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하랑님의 서재입니다

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새글

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4.05.22 18:10
연재수 :
268 회
조회수 :
1,423,882
추천수 :
28,730
글자수 :
2,056,293

작성
24.04.03 18:10
조회
1,763
추천
60
글자
16쪽

흔적(4)

DUMMY

눈에 닿은 순간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단지 보는 것 만으로 백회혈을 짓이겨버릴 듯 떨어지는 막대한 압박감. 진기나 내공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백연의 보는 눈이 조금 더 미진했다면, 혹은 그의 성취가 더 부족했다면 오히려 없었을 일.


하지만 소년은 그 글자에서 수천, 수만에 이르는 결(訣)을 인지했다. 지금 그의 무위와 별개로, 검귀였던 적 초월의 경지를 엿보았던 기억이 있는 까닭이었다.


그 모든 갈래와 형태가 각기 다른 정보가 되어 소년의 머리에 들어온다. 뇌리를 쉬이 짓이기고도 남을 양이었다. 한편 소년의 귀에 스치던 울림은 어느새 늙수레한 음성으로 화하고 있는 듯도 했는데, 그 속에서 백연은 문득 부드럽고 강직하면서도 동시에 호쾌한 분위기를 느꼈다.


-이 또한 연(緣)이로다.


어쩌면 헛것을 들은 것일지도 몰랐다. 백연은 그런 것에 신경쓸 상황이 아니었다.


‘고금제일을 논하는 사람이 후학에 배려도 없이......’


울컥.


핏물이 한움큼 올라온다. 백연은 그것을 억지로 삼켰다. 절벽에서 눈을 떼고 돌리면 될 일이지만, 그래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이 장소에 다시 돌아올 기회가 있을지 알기 어려웠다. 비무제전이 끝나는 즉시 그가 움직여야 할 일이 많은 까닭이다. 무언가를 쟁취하고자 하면 지금이 아니면 불가였는데, 손에 넣을 수 있는것은 전부 쥐고 가야한다.


때문이었다. 백연이 눈을 부릅뜨며 진기를 끌어올린 것은.


키이잉-


기운이 휘몰아친다. 저릿한 뇌기가 눈의 혈도를 타고 발현. 삽시간에 소년의 시야가 일그러지며 세상의 색(色)이 뒤집어진다. 그 눈동자에 자색 이채가 번뜩이며 깃들었다.


자령안을 일으킨 백연은 외려 절벽의 흔적에 시선을 고정했다. 몸에 진기를 불어넣어 쓰러지지 않게 힘을 주면서였다.


투둑.


핏물이 발치로 빗물처럼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동시에 한쪽 눈에서 뜨거운 감각이 훅 올라오더니, 눈가를 타고 무언가 흘러내리는 감각이 들었다.


압도적인 정보량이 쏟아지는 까닭에 육신에 걸리는 막대한 부하.


환골탈태로 강해진 육체임에도 아직은 소년이었다. 덜 여문 몸으로 감당할 것이 아니었다. 그를 반증하듯 뇌리가 점점 뜨거워진다. 머리가 통째로 익어버릴 것 같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러나 그와 동시에.


‘보인다.’


수천갈래의 결이 하나씩 소년의 뇌리에 강렬한 화인(火印)처럼 새겨지기 시작했다.


모두 각기 다른 것을 담고 있다. 고금에 이름을 새길 무인이 남겼다는 흔적은 그러했다. 한획에 담긴 수많은 변화.


시작은 검(劍)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장삼봉은 모든 종류의 무학에 뛰어났으나 결국에 그는 검객이었기에.


검흔이다. 길이는 여휘보다 조금 길고, 무게는 비슷하다. 근원이 되는 묘리는 유(流). 검은 우수(右手)로 펼치며 검파는 가볍게 그러쥔다. 파지는 한없이 약한 힘으로. 주름진 손끝은 검파를 완전히 휘감으나 그에 깃든 힘은 억세지 않게.


‘손목을 기울여서.’


일검을 내칠때 숨을 내쉰다. 호흡으로써 검의 파괴력을 조절한다. 특별히 발을 크게 움직이지 않고도 검을 큼직하게 펼치는데 문제가 없는데, 특유의 고절한 보신경 탓이리라.


‘어깨는 한쪽을 살풋 기울이고.’


