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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님의 서재입니다.

대기근을 넘어 조선을 해방하라! - 탐라제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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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2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4.05.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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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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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영남 남인과 전주 양반

DUMMY

“저놈들이 벌써 저쪽까지 왔단 말인가?”


진잠현 남쪽의 야산에 올라서 대둔산쪽을 바라보고 있는 구문치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였다.


구문치는 며칠 전 현종의 명을 받고 일천명의 군사를 이끌고 용인 천안 공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급히 전주로 내려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내려가는 도중 충청수영이 공격을 받았고 서천진에 반란군이 상륙했다는 말을 들었고, 천안 인근까지 내려오자 부안읍성이 함락되었고 대둔산 쪽에도 명화적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렸고 바로 청주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대둔산이 점령되었다면 북쪽으로 조금만 올라오면 회덕이고 바로 청주이므로 반란군이 바로 올라올 수도 있고, 대둔산에서 서쪽으로 진출하면 전라 후영이 있는 여산이었고 이는 전주로 가는 길목에 해당하여 중간에 기습을 당할 수 있었다.


그래서 청주에 도착해서는 바로 남하하여 회덕에 진을 치고 금산에서 올라오는 적들을 견제하고 연산과 진잠으로 통하는 계룡산 남쪽 루트를 확보하는데 주력하였다.


“장군, 어찌하오리까?”


옆에 있던 종사관이 물었다.


“지금 군사를 이끌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것은 무리다.

역도들이 대둔산까지 올라왔다면 잘못 내려가다가 중간에 기습을 받아 각개격파 당할 수 있다.

이미 임피읍성이 점령되었다는 소문이 있지 않느냐?”


“그래도 전주로 내려가라는 어명을 받고 오지 않았습니까?”


“급히 내려오느라 군량이 충분하지 않다.

만일 역도들이 서쪽의 임피와 동쪽의 여산 어느 한쪽에서 치고 나와서 중간에 고립된다면 큰 낭패를 불 수 있다.”


최대한 빨리 내려오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한양에서 내려올 때 닷새 분량의 군량만 준비하였고 전주에 도착하면 보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지금까지의 혁명군들의 전략은 최대한 조용히 움직이는 것이었는데 이광성의 무리가 합류한 후 대둔산에서 횃불시위를 매일 밤 하면서 중앙군 선봉대가 전주로 내려오지 못하고 지금의 대전인 회덕에 묶여 있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혁명군은 구문치가 생각하는 정도 까지는 아니었는데, 임피 읍성을 점령하여 한 개 대대가 주둔하고 있었지만 서쪽으로 많은 군사를 보낼 정도는 안되었고 금산 쪽에서도 대둔산 아래의 진산 일대를 중심으로 요새를 구축하는 것에 머물고 있었다.


또한 북쪽으로도 더 이상 진출할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이쪽 지역부터는 근기(近畿 수도에 가까운 곳)지역이라고도 볼 수도 있어 남쪽 지방과 분위기가 사뭇 다른 면이 있었고 서인 세력들이 상당히 강하여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 * *


경상도 의성의 유림 노이익의 집의 안사랑채에 유생들이 모였다.


“고장군의 세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우리 영남의 유림들도 어떻게 할 것인지 이제는 결정을 해야 하오이다.

보름 전에는 결국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였는데 이제는 의견을 모아야 할 것이외다.”


집 주인 노이익의 말에 상주 유생 이원정이 말했다.


“맞는 말이 올시다.

경상 감사 민시중이 각 군현에 사람을 보내 군사를 모으라는 독촉을 하고 있어서 더 이상 미뤄둘 사안이 아니오.

게다가 소식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도의 유림들은 이미 고장군의 편에 섰다고 하였소.

반란군의 편에 서든지 토벌군의 편에 서든지 결단이 필요하오.”


영남지역은 남인들의 세가 아주 강하였는데 인조반정 이후 중앙 정계 참여를 거부하고 낙향한 영향도 있었고 서인 등의 배척으로 중앙 정계에서 소외되어 자신들의 세력과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의 결과였다.


