"애들한테 괜한 헛된 꿈 꾸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해 사냥꾼은 뭐 아무나 되는 줄 알아? 손에 피 묻히고 사는 건 나 혼자서 족하다고"


"혼자서 사냥감을 독식하려는 속셈이 아니고요?"


"헛소리하네. 툭하면 번식해서 튀어나오는 놈들을 못 잡아서 난린데 무슨 독식이야."


갈색 턱수염을 기른 남자는 사람 좋은 얼굴을 하면서 시원한 맥주를 들이켰다.


"크으... 이맛에 산다니깐"


"사냥꾼이라..."


"?"


자신의 우측에서 소리가 들려와 티글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따뜻한 난롯가에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 닭고기를 뜯고 있던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우측 눈엔 칼자국이 있고 몸 곳곳에 흉터가 있었다. 구릿빛 피부에 기다란 검청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있는 남자 아론이었다.


"뭐야? 아론이잖아. 요즘 벌이는 좀 어떠냐?"


"괴물 사냥보다는 인간사냥이 벌이가 더 나은 것 같더군"


"너 그러다 골로 간다. 네놈이 노리는 사냥감은 죄다 위험한 것들뿐이잖아"


"네 걱정이나 먼저 하라고 사냥꾼 사슴뿔에 배때지 구멍 나기 전에"


티글은 인상을 쓰며 수저를 들어 수프를 목구멍으로 넘겼다. 매서운 눈바람이 휘몰아치는 소리가 휘이잉 나고 몸을 녹이면서 먹는 뜨거운 수프가 타고 들어가는 느낌이 좋았다.


현상금 사냥꾼 아론과는 별로 친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주 이곳에서 밥을 먹다 보니 그럭저럭 아는 사이가 된 티글에게 아론은 이야기했다.


"그러는 너야말로 현상금 사냥이나 해보는 게 어때? 활 솜씨가 아까운데"


"난 사람 쏘는 취미는 없어. 아무리 악질적인 인간이라도 말이지"


"꼭 악질적인 인간만 현상수배 되는 건 아니야. 그리고 반드시 죽일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소리야?"


툭...


아론이 밥을 먹다가 티글에게 종이 하나를 던졌다.


한 손으로 받아 든 그는 수배지로 보이는 것을 들어보았다.


[수배지]


특징 : 묵빛의 반지한쌍, 팔찌한쌍, 목걸이의 형상을 가진 아티팩트를 수배 중


해당 아티팩트는 전투 능력을 증폭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홍염의 마법사의 작품으로 추정됨.


해당 물품 중 1개라도 가져올 시 진품일 경우 1개당 금괴 10개를 지급.


[특이사항]


회색 머리카락의 젊은 남성이 5개를 전부 소지 중이며 해당 남성을 생포하거나 사살하여 등잔 밑 길드에 인계할 시 물품 한 개에 금괴 20개를 지급.


"어제 모험가 길드에 붙은 수배 전단이다. 어때 흥미가 동하지 않나?"


"뭐야! 이 엄청난 액수는!"


일반적인 평민이 최대 액수로 현상금을 받게 될 경우 적당히 아껴 쓰며 생활한다면 평생 먹고 살 수 있을 만한 거금이었다.


왕국에서 발행하는 복권 당첨금액과 맞먹는 금액이 고작 아티팩트 한 개에 붙어 있다니!


엄청난 액수에 잠시 마음이 동하긴 했지만,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는 법


티글은 흥미를 보이긴 했지만, 손을 댈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난 됐어 자네나 한번 열심히 찾아보라고"


"사내 녀석이 가슴이 새가슴이군"


"난 오래오래 살고 싶어서 말이야."


수십년간 사냥꾼 생활을 하면서 짐승과 싸워온 그였지만 최근에 나타난 위험한 마수보다 인간이 상대하기 훨씬 까다롭다는 것을 안다.


무작정 돌격하는 짐승과는 달리 인간은 비열한 속임수나 함정을 파고 기다리고 있기도 한데다 그는 천성이 사람의 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네도 웬만하면 이 건에 대해서는 손 안 대는 게 좋을 것 같아"


"무슨 소리지?"


"등잔 밑이나 되는 거대 길드에서 현상금을 걸었다는 건 자기들도 손대기 어려운 놈이라는 뜻 아니야? 뻔하지"


"단순히 물건을 가지고 도주한 놈일 수도 있지 않나?"


