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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박수무당, SSS급 헌터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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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진숙
작품등록일 :
2023.05.22 19:09
최근연재일 :
2023.07.17 13:05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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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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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6
글자수 :
328,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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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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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3화 엘프들의 왕

DUMMY

조선 시대 때 게이트를 넘어온 엘프들은 일정한 거처나 연고지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방랑자들이었다.


산에 들어가 화전민이 되거나, 장터를 돌면서 장사하는 장돌뱅이가 되거나, 종종 어선을 타기도 했다.


심지어 엘프의 왕조차도 귀빈 대접을 받으며 궁궐에 눌러앉기보다는, 백성들이 살아갈 터전을 찾기 위해 발이 불어 터지도록 돌아다녔다.


그렇게 정처 없이 떠돌며 살던 그들이 가평에 자리를 잡은 것은 고작 20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것은 이른바 ‘엘프 난민 정착 사업’이라 불리는 법안이 통과된 이후의 일이었다.


해당 법안은 가평 일대에 정착한 엘프들에게 세수 혜택과 각종 지원금이 포함되어 있었다.


겉으로는 ‘엘프의 삶의 질 개선 및 특별 보호 구역 조성’이라는 명목으로 시작한 사업이지만, 일부 엘프들 사이에선 자신들에 대한 통제 강화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각종 지원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목줄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가평에 주민등록을 마친 엘프들은 타지로 주소지 이전할 때 엘프 왕과 해당 지역 관공서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미 한번 백성들을 잃어버린 경력이 있는 왕의 반대는 둘째치고, 정부가 마련한 비정상적으로 복잡한 허가 절차 때문에 사실상 이주 제한이 걸린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런 복잡한 사정 속에서 왕과 정부에 반발하며 생긴 집단이 바로 ‘길에서 비켜난 자’들이다.


지금은 다소 의미가 변질하여 인간 세상에 섞여 사는 자들을 의미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여기까지는 나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프롤로그를 마친 그레텔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하나 분명히 짚고 넘어갈 점은, 우리같이 길을 비켜난 자들이라고 해도 동족애가 흐릿하진 않다는 거야.”

“그건 나도 알고 있어. 저번에 네가 보여준 행동을 똑똑히 보았으니까.”


동족들을 실험용 쥐로 썼다는 적의 도발에 이성을 잃고 덤벼들던 그레텔이었다.


“길에서 비켜난 자들은 바알제붑이 가평을 점거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왔지. 나도 그래서 여기 있는 거고. 문제는 여기서부터야.”


그레텔은 엘프들이 만드는 지역 신문을 하나 꺼내 보여주었다.


일면을 장식한 것은 엘프 사회의 갈등에 대한 것이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시비는 우리가 먼저 걸었지. 이렇게 꽉 막히게 모여서 사니까 전염병을 피하지도 못하고 통째로 당한 것 아니냐. 왕은 무얼 하고 있었나. 지금이라도 대한민국 정부에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해서 자유롭게 흩어져 살아야 한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스스로 목줄을 걸지 말자···. 뭐 이런 걸로 엄청나게 긁었으니까.”

“···왕이 가만있지 않았을 텐데. 알나라 2세 성격에 말이지.”

“당연히 가만있지 않았지. 왕을 필두로 한 ‘길을 걷는 자’들은 우리야말로 동족을 저버린 배신자라며 몰아세웠어.”

“그건 좀 엇나간 것 아냐? 도와주러 온 사람들인데···.”

“그들한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하여튼 두 집단의 관계는 최악을 향해 치닫는 중이야. 이따금 무력 충돌도 보고되는 중이고···.”

“이해할 수가 없네. 서로에 대한 투쟁이 몸에 밴 인간들조차도 공동의 적 앞에선 잠시 손을 잡는데.”

“그러니까 말이야. 드워프들도 고지식하다는 표현으로는 우리 앞에선 한 수 접어야 할 거야. 그깟 수염을 안 자르는 게 뭐가 고지식하다고. 동족이 멸망할 위기 앞에서도 서로 싸우는 것 보면 아주 꼴통이 따로 없다니까.”


그레텔의 자조 섞인 자기 비하에 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래. 그거야 너희 엘프들이 알아서 할 문제고···. 우선 바알제붑을 처리하는 데 집중해야지.”

“나도 그러고 싶어. 근데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바알제붑도 처리할 수 없어.”

“왜?”

“바알제붑은 우리 엘프들이 새로 심은 세계수에 달라붙었어. 세계수를 관리하는 자는 누구인지 말 안 해도 알지?”

“현 국왕 알나라 2세겠지.”

“그는 외지인들에게 세계수로 가는 길을 절대 열어주지 않아. 외지인엔 우리 같은 ‘배신자’들도 포함이야. 더 최악인 것은 여기 살던 엘프들의 힘만으로는 놈을 처리할 수 없다는 거고.”

