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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박수무당, SSS급 헌터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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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진숙
작품등록일 :
2023.05.22 19:09
최근연재일 :
2023.07.17 13:05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25,287
추천수 :
476
글자수 :
328,941

작성
23.07.0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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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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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52화 끝없는 허기의 땅

DUMMY

지난 반년간 구치소에 처박혀있는 동안, 다들 손 놓고 구경만 하던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토쿠아쿠, 스가와라, 판밍웨이가 1마리씩 제거함으로써, 이제 7마리의 변칙체 중에 남은 것은 3마리 정도뿐이었다.


바알제붑, 벨페고르, 사탄.


지금 우리는 그중에서 가장 약하다고 평가받는 바알제붑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유진숙은 가평에 있는 어느 펜션을 가리켰다.


“우리를 도와주기로 한 사람이 여기에 있어. 관리국에서 특별히 지원해준 인원이지.”

“흠, 이럴 거면 그냥 관리국에 남게 해주지. 소속만 바뀐 것뿐이잖아? 그래서 그 도와준다는 사람은 누구야?”

“길 찾기에 특화된 엘프 헌터래.”

“아, 누군지 알겠어. 걔네 중 하나겠지?”


마우스 커서로 바탕화면을 의미 없이 클릭하던 그레트헨이 컴퓨터를 끄며 대답했다.


“헨젤 아니면 그레텔이겠지.”

“우리 내기할까? 누가 우리와 함께 일할지.”

“좋아. 그럼 진 사람이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기.”

“네가 먼저 골라. 그레트헨.”

“음···. 헨젤?”

“확실해?”

“잠깐만···. 음···. 그래, 헨젤!”

“그럼 자동으로 난 그레텔이겠군.”


유진숙은 시시껄렁한 대화를 나누는 나의 등을 떠밀며 재촉했다.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어서 출발해.”

“예, 예. 알겠습니다. 길드장님.”


***


우리는 46번 국도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막국수 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눈가에 클로버 문신을 한 엘프가 메뉴판을 들고 나타났다.


“뭐로 드릴까요?”

“흠. 여기 물 막국수 하나랑 비빔막국수 하나 주시고요, 메밀전도 하나 주세요.”

“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그레트헨에게 물을 따라주며 말했다.


“근데 말이야. 너 본명이 뭐야?”

“갑자기 그건 왜?”

“아니···. 이제 우린 관리국 소속도 아닌데 콜네임을 계속 써야 하나 싶어서.”

“···듣고 보니 일리가 있네.”

“인제 와서 이러는 게 좀 웃기긴 하지만···. 내 이름은 최준원이야.”

“알고 있었어. 허명옥에게 물어봤었거든.”

“뭐···. 그래서 넌?”

“그레트헨.”

“아니···. 그건 나도 아는데 진짜 이름 말이야.”

“김 그레트헨. 이게 내 이름이야. 엄마가 독일인이거든.”

“정말? 좀 이국적인 느낌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전혀 몰랐어. 겉으로 보기엔 완전 한국인인데?”

“그럴 수밖에. 내 외할아버지는 독일사람이고 외할머니는 한국 사람이야. 이 정도 말했으면 무슨 말 하는지 알겠지?”

“그렇구나. 어쩐지.”


우리 말고는 다른 손님이 없어서 그런가, 음식은 엄청나게 빨리 나왔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날이 워낙 더워서 그런가.


그레트헨은 반도 먹지 못했는데 물 막국수를 거의 마시듯이 먹었다.


시원한 육수까지 깔끔하게 비우고서 메밀전을 찢어먹고 있는데 종업원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뭐지? 내가 그렇게 불쌍해 보이나?’


잠시 후, 종업원은 마치 새로 시킨 것처럼 가득 담은 물 막국수 한 그릇을 더 들어 다가왔다.


“저기···. 더 안 시켰는데요?”

“드세요. 힘든 사람들끼리 돕고 살아야죠. 사장님께서 그냥 주라고 하신 거예요.”

“힘든 사람? 뭔가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


종업원을 잠깐 옆에 앉혀놓고 대화를 나눠보니 왜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인지 이해가 갔다.


그녀는 현재 가평에 바알제붑이 퍼뜨린 어떤 전염병이 돌고 있다고 했다.


그 탓에 현재 가평에 격리된 엘프들과 인간들이 신음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의사들도 처음 보는 이 병의 증세는 참으로 가혹한 것이었다.


평소에 먹던 양보다 3~4배는 더 먹어야 만족할 수 있고 그렇게 얻은 배부름조차도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사라진다고 한다.


