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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의 외계와 내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명복상의산
작품등록일 :
2022.04.02 09:57
최근연재일 :
2024.06.16 16:33
연재수 :
103 회
조회수 :
3,269
추천수 :
1
글자수 :
805,241

작성
22.04.02 10:01
조회
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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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20쪽

프롤로그

DUMMY

[세상을 버릴지언정 세상에 버림받지 말거라.]








바람이 휘날린다. 정체불명의 회색머리의 앳된 청년은 어디론가를 향해 정신없이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런 그를 향해 정체불명의 흑의를 입은 중무장한 인원들이 악을 쓰며 쫒고있었다.








[시체로 산을 쌓고 피로 강을 만들지언정 죽지 말거라]








휘잉~








눈바람이 몰아치는 도심에서 때 아닌 추격전이 벌어지던 어느 겨울날.








회색머리의 청년은 팔만 뒤로 돌려 엄지손가락으로 검지를 세게 힘을 준다음 돌을 쏘듯이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빛으로된 화살을 쏘아 자신에게 달려들던 복면인의 미간에 쏘아 죽였다.








[잔인하면서도 비정한 마음으로 적을 없애고 교활한 지략으로 위기를 헤쳐나가라.]








어느샌가 복면인들은 회색머리의 청년의 앞을 가로 막았다.








회색머리의 남자 앞에는 검과 도끼를든 이들이 살기 어린 눈빛으로 막아섰으며 그의 뒤에는 활을든 궁수와 맨손인 상태의 로브를 입은 자들이 무언가 열심히 중얼거렸다.








"..."








누가봐도 절망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의외로 회색머리의 남자는 동요하지 않았다.








[순환하는 사계에서 영원한 겨울은 없나니...]








근육이 우락부락한 흑의의 전사가 회색머리 남자를 향해 도끼를 횡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회색머리 남자는 머리를 숙여 도끼날을 간발의 차이로 피하더니 근육남의 품속으로 파고들어 손바닥을 펼쳐 가슴팍에 대었고...








'충격파.'








펑!








잠시후 굉음과 함께 도끼를 휘두른 전사는 피보라를 일으키며 새하얀 눈을 붉게 물들였다.








"후우..."








회색머리의 남자가 추운날씨에 호흡을 가다듬으며 이리저리 적을 관찰하고 있을때 쓰러진 동료를 보며 검을 든 남자가 짜증을 냈다.








"이런 제기랄!"








검을 든 남자는 피로 물든 눈을 보며 눈보라에 자신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도록 악을 질렀다.








"지부장님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 우리가 여기서 전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녀석을 살려보내선 안돼!"








"우아아아아!"








그의 진심 어린 호소에 회색머리 남자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호응하며 일제의 무기를 치켜들었다.








'온다!'








그런 그들을 예의주시하던 회색머리 남자는 힐긋 뒤를 쳐다보더니 단검을 빼어들었다.








[죽지 말아다오.]








[무거운 세상에 눌리지 말아다오.]








[못난 나를 용서해라.]








눈같이 새하얀 코트를 휘날리며 암살자 복장의 회색머리 남자는 정면의 무인들을 내버려두고 후방의 인원들을 급습했다!








"저놈이!"








"놈을 막아!"








고함소리와 함께 하늘에 화살과 불덩이가 수놓아지고...








회색머리의 남자는 안광을 빛내며 단검으로 하늘을 잘라냈다.








"컥..."








"으악!"








그는 화살과 신비술로 자신을 공격하던자들의 피로 스스로의 옷을 붉게 물들였다.








파쿠르와 아크로바틱을 섞어놓은 듯한 움직임으로 현란하게 공격을 피하며 하나씩 하나씩 따스한 온기가 사라져갔다.








그러나 사라져가는 온기중에 자신의 온기는 결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눈보라가 치던 어느 겨울날...








[너희들이 한사람의 마법사가 되는 그날 나와 함께 한다면 나는 내친우의 무덤에서 기쁘게 웃을 수 있을것이다.]








눈이 휘날리는 아름다운 풍경과는 전혀 다른 피비린내와 비명소리만이 도심속에 가득 울려 퍼졌다.








*








끝없는 산이 보였다.








그리고 그 끝없는 산만큼이나 나무들이 우뚝 솟아있었다.








마치 무릉도원이 있다면 이런 광경일 것이다.








호랑이와 토끼가 사이좋게 뛰어놀고 사방의 나무에는 과일들이 주렁주렁 열려있었다.








