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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박수무당, SSS급 헌터가 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유진숙
작품등록일 :
2023.05.22 19:09
최근연재일 :
2023.07.17 13:05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25,290
추천수 :
476
글자수 :
328,941

작성
23.06.23 12:10
조회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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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36화 사무라이 쇼다운(2)

DUMMY

달이 저물어가는 깊은 밤.


피비린내 나는 전투는 막바지를 향하고 있었다.


다섯 번째로 덤벼든 A급 헌터에게 칼을 겨누고 말했다.


“괜히 타향땅에서 개죽음당하지 말고 항복해라.”

“후자케루나.(웃기지 마라.) 테키노 도오조오와 이라나이(적의 동정은 필요없다.)”

“···어쩔 수 없군. 날 원망하진 마라.”


말은 그렇게 했어도 그를 죽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쩌억-


거구귀(巨口鬼)가 입을 크게 벌려 적을 집어삼켰다.


“잘 먹겠습니다.”


덥석-


녀석의 입안엔 아직 숨이 붙어있는 사무라이 4명이 들어있었다.


‘다 끝나고 관리국에 넘겨줘야지. 명성황후를 시해하고도 멀쩡히 시내를 걷던 타이요 놈들이라 별 소용이 있을까 싶지마는···.’


땅속으로 돌아간 거구귀를 바라보며 수돗가에서 목을 축였다.


벌컥- 벌컥-


커럽션 필드라는 이름에 맞지 않게 수돗물은 맑고 시원했다.


‘무사는 정정당당해야 하니 어쩌니 하면서 허세 떨기는···. 목 닦고 쉬고 있으라고? 누가 할 소리?’


자신을 겐게츠라고 소개한 S급 헌터의 도착까지 아직 20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우웅-


아직 물이 나오는 수돗가를 찾아 검에 묻은 피를 닦아내는데, 그레트헨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 옛 제자를 만나러 간다더니 새벽 늦게까지 뭐 하는 거야? 연락도 없고.

“잠깐 할 일이 있어서. 생각보다 좀 늦어졌네.”

- 할 일? 물소리는 뭐야?

“잠깐 화장실 왔어.”

- 목소리를 들어보니 술 마시고 있는 거 아닌 것 같은데?

“아, 중요한 거 아니야. 거의 다 끝났으니까 금방 돌아갈게. 나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 기다리기는 누가 기다린다고 그래?

“내가 하도 안 오니까 전화한 거 아니었어?”

- 그, 그냥 뭐하나 싶어서 전화해본 거야. 네 딸도 기다리고 그러니까!

“그래? 금방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 명옥이한테도 나 기다리지 말라고 해.”

- 걱정 안 했어! 아, 몰라. 들어오든 말든 알아서 해!


뚝-


“아이고야. 귀청 떨어지겠다.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나···.”


전화를 끊고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는 내게 린코가 말을 걸어왔다.


“저기 스승님···?”

“응? 언제 내가 네 스승이 됐냐?”

“그렇게 된 것 아니었나요? 그래서 절 받아주신 게···.”

“적보다 더 괘씸한 것이 바로 배신자야. 넌 이미 나에게서 한번, 저 암살자들로부터 두 번. 두 번이나 배신한 사람이라고. 그런 녀석을 제자로 받아줄 수 있겠어?”

“···그리 말씀하시니 할 말이 없네요.”


나를 완전히 자기편이라고 착각했던 것인지, 그녀의 얼굴에 실망감이 가득해졌다.


“그런데 왜 저를 데리고 다니시는 겁니까? 단순한 미끼 용도입니까?”

“아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야. 아까 내가 야토노카미에 대해서 말했었지? 기억나?”

“예.”

“타이요 그룹에서 너에게 다로 흉내를 내게 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어. 다로도 너랑 똑같이 팔에 뱀이 살고 있었거든. 거기다가 얼굴도 묘하게 닮았으니 내가 의심하지 않으리라 본 것이지.”

“그래서 절 도와주시는 거군요. 제가 옛 제자의 후손이라···.”


무언가 생각에 잠긴 린코 옆에서, 검의 물기를 닦아내며 말을 걸었다.


“그건 그렇고 토우아쿠라는 녀석 직접 본 적이 있어?”

“딱 한 번이요.”

“SSS급이라던데 무슨 기프트인진 모르고?”

“그 남자가 직접 싸우는 걸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그렇겠군. 그자를 어떻게 해야 해결이 되겠는데···.”

“···이제 어쩌실 겁니까?”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너야말로 이제 어쩔 거야? 내가 천년만년 지켜줄 순 없는 노릇이야. 그렇다고 관리국에 사정을 말하고 데려올 수도 없고···.”

“저도 나름대로 생각해놓은 것이···.”


