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하랑님의 서재입니다

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새글

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4.06.10 18:10
연재수 :
283 회
조회수 :
1,493,370
추천수 :
29,856
글자수 :
2,164,574

작성
24.05.13 18:10
조회
1,424
추천
52
글자
17쪽

권마(拳魔)(5)

DUMMY

※※※



하늘은 푸른 자락을 드리우고 있건만, 시야 가장자리는 어두운 그림자로 뒤덮이고 있었다. 꼭 눈앞에 자리한 산의 이름과도 같았다. 저 협곡이 자리한 산의 이름이 조음산(朝阴山)이라고 했던가. 그 거대한 산자락이 지금 이 순간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개세적인 일검(一劍), 태극검 만월과 더불어 지난 며칠간 칠룡들이 노력한 시간의 결과였다. 당연히 어느 지점에 어떤 여파가 미칠지까지 미리 예상해놓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다름아닌 악예린 자신도 이 계획에 십시일반 힘을 보탠 까닭에.


시린 은빛의 장창을 길게 쥔 소녀는 생각했다.


‘괜찮을까.’


급박한 순간에도 머리에 그런 의문부터 든다. 저 안에 들어간 네 사람 중 셋이 천하 무림에 이름을 새길 괴력난신들 뿐인 까닭이었다. 권마 수라궁주와, 천독, 그리고 무당검선까지.


일보 일보가 수없이 많은 눈들에 의해 주시당하는 거물들이다. 당연히 숨쉬듯 내치는 초식 한자락조차 절세지경에 닿아있는 이들인데, 악예린의 눈으로는 그들의 그림자조차 따라갈 수가 없었다.


당장 수라궁주가 그녀의 코앞에 현현했을때 느꼈다. 그가 그녀를 죽이고자 했으면 쉬이 목을 취했으리라.


백연이 그녀보다 훨씬 뛰어나다고는 하나, 그도 쉬이 따라갈 수 있을리가 없다. 매 순간이 목숨을 거는것의 연속이겠지.


그럼에도.


-진입하면 부탁해.


그리 말하는 소년의 목소리는 한없이 태연하더랬다. 자신보다 어린 나이임에도 그랬다. 저 안에서 싸우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다는 듯이.


‘그러면서 그렇게 말하면-’


노력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소년의 기대와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독룡!”


쪼개진 간극 속에서 그런 상념을 접어 마음 한 구석에 담아낸 악예린이 외쳤다. 내공으로 증폭된 음성이 빛살같이 날아가 뒤에 꽂혔는데, 전음을 일으키는데 걸리는 힘조차 아끼기 위함이었다. 그럼에도 당소하는 귀신같이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와 함께 허공에서 몸을 뒤집은 악예린이 그대로 창을 땅에 내리꽂았고.


“부탁하지.”


후욱-!


허공을 찢듯이 내달리며 그녀의 코앞에 나타난 당소하의 손을 잡아챈 악예린이 그대로 몸을 튕겼다. 찰나지간 은빛 창대가 달려가던 이들의 힘을 받아 활처럼 낭창하게 휘며 거대한 반탄력을 모아낸다.


직후 악예린이 창에 진기를 불어넣음과 동시에 부러질듯 휘어졌던 창이 팅-하는 가벼운 소리와 함께 펴졌고.


파아아앙!


악예린이 반쯤 회전하며 당소하의 손을 놓았다.


그와 함께 녹빛 장포의 인영이 급가속. 한순간 한줄기 빛살로 화한 당소하가 그대로 무너지고 있는 협곡쪽으로 날듯이 직진했다.


그 안에서 튕겨져 나오고 있는 한 인영을 받아내기 위함이었다. 한쪽 팔이 뜯겨나간 채로 창백한 얼굴을 한 당가의 공손령.


