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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신인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쓰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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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경신인
작품등록일 :
2021.05.12 16:48
최근연재일 :
2021.07.06 15:04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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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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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
글자수 :
207,292

작성
21.06.2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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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세기의 날치기 사건

DUMMY

박의원의 생각과는 달리 그 해 11월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탄생하게 되었다. 방OO이 죽으면 전국단위의 노동연맹 창설이 중단될 것이라 판단하였지만 실상은 오히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창설에 기름을 뿌린 격이 되었다.


이해에는 작년 그러니까 95년도에 발의된 노동법과 안기부법을 통과시키려는 여당의 수고는 야당의 강력한 반발과 노동계의 반대로 매번 무산되었다. 더군다나 전해에 실시한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자 1년을 끌어온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대통령은 야당의원 몇 명을 포섭하여 여당으로 편입시켜 여소야대에서 여대야소로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그 해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네? 지금이요? 알겠습니다”

오랜만에 다희와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계획하며 외출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다희는 잔뜩 인상을 쓰며 뽀로통한 얼굴로 마중을 했지만 금새 얼굴을 풀고 휴일에도 일하러 가는 남자의 품에 안기며 위로의 키스를 해 주었다. 잘 다녀오라는 말과 함께···


저녁 7시 김실장의 호출로 우리 팀원은 모두 박의원 집으로 모였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지만 정부에게도 특별한 날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협조가 필요해서 긴급호출을 하였으니 이해 부탁 드립니다.”

김실장은 우리를 모아놓고 간단하게 말하고 돌아갔다.

“아따! 뭐다냐? 오늘 같은 날은 그저 애인 궁둥짝 두들기고 있어야 하는디! 이게 뭔 일이다냐?”

소부는 김실장이 나가자 약간은 불만스런 표정을 표출한다. 나도 사전에 들은 바가 없기에 뭐라고 해줄 말이 없다.

“행님도 모르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배를 물었다.

“허따! 어째 우리 행님께도 안 알려주고 그런댜? 얼마나 중요한 일이라고··· 쯧”

소부도 담배를 물며 여전히 불만스런 표정이다. 나도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기다리다 보면 뭔 일인지 알게 되겠지!”


저녁 8시

“출발합시다!”

김실장은 박의원을 모시고 마포의 어느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수의 여당 국회의원들이 조용히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호텔은 이미 많은 경호원과 경찰들로 물샐틈없이 시민들을 들어오지 못하도록 경비를 하고 있었다.

호텔에 들어오기 위한 시민들과 작은 시비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가 간 호텔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 있는 3개의 호텔에서도 똑 같은 일이 있었다고 했다.

우리는 호텔의 커다란 연회장 입구를 다른 경호원들과 함께 지키고 있었다.

“아따 행님 진짜 오늘 뭔 일 일어나능교?”

소부는 잠시 담배 피우러 간 나에게 살며시 다가와 묻는다.

“그러게 뭔 일 인지 알 수 없으니 답답하지만 어쩌겠냐? 높으신 분들이 하는 일인데 조금만 참으면 알게 되겠지!”

그날 호텔 연회장의 커다란 문은 굳게 닫힌 채 조용하기만 했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저녁 늦은 시간부터 닫힌 문은 다음날 새벽 5시30분이 되어서야 열렸다. 그리고 의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호텔 앞에 마련된 버스를 타고 단체로 이동을 하였고 우리는 승용차로 따라 갔다.


26일 새벽 5:45분

버스가 선 곳은 국회의사당이었고 의원들은 신속하게 버스에 내려 아무 말 없이 국회로 들어갔다. 우리에게는 국회에 개미새끼 한 마리 출입시키지 말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국회를 지키던 경찰병력이 있었지만 여당 국회의원들이 단체로 몰려 오니 어안이 벙벙하여 어쩔 줄 몰라 했다. 더군다나 새벽에 국회를 출입하면 안되다는 조항도 없었기에 그들로서는 그냥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경찰병력을 한 곳에 불러 모으고 여당 소속의 사람들로 경비를 대체하였다.

여당 국회의원들은 모두 2층에 있는 국회본회의장 본인의 좌석에 착석하였다.

나와 소부는 국회본회의장 2층 방청객으로 가서 사람이 없는지 살펴 보면서 출입을 통제하는 역할을 했다.


26일 새벽 6:00

국회본회의장에는 여당의원 154명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국회의장이 보이지 않았다. ‘국회의장이 없으면 개회를 선언하지 못할 텐데···’라는 생각을 하며 지켜보니 국회부의장이 개회를 선언하였다.

‘앗! 이게 뭐지?’

국회부의장이 개회를 선언하자 마자 노동법과 안기부법을 포함한 11개의 법안이 발의가 되었고, 단 한번의 질의나 설명도 없이 법안을 제출하면 국회부의장이 ‘OO법안 통과 되었습니다’는 말과 함께 의사봉을 두드리고 국회의원들은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였다.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풍경이었고 들어 본적도 없는 상식 밖 국회의원들의 행동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헐··· 저거시 뭐하는 짓이다냐...?”

소부는 나지막하게 혼잣말로 읊조렸다.