파직- 파직-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둠이 걷히며 엄청난 전류가 느껴졌다.


하얀색 오니 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가 천으로 감싼 기다란 검집을 왼손에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최령군?”

“네 놈이 겐게츠겠구나?”

“그렇습니다. 보아하니 린코는 그쪽에 붙은 것 같더군요.”


겐게츠는 천에 감싸져 있는 오오타치를 뽑으며 린코에게 협박했다.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배신자는 일이 다 끝나고 처리할 테니까.”

“할 수 있으면 해보시지? 여기 있는 한국인 헌터는 네가 어찌해볼 그런 상대가 아니야.”

“풋. 그거야 두고 보면 알겠지.”


그는 오오타치 검날에 잔뜩 번개를 심고서 가볍게 휘둘렀다.


검 끝에서 흘러나오는 번개가 내 뒤에 서 있는 나무를 순식간에 불태웠다.


번개 스쳐 지나가면서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것이 느껴졌다.


“위험했네. 하마터면 전기 통구이가 될 뻔했어.”

“생각보다 재빠르군? 하지만 번개보다 빠를 순 없지!”


겐게츠가 다시 한번 검 끝에 번개를 모으는 동안 옥추경을 빠르게 읊었다.


몸속에 가둬놓은 귀신이나 요괴와 달리, 신격인 존재를 불러내려면 나름의 절차가 필요했다.


‘이런 적을 상대하기에 안성맞춤인 분이 계시지.’


“뇌제께서 덕을 널리 베푸시니 군생이 일어나고 삼계의 영령들이 귀를 기울여서 들이지어다.”


파지직- 파직-


경문을 다 읽고 나니 천지에 번개가 마구 내려치기 시작했다.


[소환술 발동]

[낮잠을 자던 뇌사(雷師)가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내려옵니다.]


낫과 망치를 든 뇌사가 새 부리를 딱딱거리고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이 최가놈. 웬일이냐? 이런 잔칫상에 나를 다 초대하고.”

“허허···. 잔치라니요?”

“지금 눈앞에 저런 산해진미가 있는데 어찌 잔치가 아니겠나? 엉?”


뇌사는 내가 뭐라고 부탁을 하기도 전에 날개를 쫙 펴고 겐게츠를 향해 날아갔다.


깡-


지지직-


번개를 다루는 신령은 튀어 오르는 스파크를 온몸으로 흡수하며 입맛을 다셨다.


“쿡쿡쿡. 어디서 이런 녀석을 다 찾았대? 기특하게.”


자신이 한 끼 식사쯤 취급받는 것에 기분이 상한 겐게츠가 거칠게 그를 밀어내며 소리 질렀다.


“귀신을 다룬다더니 신령도 불러낼 수 있을 줄이야! 크윽···. 칸탄자 나이토 오모우다케도···.(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일본에서 번개를 다루는 녀석은 라이진 하나면 충분해!”


뇌사에겐 형제가 두 명 있다. 중국의 뇌공, 한국의 뇌사, 일본의 라이진.


쌍둥이 형제인 뇌공, 뇌사와 달리 막내인 라이진은 도깨비 혹은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것이 특징이었다.


뇌사는 겐게츠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기를 혀로 핥으며 번개의 사무라이를 꾸짖었다.


“번개는 상제님이 우리 삼 형제에게 주신 특별한 힘! 인간 따위가 가지기엔 너무 강대한 힘이다. 지금 즉시 회수해가도록 하지.”

“크윽! 바케모노!(괴물!) 시네!(죽어라!)”


쿠르릉- 파직-


S급 헌터가 가진 번개의 힘은, 당연하게도 번개의 신령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다.


뇌사는 굉음을 내며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 줄기를 나물 뜯어 먹듯 씹어 넘겼다.


“어, 어···. 엇!”


겐게츠는 순간적으로 번개의 힘을 모조리 상실하고서 우왕좌왕했다.


“한눈을 팔면 안 되지! 사무라이 양반.”


퍼억-


무방비 상태에 놓인 그에게 어퍼컷을 날렸다.


“크억!”

“쯧쯧. 능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니까 이 꼴을 당하지.”


뇌사가 바닥에 고꾸라져 기절한 그를 발로 툭툭 차며 말했다.


“이렇게 해놓으니까 꼭 물밖에 난 물고기 같구나. 하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뇌사님.”

“감사할 필요 없어. 나도 덕분에 맛있는 거 많이 먹었으니까.”

“만족하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럼 잘 놀다 간다. 다음에 또 보자고.”


기절한 겐게츠를 집어삼키는 거구귀를 보며 그레트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레트헨.”

- 으, 응? 뭐야···.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보아 방금 잠에서 깬 것 같았다.


“내가 깨운 거야? 미안해.”

- 잠깐만···.


