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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의 외계와 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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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복상의산
작품등록일 :
2022.04.02 09:57
최근연재일 :
2024.06.16 16:33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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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5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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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DUMMY

광대 재상은 바깥으로 나가는 클레도르의 뒷모습을 보면서 영 찝찝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봐 단장. 단장이 틀리는 날도 있겠지. 너무 걱정이 많은거 아니야?"


"성녀 넌 미래를 본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지?"


"보면 좋은거? 어짜피 운명은 자신의 스스로 개척하는거잖아?"


"나도 그랬으면 좋겠군. 그런데 말이지 난 그런 사람을 단 한명도 본적이 없어. 40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단 한명도. 항상 운명에 놀아나는 인간들이 자기의 노력이네 재능이네 선택이네 떠들어 대는 꼴만 봤지 극복하는 일 따윈 본 적이 없어."


"에이 과장이 심한거 아니야? 그거 다 짜 맞추기잖아."


"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이번 만큼은. 그런데 항상 결말은 그게 아니라서 문제지. 성공한 녀석들은 자기가 '노력'해서 성공했다고 떠들고 실패한 녀석들은 점을 봐서 미래를 바꿀 수 없는지에만 혈안이 되어있어.


결국 녀석들은 눈앞의 속세에만 집착 할 뿐 그 본질을 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아. 아무것도 변하는건 없는데 말이야."


노력을 완전히 부정한 위험한 발언이었지만 그들은 그것보다 그의 표정이 더욱 신경쓰였다.


평소의 여유롭던 재상이 묘하게 초조해하자 성녀는 그가 도대체 무엇을 본 것인지 궁금해졌다.


"자기 미래가 보이면 운명을 뒤바꿀 수 있지도 않아? 이를테면 이번 일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잖아? 그게 가능하다면..."


"흥 그런게 가능했으면 이 점술이라는 술법은 성립할 수 없어."


"그게 무슨 뜻이야?"


"나말고 다른사람에게 점을 봐서 네 말대로 미래를 바꿔 놓은 다음 나에게 왔을때 나는 그 사람에게 무어라고 말할까? 본래 팔자에는 거지라고 나왔는데 그 사람이 팔자를 고쳐서 부자가 되었다면 내가 점을 본 순간 난 무조건 틀리게 되어있지.


그건 점술이라는 학문 자체의 모순이야. 이 점괘라는 것이 학문이나 기술으로써 성립을 하려면 딱 하나의 경우밖에 없지."


"그게 뭔데?"


"그 어떤 경우라도 피할 수 없는 운명."


"..."


무척 단호하게 광대 재상은 말했다.


"내가 내 미래를 알고 있어도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숙명. 그러니 나는 노력해서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개소리는 믿지 않아. 적어도 내가 점쟁이인 이상 절대 그 말을 믿어서는 안되지.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던 간에. 그렇게 되는 순간 점을 보는 행위 자체에 모순이 생겨버리니까."


자신과는 다른 생각에 성녀는 조용히 들었다.


"그리고 그 이전에 난 신이 아니야. 내가 감이 좋은편이라 어쩌다 자세하게 잘 맞추는 편인거지 본래 대로라면 이렇게 맞추는 것은 불가능해."


"그럼 엉터리잖아."


"그래 엉터리지. 그것도 인과가 뒤바뀐 엉터리 학문. 그래서 사람들은 미신이라고 부르는 걸지도 모르지."


"인과가 뒤바뀐다? 그건 또 무슨 소리?"


"쉽게 예를 들자면 이런 거지 누군가 점을 쳐서 자식이 부자가 되는 출생일을 뽑았어. 그리고 그 부모는 그날에 딱 맞춰 애를 낳았지. 그리고 놀랍게도 그 자식은 부자가 되었어. 자신이 성인이 되는 생일날에."


"그거랑 인과랑 무슨 상관이야? 그냥 예측한데로 움직인것 뿐이잖아?"