자세를 높지 않게 유지한다. 검끝은 언제나 일직선이 아닌 사선 형태로. 날의 면은 바람을 타고 노닐듯이.


지고한 검객이 내친 검은 부드럽고 바람같은 동작이었을 것이다.


허나 그러면서도 동시에 절벽의 절반을 따라 새겨질 정도로 큼직하다. 호쾌하게 그어내는 일검은 거침이 없다.


머릿속에 하나씩 새겨진다.


그의 호흡, 검을 쥐는법, 검의 형태, 몸을 쓰는 방식, 주변의 기운을 다루는 방향성, 의념, 기세와 검을 내치는 순간 그의 시선이 머무른 장소까지도.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뇌리에 깃든다. 하나의 무흔에 담긴 수없이 많은 이야기는 모이고 섞여들어 곧 시간의 간극을 아주 잠깐이나마 무용하게 만들고.


어느 순간.


촤르르르르륵-


귓가에 울림이 스쳤다. 그것은 마치 수천장의 종이가 흩날리는 소리 같기도 했고, 누군가가 웃는 소리 같기도 했으며, 절간의 풍령이 바람을 따라 흔들리는 소리 같기도 했다.


그렇게 이 순간, 백연은 눈앞의 무흔을 통해 한 무인을 엿보고 있었다.


흐릿하게 시야에 스친다.


빗바랜 잔상이 남는 것 마냥. 눈앞에서 한 인영이 손을 내뻗는다.


그보다 머리 하나는 큰 키. 휜칠하게 뻗은 등이 큼직했다. 한없이 흰 백색 장포를 걸치고 길다란 백발을 질끈 묶은 모습.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가슴께로 흩날리는 새하얀 수염이 간간히 시야에 들어올 뿐. 전체적인 외양이 신선같은 분위기였는데, 정작 검을 내치는 기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노인의 손에 들린 검이 한없이 느릿하게 허공을 가른다. 비스듬히 뻗치는 햇살이 이지러지며 검신 위로 춤을 춘다. 모든 동작이 분절된 것 마냥 머리에 담기고 있었다. 마치 그 장면을 그대로 잘라붙여 머릿속에 가져다 놓은 양.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환상은 무흔에 남은 흔적을 통해 백연이 엿보고 있는 과거의 잔영일 뿐이니까.


‘검(劍)이.’


한없이 드높다. 허(虛)의 글자 전체는 커녕 한 획을 따라가는 것 조차 버거울 정도로.


그럼에도 소년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다.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아직도 뽑아들었던 천마의 검을 손에 쥐고 있었던 까닭일까.


찰나였다.


백연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눈앞의 노인을 따라가듯 움직이는 동작. 늘어진 시간 속에서 소년은 모든 숨결과 동작을 노인의 것과 합치시켰고.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아-!


해일같은 자연지기가 폭풍이 되어 몸을 일으켰다. 한순간 사방 일대의 모든 기운이 백연을 향해 일제히 고개를 기울이며 그 거체를 들이밀었다.


백연의 몸 속으로 당장이라도 빨려들듯 휘몰아친다. 그 진기의 흐름만으로도 토혈이 울컥 올라와 바닥으로 떨어져 나올 정도였다.


그야말로 몰아치는 기운의 해일.


보통의 무인이었다면 당장이라도 진기의 파도에 잠식되어 기혈이 뒤집히고 입마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백연조차도 잠시 아득해지는 감각에 정신을 놓을뻔 했기에.


허나 백연은 이런 경험이 처음이 아니었다.


‘자연지기의 파도.’


일전에 겪어본 적이 있다. 곤륜산에 처음 올라 운기를 시작했을때였다. 처음 이 몸에서 깨어나 무공을 익히기 시작했을때, 과할 정도로 기운이 몰리는 몸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적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운연동공을 완전히 체득하고 몸에 내공을 채운 뒤에는 이러한 일이 없었는데.


‘어쩌면......?’


비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백연은 결승전으로 인해 내공을 상당히 소진한 상황. 평소의 축기량에 비하면 반의 반도 차있지 못한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 탓일까. 아니라면 지금 눈앞의 무흔을 따라 검을 휘두른 탓일까.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몰랐다. 갑작스레 일어난 자연지기의 파도가, 백연이 노인의 몸짓을 따라 검을 그어내자 그에 공명하듯 바르르 떨렸기에.