급가속해 날아간 당소하가 그녀를 짐짝처럼 잡아채고 그대로 표홀한 보신경을 발휘해 무너지는 바윗덩이들 틈새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그것을 확인한 악예린이 제자리에서 죽 미끄러지며 다시 자세를 잡기까지가 찰나.


키잉-


기묘한 화음과 함께 다시 바로 선 그녀의 손에서 강대한 기파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녀의 옆에 그림처럼 떨어진 검룡이 노을진 검기를 뽑아내는 것과 동시였다.


“검룡. 제가 먼저.”


걸린 시간은 단 반호흡이었다. 쪼개진 간극 속에서 어느 순간 악예린의 손에는 빛살이 들려 있었다. 백철로 이루어진 창대에는 해일같은 진기가 끝없이 욱여넣어져 압축되었고, 그로 인해 아릿할 정도로 환한 빛 그 자체로 화한다.


직후 악예린이 가벼이 손을 뻗어내는 순간, 백색의 빛살이 허공을 갈라낸다. 암천화광창(暗天火光槍). 화광충천(火光衝天). 이제 팔을 뻗는것과 창을 던지는 것이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한 움직임이다.


거기까지가 한호흡이었다.


불과 얼마 전 백연과 비무제전에서 겨뤘을 때보다도 발전했다. 백연에는 미치지 못한다 해도, 그녀 또한 칠룡의 일각이자 뇌룡 악예린이었으니까.


모두가 재능은 충만하다. 악예린은 팽악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어느 면에서든 간에 그녀에게 기연이 있다면-


‘백연.’


그것은 저 안에 들어간 소년일 것이라고.


그가, 그녀를 끌어당기는 등불이었으니까.


콰아아아아-!


단 하나의 창격이 거대한 빛으로 화한다. 그녀의 심상에 새겨진 불꽃처럼. 화광충천의 초식이 해일처럼 몰려오던 수라궁의 군세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와 거의 동시에 노을을 길다란 장포처럼 몸에 휘감은 유성이 전진하며 자하강기로 매화검법을 펼쳐내고, 한발 늦게 도착한 팽악이 도신을 거대한 악기마냥 진동시키며 탈백도를 엮어낸다.


그 모든것의 뒤에 비틀린 웃음을 내건 무영의 태극혜검이 검선의 것에 비견될 커다란 검기를 그려내며 떨어지는 것도 동시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원형의 충격파가 거친 파도처럼 주변을 휩쓸고, 그 여파로 땅거죽이 들썩인다. 사방의 바람이 한순간 찢어지며 사이의 대기가 비틀려 날아갔다.


수라궁도들의 전열이 초토화되며 그 진격이 잠시나마 멈춰서는 압도적인 발경력 충돌의 여파.


그 굉음이 잦아들며 뒤편에서 땅을 쉼없이 두들기는 붕괴의 소리가 메아리처럼 뒤늦게 따라온다.


쿠구구구궁-


그 앞에 선 악예린이 길게 숨을 뽑아내었다. 초식의 여파를 흰 숨결로 뽑아낸 그녀가 창을 쥐고 그대로 땅에 그것을 박아넣었다. 그 자리를 기준으로 늘어선 칠룡들이 제각각 호흡을 갈무리한다.


백철로 된 은빛 창이 하나의 깃발이자 표식이라도 된 듯한 광경.


그 속에서 악예린이 입을 열었다.


“이 뒤로는.”


창을 쥔채로 선 소녀가, 밀려드는 수라궁의 군세를 보며 담담히 선언했다.


“단 한명도 못 지나갑니다.”



※※※



본능의 영역.


감각이 흐려지다가 다시 날카롭게 선다.


이 순간, 백연은 보고 있으나 보지 않았다.


시작은 일권(一拳)이었다. 외공제일인이자, 권격의 대가는 선공을 내줄 생각이 없었다. 날붙이보다 짧을 수 밖에 없는 간합 탓이다. 선공을 취하지 않으면 이어지는 연격에 거리를 손해보는 까닭에.