"거기서 끝이 났다면 그랬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으니까 문제인거야. 그 아이의 생일날 그들의 부모는 사고로 전부 즉사했어. 아이의 생일을 축복하려다가 오는길에. 아이는 그 부모의 유산과 보험금으로 부자가 되었어. 그들이 빈 소원대로."


"뭐?"


"결과가 과정을 확정했다. 결과가 나온 순간 과정은 그냥 만들어진다라고 해야 할까..."


황당하면서도 무서운 이야기에 성녀의 눈썹은 찌푸려졌다.


"부자라는 결과가 정해진 이상 점술의 관점에선 과정은 상관없어. 적어도 내가 보는 관법은 그렇게 보고 있거든. 하다못해 부모가 가난한 부모였다면 그 애는 도둑질을 해서든 횡령을 해서든 부자가 되었겠지."


그는 자신 스스로 말하고도 어처구니 없다는듯 표정지었다.


"1분만 부자가 되고 교수형에 처해졌을지 100년을 부자로 살지도 몰라. 그냥 부자가 된다 이것만 알 수 있어. 요점은 부자가 된다는 '결과'니까 이 사람이 몸이 망가지든 처음부터 귀족이나 왕족이었던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점괘로 과정을 읽는 과정은 문제가 많아. 거지로 죽을 팔자라도 지금 당장은 부자일 가능성이 있으니까."


클레도르가 떠나간 빈자리를 보며 광대 재상은 혀를 찼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불길한거야. 이미 안좋다라고 결과가 정해진 이상 어떤식으로 안 좋을지는 알 수 가 없어. 거기에 이번만큼은 감도 안잡혀. 대충 점괘를 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직감 같은게 머릿속에 떠올랐는데 이번에는 그런것도 없어 그래서 더 불안해."


"에이 괜찮겠지. 단장도 그냥 불길하다 이렇게만 말하지 어떻게 딱 집어서 말하진 않잖아?"


"그러길 비는 수밖에."


광대재상은 불길한 느낌을 떨치지 못했다.


'이 땅 위에 피가 얼마나 더 흐를 것 인가.'


각시단외의 인물들이 있을땐 애써 아닌척 했지만 늘러붙은 기름 같이 찝찝함이 영 가시지 않았다.


"마리아."


얌전히 앉아서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는 자신의 부하를 아카인이 불렀다.


"왜 단장?"


"혹시 최근에 무슨 일 없었어?"


"?"


팔짱을 낀 채로 쳐다보지도 않고 물어보는 광대재상이 이상했지만 마리아는 별 생각 없이 대답했다.


"없었는데?"


"그래...? 그럼 클레도르는?"


"요새 표정이 좀 안 좋긴 했지?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지인들이 죽었다는 소식밖에 듣지 못했으니까."


약간 서글픈 듯 마리아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가 제일 걱정스러운 것은 클레도르였다.


클레도르와 마리아가 특별 임무에 할당되었을 때부터 유심히 지켜보고 있긴 했지만 그의 예감상 이 둘이 제일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마리아는 이번 한번만 고생하면 끝이 날 사건 느낌이라면 클레도르는 계속 이번일로 인해 괴로워질 것 같단 말이지.'


"왜?"


마리아가 뭔가를 눈치챈 듯 광대재상에게 말했지만 광대재상은 괜찮다는 듯이 말했다.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어서."


"어떤 건데?"


"클레도르와 침투를 하게 되면 네가 좀 많이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 달까?"


그의 걱정의 근원을 눈치챈 마리아는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


"응"


'조심해라 클레도르...'


단 하루.


그의 걱정 대상은 대륙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에 위치 할 것이다.


막사를 나와 현재 중무장을 하고 있었던 클레도르는 그들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력한 마법 저항력과 물리적 충격을 흡수하는 최상품 방어 코트를 입고 온몸에는 촉매와 단검으로 도배를 하고 있었다.


