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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박수무당, SSS급 헌터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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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진숙
작품등록일 :
2023.05.22 19:09
최근연재일 :
2023.07.17 13:05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25,298
추천수 :
476
글자수 :
328,941

작성
23.07.0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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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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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3쪽

50화 레비아탄(4)

DUMMY

“이대로 타이요 그룹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 차라리 인천으로 가는 건 어떻게 생각해?”

“인천이요? 그 제자가 있다는 곳?”

“그래, 내 제자이자 딸이지. 이름은 허명옥. 그녀 밑에서 숨어 지내면 별 탈은 없을 거야.”

“관리국에 갇힌 저를 빼낸 것이 놈들입니다. 거기라고 뭐 다를 리가···.”

“기억나냐? 네가 나를 유인하던 날? 타이요 놈들이 굳이 귀찮게 나를 끌어냈을까? 쓸데없이 나불거릴 생각은 없지만, 명옥이의 집보다 안전한 곳이 없을 거라는 건 장담하지.”

“···다른 선택지가 없군요.”

“수봉산으로 가라. 명옥이에겐 내가 미리 이야기해놓도록 하지.”


린코는 일행을 데리고 서둘러 전장을 이탈했다.


‘제아무리 날고 긴다는 타이요 그룹이라도 관리국 국장의 증조모를 공격할 엄두를 내진 못하겠지. 그리고 혹시, 그럴 리 없겠지만 만약 내 딸을 건드린다면···. 그땐 제3차 대격변이고 나발이고···.’


상투적인 표현일지 몰라도 말 그대로 피의 복수가 기다릴 것이었다.


한마디로 허명옥은 ‘나’와 ‘관리국’이라는 핵우산 아래에 있는 처지였기에, 이보다 더 안전한 은신처는 없을 것이었다.


항상 누군가 주변에서 지켜본다는 것.


그것은 누군가에겐 축복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겐 저주 같은 것이었다.


“할 말이 있으면 숨지 말고 나와서 시원하게 해라.”


아까부터 나를 지켜보는 누군가의 따가운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또각- 또각-


건물 잔해 너머에서 게다(下駄) 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의 끝엔 한쪽 뿔이 부러진 까만 오니 가면, 국화와 잉어가 뛰노는 화려한 자수가 박힌 기모노 차림의 헌터가 서 있었다.


그녀는 칼날 부분이 붉은 검집에 싸여있는 긴 나기나타를 비스듬히 들고, 곁에서 으르렁거리는 늑대를 쓰다듬었다.


“기다려. 옳지, 착하지.”

“도둑놈도 아니고 숨어서 뭐하고 있던 거지?”

“숨으려고 한 건 아닙니다. 파우스트. 대한민국의 SSS급 헌터는 어떤 사람인지 잠시 구경을 한 것뿐이랄까요.”

“분위기를 보아하니···. 그쪽은 하타모토 소속이겠군. 내 말이 틀렸나, 헌트리스?”

“아즈미라고 합니다.”

“반가워, 아즈미. 나와 싸우려고 온 건 아닌 것 같고···. 무슨 용건이지?”


가면을 벗은 아즈미의 얼굴에는 가부키 배우처럼 빨간 화장이 짙게 발라져 있었다.


“겐게츠가 안부를 전해달라고 하더군요. 덕분에 임플란트를 세 개나 했다고.”

“훗. 원한다면 더 박아줄 수도 있는데. 참, 너희 하타모토 사무라이들은 겐게츠인지 뭔지 하는 그놈처럼 하나같이 다 그저 그런 자들인가?”

“놈은 우리 중에···.”

“최약체였다고?”

“···너무 뻔했나요?”

“싫증이 날 정도야. 한데, 단지 그 말을 전하려고 온 건 아닐 테고?”

“그럼 짧게 용무만 전하도록 하지요. 레비아탄 사냥은 저희 타이요 그룹이 전담하기로 했습니다. 이야기는 다 끝난 걸로 알고 있는데 여기서 뭐 하고 계신 건가요?”

“그놈의 타이요 그룹. 지겨워 죽겠군.”

“관리국 소속이시면 관리국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내가 받은 지시는 내일 ‘아침’에 철수하라는 것이었어. 지금은 말하자면···. 일종의 자유시간 같은 거야. 무얼 하든 내 마음이라는 말이지.”

“교묘하게 말장난하시는군요.”

“나를 막겠다면 막아봐라. 레비아탄은 내 사냥감이고, 난 한번 정한 사냥감을 절대 놓치지 않아.”

“토쿠아쿠님께서 꽤 실망하실 겁니다.”

“실망해? 내 멱을 따려던 놈이? 웃기는군. 말 한번 잘했다. 그 잘나신 사무라이 수장 나으리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전해.”

“···닦달하지 않으셔도 그런 기회가 꼭 올 겁니다.”

“아우우우!”


갑자기 늑대가 내 뒤편을 바라보며 사납게 울었다.


아즈미는 무언가를 응시하며 나기나타의 검집을 벗겨내며 말했다.