자령안으로 보기 전에 느꼈다. 어느새 일점으로 수렴한 소년의 감각은 천하 권마의 움직임만을 온전히 담고 있었고, 그 덕에 먼저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


운해비영의 걸음으로 꽃잎처럼 휘도는 것과 동시였다. 잿빛 권역을 이끌고 전진한 권마의 주먹이 거대한 망치처럼 귓가를 스친다. 개세적인 풍압(風壓)과 함께였다. 그것만으로도 마치 발경력 여파가 벽력탄처럼 터져나온 듯한 느낌이었는데, 가히 괴력난신이라 부르기 아깝지 않은 일격초였다.


그렇게 찢어진 시간 속에서 백연과 검선이 양쪽으로 걸음을 내딛으며 제각기 운해비영과 유운신법으로 몸을 놀리는 한편, 당가주 천독은 그대로 주먹 앞에 올라섰다. 표홀한 보신경으로 그림처럼 궁주의 주먹을 즈려밟는 동작이다.


쾅!


천독에게 밟힌 권마의 주먹은 바닥을 내리찍었다. 권면이 닿은 지면에서 옅은 먼지 구름이 일어났는데, 밖으로 새어나오는 진기가 없는 탓이었다.


내부는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백연의 눈에는 보였다. 주먹이 닿은 지면이 물결처럼 출렁이더니, 대지 속 까마득한 곳까지 쩌억 금이 갈라진다. 압도적인 내가중수법의 여파.


‘진기를 외부로 뽑아내는 것만 불가능하군.’


그것은 천독의 움직임에서도 느껴졌다.


한순간 그림처럼 움직여 권마의 주먹 위에 올라타는 발끝에 깃든 거력. 본디 발경력으로 화해야 할 내공을 일시에 각법에 담은 꼴인데, 비선유성표를 펼칠때와 하등 차이가 없는 일격이었다.


발끝이 비도라도 된 양 온몸을 다루는 지경.


그 위로 켜켜이 쌓인 내가중수법이 권마의 주먹위 잿빛 피부를 뚫고 들어가, 근맥과 뼈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찰나 강철같은 근맥 아래 핏줄이 한차례 크게 출렁이며 맥동하는 것이 눈에 보였으니까.


깊게 들어갔다. 쪼개진 간극 속에서 내딛은 가벼운 일보(一步)에 근맥이 관통당한다. 그 내가중수법 여파로 권마의 팔목 아래 대지가 쿠궁-하고 반뼘 내려앉을 정도로.


초월자들의 싸움이다. 가볍게 내뻗은 일초가 전부 즉살(卽殺)을 논할 수 있다는 소리기도 했다.


허나 동시에 그렇기에 잘 죽지 않는다. 이 순간 천독의 각법에 아무런 충격을 느끼지 못했다는 듯이 주먹을 가볍게 뒤집어 그의 발목을 낚아채려 드는 권마였기에.


순식간에 근맥을 회복한 것이다. 압도적인 재생력으로 상대의 일격을 무시하고 그대로 휘어지는 손길이 날랬다. 잿빛 손아귀가 우그러들며 천독의 다리를 뜯어버리려 움직였는데, 그때쯤 두 사람의 사이에 짓쳐든 것은 낡은 송문고검의 끝자락이었다.


쩌저저저정!


별안간 천독의 다리와 검선의 검이 바꿔치기 된 양 움직였다. 동시에 귀청이 터질것 같은 진동이 일었다. 희게 물든 검신이 거칠게 울린 까닭이었는데, 송문고검 안에 깃든 내력이 막대했다. 그럼에도 바깥으로 터져나오는 여파는 없었다.


사방을 내리누르고 있는 수라진결의 권역 탓이다. 그로 인해 많은것이 달라지고 있었다. 보통이라면 있어야 할 발경력 여파를 갈무리하는 짧은 시간조차 필요가 없어진다. 이 순간 검을 움켜쥐며 무릎을 올려치는 권마의 동작이 유달리 빠른 이유였다.


