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ETA]

최강의 박수무당, SSS급 헌터가 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유진숙
작품등록일 :
2023.05.22 19:09
최근연재일 :
2023.07.17 13:05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25,292
추천수 :
476
글자수 :
328,941

작성
23.06.25 13:02
조회
290
추천
8
글자
12쪽

38화 홀리고 홀리는 관계

DUMMY

유진숙은 안주 몇 개와 평소에 마시지도 않던 테킬라를 시켰다.


‘윽···. 테킬라는 영 몸에 안 받던데···.’


술병이 비어갈수록 내 머릿속도 비어가는 기분이었다.


짜악-


두 번째 테킬라 병을 따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유진숙은 잔에다가 술을 한가득 부어주며 깔깔 웃었다.


“그래서 오빠 능력으로 귀신을 불러내 그 사람 팔다리를 꿰매줬다고?”

“···으응.”

“관리국엔 정말 특이한 사람들이 한가득하구나. 재밌겠는데?”

“아휴. 재미고 뭐고 힘들어. 민간 길드랑 다르게 빡센 일만 골라서 하더라고.”

“자 힘들 땐 어떻게 해야 하지? 마시는 거야! 짠!”


벌써 테킬라를 스트레이트로 25잔째.


술이 취하는 느낌이 아니라 체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우욱···. 더 이상 마셨다간 기절하겠는데. 서양 술은 뒷맛이 깔끔해서 좋긴 하지만 너무 독하다니깐···.’


그녀가 3분의 1도 채 마시지 않고 내려놓은 나의 잔을 보며 구시렁거렸다.


“밑잔?”

“아이고···. 진숙아. 이러다 죽겠어. 무슨 술을 이렇게···.”

“천하의 최준원이 술을 다 마다하네? 너 너무 약해진 거 아니야?”

“소주면 모를까 지금 우리가 마시고 있는 건 무려 도수가 40도나 되는 술이라고···.”

“취해서 쓰러져본 적이 없다더니 순 허풍이었네. 관둬. 나 혼자 마시지 뭐.”

“아, 아냐. 같이 마셔. 짠.”


무리하게 들이켠 독주에 정신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우리의 술자리는 기어이 3병째 테킬라를 모조리 비우고 나서야 끝이 났다.


유진숙은 멀쩡한 모습으로 비틀거리며 힘겹게 걷는 날 부축해주었다.


“···힘들어 보이네?”

“어···. 너무···. 많이···.”

“후후후.”


자꾸만 감기는 눈을 억지로 부릅뜨며 길가 아무 곳에나 주저앉았다.


“잠시만 쉬었다 가자. 너무 힘들어.”

“쉬었다 가자고? 좋지.”


순간 전원 코드가 뽑힌 사람처럼 눈앞이 캄캄해졌다.


***


쏴아아-


‘으응···? 여긴 어디지···.’


토할 것 같이 울렁이는 속을 부여잡고 몸을 일으켰다.


조금씩 선명해지는 시야로 둘러보니, 내가 있는 곳은 어느 호텔 방이었다.


‘술 먹고 뻗었었나 보네. 근데 이 물소리는···.’


잠시 후 샤워 가운 차림으로 물에 젖은 머리를 닦으며 욕실을 나오는 유진숙과 눈이 마주쳤다.


“이제 일어났어?”

“헉! 야. 너···.”

“후훗. 애옹!”


그녀는 고양이 흉내를 내며 아직 덜 마른 몸으로 내가 누워있는 침대로 뛰어 올라왔다.


“야! 잠깐만!”

“애옹~ 난 오빠의 작은 고양이야.”


뜬금없는 도발 멘트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제정신 맞지···?”

“쉿. 오빠는 그냥 내가 이끄는 대로만 따라오면 돼.”


유진숙이 검지로 나의 입에서부터 배꼽이 있는 곳까지 천천히 쓸어내렸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당황하여 그녀를 황급히 떨어뜨리며 말했다.


“진숙아! 잠깐 멈춰봐.”

“어머나. 숙맥처럼 왜 이래?”

