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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박수무당, SSS급 헌터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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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진숙
작품등록일 :
2023.05.22 19:09
최근연재일 :
2023.07.17 13:05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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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8,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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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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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1화 이직

DUMMY

7마리의 닻 중 하나인 레비아탄을 해치우고 얻은 보상은 실로 초라한 것이었다.


아니다. 내가 말을 잘못했다.


뭐라도 얻는 것이 있어야 초라하다는 표현을 쓰지.


내가 처한 상황은 결승점 앞에서 백도만 연거푸 나온 거나 다름없었다.


속절없이 시간이 흘러 처음 헌터로 각성했던 8월이 다시 돌아왔다.


그동안 무얼 했느냐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 못했다.


잃어버린 5~6개월 동안 구치소에 갇혀 외부와 단절된 채 지냈다.


기약 없이 봉귀함에 갇혀있는 귀신들처럼.


시작은 하서희의 문제 제기였다.


하서희는 나의 레비아탄 사냥을 두고 지시 불이행이 어쩌니 트집을 잡았다.


당연히 국장은 이번에도 자기 선에서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지만, 이번엔 그리할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관리국 국장보다 더 높으신 분들이 개입하면서 상황은 급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법원을 들락날락하면서 헛심 공방을 펼치기를 반년.


결론은 나의 요원직 박탈과 국가사랑헌터카드의 압수였다.


그나마 국장의 도움 덕분에 헌터 면허가 취소되는 것만은 막을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인지하기도 전에 생긴, 너무나 갑작스러운 신변의 변화.


한동안 넋이 나간 사람처럼 머스탱 GT를 끌고 전국을 떠돌았다.


면직당하고 그렇게 떠돌다, 며칠 동안 수봉산에 머물렀다. 바로 어제까지.


다시 살아난 신력을 이용해 강윤서의 엉망이 되어 있는 혈을 바로 잡아주고 린코의 몸에 깃든 흰 뱀을 깨울 방법을 알려주며 그냥 그렇게 지냈다.


그러나 그곳도 내가 오래 있을 곳은 못 되었다.


딸인 허명옥과 가르침에 목마른 강윤서, 그리고 이제 막 무속의 길에 첫걸음을 디딘 린코는 더 남아주길 원했지만, 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게 역마살이 낀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산에서 내려오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는 내 마음속 최령군의 목소리였다.


‘그냥 이대로 뒷방 늙은이처럼 지낼 거야? 넌 그 누구도 얻지 못한 귀중한 기회를 얻은 몸이야. 조선 최강의, 세계 제일의 헌터가 되겠다던 다짐을 외면하겠다는 거야?’


그래.


나에겐 아직 완수하지 못한 사명이 남아 있었다.


‘그렇지?’


하지만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렸다. 그래, 어쩌면 잘된 일이다. 머리를 식힐 시간이 필요했다.


‘머리를 식혀? 이미 충분히 식은 거 아닌가? 이대로 눌러앉다간 망부석이 되고 말걸?’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천천히 고민해보자. 난 아직 젊으니까.


‘고민은 움직이면서도 할 수 있는 거 아냐?’


그래, 그래. 네 말이 다 맞다. 내 말이 다 맞아.


짧은 작별 인사를 건네고 그대로 수봉산을 내려와 다시 차에 몸을 실었다.


***


휴게소에서 산 호두과자를 씹으며 주차장 쪽을 바라보았다.


쉴 새 없이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하는 차들과 사람들.


어수선해 보이지만,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질서정연한 움직임.


컨베이어 벨트가 끊임없이 돌아가는 공장 내부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호두과자의 뻑뻑함에 목이 막혀올 때쯤 시원한 커피를 들이켰다.


‘나처럼 이유도, 목적도 없이 여길 들리는 사람은 없구나.’


반도 넘게 남아 있는 호두과자 봉투를 조수석에 집어 던지며 생각한다.


호두과자야말로 정말 이기적인 음식이라고.


호두의 고소하고 눅진한 알맹이를 얻기 위해 단단한 껍질을 벗길 필요도 없다.


그래서 그런가.


말랑한 호두과자의 밀가루 표피 아래엔 팥만 가득하고 호두는 별로 없어, 이게 팥 과자인지 호두과자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다.


‘그래. 이 세상에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없어. 최령군으로 살던 시절을 생각해봐. 지금 내 몸속에 꿈틀거리는 이 귀신들을 잡아넣으려고 얼마나 개고생했었는지.’


머스탱 GT의 고삐를 붙잡고 휴게소를 빠져나가려던 때였다.


우웅-


“여보세요? 진숙아?”

- 아니 그동안 뭐 하고 지낸 거야? 전화도 안 되고.

“진숙아···. 나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 힘들다.”

- ···무슨 일이야?