가장 최악인 점은, 그렇게 먹는데도 체중이 점점 감소하여 결국 사망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 병의 피해를 가장 먼저 받은 것은 가평에 자리 잡은 엘프 왕국이었다.


종업원은 본인처럼 ‘길에서 비켜난 자들’은 외지 생활하니 괜찮을 수 있었지만, 다른 엘프들은 모두 이 병에 걸려 생사를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했다.


“아, 저는 그냥···. 배도 고프고 날도 더워서.”

“휴. 다행이에요. 보니까 가평에 가시는 것 같은데 조심하세요.”

“혹시 그 전염병이라는 게 어떻게 걸리는 건지 아세요?”

“의사도 모르는 걸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다만, 사람들 말에 의하면 가평에서 물 말고 다른 건 먹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어? 그러면···.”

“아, 여긴 남양주니까 안심하세요.”

“큰일 날뻔했네. 그건 그렇고 아무것도 먹지 말라니···. 고문이 따로 없네.”


엘프 종업원의 말을 들은 그레트헨이 막국수를 한입 가득 욱여넣으며 손을 들었다.


“여귀! 끄윽.”

“야. 씹던 건 마저 먹고 이야기해. 자, 여기 물 좀 마셔.”


물로 허겁지겁 음식물을 넘긴 그레트헨이 가슴을 두드리며 다시 말했다.


“휴우. 여기 비빔막국수 하나 더 주세요. 그리고 만두도 하나 추가요.”


평소에 먹던 양의 2~3배는 먹어 치운 그레트헨은 걷기도 힘들어 보였다.


‘왜 저렇게 무리해서 먹어? 그렇게 맛있었나? 맛은 확실히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무리할 정도인가?’


사람은 힘쓰는 일이든 먹는 일이든 무리를 하면 탈이 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관리국에서 지원을 왔다는 헌터를 만나러 가는 길 내내, 그레트헨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잠시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 에어컨 대신 창문과 차 문을 모조리 열었다.


“그러길래 왜 그렇게 과식했어? 잠깐 기다려봐.”


시가잭에 USB를 꽂아 전기포트로 물을 끓였다.


보글보글 소리가 나며 김이 나기 시작한 전기포트를 열어 적당히 식혔다.


“자, 이거라도 마셔.”

“···아까 그 엘프 말 못 들었어? 가평에선 뭘 먹으면 안 된다잖아···.”

“물은 괜찮다고 했었어. 이거 마시면 좀 나아질 거야.”

“아니. 내 말은 그래서 아까 그렇게 먹은 거라고···. 배가 터지게.”

“뭐? 푸하하하.”


그레트헨은 따뜻한 물을 홀짝거리며 째려보았다.


“···뭐가 그렇게 웃겨?”

“바그너가 했던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싶어서.”

“바그너가 뭐라 그랬었는데?”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다고 했었거든. 처음엔 무슨 소린가 싶었는데 같이 지내다 보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어.”

“너···!”

“앞으로 음식 구경을 한동안 못할 테니까 억지로 먹었다니. 겨울잠이라도 잘 생각이야? 하하하.”

“야! 좀 진지해져 봐. 바알제붑을 잡는 일이 금방 끝날 리가 없잖아. 그동안 아무것도 안 먹고 버틸 수 있어? 우린 지금 되게 위험한 지역에 들어서려는 거라고.”

“뭘 그리 걱정해. 배고프면 가평에서 빠져나오면 되지.”


내 말은 들은 그레트헨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너 천재야?”

“너 바보냐···?”


***


가평은 본래 인구수가 그리 많지 않다.


여름이 되면 찾아오는 피서객들이 없다면 조용하고 아늑한 시골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지금은 바알제붑을 잡겠노라 찾아온 수많은 헌터 길드들과 관리국 사람들로 발을 디딜 곳 없이 북적였다.


‘쓸데없구먼. 쓸데없어.’


길가에서 만난 헌터들은 하나같이 기운 없는 얼굴이었고 일부는 철수를 위해 짐을 챙기고 있었다.


트럭에 짐을 싣던 젊은 헌터 둘이서 식당의 야외 테이블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음식을 정신없이 먹어 치우던 엘프들과 눈이 마주친 그들은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고개를 돌렸다.


“하. 이 뙤약볕에 아무것도 못 먹었더니 서 있을 힘도 없어.”

“나도 마찬가지야. 빨리 철수를 마치고 삼겹살이나 구워 먹고 싶다.”

“삼겹살···. 김치도 굽고 소주도 한잔?”

“당연하지.”

