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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박수무당, SSS급 헌터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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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진숙
작품등록일 :
2023.05.22 19:09
최근연재일 :
2023.07.17 13:05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25,299
추천수 :
476
글자수 :
328,941

작성
23.07.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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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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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59화 이리를 사냥하다(2)

DUMMY

토쿠아쿠 토오카가미.


이 빌어먹을 놈을 쓰러뜨리기 위해 얼마나 참고 기다렸는가.


둘이서 쓰기엔 지나치게 넓은 경기장 한가운데 나와 놈, 단둘만 서 있다.


찰칵- 찰칵-


연신 터져나가는 카메라 플래시 소리.


3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경기장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관객이 있었다.


‘대체 어떻게 구워삶은 걸까. 헌터들 사이의 싸움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어서 비밀리에 벌일 줄 알았건만···.’


진행을 맡은 사회자가 레슬링 경기장이라도 된 것처럼, 마이크가 터져나가라 목청을 높였다.


“홍코너! 전 세계 최초의 SSS급 헌터, 일본 제일의 무사! 일본 제일의 검! 타이요 그룹의 수장, 토우아쿠우우우우우! 토오카가미이이이이!”


관객들의 환호를 받는 토쿠아쿠가 만세를 하며 흥을 끌어 올렸다.


“단 한방에 도륙을 내주마. 후후.”


우- 우-


뒤이어 이어지는 야유와 함께, 사회자가 나에 대한 소개를 짧게 올렸다.


“다음으로 청코너! 마찬가지로 SSS급 헌터, 떠오르는 신흥 강자! 전직 관리국 요원 출신. 최애애애애! 준원!”


관객들은 오늘 있을 싸움을 그저 유흥 정도로만 느끼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때 헌터들 사이에서 싸움을 스포츠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이트 발생이 적은 기간에, 일이 없어 쉬는 헌터들의 생계를 보장하고 새로운 헌터 산업을 개척하기 위한 시도였다.


그러나 격투기나 복싱 같은 스포츠와 달리 무기를 쓴다는 점에서 안정성 문제가 부상하며 불발된 사업이었다.


지금 이곳을 찾아온 관객들은 오늘의 싸움이 그 사업의 연장선으로, 일종의 파일럿 프로그램 같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틀렸어. 토쿠아쿠는 절대 적당히 하지 않을 거야. 만약 어찌어찌 적당히 우열만 가리고 끝내기로 합의를 보더라도···. 우리 둘 중 하나가 이성을 잃고 서로의 목에 검을 겨눴을 때는, 그 누구도 막지 못해.’


마법 방어벽이 관객석을 감싸고 난 뒤, 심판이 룰을 설명했다.


“경기는 어느 한쪽이 항복하거나 더 이상 싸울 수 없게 될 때까지 진행됩니다. 단, 상대를 죽이면 안 됩니다.”


얼마나 무책임한 말인가.


상대를 죽이면 안 된다. 근데 그걸로 끝이다.


어떻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것인지, 죽이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일절 없었다.


‘이게 지금 21세기에 가능한 일인가 싶네. 마치 로마 시대의 검투사라도 된 기분이군.’


땡-


종소리와 함께 토쿠아쿠는 검붉은 빛이 도는 카타나를 뽑아 휘둘렀다.


챙-


평소 같으면 서서히 힘을 끌어내며 예열하듯 싸움을 시작하겠지만, 토쿠아쿠를 상대로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쏟아지는 참격을 막느라 정신이 없는 나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놈은 대화까지 걸 정도로 여유가 넘쳐 보였다.


“어이 조선 최강 양반. 슬슬 가진 패를 모조리 꺼내 보시지? 이래서야 너무 허무하게 끝나겠는데.”

“큭, 우쭐거리긴.”


[소환술 발동]

[묶여있던 흑호가 풀려납니다.]

[사용자 부가 효과: 호랑이 힘이 솟아 모든 능력치가 72(레벨)% 상승합니다.]

[에픽 몬스터 흑호가 전체 전투력의 72(레벨)%를 발휘합니다.]


쇠사슬을 칭칭 감고 있는 흑호가 나타나자, 관객들이 탄성을 뱉었다.


흑호는 경기장을 가득 메운 인파를 바라보며 낮고 길게 울었다.


“크르릉···. 뭐냐? 이 시정잡배들은.”

“이올. 당장 네 서방에게서 내려와. 거친 싸움이 될 테니까.”


이올이 폴짝 내려와 내 옆구리를 스윽 비집고 들어왔다.


“이제 우리 사이를 인정해주시는 건가요? 최령군 나으리?”

“됐고 거기 딱 붙어있어.”


[봉인 해제]


철컥- 철컥-


흑호를 옭아매던 수많은 쇠사슬이 풀어지며 바닥에 쏟아지듯 떨어졌다.