26일 새벽 6:07분

단 7분만에 11개의 법안이 야당의 참석도 없는 가운데 새벽, 그것도 크리스마스 다음날 새벽 6시에 날치기 통과되었다.


다음날 전국적으로 난리가 났다.


통과된 안기부법의 경우 찬양 고무죄와 불고지 죄에 대한 안기부의 수사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게 뜻하는 것은 안기부의 이름으로 야당의원들 및 정부여당에 반기를 드는 사람을 핍박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는 뜻이었다. 그 당시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 중 하나는 안기부에 불려가는 것이었다. 안기부에서는 공공연하게 고문이 자행되었고 사람이 죽어나가도 그 누구 하나 안기부를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안기부에 불려가서 개죽음을 당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정부의 강력한 언론 통제와 안기부라는 이름 앞에 억울함을 호소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안기부에 불려갔다는 것만으로 빨갱이로 몰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삶의 좌절을 맛보았던 시기이기도 하였다. 그런 곳이 이제 법에 의하여 그 누구를 막론하고 정당하게(?) 조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또한 노동법은 복수노조 허용과 정리해고제등이 일부 개정되었다. 특히 정리해고를 법제화 하였는데 이는 사측이 노동조합의 뜻에 관계없이 대량으로 해고가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물론 법에서는 경영의 악화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등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을 때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그건 노동계를 우롱하기 위한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았다.


여당에서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을 피력했지만 야당에서는 통과자체가 무효임을 선언하고 야당의원 전원이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모두들 검은 넥타이를 메고 명패에 검은 천을 씌워 민주주의가 죽었음을 비판하였다.


또한 노동계에서는 법안통과 다음날부터 전면 총파업을 선언하고 이 법안이 백지화될 때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였다. 또한 공중파 방송4사 노조 역시 노동계를 지지하며 파업에 동참하였다.


그야말로 전국이 혼돈의 시대였다. 그러나 전국을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주체인 여당에서는 오히려 ‘합법적인 절차로 이루어진 법제이므로 야당은 당장 농성을 파하고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고 피해자 행세를 하였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었다.


“하하하! 정말 속 시원하게 처리했어! 그게 1년을 끌만한 사안이었나? 10년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느낌이야!”

박의원은 동료의원 두 명과 함께 강남에 있는 바 스타일의 룸살롱에서 외국여인의 접대를 받으며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그날 우리는 박의원이 안에서 두 명의 다른 의원과 함께 즐길 때 밖에서 문을 지키고 있었다.


박의원은 법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다음날부터 우리에게 당분간 24시간 자신의 경호를 맡겼다. 야당의원이나 노동계에서 그날 참석한 여당의원을 공격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면서부터였다.


하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96년도는 경제적인 지표상으로는 사상최대의 실적을 올렸고 또한 선진국 대열의 지표로 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12월 12일 20시를 기해 정식으로 29번째 정회원국가 되었다.


그렇게 파란만장했던 96년도의 해는 넘어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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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마지막 임무 +5 21.07.06 236 7 16쪽
47 밝혀지는 음모 - 3 +1 21.07.05 184 6 10쪽
46 밝혀지는 음모 - 2 +1 21.07.02 179 6 12쪽
45 밝혀지는 음모 +1 21.07.01 184 5 9쪽
44 문회장의 죽음 - 2 +1 21.06.30 184 7 8쪽
43 문회장의 죽음 +1 21.06.29 243 6 10쪽
42 문회장 피격 당하다 +1 21.06.28 194 7 9쪽
41 여우사냥 - 2 +1 21.06.25 179 6 8쪽
40 여우사냥 +1 21.06.24 196 6 9쪽
39 재개발지역 +1 21.06.23 197 7 9쪽
38 프로포즈 +1 21.06.22 200 6 9쪽
» 세기의 날치기 사건 +1 21.06.21 206 5 9쪽
36 어느 조합장의 죽음 +1 21.06.20 218 8 18쪽
35 수련 +1 21.06.19 228 6 11쪽
34 숨은 꿩 찾기 - 3 +1 21.06.19 218 5 16쪽
33 숨은 꿩 찾기 - 2 +3 21.06.18 220 4 11쪽
32 숨은 꿩 찾기 +1 21.06.18 220 5 10쪽
31 미인계 - 2 +1 21.06.17 227 4 9쪽
30 미인계 +1 21.06.17 241 4 12쪽
29 후보 제거 +1 21.06.16 233 4 9쪽
28 파견 +1 21.06.15 252 6 11쪽
27 다희의 위기 - 2 +1 21.06.14 264 5 13쪽
26 다희의 위기 +1 21.06.14 258 6 10쪽
25 보라카이에서 생긴 일 - 3 +1 21.06.11 243 5 14쪽
24 보라카이에서 생긴 일 - 2 +1 21.06.11 255 4 7쪽
23 보라카이에서 생긴 일 +1 21.06.10 267 4 9쪽
22 일본출장 - 6 +3 21.06.09 285 6 9쪽
21 일본출장 - 5 +1 21.06.08 275 6 9쪽
20 일본출장 - 4 +1 21.06.07 271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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