그리하여 경주의 양동마을, 안동의 하회마을 등 경상도 곳곳에 남인 양반들의 집성촌이 성하였고 지방관들이 하는 일에 협조를 하지 않거나 방해하는 일들이 많이 있었고 지방관들로는 그들을 달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안동 출신 유림 이현일이 말했다.


“지당한 말씀입니다.

고장군 무리들의 방법이 과격하다고는 하나 그들이 하고자 하는 바는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제가 유장(柳丈, 유형원)의 반계수록을 구해서 읽어 보았는데 책의 규모가 매우 방대하여 모든 것을 엿볼 수는 없었으나, 세상을 경륜하고 사물을 다스리는 의론을 보면 실로 옛날을 끌어다가 오늘날에 적용시키는 사의(事宜)에 합당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개연히 삼대(三代)를 회복하고 싶은 뜻을 두게 하니 매우매우 성대합니다.

그런 원대한 경륜을 가진 이가 내정을 책임지고 있으니 반드시 크게 이루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반계수록이라는 책의 소문은 들었지 구하지 못해 읽어 보지 못했는데 그게 그렇게 대단하오?”


그동안 반계수록 필사본을 많이 만들어서 곳곳에 보내고 있었는데 가끔씩 먼 곳에서 찾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고 가능하면 보낼 수 있게 하였지만 책은 방대하고 사람 손은 부족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습니다.

세상에 책은 많지만 그 궁리가 뛰어나면 방안이 부족하고 방안에 치우치면 그 근본 원리를 설명하는데 부족함이 있는 법인데 이 책은 그 두가지가 조화로우니 진실로 뛰어나다 할 수 있습니다.”


안동의 남인 유세명이 물었다.


“하지만 무리를 이끄는 고장군은 성리학을 부정한다 하지 않았소?”


성주에서 온 여용화가 대답했다.


“성리학이 아닌 학문을 사문난적이라 하여 배격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지 성리학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소.”


“맞소이다. 고장군은 송시열을 위시한 서인들의 적이 아니오?

예로부터 적의 적은 아군이라고 했으니 우리에게는 아군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겠소이까?”


“하지만 그자들은 반상의 법도를 부수려고 하고 있소이다.

그것은 어찌할 것이오?”


이현일이 말했다.


“그것은 역모를 성공을 시키기 위해서 내세우는 것이 아닐런지요?

유사이래 새로운 왕조가 들어설 때마다 기존 질서를 무너뜨린다고 하였지만 결국은 바뀐 것은 없었습니다.

그것은 국가를 통치하는 것은 우리 같이 수십년 동안 학문을 닦은 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인데 인재는 한정되어 있으니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고장군 그자도 지금은 그렇게 말하지만 결국은 같아질 것입니다.”


노이익이 한마디 거들었다.


“맞는 말일세.

고장군의 밑에서 일을 하고 있는 자들은 모두 유림들이거나 절간에 있던 자들이라 들었네.

결국에 가서는 그들을 내치지 못할 것이니 그들의 중심으로 법도가 생길 수 밖에는 없는 것일세.

우리가 지금 합류하면 경상도 전체를 아우르는 세력이니 감히 무시하지는 못할 것일세.”


유세명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다 하여도 결국은 지금의 법도는 없애려는 것이 아니오?

상것들이 우리 유림과 맞먹으려 들 텐데 그럴 수는 없지.”


“에헴. 그건 안되지. 암, 안되고 말고.”


유세명의 말에 여러 유림들이 동의하고 나서자 이현일이 설득에 나섰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고려왕조가 없어지고 조선 초까지는 훈구세력들이 득세를 하였지만 지금은 우리 사대부들이 중심이 아닙니까?

결국은 글을 깨우친 우리가 권력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그래도 천한 것들이 나서는 꼴을 못보지.”


한동안 팽팽하게 의견이 맞서고 있었는데 이현일 등이 열심히 나서서 기득권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설명을 해 보지만 지금까지 누려오던 것이 없어진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전혀 진척이 없었다.


그때 안동출신 유림 유세명이 제안했다.


“반상의 법도를 없애는 것이 문제라면 반대로 하면 되지 않소?

차라리 우리가 근왕군이 되어 공을 세우는 것은 어떻소이까?”


여기 저기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에헴, 그것도 좋은 생각일세.”


“그러면 우리가 공신이 되는 것 아닌가?”


