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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님의 서재입니다

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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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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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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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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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네가 돌아올 곳

DUMMY

※※※



쿵. 쿠웅.


대기를 따라 멀리서부터 떨려오는 기파가 느껴진다. 아직도 그 싸움을 멈추지 않고 이어나가는 두 괴물들의 소리. 이 소리가 끝나기 전에 무덤을 빠져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우호법과 풍백의 싸움에서 흐르는 잔향을 귀에 담으며 백연이 눈을 감았다.


주위에 사람들을 전부 물린 상태였다. 모여있는 것은 셋 뿐이었다.


창백한 얼굴로 숨쉬는 유성과 백연 자신, 그리고 조용히 앉아 유성의 맥을 짚고 있는 팔영까지.


“잘 들으시오. 귀식대법(龜息大法)의 구결은 본디 남에게 행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오. 독과 내공을 적절히 조합해 사용하면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문제 없습니다.”


천천히 눈을 뜬 백연이 주머니를 풀어헤쳤다. 그 안에 자리잡은 것은 자그마한 단약이었다. 팔영이 지니고 다니던 독약. 일거에 숨을 멎게할 수 있는 극독이라고.


다만 모든 독은 사용하기에 따라 그 용도가 바뀐다. 지금은 유성을 살릴 유일한 열쇠가 될 터였다.


“허면 독약은 어찌 먹일 생각이오? 갈아서 물에 타는 것도 한 방법이겠으나, 양을 조절하기가 어려울 것인데.”

“그건.”


백연이 독약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아주 옅은 나무 냄새와 흙 냄새. 무엇의 뿌리인지 짐작하기 어려울 풀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 향이 나쁘지 않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먹을겁니다.”

“......미쳤소?”


팔영이 백연을 경악한 눈으로 돌아보았다. 노인의 얼굴에 새겨진 주름이 짙어졌다.


반응이 격렬했다. 그럴만도 했다.


독(毒). 갖가지 작용을 통해 먹은 사람에게 수많은 해악을 끼치는 물건이다. 그 방식이 천차만별인지라, 아무리 고강한 무인이라 해도 모든 독에 완전히 면역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봐도 좋았다.


독을 전문으로 다루는 사천당가의 무인들조차 항상 조심에 조심을 기해 사용하는 것이 독약.


심지어 살수들이 목숨을 끊으려 할때 먹는 독약이 눈앞의 단약이다. 실수하는 순간 확실한 죽음을 보장한다 봐도 좋았다.


“그대는 무적이 아니오. 아무리 스스로의 몸을 다루는 것에 자신이 있다 한들. 만용을 부리지 마시오.”


단호한 팔영의 음성. 하지만 그럼에도 백연은 담담한 눈으로 팔영을 응시했다.


“제가 무적이 아니란 것은 잘 압니다.”

“죽음은 언제나 순식간에 찾아오는 법이오. 내 그것을 수많은 사람을 잃고 나서야 깨달았소.”

“그것도 잘 알지요.”


이미 한번 죽어보았다. 잃어본 사람도 셀 수 없이 많았다.


죽음에 관해서는, 눈 앞의 살수보다 자신의 경험이 많을 것이었다. 그 또한 진정으로 죽어본 적은 없을 것이니.


“그런데 독약을 직접 먹겠다는 소리를 하는 것이오?”

“이것, 극독이라 했지요.”


백연이 손에 든 독약을 매만졌다. 단단한 단약의 표면이 매끄러웠다.


“양을 정확히 조절해 먹이지 못하면 검룡의 목숨이 한번에 다해도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

“허나 지금 이 자리에는 그 양을 정확히 판별해줄 신의(神醫)가 없지요. 제가 몸으로 독을 받아내 양을 조절하며 사용하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그렇다 해도 그것은 검룡의 운. 그대의 목숨까지 걸어야 할 이유가 되지 못하오.”


냉정한 팔영의 말에 백연이 피식 웃음을 훌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팔영은 사파의 살수였다. 목숨을 계산함에 있어 더없이 냉정함을 유지한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맞는 말이다. 허나 백연은 그렇게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검룡이 청화단주를 막아주었습니다. 그러지 못했다면 제가 새로운 무공에 닿는 일도, 청화단주를 상대로 승리하는 일도 없었겠지요. 이미 빚진겁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두의 목숨을.”

“......허어.”

“귀식대법의 구결만 정확히 알려 주십시오.”


백연이 독약을 들어올려 입에다 대었다. 그것을 보며 팔영이 중얼거렸다.