“골치 아프네···.”

“아까 여기까지 오는 길에 철수하는 헌터들 본 적 있어?”

“한 두 팀 정도? 자세히는 몰라도 보니까 날씨도 더운데 제대로 먹지도 못하니 지쳐서 돌아가는 모양이던데.”

“그게 아니야. 알나라 2세가 세계수가 있는 ‘신의 정원’의 입구를 막고 있으니 별다른 수가 없어서 가는 거야. 다국적 헌터 연합이고 나발이고 대한민국 정부가 위임한 자치권을 휘두르는 그의 결정을 누가 막겠어.”

“그렇게 쇠고집을 부리는 덕에 얻어가는 건 하나 있네.”

“뭔데?”

“최소한 몬스터들이 마구 날뛰진 않잖아. 저주는 못 막는다 쳐도.”

“버티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저대로 두면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거야.”

“상처를 소독하지 않으면 곪는 것처럼 말이지?”


턱을 괴고 잠시 고민하다가, 정면으로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레텔에게 물었다.


“혹시 알나라 2세를 만날 방법이 있을까?”

“글쎄. 내가 아직 관리국 소속이니까 특별히 요청하면 만나줄 수도 있으려나···. 아니다. 안 되겠어. 저번에 정원 문을 일시적으로 개방해달라는 관리국 위원의 요청도 단칼에 거절한 그였으니까.”

“···오랜 친구가 왔다고 하면?”

“오랜 친구? 누굴 또 데려온 거야?”

“실은 내가 그래.”

“···네가?”


수박 물로 벌겋게 된 푸르푸르의 입가를 닦아주던 그레트헨이 끼어들었다.


“최준원은 환생자야. 자기가 조선시대 최고로 잘 나가던 박수무당이었다나 어쨌다나···. 엘프들은 그때부터 있었으니까 잘 아는 사이인가 보지 뭐.”

“환생? 그게 정말이야?”

“···네가 내 변호사냐? 뭐, 맞아. 그레트헨이 한 말이. 알나라 2세랑은 꽤 잘 아는 사이지. 경복궁에서 자주 마주쳤던 사이니까.”

“오호···. 그러면 뭔가 뾰족한 수가 생길지도? 그럼 최준원이 찾아왔다고 전달하면 될까?”

“아니, 그렇게 말하면 못 알아들어. 최령군이 찾아왔다고 전해줘.”

“최령군?”

“내 예전 칭호야.”

“알았어. 한번 연락은 해볼게.”


***


알나라 2세는 쉴 새 없이 땅콩을 집어먹으며 나를 환대해주었다.


엘프의 왕에게 내가 전생에 최령군이었다는 사실을 이해시키는 데엔 그리 큰 어려움은 없었다.


경회루에서 같이 술을 마시다가 술김에 물에 빠진 알나라 2세를 건져 올리다 같이 빠져서 허우적거리던 이야기.


허명옥이 알나라 2세가 선물로 줬던 색이 고운 저고리를 받아서 들고 기뻐하던 이야기.


둘이서 고종으로부터 빌린 서산의 강무장(講武場)에서 사냥하고 꿩고기를 안주로 삼아 술을 마시던 이야기.


다른 어떤 증거물도 기억의 힘보다 강하진 않았다.


“최령군! 이게 대체 얼마 만이야?”

“···너도 걸렸나 보네. 바알제붑의 저주에.”

“어쩌겠나. 다 내 부덕(不德) 때문인 것을. 저 파리 놈을 어서 처리해야 내 백성들도 평온을 되찾을 터인데.”

“옳은 소리야. 근데 왜 신의 정원 문을 굳게 잠그고 버티나? 도와주겠다고 오는 사람들이 지쳐 돌아갈 지경이 될 때까지?”

“자네도 잔소리하려고 왔나?”

“잔소리가 아니야. 이성적으로 판단하라는 말이지.”


나의 다그치는듯한 호통에 알나라 2세의 얼굴이 구겨졌다.


“예상치도 못한 옛 친구를 만난다고 해서 잔뜩 기대했더니···. 아무리 배가 고파도 나를 씹진 말게. 잊었나 본데 나는 엘프들의 왕이야.”

“···그러니 이렇게 간청하겠어. 제발 신의 정원을 열어줘. 백성들이 아니, 너도 이러다간 죽을 거야. 그리고 가평 땅이 썩어버리면 그다음은 우리란 말이야!”

“신의 정원은 신성한 곳. 아무나 발을 들이게 할 수는 없어.”

“신성이니 뭐니 쓸데없는 것에 집착하지 말게. 현실을 자각해야지.”