“지금은 해결해야 할 더 큰 문제가 있으니까요.”


등 뒤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기운에 반사적으로 몸을 피했다.


슈웅-


스스스스-


녹색 액체가 건물 잔해에 튀었고 콘크리트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레비아탄은 날카로운 손톱을 긴 혀로 핥으며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감각이 날카로운걸? 내 공격을 보지도 않고 피하다니.”

“오호라. 이게 누구신가? 마침 널 찾고 있었는데 잘 됐어.”

“실물이 더 귀여운 남자네. 바다 마녀의 수정 구슬 너머로 볼 때는 영 별로였는데.”

“어항 속에 있는 금붕어도 사람을 보며 너랑 같은 생각을 할 거다.”

“그래서 이렇게 친히 내가 물속에서 나온 거 아니겠어? 널 제대로 보려고.”

“킁킁. 한데 이게 무슨 냄새지? 너한테서 나는 냄새는 아닌 거 같은데···.”


물 밖을 나온 물고기들의 자욱한 비린내처럼 어디선가 개 냄새가 풍겨왔다.


어느덧 내 곁에는 수십 마리의 늑대무리가 허연 이를 드러내며 발을 구르고 있었다.


“아우우우!”


아즈미는 늑대의 하울링 소리를 따라 하더니 내 앞을 가로막았다.


“당신이 배신자들을 풀어준 건 눈감아주겠습니다. 대신 레비아탄은 제게 넘기시지요.”

“···좋아. 하고 싶은 거 다 해봐. 방해하지 않겠어.”


아즈미가 레비아탄의 힘을 빼놓으면 마무리한다.


이보다 더 좋은 제안이 있을까.


더구나 타이요 그룹이 자랑하는 최고 전력들인 하타모토 사무라이들의 실력을 가늠할 좋은 기회였다.


‘한발 물러서서 구경이나 해볼까. 겐게츠라는 놈과 뭐가 어떻게 다른지.’


그들은 싸움은 늑대들이 레비아탄의 다리를 물고 늘어지는 것으로 시작했다.


늑대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레비아탄의 발을 묶어놓는 사이, 아즈미가 참격을 마구 날렸다.


하지만 상대는 ‘닻’이라 불리는 7마리의 변칙체 중 하나다.


놈들에겐 등급이랄 것이 없었다.


우리 A팀이 공략을 담당하는 등급 미지정 게이트들처럼 닻들에도 등급이 없었다.


닻들이 ‘등급 미지정 몬스터’이라 불리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유형의 적이라는 것 그리고 지금껏 상대했던 몬스터들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적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기에 어차피 S급 정도 되는 헌터가 레비아탄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그게 가능한 일이었다면, 애초에 관리국에서 나와 판밍웨이에게 이 일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레비아탄과 아즈미의 싸움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겐게츠가 최약체라면, 저 이즈미라는 여자는 최약체 바로 앞잡이겠군.’


‘1’이 되지 못한 ‘0.9’의 헌터는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쏟아 부었음에도 임무를 완수 못한 채 쓰러졌다.


아즈미는 눈 주변에 바른 화장처럼 붉은 피를 입가에 흘리며, 나기나타를 지팡이 삼아 힘겹게 일어났다.


전 세계 1, 2등을 다투는 헌터 길드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강한 헌터라는 자부심.


그러니 다른 강력한 헌터라면 모를까, 한낱 몬스터따위에게 당하진 않을 수준이라는 자신감.


자신이 그렇게 굳게 믿고 있던 세상이 깨진 그녀는, 동공이 마구 흔들리며 비틀거리고 있었다.


“코, 콘나 하즈가 나이!(이, 이럴리가 없어!)”

“네가 섬기는 토쿠아쿠라는 놈도 참 악취미를 가진 사내로군. 너 정도 수준의 헌터에게 맡기면 안 될 걸 알면서도 이런 짓을 벌이니.”


아즈미는 눈을 부라리며 나기나타를 부러지라 꽉 움켜쥐었다.


“뭐라고요? 내 수준이 형편없다는 말입니까?”

“사실이 그렇잖아? 어이, 물러나 있어. 개죽음당하기 싫으면.”


레비아탄은 손톱 끝에 묻은 아즈미의 피를 핥으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후후후. 이제야 제대로 놀만한 상대가 나타나셨네?”

“그놈의 손톱 좀 그만 핥아. 정서불안이야, 뭐야?”


바다의 지배자를 자청하는 레비아탄은 과연 대단한 적수였다.


지금까지 이렇게 나를 몰아세운 몬스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


레비아탄의 힘은 지상에서 급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내 예상과 달리, 놈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마구 날뛰었다.


두억시니는 자기 목을 조르고 있는 레비아탄의 꼬리를 풀기 위해 안간힘이었다.


“이 개 같은! 무슨 놈의 뱀이 이렇게 힘이 세? 컥!”

“두억시니! 봐주지 말고 진지하게 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봐줘? 봐준다고? 내가 씨발 지금 봐주는 거처럼 보여?”