이현일이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


“거기에는 두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고장군의 군세가 너무 커서 쉽지 않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군량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경상도의 기근이 팔도에서 가장 극심합니다.

군사를 일으키려면 군량이 필수인데 그것이 없으니 방법이 없습니다.”


경상도는 몇 년 전부터 매년 기근이 심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굶고 있었고, 전 도에서 굶주리는 자들이 공식적인 집계로만 삼십만을 훌쩍 넘어가고 있는 중이었는데 이 당시 경상도의 인구가 이백만 정도로 치면 15% 해당하는 사람들이 극심한 기근에 시달리고 있었다.


“맞는 말이지. 굶고서는 싸울 수가 없지 않겠나?”


다들 공신이 될 생각으로 들떠 있다가 현실의 벽을 일깨워 주자 정신을 차리고 누군가가 말했다.


“근왕군이 되는 것은 서인 놈들과 함께 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생각해 볼 가치도 없소이다.”


“맞소. 서인은 우리의 철천지 원수요.”


“그자들은 권력을 다 가지고도 우리를 없애지 못해 혈안이 되어 있는 자들이오.

재고할 가치도 없소.”


결국 논리적인 설득으로는 안 되던 것이 눈앞의 적이 누구였었는지 되새겨지자 선택지가 하나 밖에 없음을 모두들 알아차렸다.


“그런데 고장군 쪽에 합류하는 것도 군량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 아니오?”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 나서서 말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시오.

이미 사천포구를 통해서 진주로 많은 쌀이 들어오고 있는 중이요.”


갑자기 못 보던 사람이 말하자 누군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보이자 노이익이 소개를 시켜 주었다.


“이자는 함양군수로 있는 남몽뢰라고 하는데 이번에 영남 우도의 남인들이 봉기할 때 함께 했소이다.

내가 그쪽 소식을 들어 보려고 불렀소이다.”


남몽뢰는 영남남인 중에 벼슬에 나선 몇 안 되는 사람이었는데 진주가 점령되었다는 소식이 오자 직접 찾아가 함께 하겠다고 하였고 영남 좌도 남인들의 봉기를 유도하기 위해 몰래 의성으로 와서 노이익을 만나고 마침 모임이 있다하여 참석을 한 것이었다.


“인사가 늦었소이다. 의성 출신 남몽뢰라 하오.

만일 좌도 유림들이 나선다면 우도에서 적극 도와준다고 하였소.”


성주 출신 유림 배정휘도 말했다.


“맞습니다.

제가 합천에 있는 조하량 형제들과 가야산에서 만났는데 만일 좌도 유림이 봉기를 한다면 적극 나서서 돕겠다고 했습니다.”


성주에는 남명 조식을 모신 사당이 있어 성주의 유림과는 원래부터 서로 교류를 많이 하고 있었고 성주목사인 조성 또한 남인이라 대치하는 듯 보이면서도 몰래 왕래를 하고 있었다.


대략적으로 윤곽이 보이는 듯하자 노이익이 정리를 하였다.


“이제 모두들 서인들과 한배를 탈 수는 없다는 것은 확인을 하였소.

그리고 군량은 진주로부터 남강을 통해서 배로 들여오면 될 것이고 이제 봉기 일자와 어떻게 봉기를 할 것인지만 정하면 될 것이오.”


그날 밤 늦게까지 봉기 계획을 세우고 다음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 * *


“장군님, 전라 감영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장군은 부안 읍성에서 머물면서 인근 지역의 민심을 살피고 있었다.


그동안 군사 체계가 잡혀가면서 장군은 군사 쪽에서는 많이 손을 떼고 있었고 점령지역의 민심을 다독이는 역할에 치중하고 있었다.


원래 봉기라는 것이 점령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날 것처럼 보이나 아무리 대기근으로 굶고 있던 사람들이라도 저마다의 이해관계가 있는 법이라 먹는 문제가 해결이 되면 다른 요구사항이 생기기 마련이어서 적어도 며칠이라도 직접 사람들을 만나면서 고충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했다.


특히나 이제는 봄이 되어 농사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원래 있던 주민들과 여기 저기 떠도는 사람들에게 탐관오리들에게서 빼앗은 토지를 어떻게 배분해서 농사를 짓게 하느냐 에서부터 이런 저런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가지 가 아니었다.


