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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박수무당, SSS급 헌터가 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유진숙
작품등록일 :
2023.05.22 19:09
최근연재일 :
2023.07.17 13:05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25,301
추천수 :
476
글자수 :
328,941

작성
23.05.22 19:14
조회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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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12쪽

1화 조선 최강의 무당

DUMMY

“세자 저하를 괴롭히던 역귀는 확실히 처리하신 겁니까?”

“별것 아닌 놈이더군.”

“역시 조선 제일의 무격(巫覡)다우시군요.”


내시는 궁궐을 나서는 내게 상자를 하나 건넸다.


“그건 무엇이냐?”

“검은 털의 초피(貂皮, 담비 가죽)로 만든 갖옷이지요. 주상 전하께서 내리신 상이옵니다. ”

“허허, 그렇게 비싼 물건을···. 전하께 성은이 망극하다고 전하거라.”

“그리 전하겠습니다.”

“아, 당분간 세자 저하의 수라상엔 팥죽을 꼭 올리라고 함께 전하거라.”

“예, 그럼 살펴 가십시오.”

“오냐.”


흥례문부터 저 멀리 광화문이 있는 곳까지.


어도를 가득 메운 내시와 궁녀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국무(國巫) 최령군께서 퇴궐하십니다!”


단군과 견줄만한 막강한 신력으로 신령들의 힘을 자유자재로 끌어낸다.


조선제일검 못지않은 칼 솜씨로 내로라하는 귀신들을 잡아넣는다.


이 두 가지 능력으로 조선팔도를 어지럽히는 귀신문(鬼神門)을 제집 안방 드나들듯 넘나들던 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 옛말이다.


단골 선술집의 구석에서 낡아빠진 담비 갖옷을 추슬렀다.


꼴까악-


잔술을 부드럽게 마시고.


“육시럴 왜놈들···. 감히 목면신사를 허물고 그 자리에 조선신궁인지 지랄인지를 세워?”


욕설은 거칠게 뱉었다.


터질 것 같은 울화통을 잠재우려면 더 많은 술이 필요했다.


“여기 소주 한잔 더.”


조미료가 잔뜩 들어간 국밥을 들고 지나가는 여급의 치맛자락을 급히 붙잡았다.


“어머나! 시킬 게 있으면 말로 해요, 말로. 애도 아니고, 참···.”


황망해 하는 여급의 뒤로 일본인치고는 장대한 기골을 자랑하는 한 중년이 그녀를 불러세웠다.


“오이!(이봐!) 코코니 비이루오 잇폰 못테키테쿠레.(여기 맥주 한 병 갖다줘.)”

“에에? 비이루 잇폰데스카? 와카리마시타.(예? 맥주 한 병이요? 알겠습니다.)”


그는 능숙한 조선말로 내게 안부 인사를 건네며 맞은 편에 앉았다.


“스승님, 연세도 있으신데 술을 좀 줄여야 하지 않을까요?”


누군가 했더니 한일병합(韓日倂合) 이전부터 친분이 있던 음양사였다.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찾아왔나? 누가 귀띔을···?”


퐁-


음양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미지근한 맥주병을 땄다.


“늘 여기서 술을 드시지 않습니까. 궁궐 나인들의 술맛이 느껴진다면서요. 저야 모르지만.”


꼴 꼴 꼴 꼴-


“하하, 맥주는 아니지.”

“그건 그렇고 대관령에 열린 귀신문에서 오니들이 난리를 피운다는데 같이 가보시렵니까?”


조선 팔도에 귀신문이 열리게 된 것은 철종 13년의 일이다.


이러한 변고가 일어난 원인은 아무도 모른다.


단지 가만히 두면 안에서 온갖 악귀가 튀어나온다는 것만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조정에서 귀신문 토벌에 매년 막대한 돈을 들였고 지금은 총독부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귀신문에서 얻은 전리품이 상당히 돈이 된다는 것은 고종 13년이 되어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는 참새는 없을 텐데.


분명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음양사는 나의 대답을 재촉하려고 사족을 붙였다.


“에···. 이번엔 처음 보는 놈들이 튀어나왔다고 하더군요.”


처음 보는 놈들?


귀신 잡이를 업으로 하는 나 같은 자들에게 충분히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다.


그러나 대답 대신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켜는 것으로 대신했다.


“키야! 왜놈들이 가져온 맥주라는 술은 정말 기가 막힌단 말이야.”

“···생각 없으십니까?”