얼굴이 시뻘게진 녀석의 팔에는 힘줄이 잔뜩 돋아나 있었다.


“···안 되겠다. 교대해! 이대로 있다간 네 머리가 터져버리겠다!”


레비아탄은 서서히 흐릿해지는 두억시니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넌 정말 신기한 인간이군. 몬스터를 다루는 능력자라?”

“몬스터가 아니야. 사령(死靈)이지.”

“어쨌든 장난은 이제 끝이야. 널 죽여버리면 더 이상 저런 놈들을 소환하지 못하겠지?”


방금까지 두억시니의 목을 조르던 꼬리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


바로 그 순간 발목에 뜨거움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늑대 한 마리가 나를 물고 있었다.


“아즈미! 씨발! 지금 뒤통수나 후려갈길 때야? 잘못하다간 우리 둘 다 죽는다고!”

“으윽···. 제가 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힘이 약해진 틈을 타 통제력을 잃어버린 것이에요.”

“사나운 개는 목줄을! 입마개를!”


아즈미와 입씨름하는 동안, 빈틈을 노리던 레비아탄의 꼬리가 내 목을 바짝 움켜쥐었다.


“끝이야. 이대로 죽이긴 아깝지만···.”

“으윽!”


점점 흐릿해지는 의식.


생존 본능에 이끌린 온갖 악귀들이 지금 내 발목을 물고 있는 늑대처럼, 통제력을 잃고 마구 튀어나오려던 순간이었다.


용 한 마리가 날래게 날라와 레비아탄을 통째로 물어 저 멀리 던져버렸다.


“샤, 샤오밍!”

“다행이다. 아직 안 죽어서.”

“어디 갔다 온 거야, 대체?”

“그레트헨을 도와 피난민을 공격하는 어인족을 처리하느라. 어쨌든 안 늦었으니 됐지?”


판밍웨이의 등장에 지금껏 본모습을 숨기고 있던 레비아탄이 폴리모프를 풀고 덤벼들었다.


용과 뱀이 서로 뒤엉키며 싸움을 이어 나가는 틈을 타,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기 위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시험 삼아 한번 해볼까? 그것을···.’


가만히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며 바닷물처럼 깊은 마음의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숨을 참거나 물속에 빠진 것도 아닌데 호흡이 점점 가빠지며 머리가 몽롱해지고 있었다.


‘이 감각···. 분명해. 내 신력이 돌아왔어.’


귀청이 찢어질 듯 울려 퍼지는 포효소리와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가 작아지더니 이윽고 주변이 조용해졌다.


짤랑-


짤랑- 짤랑- 짤랑-


최준원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전어도를 집어 들고 일어났다.


언젠가 한 번 설명했던 것이지만, 무당은 한국식 버서커다.


트랜스 상태에 빠져듦으로써, 자신의 자아를 지우고 신의 영역에 발을 들이는 존재들.


아직 어린 무당인 강윤서는 이걸 감당하지 못했으나, 전생에 조선 제일의 박수무당이었던 최준원은 다르다.


최준원은 일반인들을 알아들을 수도 없는 경문을 읊으며 검에 신기(神氣)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용의 발톱에도 흠집만 날 뿐, 절대 찢어질 것 같지 않던 레비아탄의 가죽이 그의 검에 벌어졌다.


최준원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뜨겁게 달궈진 긴 검으로 놈의 심장을 정통으로 찔렀다.


“악!”


레비아탄의 높고 날카로운 비명에 정신을 차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허억. 하마터면 질식사할 뻔했네.”


심장이 꿰뚫린 레비아탄이 가슴팍을 손으로 움켜쥐며 진의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역시 넌···. 우리와 같은 존재야.”

“개소리하네. 죽을 때쯤 되니까 오만 잡생각이 다 들지?”

“후후···. 너 자신을 스스로 봐. 넌 뭐지?”

“보면 몰라? 너 같은 놈들 때려잡는 헌터지, 뭐겠어?”

“헌터? 아니. 넌 그냥 악마야. 우리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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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화 끝없는 허기의 땅 23.07.09 212 5 12쪽
51 51화 이직 23.07.08 202 5 12쪽
» 50화 레비아탄(4) 23.07.07 202 5 13쪽
49 49화 레비아탄(3) 23.07.06 204 5 12쪽
48 48화 레비아탄(2) 23.07.05 213 5 12쪽
47 47화 레비아탄(1) 23.07.04 223 5 12쪽
46 46화 고래 사냥 23.07.03 217 5 12쪽
45 45화 바다의 눈 +1 23.07.02 220 6 12쪽
44 44화 동백섬 인어공주 23.07.01 238 6 12쪽
43 43화 불길한 예감 23.06.30 252 6 12쪽
42 42화 제3차 대격변 23.06.29 278 6 12쪽
41 41화 마왕성 토벌(3) 23.06.28 270 6 12쪽
40 40화 마왕성 토벌(2) 23.06.27 270 7 12쪽
39 39화 마왕성 토벌(1) 23.06.26 290 7 12쪽
38 38화 홀리고 홀리는 관계 23.06.25 291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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