얼핏 보면 지나쳐 보이지만 제병 합동 전술이 펼쳐질 경우 전방에 서게 되는 마법사의 특성상 철저하게 챙겨야 했다.


준비가 끝난 클레도르는 그대로 사령관의 막사를 향해 걸어갔고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병사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술과 고기에 약간 풀어진 병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무표정하게 클레도르는 어느덧 막사에 다달랐다.


막사 앞에는 세명이 서있었다.


그 앞에는 작전참모와 이제 갓 부임한 신임장교 둘이 서있었는데 그들은 클레도르의 얼굴을 보고 다소 당황했다.


마법사임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앳된 모습에 작전 참모는 이 전쟁에 대해 회의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전에서 사사로운 감정을 보일 수는 없는 그의 입장상 얼굴에 감정을 비치진 않았다.


"클레도르 대령 당신 앞으로 온 편지일세"


다소 머뭇거리며 작전 참모가 편지를 건넸다.


"유감이네"


다짜고짜 작전 참모가 유감을 표하며 편지를 건네자 불길함이 들었던 클레도르는 다급히 편지를 찢었다.


'뭐가?'


그리고 빠르게 훑었다.


자신이 그 자그마한 종이에 정신이 팔린 것조차 모를 정도로.


격식 차린 문구와 유감이라는 입에 발린 말이 가득 쓰여있고 본론은 마지막에 적혀있었다.


"..."


그것은 다름 아닌 유족에게 보내는 전사자에 관한 위로 편지였다.


"어렸을적 같이 지내던 친구들이 전부 세상에 홀로 남겨졌었더군."


초점이 없어진 표정으로 클레도르는 편지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지내던 고아원과 연이 있는 사람들인 자네와 마리아에게 편지를 전달하게 되었네."


참모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유감이네."


클레도르는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


그러다가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는 편지를 그대로 구겨버렸다.


'이걸 보고도 눈물조차 나지 않는군.'


죽음이 너무 흔해져 버린 곳에서 메말라 버린 마음으로 그대로 옆에 불타고 있는 화톳불에 편지를 던져버린 클레도르는 죽어버린 눈빛으로 체념한듯 앞에 있는 두 사람에 대해 물었다.


"이 사람들은?"


"로물루스 루파 소위입니다."


둘다 아직 앳되지만 나이가 조금 더 많아 보이는 젊은 남자가 먼저 경례했다.


"레무스 루파 소위 입니다."


'이런 어린애가 대령?'


경례를 하면서 레무스 소위는 클레도르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열댓이나 될까 말까 한 꼬마가 전쟁터에 나와 그것도 대령 직급을 달고 있다는 것에 당황했지만 감히 가늠이 안 될 정도로 강대한 마력을 가진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실제 나이가 다르다는것을 둘은 알아차렸다.


'마법사라. 근데 왜 어른이 아니라 저런 모습을 하고 있는 거지?'


전쟁터에서는 성인의 육체가 훨씬 생존에 유리한데 굳이 저렇게 어린 모습을 하고 있을 필요가 있는지에 관해서는 별개의 문제로 남겨 둔 채로 그는 클레도르를 조금 더 뜯어보았다.


적의 눈을 피하기 위함인지 억지로 마력을 몸속에 가둬둔게 느껴진다.


근거리에서는 절대로 숨길 수 없지만 어느정도 떨어진 적이라면 눈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피로가 심할 텐데 용케도 잘 제어하고 있군'


내심 속으로 평가를 하면서 클레도르에게 경례를 받은 소위들은 그의 뒤에 섰다.


반면 클레도르는 그들을 보며 약간 복잡한 심정이 되었다.


'학교에서 교수들과 같이 책을 읽어야 할 마법사들이...'


파릇파릇한 하급 마법사들인 그들의 모습을 보고 클레도르는 걱정부터 앞섰다.