부스럭- 부스럭-


휘이잉-


휴대폰 너머로 바람 소리가 조용하게 들려왔다.


- 하암. 어디야?

“여기 주안역 근처 커럽션 필드거든? 좀 데리러 와줄래?”

- ···하기 싫다고 찡찡거려도 소용없겠지? 잠시만 기다려. 바로 출발할 테니까.


***


다음 날 아침상에는 나와 허명옥 둘만 앉아 있었다.


그레트헨이 새벽부터 타이요 그룹 소속 헌터들과 린코를 데리고 관리국으로 떠났기 때문이었다.


비몽사몽 하는 얼굴로 국을 뜨다마다 하는데 그녀로부터 문자가 왔다.


‘붙잡힌 헌터들은 간단한 응급처치를 받고 일본으로 송환했음. 우리 쪽에서 따로 처벌할 방법이 없어서 일본 헌터 협회로 넘겼음. 린코라는 여자는 국장과 면담 후 현재 관리국 내에서 보호 중임.’


예상대로 미적지근한 결과였다.


“에휴. 내 이럴 줄 알았다. 나중에 토오카가미라는 놈과 반드시 담판을 내야겠어. 그래야 끝날 악연이야.”


혀를 끌끌 차는 내게 허명옥이 시원한 물을 따라주며 말했다.


“별 수확이 없으셨나 보네요.”

“너도 잘 알지? 타이요 무사단 놈들이 얼마나 교묘한지.”

“타이요 그룹의 실권자들이 무사단의 후예들이었을 줄이야···.”

“흐음, 그놈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더구먼.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그녀는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내 몸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있었다.


“뭐하냐?”

“아빠.”

“응?”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

“나를 뭐로 보고? 내가 그런 초짜들에게 당할 사람처럼 보이느냐?”

“그건 절대 아니고 그냥 걱정되어서요.”

“넌 신경 쓰지 말거라. 내가 다 알아서 하마.”


아침상을 무르고 한가로이 차를 마시며 겨울 산의 풍경을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허명옥이 잠시 볼일을 보러 집을 나간 사이, 그녀의 제자가 찾아와 급히 스승을 찾았다.


“대사부님. 혹시 스승님 못 보셨습니까?”

“응? 너에게 무슨 말도 안 하고 갔더냐?”

“예. 손님이 찾아오셨는데 안보여서···.”

“손님? 누구?”

“사저(師姐)께서 찾아오셨습니다.”

“금방 돌아온다고 했으니 잠시 들어와서 기다리라고 해라.”

“예.”


잠시 후, 롱패딩을 입은 여자가 내가 있는 사랑채로 불쑥 들어왔다.


고양이 귀에 한쪽 눈을 안대로 가린 것이 예사로운 인물은 아닌 듯싶었다.


“안녕? 누군진 몰라도 반가워.”

“···뭐야 이 여잔?”


뒤늦게 따라온 제자가 급히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사저! 이게 지금 무슨 결례입니까? 이분은 저희의 대사부입니다. 말씀을···.”

“응? 대사부라고? 스승님의 스승?”

“예. 그러니까···.”

“아니 잠깐만. 이 꼬맹이가? 말도 안 돼.”

“예? 말이 안 될 건 또 뭐랍니까.”

“봐. 끽해야 스무 살 초반? 엄청나게 어리잖아. 그렇다고 엘프도 아닌 거 같은데?”


골이 울리는 듯 까랑까랑한 손님의 목소리에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빈자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저기. 내가 지금 잠을 못 자서 굉장히 컨디션이 안 좋으니까, 그냥 여기 앉아서 조용히 기다리면 안 될까?”


허명옥을 기다리는 동안, 사매(師妹)로부터 모든 사실을 전해 들은 그녀가 허둥지둥거렸다.


“저, 저! 대사부님. 몰라뵈어서 죄송합니다!”

“아니야, 아니야. 몰라뵙는 게 당연하지. 그리 큰 잘못 아니니까 어서 일어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름이 뭐지?”

“강윤서라고 합니다!”

“그래, 윤서야···. 넌 뭐 하는 사람이냐?”

“아, 저 말씀이십니까? 저, 여기···.”


강윤서가 건네준 명함에는 ‘카페 페코페코 실장 강윤서’라고 적혀있었다.


‘카페 페코페코···? 이건 또 무슨 신문물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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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화 제3차 대격변 23.06.29 278 6 12쪽
41 41화 마왕성 토벌(3) 23.06.28 270 6 12쪽
40 40화 마왕성 토벌(2) 23.06.27 269 7 12쪽
39 39화 마왕성 토벌(1) 23.06.26 290 7 12쪽
38 38화 홀리고 홀리는 관계 23.06.25 290 8 12쪽
37 37화 카페 페코페코 23.06.24 304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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