“나 관리국에서 쫓겨났어.”

- 뭐? 오빠 지금 어디야?

“여기? 공장. 아, 아니. 휴게소.”

- 나 지금 구로디지털단지역 주변에 있거든? 만나서 이야기할까? 어쩌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으니까.

“알았어. 바로 출발할게.”


구로디지털단지는 정말 신기한 동네다.


디지털이랑은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평범한 동네인데, 이름만 들으면 무슨 근미래의 사이버펑크 동네 같으니까 말이다.


유진숙이 알려준 대로 찾아간 주소에는 사무실이 있었다.


‘유진숙 헌터 길드’


이 정직하고도 직관적인 길드 이름에 모든 상황이 단번에 이해가 갔다.


예전에 몸담았던 앱실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넓고 쾌적한 환경.


거기다 꽤 많은 수의 헌터들이 각자 자리를 하나씩 붙잡고 일하고 있었다.


‘3팀 팀장 황서연’이라는 사원증을 목에 건 오피스룩 차림의 여자가 나를 반겼다.


“준원 오빠! 밖에 덥지? 자, 이거 마셔.”


황서연은 차갑게 식은 ‘솔잎의 눈’ 한 캔을 건네주었다.


“너는? 황서연?”

“그래, 나야. 못 알아보겠어?”


못 알아보는 것이 당연하겠지.


내가 기억하던 모습과 완전 다른 외형은 둘째치고 어딘지 모르게 위축되어 있던 태도는 온데간데없으니까.


“야, 너···. 되게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네? 머리도 밝은색으로 염색했고.”

“그래? 진숙 언니 옆에서 오래 있었더니 그런가? 이상해?”

“아니. 훨씬 좋아. 잘됐네. 그래서 진숙이는?”

“지금 손님이랑 이야기 중인데···.”

“손님?”

“응. 이번에 되게 짱짱한 헌터가 우리 길드로 들어오겠다며 찾아왔거든. 아, 말해준 적 있었나? 우리 길드 차렸다고.”

“처음 들어. 길드를 차린다더니···. 우리가 있던 앱실론보다 훨씬 좋은데? 규모도 훨씬 큰 거 같고.”

“후후. 맞아. 우리가 있던 앱실론에 속한 헌터가 몇 명이었지? 40명? 50명? 우린 100명 이상이야. 거기다가 최소 B급 이상만 받고 있지. 그 덕에 신생 길드인데도 하루가 다르게 랭킹이 쑥쑥 오르고 있어.”

“그 말인즉슨···. 너랑 진숙이도 B급이 됐다는 말이야?”

“응.”

“대단한데? 축하해.”

“갑자기 이런 말 하긴 좀 그런데···. 관리국에서 쫓겨났다며? 어떻게 된 거야?”

“하. 그 얘기만 나오면 가슴이 답답하다.”

“앗, 미안···.”


예전처럼 다시 쭈글쭈글해지려는 황서연을 향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 아냐. 너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니까 그렇게 쭈글쭈글하지 마. 넌 웃을 때가 제일 예뻐.”

“어머, 오빠가 그런 말도 할 줄 알아? 제법인걸?”

“하하. 그러냐?”


제스처, 말투, 분위기 모든 것에 유진숙이 스며든 황서연이었다.


“어쨌든···. 한낱 헌터 주제에 선을 넘었다 이거지. 차라리 잘됐어. 지금은 목에 채워진 목줄이 사라진 것처럼 홀가분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던 황서연이 휴대폰으로 문자를 확인하고서 내 손을 잡아 이끌었다.


“언니가 괜찮다고 들어오래. 따라와.”


‘길드장실’이라고 적힌 푯말 아래 블라인드가 쳐진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니 반가운 손님이 둘이나 있었다.


회전의자에 앉아 빙글빙글 몸을 돌리던 그레트헨이 인기척에 돌아보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

“그레트헨! 너 여기서 뭐 해?”

“하하···. 면접을 보고 있었지.”

“면접? 관리국은?”

“나 이제 요원 아니야. 너처럼.”

“뭐? 너도 쫓겨난 거야?”

“쫓겨나다니. 난 내 발로 나온 거야.”

“어째서?”

“그냥 뭐랄까. 널 보니까 내 말년도 저렇겠지···. 싶어서? 그리고 어차피 관리국에 더 남을 생각도 없었어.”


우리의 대화를 옆에서 듣던 유진숙이 비어있는 의자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덕분에 우리 길드에 SSS 급, A급 헌터가 둘이나 생겼네.”

“너 내가 무슨 등급인지 알고 있던 거야?”

“알고 있던 건 아니고. 그레트헨이 말해줬어.”


그레트헨은 손으로 입에 지퍼를 여는 시늉을 했다.