나이만 따지자면 자신보다 형일지도 모르는 신임 장교들을 보면서 전투 경험만 따지자면 전쟁터에서 3년 가까이 살아남은 베테랑은 그들이 전장에서 5분이나 버틸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사실상 신병이나 다름없는 그들과 함께 전쟁터에 갔을때 자신은 과연 그들을 버릴 수 있을까?


'이런 하급 마법사들까지 동원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인건가.'


말이 장교지 경험 없고 어리버리한건 신병하고 다를바 없는 두 소위를 보면서 앞날에 대한 걱정이 가득해지는 순간이었다.


무자비한 포연 앞에 서면 그 어떤 인간도 다 똑같다.


그것은 불변하지 않는 진리였다.


"루파 소위."


"네!"


둘이 동시에 외치자 클레도르는 다시 정정해서 말했다.


"실례했군. 로물루스 소위, 레무스 소위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들어."


"네! 대령님."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군'


녀석들은 전쟁에서 공을 세우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세가지만 명심해. 도착하는 순간부터 까불지 말고, 머리 숙이고, 참호 바깥으로 몸을 내밀지마"


"네?"


'뭐야?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눈앞에서 새파랗게 어린 대령의 경고가 들려왔지만 그건 사실상 경고라기 보다는 그냥 얌전히 처박혀서 아무것도 하지 말란 소리로 들렸다.


그렇지만 그는 엄연한 상관이다.


그냥 닥치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


"네."


"알아들었어?"


"네!"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클레도르의 닦달에 그들은 그저 앵무새 마냥 네를 외쳤다.


그냥 걱정 많은 인간의 충고라고 듣기에는 그의 표정은 무척이나 진지해보였기 때문에 반박도 못했다.


"따라와."


클레도르는 작전 참모에게 인사를 한 뒤 총 사령관에게 다가가 마지막 보고를 하고 발령 서류를 받아 챙겼다.


아니나 다를까 광대재상이 그를 순간이동 시키기 위해 이미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그들은 그날 마지막 대화를 나눴다.


"무슨 일 있었어?"


각시단의 리더를 본 두 소위가 긴장한 모습으로 부동 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이 마지막으로 무기를 점검하고 있던 클레도르는 괜찮다는 듯이 말했다.


"없습니다."


"표정이 별로 안 좋아 보이는데? 혹시 마리아랑 똑같은 이유 아니야?"


"굳이 알고 계시다면 더 물어보지 않으셔도 아시지 않습니까."


"기분 나쁘게 할 의도는 없었어. 이렇게 보여도 장례식장에서 춤추는 망나니는 아니니까."


광대재상이 평소의 장난스러운 태도를 지우고 클레도르를 쳐다보았다.


"좋은곳에 갔겠지."


"고맙습니다. 그 녀석들은 순박한 소시민으로 살다 죽었으니 그래도 지금은 편하게 쉴 수 있겠죠."


단검을 한번 뽑았다 마지막으로 꽂아넣은 클레도르는 준비되었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 드리겠습니다."


"음."


아카인은 세 사람을 스윽 훑어보다가 마법을 사용할 준비를 했다.


"응?"


그러다가 뭔가 이상한점을 눈치 챘는지 갑자기 눈을 가늘게 뜨고는 누군가를 쳐다봤는데...


"왜 그러십니까?"


"별 것 아니긴 한데..."


별일이 아니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광대재상의 눈엔 아무리 봐도 그 사람은 조만간 죽을 인간처럼 보였으니까.


"네 쪽이 형인가?"


광대재상 특유의 어린애 목소리를 듣고도 두 사람은 별다른 반응없이 대답했다.


왜냐하면 그가 이 전쟁에서 1왕자측에 가담했다는건 너무 유명한 이야기였으니까.


"네"


하지만 이름을 밝힌적도, 형이라고 말한적도 없는데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그에게 약간 놀라움의 감정을 가질 수 밖엔 없었다.


'많이 닯아서 그런거겠지?'


로물루스가 속으로 고민하는 사이 광대재상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둘의 의견 충돌이 생기면 감정 싸움은 하지 않는게 좋아. 나중에 후회 할 테니까"


"예!"