우뚝 솟은 산맥의 머리에는 하얀색 구름이 걸려있었고 사방에는 따스한 햇빛으로 가득찬 이상향의 세계가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환상적인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는 고함소리가 아름다운 세계에서 울려 퍼졌다.








"이게 무슨짓입니까?!"








보랏빛의 윤기나는 길다란 머리카락 그리고 금안을 가진 사내가 있었다.








"무슨 짓이냐니? 네 세계가 흥미로워서 내가 알아보려 했던 실험을 좀 한거뿐이야"








그리고 금발의 벽안을 가진 남자가 있었다.








둘다 하늘하늘하면서도 낙낙한 흰색 옷을 입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신화속에 나오는 신들의 모습 같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특이하다고 전혀 느끼지 못하는것 같았다.








"제 허락도 없이 제 세계에 손을 대다니 이건 율법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그런 신선 같기도 신 같기도 한 모습을 한 두남자는 현재 갈등을 겪고 있었다.








"이봐 그 율법이 만들어진지 벌써 천년이나 지났어."








금발남자는 귀찮다는 듯이 자신을 향해 따지는 보랏빛 머리 남자를 향해 말했고 그의 말투는 더욱 더 그를 자극했다.








쾅!








"천년밖에 안돼지 않았습니까! X42822N에서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벌써 잊으신겁니까?!"








무척이나 흥분한 보랏빛 머리 남자는 대리석으로된 건물의 기둥을 주먹으로 후려갈기며 따졌고








"아씨... 야! 그냥 그럴수도 있는거지 어디서 꼬박꼬박 말대꾸야! 그까짓 수십억년밖에 살지 못하는 피조물들이 중요해?! 난 네 가족이야 가족! 거기 구멍좀 났다고 너무 민감하게 구는거 아니냐 너?"








적반하장으로 금발머리 남자는 보랏빛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에게 역정을 냈다.








"지금 나보다 몇십억년 살다 사라질 것들이 더 중요하다는 거야 지금?! 어차피 그 녀석들은 우리에겐 아무것도 아니잖아! 세계가 삐걱 대면 그냥 다 지우고 다시 만들면 그만이지 뭐 그걸 평생 만지고 살거냐 엉?"








으득!








그런 그를 보던 보랏빛 머리 남자는 이를 갈며 핏발선 눈으로 노려봤다.








"뭐야 그눈빛은? 뭐 할말이라도 있어?!"








"..."








그의 눈빛에 살짝 움찔한 금발머리 남자가 보랏빛 머리 남자를 쳐다보며 뭐 불만있냐는 듯한 말투로 응수하자 보랏빛 머리 남자는 이를 악물고 침묵했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는게 어른한테 꼬박꼬박 말대꾸야! 하여튼간 요즘애들이란 쯧"








이를 악물고 참는 그를 내버려두고 금발머리 남자는 쯧쯧거리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혼자 남겨진 보랏빛 머리카락 남자는 주먹을 피가 나도록 쥐었으며 이윽고 그의 감정을 이기지 못한 주먹이 마구 부들거렸다.








"이런 쓰레기들!"








사방에 고함이 울려퍼졌다.








"거지같은 쓰레기들아!"








보랏빛 분노가 아름답기 그지없는 장소를 물들였다.








"후우...후우...! 개같은 자식들!"








한참을 분노를 토해내던 남자는 대리석 기둥에 쓰러지듯 기대었다.








"제기랄!"








홀로 분을 삭히면서 아무도 없는 공터에서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의 손에 피가 배어나와있다는 것을 인지한 보랏빛 머리 남자는 잠시 손을 지긋이 쳐다보았고 이윽고 기적이 일어난것 마냥 주변의 핏방울과 손의 상처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따뜻한 빛에 휘감긴 손이 매우 성스럽고도 아름다운 색으로 빛나고 있어서 아마 그모습을 지구상의 누군가가 보았다면 신의 강림이라고 떠들었을지도 몰랐을것이다.








"후우..."








자제가 되지 않는 분노를 다스리며 보랏빛 머리카락 남자는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았다.








아름다운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가는것이 무척이나 평화로워 보였다.








대리석 기둥 아래의 대리석 계단에 걸터앉아 잠시 푸른 하늘을 쳐다보던 보랏빛 머리카락 남자는 기둥에 머리를 완전히 기대면서 누군가를 불렀다.








"릴리. 거기 있지? 숨어 있지 말고 나와서 이야기해."








"헤헤 들켰네."








