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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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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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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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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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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월동(越冬)(2)

DUMMY

※※※



“표정이 왜 그래요, 백연. 차가 맛이 없나요?”


햇살이 비스듬히 걸친 무궁각 안이었다. 일층에 마련된 다탁 앞에 앉은 백연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저었다.


청율의 차는 언제나처럼 맛있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말하는 행태가 마음에 안들어서 원......”


생각을 미뤄놓기로 한것도 잠시. 청율과 앉아 차를 마시는 시간이 여유로웠던 탓에 자꾸만 직전의 일이 머리에 떠올랐다.


“......네?”

“무당의 칼잡이 말입니다.”


백연이 입술을 비죽였다.


“아무리 봐도 장문인보다 어린 놈이 뱉어대는 말투가 그따위라니. 일문의 장문인께 존중이 없는 자식.”

“아하하, 아무리 그래도 그런 말은.”

“사숙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무당의 일대제자. 강호 배분이 낮지 않다. 무당이라는 천하 일절의 문파에 속한 도인이니 그 위세도 드높다. 더해 그 무당이라는 이름만을 믿고 실력이 낮은 것도 아니다. 검절이라는 별호를 얻었다는 것이 그의 실력을 방증하고 있으니.


하지만.


“예? 그따위 행동을 하면서 예를 논해? 다시 생각하니 어처구니가 없네요. 남의 문파 정문을 흙발로 밟으면서 본인이 뭐라도 된 양 굽어보던 놈이.”


곱씹을수록 화가 치밀었다. 무(武)를 수단으로 삼고 강한자를 경외시 하는 마도 무림에서도 일문의 수장에 대한 존중은 있다. 함부로 남을 깔보다간 목이 날아가는 탓이었다. 외려 오만으로 가득 찬 저런 작자들보다 예의범절에 투철할 터.


“후, 안되겠다. 아무래도 가서 그 수염을 반으로 잘라버려야......”

“백연! 안됩니다.”


벌떡 일어나려던 백연을 붙잡은 것은 청율이었다. 사숙이 푹 한숨을 내쉬었다.


“장문인께서도 원하지 않으실거에요.”

“제가 화나는데요.”

“참아요. 강호 무림에 저런 사람은 한둘이 아닌걸요.”


청율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백연을 다시 자리에 앉혔다.


“힘과 권위를 지니고 세상을 아래로 깔아보는 이들. 일일이 대립해서 좋을 것이 없어요.”

“소림 방장에게도 저따위로 말을 하지는 않겠죠.”

“알아요. 하지만 지금 여기는 하남의 숭산(嵩山)이 아니에요. 청해 곤륜이지.”


차분한 음성이었다. 연푸른 도포를 걸친 청율의 표정은 평온했다. 땋아내린 머리칼을 습관처럼 매만지며 말을 잇는다.


“그리고, 백연은 들짐승에게 사람의 예법을 요구하나요?”

“예?”

“존중을 보이지 않는 자들은 그냥 흘려넘기세요. 일일이 분노하기엔 백연의 시간이 아까운걸요.”


말하며 생긋 웃는다. 그에 백연이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들짐승?’


무슨 말인지는 바로 이해했다. 하지만 청율 사숙의 입에서 저런 언행이 나올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차분하고 상냥한 사람인줄로만 알았는데.


‘내가 잘못 생각했어.’


이런 대우에 익숙해져 참는 것으로 생각했다. 때문에 더욱 분노하고 있었는데, 그의 착각이었다. 시선을 더 높은 곳에 두고 있는 것일까.


“앞서 걸으면 존중이 따라오지요. 너무 밑에 눈을 두지 마세요. 앞으로 몇년이면 백연의 별호가 능운의 위에 있을텐데.”


백연이 청율을 바라보았다. 한치의 의심도 없는 굳건한 믿음이 깃든 눈동자에 백연이 피식 웃었다.


“몇년씩 안걸립니다.”

“아하핫. 백연은 자신감이 넘쳐서 좋네요.”


옅은 미소를 지은 백연이 찻잔을 들어올렸다.


코끝에 와닿는 향은 여전했다. 처음 이곳에 와 청율의 차를 얻어 마셨을때와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주변의 풍경은 전혀 달랐다.


낡고 바래졌던 무궁각의 기둥과 천장도, 부서져 금이 가 있던 바닥의 돌들도, 책 한권 없이 비어있던 서고도.


이제는 전부 보기 좋게 정돈되어 있었다. 문파의 기틀이 완연하게 잡혀 있었다. 남은 것은 사형들의 실력이 늘어나는 것 뿐.


