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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박수무당, SSS급 헌터가 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유진숙
작품등록일 :
2023.05.22 19:09
최근연재일 :
2023.07.17 13:05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25,294
추천수 :
476
글자수 :
328,941

작성
23.07.05 13:48
조회
212
추천
5
글자
12쪽

48화 레비아탄(2)

DUMMY

두근- 두근두근- 두근두근두근-


무당의 굿판을 고조시키는 무악(巫樂) 소리처럼 그레트헨의 심장 박동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넌. 살아있는 거 맞지?”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갑자기? 이것 좀···.”

“묻는 말에 대답해줘. 너 정말 살아있는 거지?”


사뭇 진지한 말투로 묻는 최준원의 말에 그레트헨도 한껏 누그러져 가만히 안아줄 뿐이었다.


자애로운 보살님처럼. 혹은 인자한 어머니처럼. 어쩌면 다정한 연인처럼. 그것도 아니라면 스스럼없는 친구처럼.


그레트헨은 잠시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히 그대로 최준원의 품에 안겨있었다.


“느껴지지? 이 심장 박동 소리. 난 살아있어.”

“···다행이다.”


내가 신병에 시달리던 때는 6살 아이였을 때다.


물속에 있는 것처럼 불안하던 마음을 진정시켜준 것은 어머니의 따뜻한 품속이었다.


‘아뿔싸. 내가 지금 무슨 짓을! 무의식중에 나도 모르게 그만.’


나는 황망함과 부끄러움을 느끼며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미, 미안해. 나도 모르게···.”

“안아주는 것 정도야 언제든 해줄게. 근데.”

“어···?”

“식탁은 당장 치워.”

“···알았어. 저기 말이야.”

“또 뭐야?”

“고마워.”

“고마워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어.”


그레트헨은 적당히 물기가 적셔진 행주를 건네주며 말했다.


“넌 닦기만 하면 된다는 거지. 아, 맞다.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조금 있으면 판밍웨이랑 황옥 공주가 저녁거리를 사서 들어올 테니까.”

“그래. 서둘러야겠네.”

“난 좀 씻고 나올게. 식탁 치우는 김에 청소도 부탁해.”


하얀 행주로 검은 콜라를 슥슥 훔치고 난 뒤 냉장고에 남은 콜라를 집어넣으며 생각했다.


‘다음에 현충원을 찾아갈 땐 소주 말고 콜라를 사서 가야겠어.’


***


거실에선 세 여인이 자리를 잡고 드라마를 챙겨보고 있었다.


애매하게 3화부터 시작된 드라마를 보던 황옥 공주가 화이트보드를 나머지 두 명에게 들이밀었다.


-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어. 저 남자는 왜 저 여자 앞에서 쩔쩔매는 거야?


그레트헨은 자기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반면 판밍웨이의 입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는 것인지, 그녀는 그레트헨과 황옥 공주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A가 B를 좋아하는데 알고 보니 C도 B를 좋아했고 어쩌고저쩌고.


판밍웨이의 이야기를 건성으로 들으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릴 때였다.


우웅-


“박두엽 씨?”

- 파우스트 씨.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서울로 올라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아니지. 올라오십시오.

“예? 아직 일이···.”

- 국장님 지시입니다. 레비아탄 건은 타이요 그룹에 양보했습니다.

“뭐라고요?”

- 내일 아침 바로 출발하십시오. 차는 두고 갔으니 제 차를 타고 오시면 될 겁니다. 차 키는 제방에···.

“잠깐, 잠깐만요. 어떻게 된 일입니까?”

- ···사정이 좀 있습니다. 파우스트 씨에겐 말씀드리질 못할.

“후우···. 일단 알겠습니다.”

- 일단? 다른 마음 품지 마십시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건 국장님 지시입니다.

“국장님 말이죠? 알겠습니다.”

- 제발 사고 치지 마십시오···.


뚝-


판밍웨이가 시선은 TV에 고정한 채 말을 건넸다.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네.”

“박두엽 전화야. 우리더러 내일 아침에 서울로 복귀하라는군.”

“뭐? 아직 레비아탄을 잡질 못했는데?”

“타이요 그룹에 일을 넘겼다네. 흠.”

“뿌 꽁핑!(불공평해!) 우리가 먼저 맡은 일인데! 그래서 어쩔 거야?”

“어쩌긴. 검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너는?”

“후후후. 우리 생각보다 잘 어울리네? 나도 같은 생각을 하던 참이었어.”

“그레트헨 넌 어쩔래?”


황옥 공주와 화이트보드로 이야기를 나누던 그레트헨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침이 복귀라고 했지? 그렇다는 이야기는 오늘 밤까지는 우리 자유라는 말이지.”