“독을 다룰 줄은 아시오? 독기(毒氣)는 내공과 전혀 다르오.”

“걱정 마시지요. 천하제일의 독공을 어깨너머로 본 적이 있으니.”


녹빛 장포를 걸치고 독을 흩뿌리던 당소하. 그가 펼치던 무공을 뇌리에 담아두었다. 독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 얼추 파악해둔 것이다. 습관적인 행동이었는데, 이리 도움이 될지 몰랐다.


“그럼.”


망설임 없이 독약을 가볍게 입에 넣었다. 한순간 쌉싸름한 맛이 혀끝에 스쳤다. 그것을 씹어 삼키기 전, 입에 담은 그대로 공력을 끌어올렸다.


‘독을 다루는 기본 골자는 내공의 운용과 비슷하다. 다만 독기는 통제하기 어려운 흐름. 내공의 흐름에 실어 자연스레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독룡 당소하가 보여주었던 무공의 흐름을 되새겼다. 구결을 직접 배운적은 없으나 그 무공을 보고 흐름과 원리는 대강 추측해놓은 바.


‘씹어 삼키는 순간, 흘러나오는 독기에 체내 내공을 두르고.’


생각하며 움직였다. 씹는 순간 입안에서 훅 퍼져나오는 독약의 맛이 강렬했다. 그것도 찰나였다. 한순간에 입안 전체가 마비되는 듯한 느낌과 함께 감각이 무뎌졌다.


그대로 팔영을 보았다. 미간을 찌푸린 채 유성의 맥을 짚은 노인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우선 잘 들으시오. 그대의 내공 중 가장 순수한 기파를 사용하는게 좋소. 본래는 타인의 내공은 잘 섞여들지 않고 반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으니......”


문제 없는 일이었다.


하단전 아래 뭉쳐진 기운이 가득했다. 아직 채 소화시키지 못한 자소단의 기운. 그대로 뽑아내어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이윽고 백연의 몸을 따라 옅은 향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향긋한 꽃내음을 맡은 팔영의 표정 또한 잠시 바뀌었다.


“아직 자소단의 내공이 남아 있었구려. 이리 되면 말이 쉬워지겠소. 먼저 오른손을 들어올리시오.”


가만히 내공으로 독기를 감싸 흘리며 백연이 정신을 집중했다. 팔영의 말대로 손을 펼치자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시오. 그대의 중단전 심장을 피해 독기를 흘려야 하오. 전중혈(膻中穴)을 피해 배꼽 신궐혈(神闕穴)을 축으로 삼으시오. 거기서부터 다시 오른쪽 견갑골의 천종혈(天宗穴)의 맥을 따라 하나의 큰 흐름을 이어내면 되겠소.”


팔영의 말이 흐릿하게 다가왔다. 미미하게 새어나오는 독기의 기세가 강렬했다. 자꾸만 신경과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데, 그 느낌이 어쩐지 졸음이 쏟아지는 것만 같았다.


‘정신 차려.’


백연은 생각했다.


동시에 기파를 잡아채 팔영의 말대로 회전시켰다. 중단전 심장을 피해 몸을 큰 축으로 삼아 기파를 돌렸다. 위험한 기운을 다룰때 써먹기 좋은 방법이었다.


“새로 기운의 흐름을 만드는 것이 아니오. 수태양소장경(手太陽小腸經)의 길을 잠시 역행해 빌리는 것인데, 그대로 끝까지 뻗어내시오. 양곡혈(陽谷穴) 골짜기를 쉼터로 삼았다가 소지의 소택혈(少澤穴)까지.”


백연이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기파를 통제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내공 경파로 독이 퍼져나가지 못하게 틀어막아 혈맥을 따라 흘리는 행위가 지극히 위험했음에도.


‘몸이 만들어졌다.’


여태껏 스스로의 무공을 감당하지 못해 자꾸만 몸을 축내던 이전과는 달랐다. 백연은 무심코 팽악을 떠올렸다. 하북팽가의 후계자. 그 신체만큼은 완성에 가깝다 말할 칠룡의 일원. 지금 자신의 몸과 비교하면 어떨까. 다시 만나면 그의 눈높이가 이전만큼 높게 느껴지지 않을 듯 했다.


“빠르구려.”


미미한 놀람이 담긴 팔영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잠시 목소리를 가다듬은 그가 말을 이어나갔다.


“그대로 검룡의 왼손을 잡으시오. 혈자리가 맞닿게.”


여전히 기파를 돌리고 있는 상태로 손을 뻗었다. 반듯이 누운 유성의 손을 잡자 미약한 온기가 느껴졌다. 손발을 따라 흐르는 체내 기파가 느껴졌다.