보통은 반대로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이젠 별 상관은 없었다.


애초에 SSS급을 숨긴 것도 관리국의 편의를 위해서 한 것이지, 내가 원해서 그랬던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한데 어째 말하는 게 이미 내가 네 길드에 들어간 것처럼 들리네?”

“어머나? 몰랐어?”

“능청맞긴. 난 아직 계약서에 사인 안 했다?”

“어차피 들어올 거면서. 내 말이 틀려?”

“···그리 말하니 할 말은 없다만.”

“그레트헨에게서 다 들었어. 우리 길드에 들어오면 그런 거로 트집잡힐 이유는 없으니 안심해.”

“하. 근데.”

“응? 뭐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괜히 너까지 타이요 그룹이랑 엮일까 봐 걱정이야. 아니, 분명히 엮일 거야. 그럼 너도 좋을 꼴 못 볼 텐데 날 받아줄 자신이 있어?”

“아, 그거? 괜찮아. 어차피 업계 탑이 되려면 언젠간 한번 붙어야 할 상대잖아?”

“그래도···.”

“괜찮다니까. 우리 길드, 생각보다 강해. 나도 내 한 몸 건사할 정도는 되고. 예전의 내가 아니야.”


맞는 말이다.


내가 너무 지나친 걱정을 하는 것이 분명했다.


막말로 놈들이 유진숙을 건드릴 배짱은 없을 것이다.


그런 배짱이 있었다면 진작에 일을 벌이고도 남았을 테지.


그레트헨과 함께 계약서에 사인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다만 앱실론과 관리국에 있을 때처럼 팀 단위로 묶이는 것이 아니라, 개인 행동하는 형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


아스팔트마저 녹일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며칠 뒤였다.


유진숙은 컴퓨터 앞에 앉아 빈둥거리는 그레트헨과 나를 향해 서류를 하나 들고 왔다.


“요 며칠간 일이 없어서 심심했지? 자, 이거 받아.”


「(헌터 관리국) 바알제붑 사냥 계획」


그레트헨은 익숙한 냄새가 나는 관리국 양식의 서류를 뒤적거리며 투덜거렸다.


“그 잘나신 SSS급 헌터들에게 맡기면 되는 것 아냐? 왜 우리한테 이런 걸 맡겨?”


유진숙은 에어컨 온도를 1도 낮추면서 대답했다.


“열 좀 식혀. 그 잘나신 SSS급 헌터가 우리 길드에도 하나 있으니까 그렇겠지.”

“이럴 거면 진작에 좀 쉴드를 쳐주지. 사람 쫓아내 놓고 이게 할 짓이야? 뭐, 나야 제 발로 나왔다 쳐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겠지. 아, 맞다. 준원 오빠.”

“왜?”

“그거 맨 뒷장을 한번 볼래? 관리국에서 뭘 좀 더 챙겨주던데.”


서류철의 맨 뒷장에는 국장이 친필로 작성한 편지가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되어서 유감이라는 둥 미안하다는 내용들 아래 내 이목을 확 끄는 말이 적혀있었다.


“준원 씨의 요원직을 박탈시키는데 앞장섰던 하서희 위원과 상급 기관 인원들이 지금 타이요 그룹과의 커넥션으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참고 제3차 대격변을 수습하는 데 집중해주십시오. 좋은 날이 올 겁니다.”


책상에 엎드려 있던 그레트헨이 벌떡 일어나, 내 손에 쥐어져 있는 편지를 뺏었다.


“커넥션? 역시! 그깟 지시 불이행 따위를 왜 이렇게 부풀려서 억지로 끌어내리려고 하는가 했더니만!”

“···그런 거였군. 후, 후후후···.”

“뭐가 웃겨? 넌 억울하지도 않아?”

“억울해? 당연히 억울하지. 하지만 좋은 명분을 얻었잖아. 그거면 족해.”

“명분이라니?”

“토쿠아쿠인지 지랄인지를 족칠 수 있는 명분. 날 암살하려던 일 정도야 흐지부지 얼버무릴 수 있었을진 몰라도, 이건 달라. 빼도 박도 못하는 거지.”

“넌 참 좋겠다. 이런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찾아내서.”

“그럼 뭐 어쩌겠어? 세상 한탄만 하며 살 수는 없잖아? 정확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진 ‘닻’들이나 처리하며 기다려보자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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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화 동백섬 인어공주 23.07.01 237 6 12쪽
43 43화 불길한 예감 23.06.30 251 6 12쪽
42 42화 제3차 대격변 23.06.29 278 6 12쪽
41 41화 마왕성 토벌(3) 23.06.28 270 6 12쪽
40 40화 마왕성 토벌(2) 23.06.27 269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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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홀리고 홀리는 관계 23.06.25 290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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