“지금 당장 레비아탄을 처치하러 출발하자는 말이겠군. 한데···.”

“놈이 어디 숨었는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어째서?”


그레트헨이 고개를 돌려 화이트보드를 보여주었다.


- 레비아탄은 여기로 오고 있어.


“뭐라고?”


- 미리 마중이라도 나가야 하는 거 아닐까?


“그걸 말이라고 해? 당장 출발하자.”


***


왜애애애애앵-


부산 전역에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 군인들이 모래주머니를 한가득 싣고 급히 이동하고 있었다.


“거 아지매! 내가 먼저 왔다 아이가? 어?”

“차가 천지빼까리고마, 좀 먼저 타믄 어때서?”

“자, 진정들 하시고.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질서정연하게 타 주십시오.”


군인들의 안내에 따라 부산 시민들이 군용차에 올라타 고지대를 향해 대피하고 있었다.


‘올 것이 왔군.’


저 멀리 어두운 밤바다의 수평선이 점점 높아지며 부산을 향해 거침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레트헨은 여태껏 본 적 없는 엄청난 규모의 재해 앞에서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저렇게 큰 파도에 집어삼켜지면 부산은 끝장이야.”

“큰일이군.”


태연한 척하곤 있다만, 사실 놀란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방법 없겠어? 파우스트?”

“방법이라···.”


다리를 꼬고 앉아 먼바다를 응시하는 황옥 공주를 바라보며 외쳤다.


“뭐라도 해봐. 여기 앞바다는 네 구역이잖아.”


- 내가 일으킨 해일이면 모를까. 이건 나도 어쩔 도리가 없네.


“젠장. 이대로 있다간 부산 전체가 물에 잠기겠어.”


뭐라도 해야 한다.


아니, 뭐라도 해야만 했다.


조금씩 밀려 들어오는 바닷물을 향해 조금씩 바다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 뭐 하려고?


“그 녀석을 불러내야지.”


- 그 녀석? 누구?


“이무기. 녀석이라면 저 거센 파도를 막아줄 수 있을 거야.”


[소환술 발동.]

[이무기가 쉭쉭 거리며 당신의 부름에 응합니다.]


진짜 용인 경강적룡을 소환하는 것이 더 확실한 방법이었겠으나, 흑호와 마찬가지로 내게 적대심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녀석보다는 이무기가 나은 선택이었다.


현재 상황으로 미루어보건대, 녀석과 입씨름하고 있다간 손쓸 새도 없이 부산이 모조리 잠겨버릴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용은 아니지만 비교적 용에 가까운 존재인 이무기도 해일 정도는 막을 힘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협조적이라는 점에서 다루기 더 쉬웠다.


소환된 이무기는 근처의 아무 건물을 타고 올라 똬리를 틀고서 말했다.


“최령군! 언제 나를 불러주나 기다리고 있었다.”

“도 닦는 일은 잘 되어가?”

“후후후. 앞으로 471년 남았다.”

“아직도?”

“‘아직도’라니? ‘벌써’지.”

“하긴. 벌써 2번이나 실패했던 너한테는 짧게 느껴지는 시간이겠지.”

“큭큭. 그렇지.”

“수행하느라 몸이 근질근질했을 텐데 바깥바람 쐬는 김에 나 좀 도와주라.”

“다른 누구도 아니고 네 부탁인데 기꺼이 도와줘야지. 자, 내가 뭘 하면 될까?”

“저기 몰려오는 파도 보여?”


이무기는 혀를 날름거리며 바닷바람을 맛보았다.


“그렇군. 규모가 장난 아닌데? 아무리 못해도 저기 금련산 중턱까진 물이 차오르겠어.”

“저걸 좀 막아줘.”

“알았어.”


쿵- 쿵- 쿵-


건물에서 내려온 녀석이 꼬리로 바닥을 후려치자, 바다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잠잠함을 되찾고 있었다.


이무기가 바다를 달래는 의식을 거행하던 도중, 엉뚱하게도 다른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센토오주비!(전투 준비!)

“오로치오 코로세!(오로치를 죽여라!)


레비아탄과의 결전을 위해 모여있던 타이요 그룹의 헌터들이 이무기를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무기는 쏟아지는 마법과 달려드는 검사들의 공격을 받아내며 성가시다는 듯 긴 송곳니를 드러내 호통쳤다.


“저리 꺼져! 내 성질 돋우지 말고! 나 지금 중요한 일 하는 거 안 보여?”


녀석이 반격하지 않고 저리 화만 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이무기가 사람을 해칠 경우, 수행은 다시 0년으로 돌아간다.


즉, 괜히 나서다 일이 잘못되면 지금까지 버틴 529년이 허사가 된다는 말이다.


나는 이무기와 싸워본 적이 없다.