저 멀리 기둥 뒤편에서 누군가 걸어나온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낙낙한 하얀 옷이다. 하지만 앞선 두 남자완 다르게 걸어나온 인영은 명백한 여자였다.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처음부터"








살짝 순박한 느낌의 여자는 보랏빛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 옆에 나란히 앉았다.








머리카락의 색은 연분홍색 그리고 눈동자 역시 분홍색을 가진 릴리라고 불리운 여자는 보랏빛 머리카락 남자에게 물었다.








"그랬었구나. 근데 말이야 호라."








"응?"








호라라고 불린 보랏빛 머리카락 남자는 자신의 소꿉친구를 피곤한 눈으로 쳐다봤다.








"넌 왜그렇게 O70202N에 집착해? 네가 창조한 생명체들은 분명 영혼을 가진 존재들이긴 하지만 그래봤자 네가 설계한 것의 부산물일 뿐이잖아?"








이해가 안간다는 듯이 핑크빛 여자 아니 릴리라고 불리운 여자는 호라라고 불리운 남자에게 물었다.








"..."








"저기 X42822N의 인간들이 쓰는 용어로 말하자면 걔네들은 그냥 정보덩어리. 컴퓨터 시뮬레이션과도 같은 것들에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기면 다시 창조하면 그만이고."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응"








정말 순수한 눈빛으로 대답하는 릴리를 보며 호라는 침착하게 말했다.








"아니 그건 그렇지 않아."








"어째서?"








커다란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릴리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호라는 계단아래의 잔디를 보며 말했다.








"네 말대로 그들은 혼이 있으니까. 그리고 언젠간 우리에게 오지."








"하지만 우리는 환생부 소속이 아닌걸? 혼을 봐봤자 몇번이나 보겠어?"








릴리라고 불리운 여자가 입을 삐죽내밀면서 양손을 펼치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고개만 돌려 호라가 쳐다보았다.








"혼이 중요한게 아니야."








"그럼 뭐가 중요한데?"








"그들은 살아있어."








"응 물론 살아있지. 근데 그게 왜?"








이야기가 자꾸 평행선을 달린다.








그나마 그에게 우호적인 편에 속하는 자신의 소꿉친구 마저 피조물에 대한 생각이 이정도였다.








'릴리가 저 정도 인데 다른 녀석들은 오죽하겠어.'








그는 자꾸만 나오려는 한숨을 참아가며 인내심을 가졌다.








"우리랑 마찬가지로 살아있다고."








"하지만 피조물들은 언젠가 죽어"








"우리도 언젠가 죽어"








"네가 말한 피조물들은 우리가 사는것의 천억분의 일도 살까 말까 하잖아."








"수명이 중요한게 아니야. 넌 네 창조물들을 보고도 아무런 감정이 안드는거야?"








"안드는데?"








말이 안통한다.








"난 오히려 네가 이해가 안가 호라."








"뭐가?"








"네가 자꾸 피조물들에 감정을 이입하니 그들의 관점으로 내가 비유를 해볼께. 네가 인간이라 치자."








"그래"








"그럼 넌 지금 네가 키우는 개미들을 보면서 거기에 감정을 이입하는거나 마찬가지야."








"그렇겠지."








그는 깔끔하게 인정했다.








"그렇겠지?"








그러나 그녀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너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말이야?"








릴리가 진심을 담아 호라에게 물어보자 호라가 안될게 뭐냐는 듯이 대답했다.








"내말이 제정신을 가진 상태에서 내뱉는 소리로 안들릴만한게 뭐가 있지?"








"많아! 넌 네가 사육하는 생명체들에게 공감을 하고 있잖아!"








"그건 내말이 이상하다고 말할 이유가 되지 못해.








아까부터 인간에 비유해서 이야기한 김에 나 역시 인간에 비유해서 말해주지.








인간들 역시 자신들이 창조한 가상의 인물들을 사랑하고 심지어 결혼식까지 올리고 있어 이건 어떻게 설명할꺼지?"








"그건...! 지금 상황이랑 전혀 다른 문제잖아!"








"글쎄 과연 그럴까? 인간들은 우리를 본따서 만들어졌다는거 너도 알고있지?"








호라가 묻는 말에 릴리는 살포시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리를 본따 만든 인간들도 자신이 창조한 생명체 아니... 이경우에는 생명체조차도 아니지 그저 숫자와 데이터 덩어리에 사랑을 느끼는데 우리들은 왜 살아있는 인간들을 보며 아무런 생각이 들면 안드는거지?"








