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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박수무당, SSS급 헌터가 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유진숙
작품등록일 :
2023.05.22 19:09
최근연재일 :
2023.07.17 13:05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25,289
추천수 :
476
글자수 :
328,941

작성
23.06.30 13:11
조회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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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3화 불길한 예감

DUMMY

서울에서 부산은 길어도 5시간이면 도착할 거리다.


하지만 오늘은 차가 막힌 것도 아닌데, 10시간이 걸려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차를 너무 오래 탔더니 멀미가 날 것 같네. 어디 좀 누워서 쉬고 싶어···.’


처음 한두 시간 정도는 여행가는 기분도 살짝 들고 나쁘지 않았다.


헌터가 된 첫날같이 먹었던 치킨의 추억, 푸르푸르가 이상한 걸 주워 먹고 온종일 구토했던 이야기, 헌터 아카데미로 유학을 왔던 시절 박두엽이 자기에게 고백했던 이야기···.


각자 살아온 이야기로 수다를 떨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었다.


하지만 한두 사람 말이 적어지기 시작하고, 시트가 덜컹거릴 정도로 최악의 도로 상황에 오랫동안 방치되자 심신이 지칠 수밖에 없었다.


트럭에 실린 짐이 느끼는 피로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될 즈음, 부산 톨게이트가 나타났다.


운전면허가 없는 판밍웨이를 제외하고 마지막으로 운전대를 잡은 박두엽이 내비게이션을 만지작거리며 내게 말했다.


“구서에서 안 빠지고 이대로 원동IC까지 가겠습니다. 아시아 선수촌 아파트로 가야 하니까요.”

“헌터 연합군이 거기에 묵고 있다고 했었나?”

“예. 부산 지부에서 확보해놓은 집이 몇 개 있다고 하니까, 저희도 거길 거점 삼아 활동하면 될 겁니다.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는 헌터 관리국 직원이 미리 나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산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서울 지부 여러분. 따라오시죠.”


그의 환대를 받으며 들어선 곳은 방이 3개 있는 24평형이었다.


“여기가 바로 여러분이 묵게 될 숙소입니다.”


그레트헨은 거실 한가운데에 양반다리로 퍼질러 앉아 직원에게 구시렁거렸다.


“우린 네 명인데 방이 3개뿐이야?”

“네 분이 오신다고 하기에 54평형으로 구해다 드리려고 했는데···. 저희가 수용해야 할 인원은 많고 구할 수 있는 집은 한정적이라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다른 곳에 머무르는 것보단 훨씬 만족스러우실 겁니다.”

“왜?”

“현재 24평형에 8명, 54평형에 16명이 머물고 있거든요. 그나마 이것도 여러분 중에 SSS급 헌터가 두 분이나 계셔서 특별히 저희 쪽에서 편의를 봐 드린 겁니다.”


직원의 말을 들은 그녀가 발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다시 보니 선녀 같네.”

“그럼 편히 쉬시길. 필요한 것이 있으면 연락해주십시오.”


띠리리-


현관의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와 함께 다들 서로의 영역표시를 위해 재빨리 움직였다.


박두엽은 경쟁이 가장 적은 만큼 크기도 가장 적은 방에 가방을 던져넣었다.


“저는 이 방이면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알아서 나누시죠.”


그의 선언에 다급함을 느낀 판밍웨이가 두 번째로 작은 방에 있는 침대에 풀썩 몸을 던졌다.


“난 여기! 따이 하오 러.(너무 좋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가장 큰 안방이었다.


‘보나 마나 그레트헨이 쓰겠다며 떼를 부리겠지. 난 거실에서 잘까···.’


내 예상과 다르게 그레트헨은 푸르푸르와 전어도를 양손에 하나씩 쥐고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야, 그레트헨! 내 검은 왜 들고 들어가?”

“···우리 방이니까.”

“응?”

“거실에서 잘 거야?”

“어···. 원래 그럴 생각이긴 했는데···.”

“잔말 말고 따라와.”

“그래···.”


짐을 다 풀고서 거실에 모여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아까 휴게소에서 샀던 과자를 잔뜩 깔아놓고 나누어 먹던 판밍웨이가 휴대폰을 슬쩍 보고 일어났다.


“벌써 6시야. 밥 먹으러 가자. 오늘 저녁은 내가 살게.”


박두엽이 그녀를 따라 일어서며 나와 그레트헨을 일으켜 세웠다.


“갑시다. 밍밍이가 사준다는데.”


안 그래도 슬슬 허기가 지던 참이라 바로 숙소를 나섰다.


먹은 것이라곤 휴게소에 잠깐 들러서 먹은 우동이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


수영역 근처에 있는 중화요리집은 마치 중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화려한 등불들이 걸려있는 중국식 건물 내부로 들어가니, 무협이나 중국 영화에서 보던 독특한 구조의 식당이 나타났다.