그저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덕담 같은거라 생각한 두 형제는 그냥 편하게 흘려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광대 재상은 언제나처럼 삶에 따분함을 느꼈다.


'재미없어.'


마치 결말까지 모조리 다 알아 버린 채로 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매 순간 마다 느끼던 그는 빨리 감기로 하이라이트만 보는 인간 마냥 따분한 표정을 지었다.


이 상황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결말을 뒤로 되감기 해서 보는 거나 다름없었다.


인간 아카인 멜토리스는 그곳에 개입도 수정도 불가능한 나약한 인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니 물 흘러가듯 모든 사건은 그에게 그냥 풍경과도 같았다.


"그럼 내일 보자고."


그러니 그들이 죽건 말건 그것은 세상의 섭리이자 이치 그 자체다.


이곳에서 불필요한 말을 할 필요도 쓸데없는 조언을 할 필요도 없다.


후우우웅!!


빛과 함께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감각이 사라졌다.


순간 이동은 몸을 복사하는 행위에 가깝다.


육체를 이동하고자 하는 시공간 좌표상의 위치로 복사한 다음 남아있는 육체를 제거하면 사실상 순간이동이 완성된다.


혼을 육체에 넣는것이 실패하면 그대로 즉사나 다름없지만 육체와 혼과의 괴리가 심하지 않은 이상 실패하는 일 같은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


잠깐 시야가 보이지 않다가 약간의 현기증과 함께 땅이 자신의 발을 잡아 당기는게 느껴진다.


어느샌가 광대 재상은 사라져있었고 낯선 광경과 함께 감각이 돌아옴과 동시에 코에 악취가 풍긴다.


"윽!"


피가 썩는 냄새와 오물내가 진동하자 레무스 소위는 구역질을 참지 못하고 헛구역질을 했다.


"레무스 괜찮아?"


반면 로물루스 소위는 생각보다 비위가 강한지 제법 버티는 눈치였다.


"도착했군."


포탄에 맞아 생긴 웅덩이와 여기저기 널린 시신이 가득 보였다.


폐허가 되어버린 숲과 생명체의 소리라고는 단 하나도 들리지 않는 무인지대에서 세 사람만이 이곳에서 숨쉬고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


겨우겨우 속을 추스른 레무스가 체액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마법으로 씻어내는 사이 클레도르는 레물루스에게 말을 걸었다.


"마법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저희는 바로 징집 되었습니다. 수도는 1왕자 전하께서 통치하는 영역이니 당연한 일이긴 했지만 가문을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럴테지 만약 거부 할 경우 너희들을 가만 두지 않을 테니까.'


스스로 참전을 결정한 자신의 선택에 자기 혐오감이 든 클레도르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억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 그나마 다행이라면 의지할 수 있는 형제와 함께라는 점이겠어"


클레도르의 목소리는 갈라져있었다.


"그렇습니다."


약간 상기된 목소리에 클레도르는 두 형제의 얼굴을 설마 하는 마음으로 쳐다보았다.


'겉으로는 국가의 부름을 받았다곤 하지만 표정은 다르군.'


다시 쳐다본 그들의 얼굴은 공명심으로 달아올라있었다.


'바보같기는...'


널브러져있는 시체를 보고도 그런 생각을 했다는게 대견 했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은 애들 전쟁 놀이 하는 곳이 아니다.


'로물루스든 레무스든 조만간 알게 되겠지.'


"가자. 일단 이곳의 지휘관부터 만나보는게 좋겠어"


"네."


레무스가 정신 차리고 클레도르의 뒤에 따라 붙자 세 사람은 신체 강화 마법을 걸고 폭격으로 폐허가 된 황무지를 야밤을 틈타 엄폐하며 움직였다.


'미안하지만 여긴 그리 낭만 있는 장소가 아닌 곳이 아니야. 저 녀석들이 알아서 깨닫길 바라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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