당장 중원의 구파가 지닌 힘에 필적할 무력대를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쌓여온 세월이 달랐다. 구파의 장문인, 장로들과 일대 제자들. 단순히 사형들을 뼈빠지게 수련시킨다고 좁혀질 격차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건 씨앗이었다. 언제고 수십년이 흘러 세월이 쌓였을 때 곤륜이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더 나아가 위에 설 수 있는.


‘그렇다곤 해도.’


목표를 낮게 잡을 생각은 없었다. 축기량을 넘어서는 싸움의 방법. 사형들을 단기간 내에 강하게 만들 것이다. 적어도 같은 배분의 아이들 사이에서는 당당히 어깨를 펴고 걸을 수 있게.


‘이대 제자까진 잡을 수 있을지도.’


화산파의 진무라고 했던가? 화음에서 만났던 이가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가 화산의 이대 제자일턴데. 그 정도라면 어찌 따라잡아 볼만도 했다. 아니, 확실히 잡는다. 소홍, 단휘, 무진이라면 물론이요 다른 백자배 사형들도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


아무 아이들이라면 불가능했겠지만, 여기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살검에 익숙한 이들. 시체를 감흥없이 볼 수 있는 이들의 검은 실려있는 살기의 양 자체가 달랐다.


‘대련 지도가 필요하겠네.’


하나씩 붙잡아서 두들기다 보면 자연스레 싸움 방법을 터득할 일이다.


“뭘 그리 고민하고 있어?”


그때였다.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을 들자 한겨울임에도 어깨가 전부 드러나는 옷을 입은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턱선에서 싹둑 잘려있는 단발과 고양이 같은 눈매에 담긴 적갈색 눈동자. 선아였다.


“안녕. 그런데 그렇게 입고 안 추워?”

“전혀. 그나저나 너는 돌아오고 잠깐 얼굴 비추고 인사한게 다야? 그래놓곤 여기서 한가하게 차나 마시고 있고......”

“선아 양도 한잔 하실련가요?”


생긋 웃으며 일어나는 청율에 선아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사숙! 저는 괜찮아요.”

“하하, 백연을 찾아왔나 보네요. 둘이서 이야기 해요. 저는 이만 무궁각에서 할 일이 있어서 들어가 봐야겠군요.”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만류하는 선아의 말에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은 청율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졸지에 다탁 앞에 선아와 단둘이 남겨진 백연이 어깨를 으쓱이곤 일어났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아니, 그냥.”


선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적갈색 눈동자를 또르르 굴리던 선아가 입을 연 것은 잠깐의 침묵이 지난 뒤였다.


“맞아 너! 뭐 가져다 준다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랬었지. 미안.”


백연이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검귀의 무덤에 남겨져 있던 무구들. 희귀한 금속으로 이루어진 무구를 야장인 그녀에게 가져다 주면 유용하게 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무덤에서의 일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간 터라 그러지 못했다. 무구가 잠들어 있던 창고는 이제 닫혀버린 무덤 안에서 영원히 잠들겠지.


“미안할 필요는 없는데, 대체 뭘 가져다 주려고 했던건지 궁금하긴 한걸.”

“만년한철(萬年寒鐵) 조금, 묵철(墨鐵)과 현철(玄鐵), 그리고 운철(隕鐵)로 만들어진 병장기 여러 자루......”

“뭐?”


후욱.


한순간에 성큼 다가온 선아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녀의 얼굴에 새겨진 것은 경악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어, 어디서? 대체 어디에서 그런걸?”

“가져다 주려고 했는데, 일이 안풀렸지 뭐야.”

“......다시 생각해봤는데, 미안할 일이 맞는것 같아.”

“하하하.”

“다른건 몰라도 운철은 정말 구하기 어려운데......”


선아가 아쉽다는 듯이 말끝을 흐렸다.


“운철이 필요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야장으로써 다뤄보고 싶은 것 뿐이야. 스승님과 수련할때도 운철은 한번밖에 못 만져 봤으니까.”

“알았어. 구해볼게.”


흔쾌한 백연의 답에 선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가능해?”

“불가능할건 없지.”

“그, 그렇게 까지 해줄 필요는......!”


왜인지 잔뜩 당황하며 물러나는 선아를 보며 백연이 머리칼을 매만졌다.


운철이 극히 희귀한 금속은 맞으나 구할 방법이 없지는 않았다. 하오문에게 물어도 될 일이고. 그게 아니라면 당소하에게 물어봐도 될 일이다. 백연 자신이 발로 뛰어 구할 수도 있는 것이고.


“운철이 귀한건 맞지만 백철 야장에 비할 바는 아니지.”