“아니 정말로 오랜만 이로군요.”


“제주에서 뵌 것이 벌써 몇 달 전이군요.”


온 사람은 지난 번 제주를 감찰하러 전라감영에서 파견했던 도사 최달운이었다.


“저 때문에 고초를 겪으셨다 들었습니다.”


“다행히 별일 없었습니다.”


최달운은 장군이 역모로 압송되고 있을 때 보고서를 잘못 썼다는 죄로 조정으로 소환되어 추궁을 받았다가 나중에 강화 협상이 진행되면서 전라 감영으로 돌아왔다.


한참을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장군이 물었다.


“그런데 오늘은 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관찰사께서 전라감영을 비우고 충청 감영으로 가고 싶어 하십니다.”


“네?”


“임피 읍성과 금산이 점령되어 전라감영이 고립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감영을 버리고 북쪽으로 철군을 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왜 저에게···? 그냥 감영을 버리고 나가면 되지 않습니까?”


“전주에 군사들을 포함해 오천여명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안전을 보장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전주에 태조 대왕의 어진이 있습니다.”


“이미 다른 곳으로 옮긴 것 아니었던가요?”


“어쩌다 보니 아직 옮기지 못하였습니다.”


“그럼 그냥 항복하시지요. 군대를 제외한 사람들은 고이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미 전주가 고립되어 며칠만 있으면 자연스럽게 점령이 될 것인데 우리가 굳이 고이 보내 드려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원래 전라도 전역에서 새로운 제도를 실험해 보고자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나가고 나면 그것을 쉽게 이룰 수 있지 않습니까?”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요. 송시열과 신여철 덕분에 제해권도 우리가 장악을 했고 경상우도와 충청도 일부까지 점령한 상황입니다.

굳이 협상을 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만···.”


“전라감영에 군사가 천 칠백정도 있습니다.

우리가 죽기로 각오하고 버티면 한달은 버틸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쪽에서도 피해가 클테고요.”


“산성을 믿고 있으신가 본데 남고산성과 이어지는 봉우리 하나를 이미 우리가 점령했습니다.

조만간에 거기로 대포가 올라가면 산성은 금방 우리가 점령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전주를 점령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요.”


“그래도 우리가 결사항전을 하면 전주에서 피를 많이 흘리게 될 것입니다.

그걸 원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지요?”


“지금까지의 장군님의 행적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병영성과 제주 등지에서 당한 것을 생각하면 피의 복수를 할 수 있었음에도 전투에서 죽인 것 말고는 따로 죽인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민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고 가능하면 피를 안 흘리는 것이 좋은 것이겠지요.”


‘역시 직업이 도사라 그런가? 통찰력이 뛰어나구만. 훌륭한 인재야.’


장군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러지 말고 우리에게 오시지요. 우리와 아주 잘 맞으실 것 같습니다.”


최달운이 기겁을 하면서 손을 내저었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안됩니다.”


“하하하. 농담입니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전주를 통째로 내어주고 철수를 하면 문제가 없겠습니까?”


“문책을 당할 수는 있겠지만 태조 대왕의 어진을 고이 가져 갈 수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많은 양반들과 유림들을 무사히 데려오는 공로도 있고요.

부안 읍성에서는 그렇게 하지를 못해서 대부분 잡혀 갔다고 들었습니다.”


“모두들 농사를 지으면서 노동의 참 맛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 가능한 것으로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내부적으로 상의를 해 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이틀 정도 시간을 드리면 되겠습니까?”


“좋습니다.”


* * *


사흘 후 전라 감영 북쪽으로 길게 행렬이 이어졌고 행렬의 주위에서 혁명군들이 길게 횡대로 서서 큰 소리로 외쳤다.


“지금부터 이곳에 남고자 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쪽으로 나오시오.

속오군들과 노비들은 따라가고 싶지 않으면 가지 않아도 되오.”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하던 사람들이 주위의 눈치를 보더니 한 명이 움직이자 많은 사람들이 혁명군이 있는 쪽으로 넘어왔다.