“너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아. 정신 좀 차려봐.”

“술에 취한 건 내가 아니라 그쪽인데? 아, 혹시···. 여자 싫어해?”

“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러면 내가 싫은 거야?”

“아, 아니···. 그것도 아닌데···. 이건 너무 갑작스러워서···.”

“후후후. 그냥 편하게 있어. 후우.”


유진숙의 내 귓가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자, 가위에 눌린 것처럼 온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이러다 잡아 먹힌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질 않아.’


목덜미를 천천히 타고 내려오는 뜨거운 입김에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요새 애들은 정말 적극적이네. 진숙이가 이렇게 진취적일 줄이야.’


가까이 달라붙은 그녀의 향수 냄새에 취해, 기분 좋은 나른함에 빠져 있을 때였다.


“야! 그 녀석의 정기는 언젠가 내 것이 될 거야. 그러니 그 더러운 손 당장 떼지 못해?”


유리컵이 깨지는 듯 날카로운 고함에 힘겹게 눈동자를 굴렸다.


기녀복 차림의 구미호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꼬리 아홉 개를 펼친 채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구미호?”

“이런 얼빠진 녀석 같으니라고!”

“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널 도와주려고 억지로 나왔어.”

“도와줘? 나를?”

“가만히 두다간 저 계집년에게 당할 것 같아서.”

“계집년이라니···. 너 질투하는 거냐? 지금?”

“질투? 웃기시네. 네 위에 올라탄 년의 얼굴을 한번 자세히 보라고.”


유진숙의 이마엔 못 보던 뿔이 나 있었고 꼬리와 작은 박쥐 날개 같은 것도 돋아나 있었다.


“어? 진숙아? 너···?”


그녀는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며 침대에서 내려와 구미호 앞에 섰다.


“방해꾼이 있었을 줄이야. 조금만 더 있으면 끝난 거였는데.”

“너 말이야. 서큐버스지? 남자의 정기를 빨아먹고 산다는 서양 귀신.”


구미호가 서큐버스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개항 초기, 양인들이 타고 온 배에 몰래 섞여 들어온 저놈의 동족을 모조리 잡아먹은 이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어린 서큐버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응? 우리에 대해 잘 알고 있네? 수인들이라 그런가?”

“수인? 나를 그런 녀석들과 비교하지 마.”

“여우 수인 같은데···. 꼬리가 아홉 개라? 돌연변이 개체인가?”

“돌연변이라고? 이 년 말하는 싸가지 좀 보게. 나는 고귀하신 태백산의 구미호 님이시다. 말조심해, 싸구려 몽마(夢魔).”

“싸구려라니. 듣기 거북한걸?”

“좋은 말로 할 때 썩 꺼져. 아까도 말했지만, 저 녀석은 내 것이니까.”

“싫다면?”


구미호는 손톱을 잔뜩 세워 서큐버스를 할퀴었다.


몽마는 팔에 난 상처를 핥으며 비열하게 웃었다.


“어머나. 하마터면 얼굴이 다칠 뻔했잖아? 조심 좀 해줘, 얘.”

“이런? 그것참 아깝네. 이참에 그 면상을 확 찢어발겼어야 했는데.”

“면상을 찢어발겨? 입이 정말 거친 아가씨네.”


서로 머리끄덩이를 붙잡고 이어지는 싸움에 멍하니 구경만 하고 있을 때였다.


띠리링-


룸서비스를 부를 때 쓰는 객실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 고객님. 프런트입니다. 주변 객실에 머무는 손님분들이 항의 전화를 하셔서요.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지금도···.


수화기를 손으로 막고서 두 여인을 향해 손가락으로 입을 막았다.


“쉿! 조금만 조용히 해줄래? 너희 때문에 프런트에서 전화가 왔어.”


방금까지 서로 할퀴고 깨물며 싸우던 두 명은 나의 말에 잠깐 싸움을 멈추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잠깐 그···. 좀 격렬하게···.”

- 앗···. 방해해서 죄송합니다만, 다른 손님들이 불편해하시니까 좀 자제를···.