수많은 실패를 겪어본 이무기는 바로 오늘 같은 일로 인해 수행이 무(無)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여, 자발적으로 봉귀함에 봉인되기를 자청했던 녀석이었다.


수행에 있어 최적의 장소를 빌려주고 대신 내가 필요할 때 힘을 빌려준다.


이것이 나와 이무기의 계약 내용이었다.


이대로 계속 타이요 그룹이 이무기를 방해하도록 둘 수 없었다.


“멈춰! 녀석은 우리 편이야. 해일을 막고 있는 거라고!”


나의 외침에도 타이요 그룹의 헌터들은 공격을 멈출 줄 몰랐다.


“이 개자식들이. 내 말은 말 같지 않다 이거지?”


전어도를 뽑아 들고 산비탈을 내려가려는 순간, 판밍웨이가 나의 허리를 붙잡았다.


“샤오밍?”

“네가 말했잖아. 그냥 헌터도 아니고 SSS급 헌터가 문제 일으켜서 좋을 것 하나 없다고.”

“···문제 일으킬 생각은 없어. 정중하게 그만두라고 설득할 생각이야.”

“그런 거라면 내가 할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던 판밍웨이가 순식간에 용으로 변신해 이무기의 앞에 떠올랐다.


“그만두지, 그래?”


그녀의 위엄 넘치는 목소리에 대장으로 보이는 타이요 그룹 사무라이가 오니 가면을 고쳐 쓰며 한걸음 물러섰다.


“파, 판밍웨이!”

“여기 있는 뱀은 우리 편이야. 그러니 공격을 멈추고 다가올 레비아탄을 어떻게 처리할지나 고민하는 게 어때?”

“키에로!(꺼져!)”

“흐응. 뭐라는 건진 몰라도 지금 나랑 해보겠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겟아웃 쿠다사이.(꺼져 주세요.)”


다른 말은 몰라도 ‘겟아웃’이라는 말은 알아들은 판밍웨이가 서슬 퍼런 긴 송곳니를 드러내며 몸을 잔뜩 비틀었다.


“겟아웃? 간땡이가 부었네?”


기세등등하던 사무라이들의 용이 뿜어내는 엄청난 적의에 바짝 얼어붙어 공격을 멈추었다.


“코노 조세에와 와타시타치가 난토카 시테미루 아이테데와 나이.(이 여자는 우리가 어떻게 해볼 상대가 아니다.) 토리아에즈 시리조코오.(일단 물러나자.)”


판밍웨이의 도움으로 이무기의 의식은 방해 없이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이무기의 소환을 해제하고 잠잠해진 바다를 바라보며 그녀에게 말했다.


“덕분에 귀찮은 일을 단번에 해결했네. 고마워.”

“얘 좀 봐라. 무슨 일이 다 끝난 것 같이 말하네.”

“응?”

“이제 시작이야. 저길 봐.”


판밍웨이는 자신이 쓰고 있던 쌍안경을 건네주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쌍안경 너머로 칠흑같이 어두운 검은 바닷물에서 어인족들이 수면 위로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다.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숫자의 무리 가운데 어떤 여자가 있었다.


온몸에 돋아난 비늘, 엉덩이 뒤로 뻗은 꼬리, 뱀처럼 날카로운 동공을 가진 파랗게 빛나는 눈.


누가 봐도 저 여자가 바로 레비아탄이었다.


“겁대가리를 상실했군. 물고기 주제에 뭍으로 올라와? 육지에서의 싸움이 어떤 건지 한 수 가르쳐 주도록 하지.”


전어도를 어깨에 걸치고 레비아탄이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나아갔다.


마침내 도착한 전쟁터.


광안리 앞에 펼쳐진 수영만 바다는 피로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저마다 각기 다른 목적으로 모인 다국적 헌터 연합과 레비아탄이 이끄는 어인 군단의 전쟁이 한창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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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이직 23.07.08 202 5 12쪽
50 50화 레비아탄(4) 23.07.07 201 5 13쪽
49 49화 레비아탄(3) 23.07.06 204 5 12쪽
» 48화 레비아탄(2) 23.07.05 213 5 12쪽
47 47화 레비아탄(1) 23.07.04 223 5 12쪽
46 46화 고래 사냥 23.07.03 217 5 12쪽
45 45화 바다의 눈 +1 23.07.02 219 6 12쪽
44 44화 동백섬 인어공주 23.07.01 237 6 12쪽
43 43화 불길한 예감 23.06.30 252 6 12쪽
42 42화 제3차 대격변 23.06.29 278 6 12쪽
41 41화 마왕성 토벌(3) 23.06.28 270 6 12쪽
40 40화 마왕성 토벌(2) 23.06.27 27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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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홀리고 홀리는 관계 23.06.25 291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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