“너야말로 현실을 자각해줬으면 해. 너도 잘 알잖아? 우리 엘프들에게 세계수가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 바알제붑이라는 벌레 놈이 자기의 몸을 닻 삼아 대균열을 붙잡는 것처럼, 세계수도 우리 엘프 영혼들의 닻 역할을 한다는 걸? 그만큼 의미가 남다른···.”

“그걸 내가 왜 모르겠나? 어? 지금 그 닻이 녹슬어 부러지기 직전이니까 하는 소리야!”

“세계수를 심은 지 20년밖에 안 됐어. 너희 인간들이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이제 고작 태어난 지 두 달 된 갓난아기 같은 상태야. 그러니 아무나 함부로 들일 수 없어.”


엘프 사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헌터들이 연약한 상태의 세계수를 다치게 한다면 엘프들은 영원히 구원받지 못한다.


알나라 2세가 괜히 마지막 하나 남은 세계수 씨앗을 애지중지하며 100년 넘게 심지 않고 적절한 곳을 찾아 돌아다니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 두다간 바알제붑이라는 변칙체가 부패의 군단을 이끌고 전 국토를 황폐화할 것이다. 무슨 연유인지 바알제붑이 세계수는 건들지 않고 있는 것 같다만, 언제든 부러뜨릴 위험성이 존재한다.


그러니 지금 당장 무슨 수를 쓰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은 그리 생각하더라도···. 어쩔 수가 없나?’


제삼자인 내게, 더는 강력하게 의견을 관철할 힘이 없었다.


집에 붙은 불을 끄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에게 다가가,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따위의 소리를 지껄여봤자.


이럴 경우, 상황을 돌파할 방법은 딱 하나다.


집주인에게 살림살이를 모조리 보존하면서 동시에 불도 완벽하게 꺼주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기 위해서는 불을 끄는 데 있어, 본인이 전문가임을 증명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나 혼자 단독으로 들어가서 세계수를 안전하게 지키는 선에서 바알제붑을 제거해주겠어. 그게 낫지? 쓸데없이 외지인들을 우르르 들이는 것보다.”


나의 제안에 알나라 2세는 땅콩을 껍질째 씹으며 대답했다.


“안돼.”

“왜 안돼?”

“최령군의 실력은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지. 하지만 넌 지금 최령군이 아니잖아. 영혼은 그대로 일진 몰라도 몸은 아니라는 말이지.”

“아, 그러니까 내가 ‘왕년에 내가···.’ 어쩌고 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이 말이지?”

“···말하자면 뭐 그런 거지. 이렇게 중요한 일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맡기겠나?”

“그러면 어떻게 해야 네 마음에 들 수 있을까? 뭔가 할 일 없어?”

“할 일이라?”


알나라 2세가 들고 있던 땅콩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하는 사이, 전령이 벌컥 문을 열고 응접실로 들어왔다.


“폐하! 미리 알현을 요청하지 못한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괜찮다. 그만큼 긴박한 일이라는 말이겠지. 말해보거라.”

“가평 기내에서 큰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싸움?”

“길에서 비켜난 자들과 충돌입니다. 사태가 쉬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보이니 폐하께서 직접 행차하셔야 할 듯합니다···.”

“왜 또 싸우고 그러는가? 그 자식들은 최대한 상대해주지 말라고 단단히 일렀거늘. 대체 무슨 일로 싸우는 건가?”

“그, 그게···.”

“우물쭈물하지 말고 당장 바른대로 고하라.”

“바른대로 고했다간 폐하께서 노발대발하실까 염려가···. 요새 혈압이 너무 높아서 건강이 좋지 않으시니···.”


전령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벌벌 떨며 엎드려있었다.


“짐이 절대 화를 내지 않겠다고 맹세하겠다. 그러니 말하라. 지금 이렇게 말을 하다 마는 것이 더 건강에 해로운 법이다.”

“···저희 쪽에서 길에서 비켜난 자들이 외부에서 가져온 구호 식량을 약탈하다 싸움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뭐, 뭣이! 이 무슨 볼썽사나운 짓거리인가! 으윽!”


알나라 2세는 목덜미를 잡고 그대로 쓰러졌다.


“폐,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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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화 엘프들의 왕 23.07.10 205 5 12쪽
52 52화 끝없는 허기의 땅 23.07.09 212 5 12쪽
51 51화 이직 23.07.08 20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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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화 고래 사냥 23.07.03 217 5 12쪽
45 45화 바다의 눈 +1 23.07.02 219 6 12쪽
44 44화 동백섬 인어공주 23.07.01 237 6 12쪽
43 43화 불길한 예감 23.06.30 252 6 12쪽
42 42화 제3차 대격변 23.06.29 278 6 12쪽
41 41화 마왕성 토벌(3) 23.06.28 27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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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홀리고 홀리는 관계 23.06.25 290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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