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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박수무당, SSS급 헌터가 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유진숙
작품등록일 :
2023.05.22 19:09
최근연재일 :
2023.07.17 13:05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25,300
추천수 :
476
글자수 :
328,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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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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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5화 사무라이 쇼다운(1)

DUMMY

내가 아무 말 없이 냅킨만 만지작거리자, 린코가 오줌이 마려운 사람처럼 꼼지락거렸다.


여러 종류의 물고기가 수족관 안을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비싼 횟집의 룸에 묘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스읍···.’


내 앞에 앉아있는 린코라 불리는 A급 일본인 헌터는 정말로 내가 아는 다로일까.


아닐 것이다.


뇌사한 현손의 몸에 빙의한 늙은 음양사의 영혼. 말이나 되나?


아니, 어쩌면 맞을지도?


정작 나 자신조차도 삼도천을 다시 거꾸로 거슬러 온 존재 아닌가.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붙잡고 확인을 위해 다소 유치한 질문을 꺼냈다.


“린코? 내가 좋아하던 노래 기억나나?”

“예? 스승님,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한국으로 급히 다시 온 것은···.”

“아니, 아니. 그건 이따 이야기하기로 하고. 내가 술 마실 때마다 부르던 노래가 기억나느냐고?”

“아···. 예···.”

“그래? 불러봐.”

“옛? 지금요?”

“말이 뭐가 이리 많나? 오랜만에 옛 제자가 불러주는 노래가 듣고 싶으니까 어서.”


린코의 목덜미로 식은땀이 주륵 흘렀다.


“뭣 하고 있느냐?”

“···오, 오빠는 풍각쟁이야, 아?”


나름대로 연구를 많이 한 모양이지만, 그녀가 부른 노래는 내가 죽고 한참 뒤에야 나온 히트곡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상하긴 했어. 스승이 죽은 날 만나서 했던 이야기를 잊어버리는 제자가 어디 있나?’


“오, 오빠는 심술쟁이야···. 뭐···.”


어설프게 노래를 부르며 시선을 피하는 린코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외쳤다.


“그만.”


타악-


아직 음식이 나오지 않은 식탁 위에 전어도를 올려놓고 다그쳤다.


“너 정체가 뭐냐? 어? 뭔데 내 옛 제자 흉내까지 내면서 나를 조사한 거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감지한 린코가 고개를 푹 숙였다.


“···저, 저기 사실은···. 짐작하셨겠지만, 저도 타이요 그룹 소속 헌터입니다.”

“그렇다면 더 이상하네. 분명히 내 멱을 따오라고 시켰을 텐데 왜 나를 보자고 한 거지? 계획까지 다 불어버리고? 무슨 꿍꿍이냐?”

“처음에는 한국에서 나타났다는 SSS급 헌터가 누군지 알아보라고 했었습니다. 그러다 조선 최강의 박수무당이었던 최령군의 환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토오카가미님께서 복수하시겠다며···. 제 수준으로는 상대가 안 되니까···. 일단 일본으로···.”

“잠깐만. 허둥지둥 막 지껄이지 말고 내가 묻는 말에만 대답해. 왜 나를 도와주는 건가?”


그녀는 식탁에 ‘쾅’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이마를 박으며 절을 했다.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응? 내가 지금 잘못 들었나? 제자로 받아달라고?”

“함께 강화도에서 사냥하면서 깨달았습니다.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불세출의 헌터라고! 제발 저를 제자로···.”

“그건 일단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중요한 이야기부터 나눠보도록 할까?”


린코의 머리를 살짝 받쳐 들어 올려주고 풋콩을 하나씩 까먹으며 물었다.


“타이요 그룹에서 보냈다는 사무라이가 몇 명이나 되는 거지?”

“아! 저를 빼고 총 6명입니다.”

“훗. 본인은 빼고?”

“전 싸울 생각이 없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강한 자인지 직접 본 적이 있기에···.”

“그러면 6명이 맞겠군. 다들 수준은 어느 정도지?”

“A급 5명 S급 1명입니다···.”

“S급 헌터까지? 이거 재밌겠군.”


인제 와서 그녀가 거짓을 고하진 않겠지만, 혹시 거짓 정보라도 상관은 없었다.


상대가 몇 명이든 모조리 쓰러뜨리면 그만이다.


‘몬스터들만 상대하는 건 아무래도 좀 시시하단 말이지. 가끔 이런 이벤트도 있어야 재밌지 않겠어?’


암살 시도는 전생에 이미 숱하게 겪어본 것이었다.