흑호는 고양이처럼 엉덩이를 한껏 들고 기지개를 쭉 폈다.


“최령군. 감당할 수 있겠어? 나를 이리 자유롭게 풀어줘도?”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야. 저 사무라이를 처리하려면 내가 가진 모든 수를 다 써야 하니까.”

“큭큭. 그 정도란 말이지? 얼마나 대단한 놈인지 한번 볼까?”


토쿠아쿠는 흑호를 보고서 카타나를 꽂아 넣고 오오타치를 빼 들었다.


“초오센노 카이부츠토라.(조선의 괴물 호랑이.) 예전부터 네 놈을 한번 베어보고 싶었다.”

“어이, 왜놈. 이 몸에게 잡아먹히는 걸 영광으로 알아라.”


활동에 제약이 없어진 흑호는 단숨에 뛰어올라 토쿠아쿠를 향해 돌진했다.


파앗-


흑호는 이마에 난 긴 상처 틈으로 흐르는 피를 혀로 핥았다.


“네 이놈···.”

“짐승 주제에. 네가 아무리 날고 뛰어봐야 짐승이다.”


흑호의 몸에 상처가 하나씩 늘어갈수록, 이올의 얼굴이 점점 찌푸려져 갔다.


이올은 엄지손톱을 입에 물고서 말했다.


“이러다간 서방님이 죽겠어요. 그만 불러들이시지요?”

“···아무리 100%가 아니라지만, 저 흑호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다니? 저 사무라이 놈 대체 정체가 뭐지?”

“최령군!”

“어, 어?”

“당장 서방님을 불러들이세요! 저러다 죽겠습니다!”


피를 뚝뚝 흘리는 흑호는 이제 시작이라며 날 뿌리쳤으나, 녀석을 강제로 다시 불러들였다.


토쿠아쿠는 칼에 묻은 호랑이 피를 털어내며 혀를 끌끌 찼다.


“최령군. 네 놈은 네가 가진 그 능력을 너무 허투루 쓴단 말이지.”

“···뭐라고? 아니, 그 문제를 떠나서···. 너 내 이름을 어떻게?”


토쿠아쿠가 오니 가면을 벗고 진짜 얼굴을 드러냈다.


“사카이 다로! 너냐 설마?”

“오랜만이군. 조선 제일의 박수무당.”


내 옛 제자 사카이 다로는, 세월의 풍파를 어떻게 피해 간 것인지 내가 기억하던 얼굴 그대로였다.


아니 그보다도, 120살은 족히 넘었을 텐데 어떻게?


사카이 다로는 놀란 얼굴을 하는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120살은 족히 넘었을 나이일 텐데 어떻게 이런 젊은 모습으로 아직도 살아있나 싶겠지?”

“···너, 뭐가 어떻게 된 거냐.”

“기억날지 모르겠네. 대관령에 열렸던 귀신문.”

“기억하다마다. 내가 죽은 날에 들었던 마지막 이야기니까.”

“거기에 아주 재밌는 약초가 있더군. 그 먼 옛날 진시황이 찾았다던 불로초를 찾은 거야.”

“불로초? 이 세상에 그런 건 없어.”

“지옥에서 돌아온 당신은 어떻고? 환생한 사람이 있는 마당에 불로초도 충분히 있을법하지 않나?”

“그래, 뭐···. 그건 그렇다 치자. 왜 내 목을 노리는 거냐? 넌 내 애제자였잖아? 내가 너한테 섭섭하게 한 것도 없고.”

“그게 바로 문제야!”


사카이 다로는 오오타치를 땅에 꽂고서 옷소매를 걷기 시작했다.


“당신은 너무 물러. 그러니 항상 손해만 보면서 살지.”


부쩍 예의가 없어진 제자의 말투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씨발 어이가 없네. 그래서? 네가 뭔 상관인데?”

“당신이 가진 그 봉귀함. 그건 그렇게 쓸 물건이 아니야. 네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란 말이지.”

“봉귀함이 탐나서 이런다고?”

“그것만 있으면 모든 이들을 무릎 꿇릴 수 있어. 생각해봐. 그 안에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강력한 귀신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지를?”

“넌 내가 가르쳐준 걸 다 까먹은 모양이네. 이 안에 봉인된 놈들은 이 세상에 대재앙을 몰고 올 힘이 있어. 그러니 가장 안전하게···.”

“그만! 당신은 그냥 겁쟁이일 뿐이야. 자신이 가진 힘을 스스로가 두려워하는!”

“이 새끼가 까먹은 게 하나 더 있네. 내 성격.”


사카이 다로는 자기 팔에 있는 흰 뱀 문신을 드러내며 소리쳤다.