“예, 예. 죄송합니다.”

- 그러면 별다른 일을 없으신 거죠? 조심해주십시오.


뚝-


전화를 끊고 나서 깊은 한숨을 뱉었다.


“여기는 좀 그러니까 장소를 좀 바꾸는 게 어떨까? 그···. 진숙이 너도 옷 좀 제대로 입고···.”


***


호텔을 나서 도착한 곳은 아까 술을 잔뜩 마셨던 펍이었다.


다소 황당한 전개이긴 하지만, 구미호의 제안으로 누가 더 강한 정기 흡입력을 가졌는지 대결하는 것으로 종목을 바꿨다.


서큐버스는 여왕을 기다리는 동안 테킬라를 들이켜며 말했다.


“그래 이건 인정할게. 네가 나보다 더 강한 음마(淫魔)라는 걸.”


그녀에게 질세라 술잔을 단숨에 비운 구미호가 이를 박박 갈며 대답했다.


“음마? 난 너같이 헤픈 여자가 아니야!”

“헤프다니. 말하는 것 좀 봐? 그게 아니면 너는 왜 저기 저 남자의 정기를 탐내는 건데?”

“최령군이야말로 나를 신령으로 만들어줄 유일한 남자란 말이야.”

“신령이 된다?”

“너흰 목적도 없이 정기만 갈취하지? 난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거야. 이 몸께선 신이 될 것이거든.”


구미호는 아직도 내가 옥황상제를 통해 본인을 여우들의 신, 호조사(狐祖師)로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은 듯했다.


‘난감하네. 이걸 아직도 기억하다니···. 퇴마하려고 그냥 적당히 둘러댄 것이었는데···.’


그녀의 호언장담에 서큐버스가 콧방귀를 꼈다.


“아, 그러세요? 아주 대단한 신 후보생 납셨네.”

“비꼬지 마. 저급한 요괴 주제에.”

“흥, 자기는 교활한 여우년인 주제에.”

“뭣? 여우년? 너 당장 말 취소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까 그저 조용히 물만 마시고 있었다.


덜컥-


두 여자가 기 싸움을 벌이는 동안 기품있게 생긴 서큐버스의 여왕이 가게로 들어왔다.


여왕은 몽환적인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악수를 청했다.


“반가워요. 전 마왕군의 간부, 서큐버스 퀸 릴리스라고 합니다. 그쪽은···.”

“···최준원입니다.”

“SSS급 헌터라더니 생각보단 귀엽게 생기셨네요?”

“그, 그래요? 귀엽다는 말은 처음 듣는데···.”


구미호는 테킬라를 한 잔 더 따르며 여왕에게 소리쳤다.


“내 남자에게 꼬리 좀 그만 쳐. 이 불여우들아.”

“그쪽이 제 사랑스러운 부하가 말한 구미호라는 여자로군요?”

“그러는 네가 서큐버스퀸이겠구나?”

“누가 더 대단한 정기 흡입력을 지녔는지 우열을 가리자고 했었다죠? 후후. 자신이 있으신가요? 저는 서큐버스와 인큐버스들의 정점에 선 존재라구요?”

“너야말로 태백산의 정기를 한껏 품은 나를 과소평가하지 않는 게 좋아.”

“후후 기대되는데요?”


구미호는 꼬리로 술을 따르며 피식 웃었다.


“너희 서큐버스들은 남자들만 노린다지? 나는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는 잡식성이라 상관없지만···.”

“그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여자의 정기를 빼먹는 일에는 인큐버스만큼은 아니더라도 자신 있으니까.”

“아니야. 내가 특별히 널 위해서 배려를 해주도록 할게. 지고 나서 변명하는 꼬락서니는 보기 싫으니까.”


말을 마친 그녀는 어느새 도포를 입은 잘생긴 미남이 되어 있었다.


“그럼 어디 한번 실력 좀 보실까? 따라와.”


긴 머리칼을 쓸어 넘기던 구미호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여왕을 도발했다.