도리어, 벌써 내가 암살 위협까지 받는 거물이 된 것 같아 흥분감이 오르고 있었다.


스윽-


대충 어떻게 된 일인지 사태 파악이 끝나자마자 조용히 검을 챙겨 일어났다.


“자, 그럼 이만 헤어지도록 하지? 너도 나와 싸울 생각이 없다면 조용히 물러나라. 그게 아니면 당장 이 자리에서 베어버리겠다.”

“예? 잠, 잠까···.”

“기회를 줄 때 잡도록. 이건 너에게 내가 주는 마지막 자비다.”

“쇼오쇼오 오마치쿠다사이!(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린코는 품 안에서 화려한 벚꽃 문양이 새겨진 탄토(短刀)를 꺼내 건네주었다.


검을 다루는 자들 사이에서 본인 소유의 검을 남에게 맡긴다는 것은 엄청난 의미가 있는 행위였다.


“···정말로 내 제자가 되겠다고? 이렇게 충성 맹세까지 해서?”

“저를 좀 살려주십시오. 타이요 그룹은 배신자들을 용서하지···.”

“그건 어딜 가도 똑같아. 배신자가 좋은 취급 못 받는다는 건. 흐음, 어쩐다.”


우웅-


고민하는 사이, 그녀의 휴대폰이 맹렬하게 울렸다.


“받아. 스피커폰으로.”


린코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모, 모시모시?(여, 여보세요?)”


스피커에서 낮고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사카이 린코. 시고토와 오왓타카나?(일은 끝났나?)

“마다데스···.(아직이요···.)”

- 난시테루노?(뭐하고 있어?) 모쿠효오와 앗타노?(목표는 만났어?)

“하이···.(네···.)”

- 하, 시카타나이네.(어쩔 수 없네.) 와타시가 쇼리스루요(내가 처리하겠어.) 오센휘이루도니 유우인세요.(오염 필드로 유인해.)


뚝-


휴대폰을 챙기는 그녀의 손목 위쪽으로 뱀 꼬리 같은 문신이 살짝 드러났다.


“잠깐만. 너 그 팔에 문신은?”

“앗!”


린코가 소매를 빠르게 여몄다.


“저 그러니까···.”

“제대로 좀 보여주겠어? 확인할 것이 있어서 그래.”


나의 요구에 린코가 팔목을 슬금슬금 걷었다.


손목 위부터 어깨 아래까지 팔을 휘감고 타는 뿔 달린 흰 뱀.


“···남들이 보기에 흉하지만, 저희 가문에선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이 문신은 언제 한 거지?”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잘 모르겠습니다. 언제 이런 문신을 했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넌 그 뱀이 무슨 뱀인지 모르는 눈치로군?”

“브라질에서 나고 자라서 일본 문화는 잘 모릅니다.”

“사카이(酒井)? 너 성이 사카이라고 했지?”

“예? 예···.”

“그랬어. 그랬군. 타이요 그룹에서 왜 널 첩자로 보낸 건지 인제야 알겠군.”


뿔 달린 흰 뱀은 옛 제자 사카이 다로가 집안 대대로 모시던 신이었다.


신사를 짓고 신을 모시는 다른 음양사들과 달리, 야토노카미를 섬기는 사카이 가문은 본인의 몸에 직접 모시기로 유명했다.


‘치밀한 놈들. 내 의심을 덜 사려고 준비를 아주 철저히 했구먼. 그래도 옛 제자의 후손이니 외면할 수는 없겠어.’


탄토를 안주머니에 찔러넣고 린코를 일으켜 세웠다.


“일어나. 널 지켜주도록 할 테니까.”

“정말입니까? 그렇게 완고하시더니 무슨 연유로···.”

“넌 네가 연기하던 다로의 후손이야. 확실해. 그러니까 널 돕는 게 옛 스승으로 해야 할 도리겠지.”

“제가 그 음양사의 후손이라고요?”

“그 뱀의 이름은 야토노카미(夜刀神). 네 팔에 있는 문신은 문신이 아니야. 네 몸에 잠들어있는 신의 형상이지.”

“신? 야토노카미?”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지. 일단 앞장서. 근처 적당한 커럽션 필드로 가자.”


코앞에 당도한 사무라이들과의 결전은 새로 얻은 성좌의 버프를 시험해보기 딱 좋은 무대였다.


***


근처를 배회하던 고블린과 오크 무리를 가볍게 쓰러뜨리고 근린공원에 앉아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 옆에 앉아있는 린코를 향해 손목시계를 두드렸다.


“늦는걸. 위치를 잘못 알려준 것 아니야?”