파박!


암녹빛 장포를 흩날리며 바람개비마냥 휘돈 천독의 손이 올려치던 권마의 무릎을 지그시 내리누르고, 검선의 검을 움켜쥔 권마가 몸을 큼직하게 비튼다. 검째로 움켜쥐어 상대를 날려버리는 동작이었다.


“커헉......!”


기침을 뱉은 노인이 멀찍이 날아가 무너지는 바윗더미와 함께 뒤로 구르듯 튕겨나간다. 동시에 천독의 손아귀가 권마의 무릎을 찍어누르며 막대한 내가중수법이 발현.


콰앙!


권마의 다리가 바닥에 처박혔다. 일순간 거대한 무릎이 뒤틀리며 슬개골이 부서지는 소리가 귓가를 저몄다. 그 여파로 인해 한쪽 무릎을 꿇은채로 찰나지간 숙여지는 상체.


그 순간 백연은 움직였다. 소년의 움직임을 미리 읽은듯한 천독이 손끝에 힘을 한번 더 주어 권마의 다리를 지면에 처박고, 잿빛 권역을 찢어발길듯 희게 물든 여휘가 낭창하게 휘어지며 권마의 사선 위로 낙하.


분광뇌풍검법(分光雷風劍法) 오초식(五招式) 벼락. 진기를 완벽히 검신에 갈무리한 소년의 근맥이 막대한 속도로 가속. 인지를 넘어선 일검을 자아냈다.


쩌엉!


그러나 벼락이 권마의 목을 갈라내는 일은 없었다. 왼주먹을 올려쳐 권면으로 검격을 막아내고 그대로 유려한 회전과 함께 당가주를 밀쳐내며 한순간에 일어섰다. 부서지지 않은 반대 다리로 땅을 박차며 휘도는 순간 이미 권마의 신형은 백연의 등 뒤였다.


잿빛 유성이 떨어진다. 우수(右手) 권격이 재빠르게 몸을 돌린 백연의 시야 전체를 가리고 있었다.


직격당하면 죽는다. 지금 이 순간 호신기 성라기단(星羅氣緞)을 펼칠 수 없는 까닭이다. 수라진결의 권역 안에서는 모든 진기 발출이 무용한 덕분에.


허나 소년은 황급히 피하지 않았다. 그와 함께 전장에 선 이들의 힘을 믿는 까닭이었다.


떨어지는 주먹을 태연히 응시하며 벼락을 내친 검을 회수해 다음 검격을 엮어내기까지가 찰나.


사박.


별안간 소년의 시야에 들어찬 것은 잿빛 권역 내에서도 순백의 눈밭마냥 희게 펄럭이는 장포였다. 무당파 면장의 기운이 주름진 손아귀에 차곡차곡 갈무리 되더니, 거대한 권면과 노인의 손바닥이 충돌.


파아아아앙!


일합에 팔꿈치까지 관통한 내가중수법 여파에 검선이 잠시 미간을 찌푸리며 숨을 뱉는다. 그때쯤 백연은 이미 검을 엮어낸 뒤였다. 숨을 고르는 검선의 등허리에 왼 어깨를 붙이며 그의 신형을 지지대 삼아 꽃잎처럼 휘돌더니, 우수에 쥔 벼락을 재차 권마의 허리를 향해 휘두르며 전진.


강철같은 육신에 희게 명멸하는 검신이 빛무리처럼 스며든다. 그대로 벼락을 쥔 소년이 권마를 스쳐 그의 뒤에 멈춰섰고, 거한의 허리춤을 따라 핏물이 푸확-튀어올랐다.


“......!”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다. 번뜩이는 적색 안광은 찰나지간 백연을 온전히 눈에 담더니,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크게 휘어진다.


“칼질이 잘 드는군.”