"놈의 목에 붙은 현상금을 봐! 왕국에서 국제 수배 중인 범죄자보다 몇 배는 높은 금액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느낌이 꺼림직하단 말이지"


"그렇군 참고하도록 하지"


"포기할 생각은 없는 거야?"


"먹잇감을 두고 그냥 머저리처럼 있는 사냥꾼은 없어"


그때였다.


주점 문이 열리고 눈보라 사이를 헤치며 코트와 등에 멘 가방에 소복이 눈을 쌓은 어린 청년이 들어왔다.


대각으로 맨 가죽띠에 단검이 여러 개 달려있고 허리에도 무기와 약품이 주렁주렁 달려있으며 고급스러워 보이는 붉은색 비단 벨트와 방호력이 높은 기능성 코트로 무장한 남자였다.


코트 안쪽의 옷으로 추정되는 후드를 깊게 써 얼굴이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수염자국 하나 없이 매끄러워 보이는 턱과 착용하고 있는 무구를 보건데 성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참내기 모험가인 듯 보였다.


그가 입구에서 눈을 툭툭 털고 후드를 벗었다.


"어 저 머리색"


"회색이군"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회색 머리의 남자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회색 머리 청년이 들어왔다.


입은 옷의 소매가 길어 팔찌를 착용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목부분 역시 날이 쌀쌀했는지 바싹 여며놓아 알 수가 없었다.


단지 손가락에 착용한 두 개의 반지가 보였는데 추운 날씨에도 끼고 다니는 것으로 보아 매우 소중한 물건처럼 보였다.


현상금 사냥꾼은 흥미가 동해 간단한 음식을 주문하고 멀뚱멀뚱 앉아있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 그쪽의 회색 머리"


"네?"


회색 머리 청년이 돌아보았다.


수려하게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굉장히 지적으로 보이는 외모를 가졌다. 눈동자 역시 머리색을 닮아 회색인 남자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았다.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나?"


"더글러스라고 합니다."


"엄청 흔한 이름이군. 잘 어울리는 이름이야."


회색 머리카락과 잘 어울리는 더글러스라는 이름은 개나 소나 쓸 만큼 자주 쓰이는 이름이었다.


검은빛 반지가 조금 신경 쓰이기에 남자는 청년에게 물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반지 좀 볼 수 있을까? 요즘 내가 찾는 물건이 있거든."


"죄송합니다. 이건 친구의 유품이라서요 멀리서 보는 건 괜찮습니다만 벗어서 드릴 순 없습니다"


"그런가? 초면에 미안하군."


딱히 화려한 장식도 없고 밋밋한 검은색 반지가 길드에서 찾는 반지일 리가 없다 싶어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구석에서 술을 마시던 녀석들이 탐욕이 깃든 눈으로 회색 머리 청년을 힐끗힐끗 쳐다봤다.


아마도 억지로 뺏어서 일단 가져가 보려는 속셈인지 무슨 일이 날 것 같아 조용히 경고하였다.


"이봐 이걸 한번 봐"


어느새 현상 수배지는 회색 머리 청년 눈앞에 들이밀어졌다.


"여기에 있는 인상착의 보여?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검은 반지는 얌전히 벗어서 숨겨두는 게 좋아 노리는 놈들이 많다고"


눈앞의 청년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아론이야 근데 이름은 왜 물어?"


"아론 씨는 좋은 분이군요"


'좋은 사람이라...'


그런이야기를 들은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이런 꼬락서니인데 좋은 소리를 듣다니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군"


회색 머리 청년은 아론을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반지는 벗을 수 없습니다."


"진심이야? 자네 그렇게 안 봤는데 생각보다 머리가 나쁘구먼. 지금 그렇게 반지를 손에 착용하고 돌아다니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이 안 돼?"


이 순박한 청년이 바깥에 나도는 순간 그의 손목째로 베어 도망가는 놈들도 있을 수 있다.


어쨌든 금괴가 달려있으니까.


이 청년이 불구가 되든 말던 놈들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론 씨 하지만 전 괜찮습니다."


"이봐 그만둬 그 친구 보통 고집불통이 아닌 것 같으니"


얌전히 맥주를 마시던 티글이 옆에서 거들었다.


김 나는 수프가 회색 머리 더글러스 앞에 놓이고 카라 역시 거들었다.


"아론 씨는 더글러스 씨를 걱정하기 이전에 장가부터 가는 게 어때요?"


"그 여자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해서 말이야."