"..."








릴리는 침묵했다.








"고작 1만년도채 살지 못하고 죽는 존재라고 할지라도 그것들에게는 우리들의 생각과 감성이 담겨있어 우린 그들의 삶을 존중해야해!








그런데 짧은 생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생명체들에게 우리 같은 초월적인 존재가 제멋대로 세계에 간섭해서 망가뜨리고 있다고!"








호라는 분노했다.








"대표적으로 X42822N이 그 예시야 오죽하면 율법으로 타계에 함부로 간섭하는걸 막아두까지 했겠어! 지금 아무나 세계에 손을 대는 바람에 윤회/환생부 녀석들이 허구헌날 영혼을 놓치고 있잖아!"








"그건 그렇지..."








"그런데 제우스 저 자식은 또 율법을 어기고 내세계에 손을 댔어! 난 그걸 절대 용납하지 않을거야..."








호라가 눈을 번뜩이며 팔짱을 끼는 모습을 본 릴리는 무언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직감했다.








"호라 너..."








"그들에게는 그들의 삶이 있어. 내 세계는 절대로 초월적 존재가 함부로 날 뛸수없게 만들거야. 그들의 삶은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해! 누군가의 개입도 없어야 한다고."








"..."








"난 완벽한 세상을 만들겠어. 완벽한 필멸자들의 세상을! 그들이 힘들게 이룩한 문명을 강대한 존재가 나타나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드는 일따윈 절대로 내세계에 일어나지 않을거야."








"할 수 있겠어?"








릴리는 회의적으로 물었다. 이곳 천상계에서 호라가 말하는 내용은 사실상 이상론에 가까웠다.








그런 그녀의 말을 들은 호라는 일어서머 릴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하고 말거야. 내 세계엔 신은 단 한명이면 충분해"








의미심장한 대사를 내뱉은 호라는 어디론가를 향해 가기 시작했다.








"어? 너 어디가?"








"마음을 먹었으면 행동으로 옮겨야지."








"호라!"








릴리는 떠나려는 그를 향해 소리높여 외쳤다.








그의 뒷모습이 마치 영원히 사라져 버릴것만 같아서 도저히 그의 이름을 높이 외쳐 부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고








호라는 뒤를 돌아보며 릴리를 향해 물었다.








"릴리 우리 내기 하나 할까?"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눈동자에 의지가 서려있는 듯한 느낌 마저 들어 릴리는 점점더 불길한 예감이 짙게 들었다.








'너 대체 왜그러는거야...'








"내기?"








"그래 내기 말이야."








"무슨 내기?"








"그건 말이지..."








호라는 릴리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무언가 속삭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음성을 듣고나서 눈앞의 남자가 작정하고 일을 벌이려고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 무슨짓을 하려는거야?"








그의 목소리를 한글자 한글자 또박또박 머릿속에 새겨넣은 릴리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며 호라를 쳐다봤다.








"글쎄? 한가지 너에게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실은."








호라는 눈을 감았다.








"난 항상 내가하는 모든일에 진심이었어."








호라는 차갑게 말하며 그녀를 떠나가다가 뒤돌아보지 않고 이름을 불렀다.








"릴리"








"..."








"네가 이길까 내가 이길까?"








"몰라 그런걸 내가 어떻게 알아? 애당초 네 말만 들어보면 말도안되는 짓이야 그거. 일단 선행조건 자체가 충족이 안되었잖아?"








살짝 삐친듯 릴리가 말하자 호라는 허상처럼 사라지며 말했다.








"과연그럴까?"








그는 낮게 웃었다.








"결과를 알고 싶으면 내 세계에 놀러와 너만큼은 예외로 둘테니까"








"!"








메아리처럼 울려퍼지는 그가 남긴 말에 화들짝 놀란 릴리는 사라지는 그에게 고함을 쳤다.








"호라! 너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진짜로 그런 말도안되는 짓을 저지르려고?!"








하지만 이미 사라져 버린 보랏빛의 남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호라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불안감이 엄습했다.








릴리는 안절부절 못하다가 자신이 다스리는 E45879N의 주신인 에피누아를 찾아갔다.








"언니!"








"응? 릴리왔구나! 왜 인간들이 또 떼를 쓰고 있니?"








밀빛 머리카락... 아름다운 회색 눈동자 그리고 약간의 백치미를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 꽃을 돌보다가 그녀에게 미소지었다.








"아니 그런게 아니야!"








한편 상황을 전혀 짐작도 못하고 있는 언니에게 릴리는 다급하게 말했다.