펍 한편에 마련된 작은 방으로 들어간 둘은 5분도 되지 않아 금방 다시 나왔다.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입가를 닦는 구미호 뒤로 서큐버스 퀸이 반쯤 풀린 눈으로 비틀거리며 나왔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현재 레벨은 37레벨입니다.]


여왕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구미호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헉헉거렸다.


“이, 이런 기분 오랜만이야···.”

“훗. 이제 패배를 인정하겠지? 허접한 여왕님?”

“···몰라뵈어서 죄송합니다. 대선배님···.”


여왕의 굴욕스러운 언행에 얼굴이 새파랗게 변한 부하 서큐버스가 부리나케 도망쳤다.


구미호는 버려진 서큐버스의 여왕을 야릇한 눈길로 바라보며, 그녀의 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최령군, 앞으론 조심해. 네가 또 갑자기 죽어버리면 곤란하니까.”

“···알았어. 근데 그 여자는 어쩔 셈이야?”

“데리고 다니면서 내 시중이나 들게 하지 뭐. 여왕님? 2차전은 돌아가서 할까요?”


고개를 끄덕이는 서큐버스 퀸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후···. 내 몸 안에서 그렇고 그런 짓은 좀 참아주라.”


구미호의 소환을 해제하고 가게 밖을 나설 때였다.


우웅-


A팀 팀장인 바그너로부터 전화가 왔다.


“바그너?”

- 휴가 중에 미안한데. 너 인천에 가 있다고 했나?

“응? 맞아. 무슨 일 생겼어?”

- 잘됐네. 그러면 거기 대기하고 있어. 마왕 토벌을 시작할 거니까.

“갑자기? 마왕을?”

- 위원회의 명령이야. 내일 아침에 도착할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최강의 박수무당, SSS급 헌터가 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안내 23.06.23 45 0 -
공지 (수정)업로드 시간은 13시 ~ 13시 30분 사이입니다. 23.05.31 41 0 -
공지 문장 및 회차 제목 수정 안내입니다. (1~19화) 23.05.26 119 0 -
60 60화 쉼표, 마침표 그리고 물결표 (완결) 23.07.17 222 3 8쪽
59 59화 이리를 사냥하다(2) 23.07.16 182 4 12쪽
58 58화 이리를 사냥하다(1) 23.07.15 182 5 12쪽
57 57화 청람 스미스 23.07.14 189 5 12쪽
56 56화 바알제붑(3) 23.07.13 181 4 12쪽
55 55화 바알제붑(2) 23.07.12 185 5 12쪽
54 54화 바알제붑(1) 23.07.11 187 5 12쪽
53 53화 엘프들의 왕 23.07.10 205 5 12쪽
52 52화 끝없는 허기의 땅 23.07.09 212 5 12쪽
51 51화 이직 23.07.08 202 5 12쪽
50 50화 레비아탄(4) 23.07.07 201 5 13쪽
49 49화 레비아탄(3) 23.07.06 204 5 12쪽
48 48화 레비아탄(2) 23.07.05 212 5 12쪽
47 47화 레비아탄(1) 23.07.04 223 5 12쪽
46 46화 고래 사냥 23.07.03 217 5 12쪽
45 45화 바다의 눈 +1 23.07.02 219 6 12쪽
44 44화 동백섬 인어공주 23.07.01 237 6 12쪽
43 43화 불길한 예감 23.06.30 252 6 12쪽
42 42화 제3차 대격변 23.06.29 278 6 12쪽
41 41화 마왕성 토벌(3) 23.06.28 270 6 12쪽
40 40화 마왕성 토벌(2) 23.06.27 269 7 12쪽
39 39화 마왕성 토벌(1) 23.06.26 290 7 12쪽
» 38화 홀리고 홀리는 관계 23.06.25 291 8 12쪽
37 37화 카페 페코페코 23.06.24 304 8 12쪽
36 36화 사무라이 쇼다운(2) 23.06.23 304 9 12쪽
35 35화 사무라이 쇼다운(1) 23.06.22 298 9 12쪽
34 34화 마계 인천 23.06.21 311 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