"아 그 금발 머리 단발 아가씨요?"


"이런 놈이 뭐가 좋다고 하는진 모르겠지만 말이지"


그 말을 얌전히 듣고 있던 더글러스는 피식 웃더니 그에게 물었다.


"혹시 조금만 더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맹랑한 녀석이군... 손모가지가 왔다 갔다 하는데 남의 사생활이나 들으려고 하다니 말이야."


그의 낮고 짙은 목소리를 더글러스는 음미하듯 감상했다.


그의 이야기가 끝나고 그 이후로도 가벼운 잡담을 하며 식사를 하던 더글러스는 시간을 적당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은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쩌다보니 쓸데없는 소리를 많이도 했군 그래"


눈보라 치는 겨울이 매섭다.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들어온지 한시간도 안지났는데 일어서는 더글러스를 보며 티글은 낯선 청년에게 행선지를 물어보았다.


"벌써 가려고? 어디로 갈 생각인데? 지금은 눈이 많이 내려서 조심해야 할텐데?""


티글이 묻자 더글러스가 답했다.


"배비지 왕국으로 여행을 떠날 생각입니다."


"배비지 왕국?"


"네 고향 땅에 묻혀있는 친구가 절 기다리고 있거든요"


"그렇군... 혹시 기일인 건가?"


"아닙니다. 한동안 얼굴을 비추지 못했으니, 오랜만에 얼굴 보러 가는 겁니다."


'사자의 얼굴이라...'


"거의 10년 만에 보러 가는 길이니, 꽃 한 송이 정도는 올려놔야 녀석이 화를 안 낼 거 같아서요."


"배비지라면 그래도 길이 잘 닦여 있으니 괜찮으려나? 어쨌든 얼굴도 모르는 이지만 명복을 빌어주지 "


"고맙습니다."


클레도르는 길을 떠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참... 혹시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혹시 성녀라는 사람에 관한 소문을 들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성녀? 특이한 이름이로군"


어리둥절해하는 두 남자 사이로 가게 주인장이 끼어들었다.


"아! 소문을 들어본 적 있어요! 배비지 왕국의 국경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마을에 기적을 일으키는 여자가 있다는 소문을요"


"기적?"


술잔을 내려놓으며 사냥꾼이 물어보자, 그녀는 가게를 찾아온 떠돌이들이 했던 대화 내용을 떠올렸다.


"네! 마법사들도 회복시킬 수 없던 앉은뱅이라던가 맹인을 치료했다고 하더군요!"


"그런 일이 가능한 거야?"


"그래서 다들 기적이라고 떠드는 것 아니겠어요?"


회색의 남자는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다가 주인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국경 근처라...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뭐 별거 아니에요."


필요한 정보를 입수한 남자는 짧은 시간 친해진 이들과 간단한 작별 인사를 했다.


"응? 설마 마을을 떠나려고? 근처에서 묵어가는거 아니였어?"


"네 시간이 좀 부족해서요"


"바깥은 눈보라가 치고 있다고? 이 날씨에? 마을을 나가?"


"괜찮습니다."


"아니 그건 아니지! 눈보라는 위험하단 말이야!"


더글러스는 대답하지 않고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난 뒤 눈보라 치는 세상 속으로 떠났다.


그가 나서자마자 구석에서 음침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놈들이 즉시 일어나 황급히 그를 쫓아 뒤따라 나갔다.


"어이."


"..."


이야기를 나누느라 잠시 잊어먹었지만 놈들이 진짜로 행동에 나서자 불길한 느낌이 든 티글은 아론에게 말했다.


"이봐 저대로 내버려 둬도 괜찮겠어?"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잖아."


"아무리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진짜로 그냥 내버려 둘려고?"


"아! 거참 시끄럽네!"


오늘 처음 만났을 뿐인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왠지 모르게 그 남자는 눈에 밟혔다.


그가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던 방금전의 기억이 떠오르자, 아론은 자기도 모르게 다리에 힘을 주었다.


아론은 퉁명스러운 말과는 다르게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티글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따랐다.


그들은 무기를 챙겨 들고 다급하게 문밖을 나섰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마주한 것은 신기루처럼 사라져간 남자와 피투성이가 되어 눈 속에 처박혀 있던 불량배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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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작별 23.04.30 21 0 19쪽
81 기습 23.04.22 22 0 17쪽
80 이질감 23.04.09 22 0 17쪽
79 앞당겨진시간 23.02.26 25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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