"호라가 일을 꾸미고 있어!"








절박함에 가까운 목소리에 꽃을 돌보던 여인은 고개를들어 깜짝 놀란 눈으로 릴리를 쳐다봤다.








"응? 무슨일?"








"자기가 창조한 세상을 완벽하게 만들고 싶대! 그 누구의 개입이 없어도 완벽한 순환을 이루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가버렸어!"








"..."








릴리는 양손을 파닥거리며 다급하게 외쳤지만 그녀의 말을 듣던 에피누아는 살짝 얼굴이 벙쪄있다가 이윽고 다정한 웃음을 지었다.








"어머나 얘도 참."








호호 웃으며 에피누아는 방실방실 웃었다.








"호라가 참으로 기특하기도 하지"








에피누아는 호라를 연신 칭찬했다.








"대충해도 상관없는데 자신의 사명에 그토록 열성이라니 과연 신성학교 수석졸업을 할 만도 하다니까."








에피누아는 다정한 눈빛으로 보랏빛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상기하다가 별것 아니라는듯이 릴리에게 말했다.








그러나 릴리는 당시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자신의 입으로 표현 할 만한 말하기 능력이 없다는것에 한탄하며 에피누아에게 달라붙었다.








"아니! 그런 느낌이 아니야! 뭔가 일을 저지를 것 같았다니깐?!"








릴리는 절박한 심정으로 에피누아에게 말했지만 그녀의 감정은 에피누아에게 닿지 않았다.








"당연히 일을 하려면 추가적으로 힘을 좀써야지. 얘도 참 걱정도 많다니깐"








"언니! 그런게 아니ㄹ..."








릴리는 마음이 답답해져서 추가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딱히 자신이 주신으로 있던 세상에 크게 신경쓰지 않던 에피누아는 자신의 취미생활에 더욱 열심일 뿐이었다.








"호라가 알아서 잘하겠지~ 자자 릴리 이리와서 너도 이것좀 봐봐 어때 장미가 정말 예쁘지?"








"..."








자신의 이야기에 딱히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에피누아를 보며 릴리는 입을 다물었다.








그런 그녀를 잠시 힐끗 보던 에피누아는 릴리를 달래듯이 말했다.








"릴리는~ 옛날부터 걱정이 너무 많았다니깐 전공이 규율이라서 그런가~ 너무 성격이 딱딱해~"








"그거랑 이거랑 관련없어 언니!"








"어쨌든~ 호라가 그렇게 못 미더울만한 애는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호라는 성격도 좋고 타고난 신력도 우수한 편이잖아?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마 아무일도 없을 테니까~ 너무 생각이 많은것도 안좋아 릴리~ 나랑 같이 화원을 꾸미면서 머리를 좀 식히자 응?"








"... 응"








"뭐 평소처럼 그냥 관리를 좀 하겠다는 뜻이겠지뭐 너도 자주하는 일이잖아? 괜찮을꺼야."








사랑과 자애의 신 에피누아는 평온한 얼굴로 나긋하게 말했고 릴리는 대꾸할만한 근거가 없어 하는 수 없이 에피누아의 취미생활에 어울려줬다.








'정말로 괜찮을까?'








하지만 릴리는 마음 한켠에 계속해서 무언가 찝찝함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약 1600년 후...








자신과 내기를 한 이후로 바깥에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며 혼자서 자신이 창조한 세계의 관리에 집중하던 호라를 보며 딱히 큰 이상을 느끼지 못하던 릴리는 마음을 놓았고








어느날 마음을 놓은 릴리의 뒤통수를 치듯이 호라는 대형사건을 일으키며 천상계에서 그날 이후로 볼 수 없게 되었다.


작가의말

본 작품의 연령과 세계관 물리법칙은 현실과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힌트를 드리자면 연령의 경우 해당 세계관에서 공전주기 및 캐릭터들의 노화속도는 지구와는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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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동포-3 24.05.19 11 0 16쪽
99 동포-2 24.04.28 9 0 17쪽
98 동포-1 24.04.21 7 0 17쪽
97 눈속의 마법사-2 24.02.24 9 0 16쪽
96 눈속의 마법사-1 24.01.01 7 0 17쪽
95 피어나는 겨울 23.09.03 10 0 18쪽
94 도주-1 23.07.08 19 0 19쪽
93 학교-3 23.06.18 23 0 17쪽
92 학교-2 23.06.18 16 0 17쪽
91 학교-1 23.06.11 20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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