금방이라도 싸움이 벌어져서 누군가 굴러떨어질 것 같은 복층구조의 내부 홀이었다.


‘영화 같은데 보면 꼭 이런 데서 떨어지더라? 왜 그런 장면을 항상 넣을까? 진부하긴.’


우리는 1층의 비어있는 적당한 테이블을 잡고 주문했다.


주문은 당연히 단골이라는 판밍웨이의 몫이었다.


“푸우위엔! 디엔차이.(종업원! 주문할게요)”

“예, 갑니다.”


차이나 드레스를 입고 만두 머리를 한 여종업원이 웃는 얼굴로 보이차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웃었다.


“어? 언니!”

“아, 너구나? 그동안 잘 지냈어?”

“한국엔 언제 들어온 거야?”

“두 달 전에 왔었어. 여길 정말 오고 싶었는데 일이 바빠서 못 왔었네.”

“제3차 대격변 때문에 들어온 거구나?”

“맞아. 근데 너희 사장님은 어디 가셨어? 도통 안 보이네.”

“얼마 전에 서울로 올라가셨어. 사모님이 좀 아프다고 하셔서.”

“아이요···. 괜찮은 거야? 큰일 아니고?”

“아, 그리 심각한 건 아니야. 근데 주문은?”

“다행이네. 그러면 흠, 어디 보자. 오늘은 뭘 먹어볼까?”


판밍웨이는 메뉴판 여기저기를 가리키며 중국어로 음식을 시키기 시작했다.


종업원도 중국어를 할 줄 아는 것인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그녀의 주문을 열심히 받아적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보이차를 한 잔씩 따르며 판밍웨이에게 물었다.


“단골이 맞긴 하네. 종업원까지 널 알아볼 정도니까.”

“사실은 말이야. 여기 사장이 나랑 라오펑요우(老朋友) 관계거든.”

“라오···. 뭐?”

“오래된 친구라는 말이지. 어, 왔다.”


테이블 위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별도의 테이블 위로 수많은 요리가 깔렸고 그마저도 자리가 부족해 우리 앞에 처음 보는 중국 요리들이 한가득 놓였다.


“어이. 이거 너무 많이 시킨 거 아니야?”

“에이 뭘 그래? 어차피 내가 사는 건데.”

“···사는 건 사는 건데, 이건 다 못 먹을 정도로 많잖아.”

“맛만 봐 그럼.”


맛만 보고 음식을 버리는 것은 내 성격상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짓이었다.


‘아깝잖아. 이걸 다 버려 그럼?’


젓가락을 들어 전투적으로 집어먹는 나를 보며 판밍웨이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배가 무지 고팠나 보다. 맛있지?”

“으, 으음. 맛있긴 하네.”


먹어도 먹어도 끝이 안 보이던 음식들이 드디어 하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지막 남은 고기 조각을 힘겹게 입에 털어 넣고서 숨을 몰아쉬고 있던 때였다.


와장창-


2층에서 굴러떨어진 남자가 우리 테이블 위에 정통으로 쓰러졌다.


‘다 먹고 나서 벌어진 일이라 그나마 다행이군.’


구레나룻부터 턱수염까지 이어지는 스타일의 수염에 짧은 머리를 포마드로 넘긴 남자가 주섬주섬 일어나며 혼잣말을 뱉었다.


“¡Caramba!”


중국어와 일본어는 능숙하게 말하는 건 힘들어도 알아듣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최령군으로 살던 시절, 중국과 일본에 오가며 알음알음 배운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이 외국인 뱉는 말은 무슨 말인지 도저히 알 방법이 없었다.


소란에 놀란 여종업원이 다가와 우리를 둘러보았다.


“괜찮으세요?”

“응.”

“휴···. 저기요!”


그녀는 옷에 묻은 양념을 주섬주섬 손으로 털던 남자에게 다가가 소리쳤다.


“이게 지금 무슨 짓이에요? 아휴 못살아 정말. 이 테이블, 그릇 어쩔 거야?”

“Apenado. Yo pagaré lo que está roto.”


2층에서 떨어진 남자는 지갑에서 카드 하나를 꺼내 종업원에게 건네고 씩씩거리며 계단을 올라갔다.


“¡De puta!”


다른 종업원들이 깨진 접시와 물건들을 치우는 사이, 카드를 받고 돌아서는 여종업원을 불렀다.


“···자주 이래?”

“어휴. 미치겠어요. 이번 달만 벌써 5번째라니까요? 헌터 연합군이 찾아와서 장사가 잘되는 건 좋은데 툭하면 싸우니···.”

“이 녀석들. 우릴 제대로 도와줄 생각이 없구먼.”

“정말 죄송합니다.”