생각이 없을 턱이 있겠나.


예전 같았으면 당장 싸구려 검이라도 구해서 달려갔을 것이다.


“이보게. 작두칼을 손에서 놓은 지 어언 십 년일세, 십 년.”

“파풔만스(performance)는 일시적이지만 쿠라스(class)는 영원하지요.”

“파풔···. 쿠라···. 뭣?”

“은퇴 아닌 은퇴를 하신 지 십 년이 지났다고 그 실력이 어디 가겠습니까?”

“그래도 어쩌겠나? 내가 경찰서에서 무슨 짓을 당했는지 자네도 잘 알지?”

“무당을 다시는 안 하겠다고 맹세하신 것 말입니까?”

“내가 구미호로 착각한 여우 신령의 숨이 넘어가기 전에 멈췄기 망정이지···.”

“그러면 이건 어떻습니까? 지게꾼으로 참여한다고 둘러대고···.”

“관두세. 쓸데없이 일 벌여야 좋을 것 하나 없다네.”


한숨을 쉬던 음양사가 별안간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무릎을 '탁' 쳤다.


“그걸 써보는 건 어떻습니까? 그거라면 총독부도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거라니?”

“스승님에겐 재앙을 일으킬 무기가 있지 않으십니까?”


음양사가 말하는 무기라는 것은 내가 평생을 바쳐 완성한 봉귀함이었다.


“쉿! 말조심하게. 지금 다 죽자는 건가?”

“후우···. 이렇게 술이나 드시며 세월을 낭비하시는 것이 안타까워 그럽니다. 쿠소!(빌어먹을!)”

“자, 그런 이야기는 그만하고 술이나 마시자고.”


그리 멀지 않은 다른 탁자에 앉아있던 짧은 머리의 남자에게 맥주잔을 흔들었다.


“어이, 사토! 자네도 한잔하겠나? 거기서 계속 눈 부라리고 앉아있지 말고.”


그는 이쪽을 잠깐 쳐다보고는 손사래를 쳤다.


대낮부터 시작된 우리의 술자리는 저녁 늦었을 때가 다 되어 끝이 났다.


“인제 그만 자리를 파하도록 할까?”

“아니 무, 무슨 소리십니까? 이제 시작인데요?”

“내일 새벽 기차로 춘천에 가야 한다며? 자, 어서 일어나게.”


황소처럼 뜨거운 콧김을 뱉으며 인력거에 올라탄 그를 배웅해주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이~ 풍진 세상을♪ 만~ 났으니~♪ 너의 희~ 망이 무엇이냐···.”

“많이 취하셨습니다. 부축해드리겠습니다.”

“자네 조선말이 많이 늘었구먼?”

“어르신 곁에서 지낸 지 십 년입니다. 못하는 것이 더 이상하지요.”

“허허···. 그런가. 으음···. 혹시 말일세.”

“무슨 일이십니까?”

“내일 새벽에 춘천으로 출발하는 기차표를 하나 구해다 줄 순 없을까?”

“···결국 하실 겁니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자네도 지겹지 않나? 늙은이 술주정 받아주는 일 말이야.”

“뒷감당하실 각오는 되신 겁니까?”

“물론.”

“제가 말리더라도 어떻게든 가시겠죠?”


촛불은 마지막에 가장 화려하게 타오른다고 하던가.


이렇게 술로 세월을 보낼 바에야 내 생애 최고의 칼춤을 선보이겠노라 마음먹던 바로 그때였다.


“허억!”


갑자기 칼에 찔린 듯한 흉통과 함께 물에 빠진 듯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털썩-


결국 온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 쓰러지고 말았다.


“으, 으윽!”


그렇게 서서히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뒤늦게 정신을 차린 곳은 시뻘건 하늘 아래에 놓인 강가 앞이었다.


‘···아니?’


이곳이 삼도천이라는 것은 굳이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놀란 이유는 눈앞에 놓인 강의 크기와 깊이 때문이었다.


‘유도교가 놓인 중천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강심연은···.’


강심연은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고 반대편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넓은 강이었다.


“으악!”

“어푸! 어푸!”

“살려줘!”


아비규환 앞에서 쉬이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망설였다.


“뭣 하느냐? 너도 어서 건너가거라.”


뜸 들이는 나의 등을 저승사자가 긴 작대기로 쿡쿡 찔렀다.


“저기···. 이거 뭔가 잘못된 것 아닙니까?”

“여기에 온 죄인들은 다들 그리 말하더구나. 시끄럽고 어서 건너거라.”