“아니요. 제대로 알려주었습니다.”

“늦어도 너무 늦는데. 놈들이 네가 배신했다는 걸 미리 눈치챈 걸까?”

“그건 아닐 겁니다. 아무리 정보력이 뛰어난 타이요 그룹이라도 그렇게 빨리···.”


그녀가 열심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하던 때였다.


붉은색의 오니 가면을 쓰고 두 자루의 검을 찬 헌터가 공원에 나타났다.


‘사무라이 나리께서 드디어 납셨군.’


나와 린코를 번갈아보던 헌터는 검을 뽑고 전투 태세를 갖췄다.


“유이곤조오오 카쿠지칸가 히츠요오나노?(유언장을 쓸 시간이 필요한가?)”


전어도를 뽑아 들고 벤치에서 일어나 놈의 목을 향해 겨누었다.


“어이. 여긴 한국이야. 한국말로 할 거 아니면 그 아구창은 좀 다무는 것이 어때?”

“소문대로 성격이 괴팍한 노인네로군.”

“뭐? 노인네? 지금 네 눈엔 내가 노인네로 보이나?”

“지옥에서 돌아온 바케모노!(괴물!)”


슈욱-


사무라이가 휘두른 카타나를 한 손으로 가볍게 붙잡았다.


“속도는 좋지만, 힘이 좀 부족한걸?”


스르륵-


그 순간 내 앞에서 낑낑거리던 적의 형상이 흐릿해지며 사라졌다.


“···환각!”


촤악-


등짝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쇠붙이의 감각에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사무라이는 카타나를 타고 흐르는 피를 털어내며 웃었다.


“후후후. 듣자 하니 우리 타이요 무사단의 선배들을 많이도 베어 넘겼다지?”

“얕은수를 쓰다니···.”

“검술 실력은 선배님들이 우리보다 한 수 위일지 몰라도 우리도 만만찮아. 아직 제대로 여물지 못한 SSS급 따위는 우리에게···.”


[체력 회복량 500% 발동.]


가벼운 등짝의 자상은 이미 다 아물어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치되어 있었다.


“나니?(뭐야?)”

“재밌네. 한 번 더 해볼래? 네 놈의 그 얕은수.”

“오호라. 체력 회복 특기가 있으셨군?”


사무라이가 뽑은 두 번째 검은, 처음에 쓰던 것보다 짧고 검은 날을 가진 검이었다.


‘암기(暗器)인가? 저런 검을 뽑았다는 건 정면 승부는 하지 않겠다는 말이겠고···.’


예상대로 적은 베어낸다는 느낌보다는 찌른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공격을 시도해왔다.


쇽-


여러 차례 공방 끝에 사무라이의 어깨엔 깊고 큰 상처가 남았다.


그는 남은 힘을 쥐어짜 나의 허벅지를 가볍게 찌르고 쓰러졌다.


적은 이미 크게 다치어 더 이상 싸울 수 없게 되었음에도, 본인이 이긴 것처럼 호쾌하게 웃었다.


“하하핫!”

“뭐가 그리 웃겨?”

“오와리다.(끝이다.)”

“오와리? 뭔가 착각하고 있나 본데 넌 이미 졌어.”

“너 같은 놈들이 우리 사무라이의 육참골단 정신을 어찌 알겠나.”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 근데 이걸 어쩌나? 아무래도 실패한 거 같은데? 이건 일반인도 금방 나을 정도로 얕은 상처잖나.”

“네놈은 아직도 본인이 어떤 상황인지 이해를 못 하는 모양이군?”


가여운 녀석.


내가 지금 적당히 어울려주는 줄도 모르고 해냈다는 뿌듯한 표정을 짓는 꼴이라니.


1분. 2분. 3분.


시간이 지날수록 사무라이의 안색이 어두워져 갔다.


[모든 상태 이상 면역 발동]


“뭔가 이상하지?”

“···말도 안 되는?”

“흥. 그 조그마한 검에다가 독을 묻혀놨을 거라는 건 세 살짜리도 알겠다.”

“만독불침인가!”

“그럼 끝을 보도록 할까?”


바닥에 쓰러져 피 흘리던 놈이 린코를 향해 소리쳤다.


“난시테루노?(뭐해?) 미테바카리 이나이데 타스케테쿠레(보고만 있지 말고 도와줘!)”


그녀는 한때 동료였던 자의 처절한 도움 요청에도 시선을 돌리며 애써 무시했다.


파샥-


승부를 마무리하는 참격을 맞고 쓰러진 사무라이가 린코를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우라기리모노···.(배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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