“···야. 먹는 이야기 그만하자. 안 그래도 배고픈데 미칠 거 같다.”


배고픔과 더위에 지친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쉽지 않네. 벌써 지친다. 이렇게까지 더울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삼겹살을 올려놓으면 당장이라고 지글거리며 익을 것 같이 뜨거운 차량 보닛을 바라보며 물을 마셨다.


벌써 500mL짜리 생수를 3병째 마시고 있는데도 화장실이 가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땀을 엄청나게 흘리고 있었다.


펜션까지 가는 길은 고통의 길이었다.


고기 굽는 냄새, 끊임없이 달그락거리는 식기들의 소음, 대화도 없이 먹는 데에 집중하는 엘프들의 음식 씹는 소리를 견뎌내느라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띵- 동-


마침내 도착한 펜션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굳게 닫힌 현관문에서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새어 나왔다.


“오느라 고생했어. 어서 들어와”


반갑게 우리를 맞이하는 관리국 옛 동료를 보며 그레트헨에게 말했다.


“잊지 않았지? 진 사람이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기.”

“···일단 좀 쉬고 이야기하자.”


***


뜨거운 태양이 사그라들어 더위가 한껏 누그러졌으나, 날은 여전히 더웠다.


그레텔은 열대야에 지친 우리를 위해 먹음직스러운 수박을 잘라서 내왔다.


“올해는 수박 농사가 잘됐나 봐. 엄청나게 달고 실하더라.”

“너 지금 우리 놀리냐? 가평에선 뭘 먹으면 안 된다던데.”

“먹지만 않으면 돼. 그냥 적당히 맛만 보고 뱉어. 자, 이렇게.”


그레텔은 잘 익은 수박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더니, 함께 가져온 그릇에다가 뱉었다.


그 모습을 보던 그레트헨이 미간을 찌푸렸다.


“더럽게 뭐 하는 거야.”

“우리의 뇌를 속이는 거야.”

“그게 말이나 돼?”

“싫으면 관둬.”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그레트헨 대신 수박 한 조각을 들었다.


아삭- 아삭-


달콤하고 시원한 과즙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려는 걸 억지로 잡으며 뱉어냈다.


“흐음···. 나름 나쁘지 않은데? 아까운 음식을 생으로 버리게 생겼다는 것만 빼면.”

“그렇지? 그레트헨. 너도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어서 하나 먹는 척해. 우리 둘이서 다 먹어버린다?”


그레텔의 달콤한 유혹에도 불구하고 그레트헨은 완고했다.


그녀는 수박에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침만 꿀꺽 삼킬 뿐이었다.


아삭- 아삭-


의지력이 강한 주인과 달리 푸르푸르는 허기 앞에서 참을성을 잃고 수박을 덥석덥석 물었다.


게걸스러운 녀석의 식성에 썰어놓은 수박 반 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푸르푸르는 수박 껍질까지 깔끔하게 먹어 치우며 말했다.


“이봐 엘프. 이거 더 없나? 이거론 간에 기별도 안 가.”

“잠시만 기다려. 썰어올 테니까.”

“아니야. 썰 필요도 없어. 그냥 통째로 가져와.”


그레텔이 냉장고로 간 사이, 입맛을 다시는 푸르푸르에게 물었다.


“너 이런 것도 먹어? 몬스터 같은 거만 먹는 거 아니었어?”

“난 잡식성이야.”

“설마 너 이미 걸린 거야? 이 땅에 퍼진 전염병에?”

“나는 악마야. 이따위 장난질에 당하지 않아.”

“그런데 왜 그렇게 걸신들린 듯이 먹어?”


푸르푸르는 긴 혀로 쟁반에 흘린 수박즙을 핥으며 그레트헨을 쳐다보았다.


“저 녀석이 아무것도 안 먹으니까. 저 상태에서 내가 영양분을 뺏다간 녀석이 죽고 말 거다.”

“고작 7~8시간 굶은 거로 그러겠냐?”

“가만히 둬도 힘들어 보이는 아이를 괴롭힐 수는 없지.”

“생각보다 다정한 성격이네. 그레트헨 건강도 신경 써주고.”

“난 단순한 기생충이 아니야. 그레트헨과 나 사이의 관계는···. 이를테면 공생 관계 같은 것이니까.”


그레텔은 수박을 통째로 베어 물고 있는 푸르푸르를 바라보며, 가평 현지 사정이 어떤지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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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화 제3차 대격변 23.06.29 278 6 12쪽
41 41화 마왕성 토벌(3) 23.06.28 27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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