허나 동시에 눈앞이 흐릿하게 일렁인다. 한순간 노인의 잔상이 흩어지듯 뭉개졌다가 다시 되돌아온다. 정보를 전부 받아들이다 못해 부하가 심해지고 있는 까닭이었다. 지금 이대로 있다면 입마에 빠질 것은 자명한 상황.


‘무엇이든 해야 해.’


무흔에서 시선을 떼고 이 미친 짓거리를 그만 두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자연지기를 제어해야......’


그러나 너무 거대했다. 바닥나버린 체내의 진기를 통해 검끝에 이어진 해일같은 자연지기를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어찌해야 하지?’


백연이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후욱.


노인의 옷자락이 펄럭였다. 한순간 그의 형상이 크게 몸짓을 펼치며 검을 그어내렸고.


일검(一劍)이 세상을 반으로 가르며 지천에 커다란 획(劃)을 새겼다.


한번의 검격. 그러나 한번이 아니었다. 그제서야 백연은 깨달았다.


‘무슨?’


순수한 경악이었다. 눈앞의 절벽에 새겨진 허(虛).


삼봉은 그 글자를 절벽에 새긴것이 아니었다. 노인의 검끝이 향한곳은 천(天), 그리고 지(地). 창공에서부터 지저까지 일검이 선을 새겼는데, 그 여파로 절벽에는 거대한 상흔이 깃들었다.


하늘과 땅을 종이 삼아 검으로 글을 써내린다.


그것을 깨닫고 나서야 뒤늦게 눈에 들어온다. 절벽에 새겨진 글자 뒤로 이어진 거대한 검격의 흔적들이.


‘하나가 아니었다고?’


절벽에 새겨진 글자만이 무흔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길쭉하게 이어진 거대한 절벽 전체를 이루고 있는 돌과 바위. 그 틈새와 형태. 모든것이 곧 지고한 무의 흔적이었다. 크게 보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봉우리 전체에 검격 여파가 깃들지 않은 곳이 없었다.


애시당초 그의 검을 특정한 범위로 국한할 수가 없는 까닭이었다.


단지 그 흔적이 가장 깊게 남은 장소가 눈앞의 글자였을 뿐.


그것을 인지하고 난 순간이었다. 백연은 불현듯 무언가를 떠올렸다.


‘태허(太虛).’


이곳에서 입마에 들지 않기 위해 마음에 담아두어야 할 것이라고 했던가.


‘알 것 같아.’


삼봉이 남긴 무흔. 그 형태와 위세가 어마어마하다. 흡사 세상에 자신의 검격을 때려박은 듯 했는데, 인간의 몸으로 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본래라면 그렇다.


‘천하 만물을 단전으로 삼아.’


축기량이 의미가 없다. 그의 일검은 곧 자연지기를 근원으로 삼는 까닭이다. 일신에 깃든 내공의 양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데, 그 말인즉슨 삼봉의 힘은 무한하다는 것과도 같다.


‘저게 완성된 삼청(三淸).’


그래서 허(虛)다.


일신을 비움으로써 외려 완성에 이른다. 그 몸이 자연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면, 역으로 천하에서 가장 커다란 단전을 손에 넣는 격이다.


그것을 이해한 백연은 손에 힘을 주었다. 검파를 꽉 비틀어 쥔 소년이 여상히 숨을 뱉었다.


‘비움으로써 역으로 얻는 것.’


한없이 평범해진 육신을 그저 길로써 삼는다. 자연지기가 흐름을 이뤄 지나갈 수 있는 통로로.


지금 이 순간, 백연은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진기를 전부 호흡에 섞어내 길게 뱉었다. 자령안을 유지할 최소한의 진기만을 남겨둔채로.


동시에 한순간에 짓쳐드는 진기를 제어하려 들지 않고 놓는 그 순간-


화아아아악!


기운의 태풍이 백연의 몸을 덮쳤다.


동시에 지저에 깊숙히 버티고 선 소년의 발끝부터 손끝까지.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엮어졌다. 스스로의 몸을 길 삼아 방향을 비틀고, 검끝으로 그 자락을 맺는다.


그와 함께 일순 백연의 손에 들린 백색의 검이 흐리게 명멸.


소년이 엮어낸 단 하나의 검로가 오롯한 초식이 되어 삼봉의 무흔 옆을 스쳤고.


쿠르르르르릉!