수없이 검을 수련해 굳은살이 박힌 손에서 여러가지를 읽을 수 있었다. 그가 사용하는 검식, 파지법, 검을 휘두르는 방향의 버릇, 수련의 시간.


무인의 몸은 많은 것을 말한다 했다. 대부분의 무인이 타인에게 맥을 짚이는 일조차 꺼려하는 이유다. 스스로의 약점과 습관을 훤히 드러내는 것이기에.


지금 백연이 애써 머릿속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정보를 무시하는 까닭이기도 했다. 그로써도 유성의 모든것을 엿볼 자격은 없었으니까.


그때였다.


문득 감각에 옅은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얕게 뜨인 눈꺼풀 사이로 투명한 시선이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를 바라보는 유성의 눈동자. 잠깐 정신을 차렸는지 가만히 그를 바라보고 있다.


동시에 그의 입술이 미미하게 움직였다.


-괜찮아.


그리 이야기하는 듯 했다.


그것도 잠시였다. 이윽고 유성의 눈꺼풀이 다시 스르륵 감겨들었다. 숨소리가 점차 잦아드는 것이 느껴졌다.


“혈도를 따라 기운을 흘리시오. 양을 조절해서 천천히. 노부가 그만하라 할때까지 해야 하오.”


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네게 공력을 주입할거다. 전부 받아들여. 아마 한숨 깊이 자게 될건데, 일어나면 훨씬 나아질테니 걱정하지 말고.”


진기를 운용하며 말을 함에도 아무런 흔들림이 없다. 그것을 보면서 팔영이 잠시 놀란듯 눈썹을 움찔했다. 그러나 그도 놀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침착하게 울리는 노인의 음성이 귓가를 채웠다.


“독을 심장에 주입해 박동을 느리게 할것이오. 지금부터 귀식대법의 구결을 알려주겠소. 천돌부터 시작해 임맥 전체를 따라......”


기파를 움직였다. 생각을 미뤄놓은 채였다. 체내에 독기를 가둔채로 조절해 흘리고, 유성의 몸을 따라 기운을 움직였다.


점차 호흡이 잦아들고, 손끝에 느껴지던 온기가 미약해졌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끝났소.”


팔영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드는 것과 동시에, 백연이 눈을 떴다.


눈앞에는 창백한 얼굴의 유성이 가만히 누워 있었다. 미미한 호흡조차 느껴지지 않는 시체같은 모습. 그럼에도 표정은 한결 편해져 있었다.


이윽고 백연이 팔영에게 시선을 돌렸다. 노인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성공했구려. 고생했소.”

“......시간이 얼마나 지났습니까.”

“반시진 정도 지났소.”


바짝 마른 목의 감각을 느끼며 백연이 호흡을 모았다.


손을 뻗어내 몸의 기파를 그러모으자 손끝을 타고 투명한 기파가 유형화된 액체로 변해 투두둑 흘러나왔다. 바닥에 닿자마자 옅은 연기를 피워내는 독기의 결정체.


몸에 남은 독을 빼내는 모습이었다. 그것을 본 팔영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대는 참으로 재주가 많구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은 일이지요.”


스스로의 몸을 잠시 확인한 백연이 손을 매만졌다. 아릿한 감각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귀식대법의 유지 시간은 언제까지입니까?”

“사흘. 사흘 동안은 이 상태 그대로일 것이오.”

“좋습니다. 그럼 이제.”


백연이 몸을 일으켰다.


그새 바깥에 모여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느껴지는 인기척이 많았다. 몸을 일으켜 문을 열고 나가자 사람들이 그를 응시했다.


“여길 빠져나갈 시간이군요.”



※※※



저벅.


조용한 발걸음만이 산을 타고 울렸다. 도시 뒤편의 협곡에 맞닿아 있는 좁은 길목. 일행은 그곳을 오르는 중이었다.


유성을 업어든 것은 루주였다. 그녀 또한 칼에 깊이 찔렸는데, 피를 꽤 많이 흘렸음에도 멀쩡한 듯 행세했다.


“이 정도 부상은 긁힌거라 할 수 있답니다.”

“허세가 늘었군, 루주.”

“그것도 흑랑 당신께 배운거죠.”


간간히 울리는 대화를 귀에 담으며 백연은 말없이 앞서 걸었다.


‘감각이 마비되었어.’