“아뇨. 그쪽이 사과할 일은 아니죠. 어차피 음식도 다 먹었고···.”


식사를 마친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가게를 나섰다.


판밍웨이는 연신 ‘괜찮다.’, ‘사장님도 받지 말라고 했다.’라고 말하며 거절하는 종업원에게 현금 수표를 건네주고 뒤늦게 따라 나왔다.


그녀는 긴 장지갑을 끈이 긴 백에 집어넣고 대신 손거울을 꺼내 얼굴을 이리저리 매만졌다.


“하마터면 얼굴까지 국물이 튈뻔했잖아? 다음에 또 만나기만 해봐라. 아주 혼쭐을 내주겠어.”


얼굴은 괜찮을지 몰라도 그녀의 옷 곳곳엔 얼룩으로 더럽혀져 있었다.


“얼굴이 문제가 아니야. 네 옷을 좀 봐.”

“어? 아! 이 자식들을 그냥 콱!”


판밍웨이는 기다란 송곳니를 드러내며 가게를 향해 몸을 돌렸다.


‘자세히 보질 않아서 몰랐는데 인제 보니···. 확실히 인간의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길이의 송곳니야. 그녀의 기프트와 관련이 있는 걸까?’


“어! 잠깐만! 샤오밍! 멈춰!”


타악-


내가 붙잡은 덕분에 가게가 박살이 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씩씩거리는 판밍웨이를 붙잡아놓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헌터들 사이에서 싸움은 금지야. 너도 잘 알잖아? 저런 놈들은 그냥 저렇게 살라고 두고 넌 참아야지. 그냥 헌터도 아니고 SSS급 헌터가 문제 일으켜서 좋을 것 하나 없다고.”

“후···.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참아야지 뭐.”

“잘 생각했어. 우리는 이곳에 레비아탄 잡으러 온 거지, 예의 없는 것들 혼내주러 온 게 아니라는 걸 명심해.

“알았어. 하지만···. 힝, 이거 엄청 비싼 옷인데!”

“옷이 비싸 봐야 얼마나 비싸다고···.”


그녀는 자기 몸에 딱 맞게 제작되어 강조된 허리선을 양손으로 쓸어내리며 말을 이었다.


“유명 디자이너에게 맡긴 맞춤 제작인데다 최고급 원단으로 만든 옷이야. 한 벌에 무려 천만 원짜리라고.”

“무슨 천 쪼가리가 천만 원씩 한다냐.”

“천 쪼가리 따위가 아니야. 화염 저항, 냉기 저항, 물리 저항···. 또 뭐더라? 하여튼 이것저것 부가 기능이 많이 달려있거든?”

“말하자면 우리가 입는 요원복 같은 거구나?”

“그렇지. 좀 더 우수한 등급이긴 하지만.”


판밍웨이는 가게에서 얻은 물수건으로 대충 옷을 닦아내고 박두엽을 불렀다.


“이따 숙소 돌아가면 네 옷 좀 주라.”

“어? 너 옷 안 챙겨왔어? 짐가방을 한가득 가져왔었잖아?”

“···거기에는 다 이런 옷밖에 없어서. 편하게 입을 옷을 깜빡해버렸네?”

“그레트헨도 있잖아? 난 남자라고.”


그녀는 멀뚱멀뚱 서 있는 그레트헨의 허리와 허벅지를 불쑥 잡았다.


그레트헨은 갑작스러운 손길에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깜짝이야! 뭐 하는 거야?”

“얘는 나보다 더 체구가 작아서 안 맞을 거야. 작은 거보단 큰 게 좋으니까 네 옷이 좋겠어. 그리고···.”


판밍웨이의 눈길은 그레트헨의 몸 어느 한 곳에 멈춰서 떠날 줄을 몰랐다.


“뭐, 뭐야?”

“작아. 확실히.”

“지금 나 무시하냐? 내가 이래 보여도···.”

“오호? 그래? 이따 돌아가면 확인해봐야겠는데?”

“꺅! 그 손 치우지 못해?”


둘의 장난을 뒤로 한 채, 차에 먼저 올라타 시동을 거는 박두엽에게 말했다.


“먼저 가서 쉬고 있어요. 전 잠깐 할 일이 있어서.”

“오늘은 그냥 쉬시죠? 먼 길 오느라 지쳤을 텐데.”

“괜찮아요. 이따 밤에 봅시다.”


할 일이라는 것은 부산에 사는 인어공주를 만나는 것이었다.


‘레비아탄이 그녀를 가만두진 않았으리라 짐작되지만···. 그래도 무언가 도움이 돼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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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화 동백섬 인어공주 23.07.01 237 6 12쪽
» 43화 불길한 예감 23.06.30 252 6 12쪽
42 42화 제3차 대격변 23.06.29 278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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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홀리고 홀리는 관계 23.06.25 290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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