백철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은 지금 세상에 한명 뿐이다. 백철 야장도 찾은 마당에 운철을 구하는건 정말이지 일도 아니었다.


“어, 어?”

“그나저나 찾아온 이유는 그게 전부?”

“......하아. 넌 진짜.”


갑자기 한숨을 푹 내쉰 선아가 고개를 절래절래 젓고는 입을 열었다.


“야장 일 가르쳐 준다고 했잖아. 혹시 시간 되면 대장간이라도 한번 오라고.”

“시간은, 음.”


백연이 하늘을 가늠했다. 지금쯤 연무장에서 사형들이 수련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사숙조들과 함께 하는 무공 수련이 끝나려면 아마 한시진 정도는 있어야 하겠지.


“지금 괜찮겠다.”


선아의 야장 일을 구경하고, 그 묘리를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일이었다. 그가 없는 동안 그녀도 실력이 많이 늘었을 터. 더해 백철로 만들어진 여휘검이 얼마나 변성(變性)되었는지도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진기를 받아먹고 변화한 검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을 것인가.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남는 시간 사이에 다녀올법 했다.


백연의 동의에 선아가 기쁜듯 웃으며 돌아섰다. 대장간으로 향하는 길이 멀지 않았다.



※※※



운결이 다탁 위에 놓인 배첩을 집어들었다. 매끈한 옥의 감촉이 느껴졌다. 위에 새겨진 곤륜파의 이름이 더없이 섬세했는데, 필시 뛰어난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잠시동안 배첩을 살핀 운결이 다시 능운에게 시선을 던졌다.


“천하비무제전이란 말이구려.”

“그렇소. 금번 비무제전은 무당의 주관하에 열리게 되었고.”

“본도가 알기로.”


운결이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비무제전에 참가할 수 있는 이는 제한이 있다고 알고 있소이다. 이번에도 같은지 궁금하오.”

“그런 것도 알고 계시는구려. 맞소. 각 문파의 이대 제자까지 참가가 가능하지. 더해 한 배분당 열명까지만 참여가 가능하오만......”


능운이 어깨 너머를 힐끗 돌아보았다. 문 밖을 응시하는 듯한 동작. 그 모습을 부러 보여준 것을 알아챈 운결이 미미하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곤륜파는 자리가 부족할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 보여 다행이오.”


이대 제자의 수가 부족함을 말하는 것이었다. 삼대 제자도 마찬가지겠지.


운결이 가만히 수염을 쓸었다. 신경쓸 것 없는 일이었다.


“본 문파가 이리 일어선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면모가 있소이다. 허나 수가 강함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 않겠소? 사파 나부랭이 열이 모인다 한들 능운께서 내치는 검 한자락을 버틸까.”


제자들을 많이 데려간다고 비무제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아니다. 그리 말한 운결의 말을 알아들은 능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제자의 검이 매섭더구려.”

“그랬소? 오늘은 평소보다 무뎌 보이던데, 검절처럼 고매한 검객께서 좋게 봐주니 감사할 따름이오.”

“......허허. 고매하다니 과찬이시오.”


잠시 능운이 운결을 지그시 노려보았다. 흘러나오는 기세가 사뭇 강렬했으나 운결은 옅은 미소를 걸며 받아넘겼다.


이윽고 능운이 입을 열었다.


“우리 무당의 아이와 비견할만 하겠소. 암화라는 별호를 지닐만 하구려.”

“무당이라 하면, 칠룡의 일각인 청운룡(靑雲龍)을 말하는 것이오?”

“맞소. 몇합 정도는 나눌만 하겠소이다.”

“기회가 생긴다면 참으로 좋겠소.”


운결의 표정은 한치도 변함이 없었다. 반면 눈썹에 잔뜩 힘이 들어간 능운은 수염을 연신 매만지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동작마저도 구름같은 기운이 실려 있었는데, 무공이 일상과 접목되어 있는 듯 했다.


어쩌면 언짢은 기분에 기파를 끌어올린 것일지도 모르지만. 운결은 굳이 가늠하려 하지 않았다. 배첩을 품에 챙기고는 능운을 따라 일어난 운결이 물었다.


“더 알아야 할 것이 있는지 궁금하오.”

“......그 배첩을 꼭 들고 오시오. 직전 용봉지회의 일 때문이니. 금번 대회는 어느때보다도 엄중하게 관리될 예정이오.”


용봉지회의 일을 입에 담는 능운. 그 모습에 운결의 눈빛도 삽시간에 가라앉았다.


“새겨두겠소.”

“무당의 선기를 엮어넣은 배첩이오. 혹 강탈당한다 해도 타인이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있으니.”