우렛소리와 함께 거대한 백색의 뇌광이 절벽을 따라 새겨졌다.


“허억, 헉......”


직후 소년이 숨을 크게 뱉었다. 비릿한 혈향이 입안에 가득했는데, 그것을 신경쓸 계제가 아니었다.


검을 내친 백연의 눈에도 들어오는 까닭이었다. 절벽을 따라 새겨진 거대한 검흔.


시린 백색 뇌기가 연이어 검로를 따라 발광하며 분분히 튀어오른다. 본래 지금의 백연으로써는 온전히 엮어내는 것이 불가능한 초식이었다.


한순간 삼봉 진인이 남긴 무학의 묘리를 어설프게 따라해 스스로의 한계를 잠깐 뛰어넘었을 뿐.


분광뇌풍검법(分光雷風劍法). 여섯번째 초식.


여뢰(余雷)였다.


아직은 발상만으로 존재하는 초식이었다. 끊임없이 휘도는 뇌기 자체가 하나의 흔적이 되어 검격이 지나가고 나서도 오랫동안 남는 벼락을 형성한다.


본래라면 막대한 진기가 필요할 검격.


지금은 그의 몸에 깃든 거대한 자연지기로 인해 오롯이 자아낼 수 있었다.


“하아, 하. 태허인가......”


백연이 중얼거렸다.


지금 이 순간 소년은 몇가지 가능성을 뇌리에 떠올리고 있었다.


어쩌면 이것을 이용해 구명절초를 엮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태허의 묘리를 항시 내 몸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이야.’


근원이 다른 탓이다. 처음부터 무당파의 무공을 익혔다면 몰라도, 일신이 자연과 동화될 정도의 무위에 닿기에는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


당장 그가 인지한 삼봉의 무공은 삼청의 묘리를 깨달아야 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선극이 말했듯 삼봉 진인 이후로 그것을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다만.


‘내가 비어있는 순간이라면.’


그때만큼은 역행으로 무공을 적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것으로 최후의 최후에 이르러 끌어낼 수 있는 구명절초를 엮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백연이 말끝을 흐렸다.


아직도 스스로의 몸 안에 휘도는 바람같은 기운이 느껴진다. 한없이 정순했는데, 그럼에도 이질적이다.


자연지기가 아직 남아있는 까닭이었다.


‘태청신공과 달라.’


결국에는 자연지기. 오랫동안 불순물을 걸러 축기한 내공만큼 정순하지는 못하다. 태청신공과는 차이가 있어 백연 자신의 몸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건 안좋은데.’


무당파의 무공이라면 문제될게 없을지 모른다. 밖에서 밖으로 기운을 붙잡고 휘도는 물같은 검법. 무당파의 무학은 태허로써 이어내는 것에 문제가 없다. 애시당초 처음부터 그러한 의념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무공들인 듯 보인다.


허나 곤륜파의 검은 언제나 그랬듯 그 자신(我)이 중심이 되는 검.


스스로의 존재가 곧게 서야 하는데, 그것에는 삼봉의 무학과 근원적인 차이가 있었다.


검을 펼쳐보고 나니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깨달음을 온전히 그의 무학에 적용시키기에는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반의 성공인가.”


백연이 중얼거렸다. 자령안을 거두면서였다.


직전까지 머리를 짓눌러오던 거대한 압박감도, 눈앞에 흐리게 일렁이던 잔영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러고 나서야 소년은 자신의 발치가 피범벅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사형들한테 혼나겠는데?”


스윽.


얼굴을 문지르자 삽시간에 붉게 물드는 옷소매.


그와 함께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온다. 한숨을 뱉은 백연이 얼굴을 문질렀다.


“옷은 버렸네.”


피를 슥슥 닦아내곤 절벽을 올려다봤는데, 소년의 얼굴에는 다시 한번 난처함이 깃들었다.


삼봉의 무흔은 또다시 거대한 압박감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가 태허의 묘리에 대해 약간의 깨달음을 얻은 까닭도 있었으나 더 큰것은 하나였다.


“......저거 어쩌냐?”


파스슷.


절벽 위로 아직까지도 희게 명멸하는 벼락의 흔적이 선연했다. 여뢰가 하나의 거대한 검흔이 되어 새겨져 있었다.


그것을 잠시 응시하던 백연이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망했네.”