“너야말로 내가 누군지 까먹은 것이 분명해!”


음양사의 주문을 외우자, 뿔 달린 흰 뱀이 놈의 뒤편에 나타나 똬리를 틀었다.


“사카이 다로···. 와타시노 타메노 쿠요오와 도코니 아루노카 ?(나를 위한 공양은 어디에 있는가?)

“아소코니 이루 미코오 쇼리시테이타다케레바,(저기 있는 무당을 처리해 주시면,) 카미사마가 만조쿠스루마데 사사게마스.(신께서 만족하실 때까지 바치겠습니다.)”

“요이.(좋다.)”


뿔 달린 뱀의 머리 위에 올라탄 사카이 다로를 올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후. 결국 이렇게까지 하겠다?”

“널 죽이고 봉귀함을 가져가겠다.”

“제자를 죽이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 없군.”


짤랑-


눈을 감으니 어디선가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짤랑-


어느덧 관객들의 환호성 소리도, 바람 소리도, 세상 만물의 모든 아우성이 멈추었다.


“오셨습니까? 염라대왕님.”

“이보라, 최령군. 임자 제정신이네? 내래 얼마나 바쁜지···.”

“저한테 빚진 게 있지 않으십니까? 그러니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염라대왕은 꼬장꼬장한 얼굴로 수염을 쓸어내렸다.


“어허, 이 아새끼래 보게. 상데의 은총을 받더니 이제는 자기가 상데가 된 줄 아는기야?”

“그래서 부탁을 드리는 거 아닙니까. 명령이 아니라.”


사카이 다로는 모든 것이 멈춘 세상을 바라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시간이 멈췄다? 그렇다는 말은···. 저게 진짜 염라대왕?”


명계(冥界)의 존경받는 재판장이자 가장 위엄있는 시왕인 염라대왕은 살아있는 자라면 누구나 공포를 느끼는 존재다.


그러나 야토노카미에겐 그런 공포 따윈 없어 보였다.


뿔 달린 흰 뱀이 입을 한껏 벌리고 염라대왕을 집어삼키려 할 때였다.


꽈악-


“이런 예의도 모르는 뱀 새끼! 거 아가리를 찢어주갔어!”


부왁-


염라대왕은 뱀의 아가리를 양손으로 부여잡고 그대로 둘로 쪼갰다.


신들 사이에서도 급이라는 것이 있다. 단순하게 말하면 신이라고 다 같은 신이 아니라는 말이지.


염라는 얼굴에 튄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


“인간들끼리 싸움에 신이 끼어들면 안되는 기야. 고건 임자도 잘 알지?”

“그런가요···?”

“쳇. 시치미를 떼기는. 내래 바쁘니 이만 가갔어. 나머진 임자가 알아서 하라우.”


볼 일을 마친 염라대왕이 돌아가자, 서서히 시간이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


믿었던 비장의 무기를 잃은 사카이 다로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젠장!”


마지막 발악하듯 내지른 오오타치를 작두칼로 가위질하듯 잘라냈다.


급히 카타나를 꺼내려는 사카이 다로의 목에 작두칼을 들이밀며 말했다.


“끝났다.”

“크윽···.”

“사람이나 죽이라고 너한테 검을 가르쳐준 것이 아니야. 잠깐 붙어보니 그동안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검사들로부터 교습을 많이 받아, 나보다 더 뛰어난 경지에 올랐다고 착각한 모양인데···. 넌 아직 멀었어.”

“말씀이 많군요. 죽이십쇼.”

“죽여? 내가? 왜?”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제 손에 당하실 테니까.”

“하하하. 물에 빠져도 입은 둥둥 떠오를 놈이로군. 하지만 널 죽이는 일은 없을 거야. 아까 심판이 말했잖아? 서로 죽이지 말라고.”

“···후회 안 하시겠습니까?”

“쯧쯧. 내가 바보인 줄 아나? 후회할 짓을 그냥 하게? 나도 다 생각이 있지.”


내 몸 안에 있는 봉귀함을 뒤져 허주(虛主)를 꺼냈다.


허주는 내 손에 머리가 붙잡혀 아등바등하며 악다구니를 썼다.


“이거 놔 이 새끼야!”


발버둥을 치는 녀석을 그대로 사카이 다로의 머리에다가 쑤셔 박으며 말했다.


“너도 잘 알고 있지? 허주라는 귀신이 얼마나 더러운 녀석인지.”

“아, 안돼! 스승님! 제발 그것만은!”

“조금만 수틀리는 짓을 했다간, 허주가 네 머릿속을 모조리 헤집어놓을 거다. 그러니 얌전하게 구는 것이 좋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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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 마왕성 토벌(3) 23.06.28 27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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