독을 돌리는 과정에서 그 또한 피해가 없지는 않았다. 오감중 미각과 후각이 마비된 상황이었다. 손끝의 감각도 무뎌졌는데, 아직 차고 뜨거움을 느낄 정도는 되었다. 언제쯤 원래대로 돌아올지 알기 어려웠다.


그렇다 해도 작은 대가였다.


루주의 등에 업힌 유성을 힐끗 쳐다본 백연이 한층 걸음을 빨리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여긴 뭐지?”


산 중턱에 다다른 백연이 걸음을 멈춰섰다. 그들의 눈앞으로 누군가 깎아 만든듯한 평지가 펼쳐져 있었다. 사이사이 자리한 것은 녹빛의 풀에 덮인 작은 봉분들이었다.


흑랑의 물음에 백연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곳이 진짜 무덤입니다.”

“무덤이라. 누구를 위한?”

“여러 사람들이죠. 이곳에 살았던.”


백연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가 바깥으로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이곳에 온 이유.


아무말 없이 걷던 그가 이윽고 한 무덤 앞에 멈춰섰다. 줄을 따라 수없이 많이 늘어선 무덤들 중, 가장 끝자락에 자리잡은 봉분.


그 앞에 세워진 작은 비석에는 짤막한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달밤의 새는 날아가고 날아옴이 자유로운 바람결과 같으니(月夜鳥飛去飛來無碍風若).]


“......이건.”


백연의 뒤에 멈춰선 흑랑이 중얼거렸다.


[무허(無虛).]


비석 위에 새겨진 것은 그게 전부였다. 그러나 흑랑은 그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비석 앞, 봉분의 아래 촛대마냥 오롯이 박혀있는 비도. 백여년간 이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는 모습이다.


일전에 사용했던 이의 힘을 방증하듯, 비도에서 흘러나오는 기파가 피부를 저릿하게 만든다. 섬뜩하리만치 예리한 검은 곧 무영방주의 힘을 상징하는 기물 그 자체.


신병이기(神兵利器) 월영비도(月影飛刀).


비도의 색은 끊임없이 일렁이며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그림자 자체를 묶어 형상화 시킨 듯한 신비한 모습. 은빛에서부터 탁한 회색까지 마치 연기와도 같은 형상이다.


“가져가세요.”

“그래도 되는지 모르겠군.”


흑랑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가 무덤에 와 헤매고 다닌 이유. 처음 백연이 거래의 대가로 제시했던 물건이 실제로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사실 어느 순간부터는 이것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문제가 있습니까?”

“......이것이 이 자리에 남아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 아닌가.”

“그야.”


백연이 미소지었다.


흑랑의 말이 맞았다. 본래 무영방주의 기물로써 하오문에 돌아갔어야 할 물건이 왜 이자리에 있는가.


이 비도의 주인인 과거의 무영방주 무허. 수염을 휘날리며 전장을 누비던 무영방주는 언제나 검귀에게 눈독을 들였었다.


시시때때로 차기 무영방주가 될 생각이 없냐며 농을 던지던 노인은 결국 전장에서 죽었고 검귀에게 비도를 남겼다.


그것을 언젠가 무영방에게 돌려주고자 한 검귀였으나, 신교대전이 심화된 이후에는 기회를 찾지 못했다. 그리하여 백년이 흘렀고, 이 자리에 왔다.


“주인을 기다린 것이겠지요.”


그렇게 다시 돌고 돌아 제자리를 찾았다.


백연은 가벼이 손을 뻗어 비도를 붙잡았다. 잠시 꿈틀거리며 반발하던 비도의 기운이 이윽고 마치 그를 알아본 듯 잠잠해지고.


“여기. 당신 겁니다.”


백연이 월영비도를 흑랑에게 건네었다. 망설이듯 손을 매만진 흑랑이 이윽고 한숨과 함께 비도를 건네받았다.


“고맙군.”


월영비도를 품에 갈무리한 흑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선대께 인사를 올려도 되겠나?”

“얼마든지. 이번이 마지막일테니 천천히 하고 오십시오.”

“알았다.”


무허의 무덤 앞에 흑랑을 남겨놓은 백연이 천천히 무덤가를 돌았다. 그의 걸음이 스치듯 움직였다. 곳곳에 새겨진 수많은 이름들이 익숙했다.


일섬, 이결, 세령, 진화, 주극, 이준, 지심, 장견, 동위......


전부 한눈에 담았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볍게 무덤가를 훑은 백연이 일행에게 돌아왔다.


이윽고 흑랑이 돌아오고.


“갑시다.”


백연이 걸음을 옮겼다. 목소리가 더없이 가벼웠다.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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