법보라는 말이었다. 배첩 자체에 내공 기파를 엮어 넣은것이 틀림없었다. 능운의 태도가 오만방자한 것과 별개로, 무당의 일처리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능운의 말을 제대로 머리에 새겨넣은 운결이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도록 하겠소이다.”

“물론, 우리 무당의 장문인께서 호북을 수호하고 계신 이상 사마외도의 잡것들이 감히 한발짝이라도 들이리라 생각지는 않소만. 만약이란게 있으니 말이오.”


답하는 능운의 목소리도 어느새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가벼이 옷깃을 여미는 그를 향해 운결이 말을 던졌다.


“이대로 가려 하시오? 곤륜에 온 김에 한번 둘러보기라도 하지 않겠소.”

“흐음, 뭐 볼 것이 있소이까?”

“그리 대단한 것은 없소.”


그리 말하며 두 사람이 전각을 나서려던 때였다. 능운이 고개를 홱 돌리는 것과 동시에 바깥에서 기척이 들려왔다.


“장문인.”


맑고 투명한 음성. 그간 자주 들어 익숙해진 목소리에 운결이 답했다.


“무슨 일이더냐.”

“혹시 백연이 어디 갔는지 좀 여쭙고 싶어서 말입니다.”

“백연이는 왜 찾으냐?”

“대련을 해준다던 녀석이 며칠간 사라져서......”


가만히 듣고 있던 능운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티없이 맑은 음성. 앳된 소년과 청년의 언저리에 선 미성은 기억속에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목소리보다도 더 확실한 것은 문 밖을 감도는 기척에서 흘러나오는 기파.


이곳에 올때 보법을 쓴게 틀림없었다. 허공을 점하는 옅은 암향이 그랬다. 그랬기에 능운은 더욱 당황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있을리가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누구......?”


그 사이 성큼 걸어간 운결이 문을 열었다. 바깥에 서있던 유성이 자세를 바로하며 고개를 살풋 숙였다.


“몸은 괜찮더냐? 백연이 네가 멀쩡해지기 전까지는 대련은 생각도 말라고 했건만.”

“멀쩡합니다. 제 몸이니 녀석보단 제가 더 잘 알지요.”

“허허. 알았다. 아마 지금쯤 청율이와 무궁각에 있을 것인데.”

“감사합니다. 헌데 옆의 분은......?”

“무당의 능운이라 하는 분이다.”

“검절이셨군요. 인사 올립니다.”


빠르게 포권을 취하는 검룡 유성을 보며 능운이 수염을 쓸었다. 헛기침을 터트린 그가 중얼거렸다.


“검룡? 대체 왜 검룡이 이곳에......”

“경험을 쌓으러 왔습니다. 배우고 싶은 것이 있어서.”

“운하검신(雲霞劍神)께서 그대의 스승이 아닌가? 이런 곳에서 배울 것이 뭐가 있단 말인고.”

“많습니다.”


딱 잘라 말하는 검룡의 태도에 능운이 미간을 좁혔다. 잠시 능운을 똑바로 올려다보던 유성이 운결을 향해 재차 입을 열었다.


“허면 저는 이만 가봐도 되겠습니까?”

“그래. 무궁각에 가보거라. 없으면 청율에게 물어보고.”

“감사합니다. 장문인.”


재빠르게 뒤돌아 달려나가는 유성의 모습. 직후 잠시간 침묵이 흘렀다.


능운이 입술을 달싹였다. 대체 검룡이 왜 이곳에서 저러고 있단 말인가. 이해하기 어려웠다. 검룡 유성은 능운도 익히 잘 알고 있는 무인이었다. 그 드높은 오성과 위명이 무림 전체에 자자했다. 그의 스승인 운하검신의 위명은 더욱 말할것도 없다.


화산의 장문인은 천하를 질타하는 무인이다. 그 위세가 더없이 드높다. 능운 자신도 그녀에게 배움을 한수 청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기꺼이 그리 할만한 위상. 문파와 무공 계파를 뛰어넘는 검객인 것이다.


헌데 그런 그녀의 가르침을 받는 대신, 이런 벽지 산골에 와서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니. 대체 그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농이라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적어도 그게 무엇인지는 확인해야만 했다.


당황섞인 얼굴로 수염을 매만지던 능운이 이윽고 태연한척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곳을 한번 살피고는 싶구려. 곤륜까지 오는 일도 흔한 것은 아닐테니.”


그에 운결이 미소를 지었다.


“볼 것은 별로 없소만. 원한다면 안내해주겠소이다.”

“......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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