삼봉의 무흔. 정확히는 절벽 전체다. 여뢰를 어디에 그어내든 그의 무흔을 조금이나마 건드렸다고 봐야 한다.


그나마 천만다행으로 가장 깊게 남은 허(虛)자의 위를 지나가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하지.’


허나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선극에게 말해서 어떻게든 처리해야겠지. 설마 이런 일로 그를 죽이거나 하지는 않을거라고 믿었다.


이윽고 피로가 깃든 몸을 갈무리한 백연이 나무 아래에 털썩 주저앉았다.


잠시간 휴식을 취하고 올라갈 요량이었다. 당장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것은 전부 얻어낸듯 했기에.


“헌데 이 구절은 대체.”


그렇게 주저앉은 백연은 석재 다탁 위로 새겨진 어구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생각대로라면 삼봉 진인이 이 구절을 쓴것은 분명했다. 애초에 여기서 이런걸 만들어놓을 사람이 또 없었으니까.


하지만 본래와 다른 구절의 의미는 짐작할 수가 없었다. 천마에게 이야기 하고픈 다른 말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하령에게 물어봐야겠네.”


그렇게 결정한 백연이 다탁의 어구를 꼼꼼히 눈에 담았다.


그리 잠시간의 시간이 흐르고.


“가자.”


소년이 일어났다.


삼봉의 무흔을 뒤로 하고 돌아가는 길은 더 가벼웠다. 아까부터 사방을 채웠던 운무는 온데간데 없었고, 길을 찾는것은 어렵지 않았다.


절벽을 올라가는 것은 꽤나 고단한 일이었지만, 백연은 결국 위에 쉬이 도착했다.


그 위에서 뒷짐을 지고 기다리고 있던 선극은 그를 반갑게 맞이했고.


“꽤나 일찍 돌아왔구나. 헌데 그 몰골은 무엇인고?”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선극께서 들으셔야 할 이야기가.”

“음? 무엇이더냐. 엄청난 성취라도......”

“그, 절벽에 새로운 검흔이 하나 새겨졌습니다만.”

“?”


무당파 장문인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황이 깃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곤륜환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참대전 참여 공지-주 6회 연재 +2 23.12.04 673 0 -
공지 연재주기 변경 및 향후 작품 계획에 관한 공지 +8 23.07.31 2,203 0 -
공지 후원인명록(後援人名錄) 23.07.06 1,290 0 -
공지 연재주기 공지-주 6일 오후 18시 10분(12/04자로 변경)입니다 23.05.11 22,262 0 -
268 천라방(2) NEW +4 4시간 전 299 15 16쪽
267 천라방 +4 24.05.21 744 35 15쪽
266 천독(3) +5 24.05.20 901 38 15쪽
265 천독(2) +6 24.05.18 1,143 43 18쪽
264 천독 +6 24.05.17 1,046 45 15쪽
263 무극(無極)(3) +9 24.05.16 1,109 47 19쪽
262 무극(無極)(2) +5 24.05.15 1,159 44 22쪽
261 무극(無極) +7 24.05.14 1,173 50 20쪽
260 권마(拳魔)(5) +7 24.05.13 1,170 48 17쪽
259 권마(拳魔)(4) +8 24.05.11 1,307 48 18쪽
258 권마(拳魔)(3) +7 24.05.10 1,195 47 15쪽
257 권마(拳魔)(2) +5 24.05.09 1,219 46 16쪽
256 권마(拳魔) +5 24.05.08 1,282 47 16쪽
255 서주(4) +5 24.05.07 1,299 50 16쪽
254 서주(3) +6 24.05.06 1,332 49 14쪽
253 서주(2) +7 24.05.03 1,558 51 17쪽
252 서주 +6 24.05.02 1,459 50 17쪽
251 푸른 별(9) +7 24.05.01 1,386 54 16쪽
250 푸른 별(8) +5 24.04.30 1,421 50 16쪽
249 푸른 별(7) +8 24.04.29 1,436 54 20쪽
248 푸른 별(6) +6 24.04.27 1,532 51 20쪽
247 푸른 별(5) +5 24.04.26 1,387 49 18쪽
246 푸른 별(4) +6 24.04.25 1,447 51 18쪽
245 푸른 별(3) +7 24.04.24 1,426 57 14쪽
244 푸른 별(2) +5 24.04.23 1,474 55 19쪽
243 푸른 별 +5 24.04.22 1,590 52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