베인 것이 자신의 육신이 아니기라도 한 양 씩 웃으며 말하는데, 그때쯤 베여나갔던 허리춤의 살점과 근육은 길다란 호흡과 함께 다시금 달라붙고 있었다. 소년에게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 정도인가.’


저 만년한철로 이루어진 것만 같은 육신이, 그의 검격에 어느 정도로 베이는지 알고자 내친 일격.


이제는 확실히 알았다. 천독이 말한대로 단 한번의 기회밖에 없을 것이다. 한번에 전력을 쏟아붓지 않으면 일격에 저자를 완전히 베어넘길 수 없다.


“덕분에 남평과 금안나찰이 누구에게 죽었는지 똑똑히 새겼다. 암화.”


그극-


말과 동시였다. 움켜쥔 잿빛 주먹이 시야마저 일그러뜨린다. 한순간 권마의 손아귀 사이 허공이 일그러졌다 느껴질 정도로 압도적인 거력(巨力).


내공 경파가 아니었다. 그저 육신의 힘으로 주먹을 움켜쥐는 순간 대기가 말 그대로 찌그러졌는데, 보는 즉시 백연은 깨달았다.


막거나 받아치는 일격이 아니었다. 피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너무 빨랐다. 백연의 발끝이 회피 보신경을 엮어내기도 전이었다.


짧은 순간 주먹이 전진하며 대기를 우그러뜨린다. 그 일격초에 공간이 짓이겨지듯 쩌적-하고 금이 새겨졌는데, 별안간 잿빛 주먹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보고 익혀라.”


그 순간 툭 내뱉듯 던진 음성과 함께 눈앞을 가득 가리는 암녹빛 장포. 표홀히 내려선 천독이 양손에 비도를 쥐고 회전한다. 번뜩이는 묵빛 선율이 춤추듯 허공을 가른다. 한순간 이어지는 비도의 궤적이 수십가닥.


백연의 눈에도 찰나 인지된다. 그 궤적은 전부 일순 한점으로 수렴했고, 왼손에 쥔 비도를 전진하는 거대한 권면에 가져다 댄 천독이 장포를 펄럭이며 반보 회전. 거대한 권격에 담긴 내가중수법 여파가 천독의 비도를 타고 짓쳐 들어온다. 그것은 파도처럼 천독의 육신을 타고 흐른 뒤, 한점의 누수도 없이 그의 오른손 비도를 타고 다시 흘러나왔고.


쿠구구구궁-!


천독의 오른손에서 발출된 비도가 땅에 내리꽂히며 권격에 담긴 힘을 대지에 투과시켰다.


‘말이 되는......?’


장강의 물결 전체를 인간의 육신으로 받아내는 것과 진배없는 기예. 공간을 우그러뜨리는 권격의 힘을 왼손으로 받아 오른손에 쥔 비도로 내보냈다. 기술의 정점이라 부를법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췌한 얼굴의 당가주는 표정 한 점 변하지 않았다.


그것은 권마도 마찬가지였다. 천독이 현현하는 순간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이 여상히 무릎을 쳐올리며 전진. 찰나지간 짓쳐 들어온 각법을 천독이 양손을 교차하며 받아낸다. 그 여파로 당가주의 신형이 허공에 훌쩍 떠오르고.


쩌억.


대지가 갈라졌다. 한순간 권마의 신형이 눈앞에서 사라졌는데, 다음 순간 그는 허공에 뜬 천독의 앞에서 두 주먹을 쥔채로 권격을 엮어내고 있었다.


반드시 적중할 일격. 허나 그것이 천독의 육신을 짓이기는 일은 없었다. 인지와 동시에 대지를 박찬 두 검객이 당가주의 앞에 현현한 까닭이었다.


자연스레 허공에 떠오른 백연과 검선의 손이 흐릿해졌고, 두자루의 검신이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일그러졌다. 짧은 순간 백연은 권마의 좌수(左手)에 담긴 일격을 온전히 감당했다.