뭔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나의 감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나를 앞에 두고 명부를 뒤적거리던 염라대왕이 난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내래 재판을 하는 몸으로 꽝포(거짓말)하진 않갔어. 임자는 말이야, 사실 실수로 죽은 기야.”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여기 강림차사 아새끼가 실수를 한 모냥이야? 덩말 미안하게 됐어. 해동 조선국의 최령군.”


대왕은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저승사자를 향해 혀를 끌끌 찼다.


“대체 눈까리가 어떻게 잘못되어야 아홉(九)을 다섯(五)으로 잘못 볼 수가 있네? 입이 있으면 뭐라고 말 좀 해보라우.”

“···면목 없습니다, 대왕님.”

“고, 고 내래 열스러워서리(창피해서) 낯짝을 못 들겠다야.”


저승사자의 실수로 죽었다.


이것보다 더 허무한 죽음이 있을까.


“환생시켜주십시오.”

“환생을 시켜달라? 기거이 안될 말이디.”

“실수를 인정하셨지 않습니까? 합당한 보상을 내려주셔야지요.”

“고거야 임자말이 맞긴 허디만, 우리도 우리의 입장이라는 거이 있지 않갔어?”

“저도 저의 입장이 있지 않습니까?”

“풋, 거 재밌는 아새끼로구만 기래? 기카믄 말이야. 환생은 좀 그렇고···.”


대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늘에서 한 줄기 빛이 내려왔다.


눈부신 섬광에 염라대왕의 수하들이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며 외쳤다.


“하늘의 주인, 만신의 지배자, 세상 만물의 운명을 결정짓는 자, 삼라만상의 창조자. 옥황상제 납시오!”


눈부시게 하얀 도포 차림의 옥황상제는 우물쭈물하는 염라대왕에게 다가가 어깨동무했다.


“상데님? 여긴 어쩐 일로···.”

“내가 아끼던 녀석이 죽었다고 해서 한번 와봤다. 근데 너 요새 부쩍 실수가 잦은 것 같다?”

“아, 고거이···. 기러니까네···.”

“잘하자?”

“예···.”


저승을 다스리는 시왕이라고 해도 내가 몸주로 모셨던 그분 앞에선 일개 신하에 불과했다.


“어이, 최가! 오십 년 동안 나를 섬긴 널 위해 주는 선물이다. 두 번째 인생은 잘 좀 살아봐라.”

“감사합니다, 상제님!”


상제가 천상으로 돌아가자 염라대왕이 한숨을 푹 쉬었다.


“아오···. 저 간나 새끼 사사건건 간참(참견)이나 하고···. 이보라우!”

“예?”

“환생은 언제 하는 거이 좋갔어?”


***


“구호 준비!”

“어이!”

“안전 좋아!”

“좋아!”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입고 있던 검은 티셔츠가 새하얗게 변했다.


커럽션 필드에선 복구작업이 한창 이어지고 있었다.


헌터 산업의 부스러기 같은 일이지만, 헌터도 뭣도 아닌 사람은 이거라도 해야 입에 풀칠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현재 이 땅에서 가장 잘나가는 직업은 당연히 헌터다.


그러나 헌터가 되려면 일종의 신내림 같은 각성이 필요했다.


‘이왕 환생시켜주는 거 금수저라도 하나 쥐여줬으면 좀 좋아?’


각성은커녕 좋은 대학도 나오지 못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삽질하는 것뿐이었다.


‘나라고 두 번째 인생을 이러면서 살고 싶지 않았어. 차라리 전생의 기억이 없었으면 덜 우울했을 텐데···.’


갑자기 터져 나올 것 같은 눈물과 답답함에 튀어나오려는 욕을 꾹꾹 눌러 참았다.


“니미 씨발!”


옆에서 열심히 삽질하던 김 씨가 쌍욕을 하며 삽을 땅에 거칠게 꽂았다.


“더럽게 덥네. 준원아, 물 좀 마셔라.”

“···감사합니다.”


꼴깍-


“휴우···. 이제 좀 살 것 같네.”

“준원아, 너는 참 아까운 놈이야. 기회만 있으면 뭐라도 해낼 놈인데···.”

“···다 제가 못난 탓이죠. 어쩌겠어요···.”

“그런 소리 하지 마라. 남자가 자존심이 있지. 컥!”


그는 사레가 들린 것인지 마시던 물을 뿜으며 말했다.


작가의말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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