직전 천독이 보여준 것처럼 내가중수법 여파를 온전히 육신에 담아 흘려내면서.


‘몸을 통로로 삼아......’


그것이 어딘가 익숙한 방식이기에 더욱 빠르게 적응했다. 그렇게 소년의 숨결이 희게 흩어지며 권격 여파를 해소. 동시에 허공에 떠오른 두 검객이 발 디딜곳이 없는 탓에 추락하는 유성처럼 날아가 바닥에 구르듯 착지하는 것이 찰나였다.


타닥.


직후 천독이 두 검객의 앞에 그림처럼 내려섰고.


쿠웅.


권마가 그 뒤를 따라 착지했다. 동시에 번뜩이는 적안 너머로 휘어지는 거대한 권격이 엿보였다. 쉴새없이 쏟아내는 권격 초식이 터무니없이 재빨랐는데, 하나하나 받아내는 것조차 버겁다.


전부.


권역 탓이었다. 이 순간 당가주는 만독과 만천화우 그 어느것도 사용할 수 없는 까닭에.


그때였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군.”


메마른 음성이 낙엽처럼 귓가를 쓸었다. 그를 힐끗 돌아보는 천독의 눈길을 인지한 백연은 문득 깨달았다. 천독의 주변을 따라서 회색이던 대기에 문득 푸른 빛이 깃들었다는 사실을.


“하나는 되찾았다.”


그와 함께 짓쳐드는 권마의 권격 앞에서 천독이 여상히 손을 들어올렸고.


우우우우우우웅-!


협곡을 따라 울리는 거대한 진동과 함께, 강철의 구름이 몸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곤륜환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참대전 참여 공지-주 6회 연재 +2 23.12.04 725 0 -
공지 연재주기 변경 및 향후 작품 계획에 관한 공지 +8 23.07.31 2,242 0 -
공지 후원인명록(後援人名錄) 23.07.06 1,350 0 -
공지 연재주기 공지-주 6일 오후 18시 10분(12/04자로 변경)입니다 23.05.11 23,378 0 -
283 혈귀궁(3) NEW +5 19시간 전 458 28 19쪽
282 혈귀궁(2) +4 24.06.08 773 34 14쪽
281 혈귀궁 +4 24.06.07 895 39 17쪽
280 기련산(3) +2 24.06.06 973 41 15쪽
279 기련산(2) +3 24.06.05 966 39 15쪽
278 기련산 +4 24.06.04 1,028 43 14쪽
277 천살문(2) +6 24.06.03 1,101 39 12쪽
276 천살문 +6 24.06.01 1,277 42 18쪽
275 떠나는 바람 +5 24.05.31 1,195 40 15쪽
274 휴식(3) +6 24.05.30 1,213 39 16쪽
273 휴식(2) +6 24.05.29 1,216 47 17쪽
272 휴식 +9 24.05.28 1,251 50 16쪽
271 검흔(3) +7 24.05.27 1,309 46 16쪽
270 검흔(2) +8 24.05.24 1,455 52 20쪽
269 검흔 +7 24.05.23 1,365 52 15쪽
268 천라방(2) +6 24.05.22 1,390 46 16쪽
267 천라방 +5 24.05.21 1,368 48 15쪽
266 천독(3) +6 24.05.20 1,330 47 15쪽
265 천독(2) +7 24.05.18 1,511 47 18쪽
264 천독 +7 24.05.17 1,379 50 15쪽
263 무극(無極)(3) +10 24.05.16 1,424 51 19쪽
262 무극(無極)(2) +6 24.05.15 1,436 49 22쪽
261 무극(無極) +8 24.05.14 1,451 54 20쪽
» 권마(拳魔)(5) +8 24.05.13 1,425 52 17쪽
259 권마(拳魔)(4) +9 24.05.11 1,554 52 18쪽
258 권마(拳魔)(3) +8 24.05.10 1,422 51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