최달운이 돌아간 후 장군은 즉시 운부가 있는 곳으로 파발을 띄우고 광주로 내려가 유형원을 만났다.


“나는 나쁘지 않는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운부 대사께서 찬성한다면 나도 찬성이다.”


유형원은 흔쾌히 좋다고 했고 장군은 바로 금산사로 올라가서 이미 와 있던 운부와 이집 등과도 상의했다.


상의한 결과 두가지 조건을 걸어서 받아들이기로 하였고 바로 최달운을 불렀고 전라 감영에서도 좋다고 하였고 문서로 작성하여 한부씩 나눠 가졌다.


그리하여 전라 감영의 군사들은 남고산성을 비우고 내려왔고 첫번째 조건대로 군사들의 무장을 해제하였다.


그리고, 두번째 조건 대로 남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전주에 남도록 혁명군이 나서서 설득하였다.


“가지 않고 남으면 이제는 더 이상 노비로 살지 않아도 됩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혁명군의 외치는 소리에 주인의 말고삐를 쥐고 가던 노비가 손에 든 줄을 말의 목에 걸어 놓고 엎드려서 절을 하고는 말했다.


“주인 마님, 그간 감사했구만요. 저는 이제 이짝으로 갈랍니다.”


그리고 뒤를 돌아 혁명군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네 네 네 네이놈! 어디를 가는 것이냐?! 썩 이리로 오지 못할까?”


주인 양반이 고래고래 소리를 쳐 보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고 기가 막힌 듯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한참 동안 그 자리에 꼼짝 않고 말 위에 앉아 있던 주인 양반이 한탄을 하듯 말하였다.


“이 놈아, 말뚝아. 네가 그렇게 가버리면 이제 누가 이 말고삐를 쥔다는 말이더냐?

내 양반 체면이 있지 어찌 마부도 없이 길을 나선단 말이더냐?

내 너와 함께 길을 나선 지가 어언 십여년이로구나.

너가 열다섯 되던 때 이 말고삐를 처음 쥐었고 사흘을 걸어 광주까지 가지 않았더냐?”


구구절절 말뚝이가 어렸을 때의 일에서부터 주절주절 읊었다.


“네가 동분이랑 맺어졌을 때 내가 얼마나 기뻐해 주었더냐?

쭈뼛쭈뼛 말도 못 붙이던 놈이 언제 그렇게 동분이 마음을 얻었는지···

너가 동분이 준다고 곳감을 몰래 빼 가던 것을 모른 척해주곤 하였다.

그게 벌써 오년 전이로구나.

그리고 보니 너가 앞집의 풍가이란 놈이랑 동분이를 놓고 대판 싸움질을 한 적도 있었구나.”


혁명군 뒤쪽에 숨어서 듣고 있던 말뚝이가 결국 눈물을 흘리며 나왔다.


“아이고! 주인마님, 그만 하십시오. 이번 길만은 제가 뫼실랑게 그만 가입시다.”


그나마 평소에 종놈에게 잘 해주던 주인들은 노비들이 인사라도 건넸지만 모질게 대했던 주인들은 욕 바가지를 먹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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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부안읍성전투 3 & 금산 의적 이광성 +1 22.10.29 644 14 16쪽
70 부안 읍성 전투 2 +1 22.10.24 673 13 20쪽
69 부안 읍성 전투 1 +1 22.10.22 734 13 17쪽
68 전략 회의 +1 22.10.17 729 13 18쪽
67 흔들리는 민심 +1 22.10.16 822 17 16쪽
66 공세의 시작 +1 22.10.11 809 16 18쪽
65 강남 소식 +1 22.10.09 804 16 20쪽
64 제해권 장악 +1 22.10.03 851 15 20쪽
63 중학생 강호동 +1 22.10.01 795 14 17쪽
62 복수혈전 +2 22.09.24 867 15 21쪽
61 성동격서 +2 22.09.24 799 14 19쪽
60 부대각 설화 +3 22.09.19 824 15 24쪽
59 신해독대(辛亥獨對)와 보길도 래방(來訪) +2 22.09.17 923 14 22쪽
58 전라도를 내어주시지요. +1 22.09.10 984 15 25쪽
57 새로운 학문의 길을 보다 +3 22.09.05 891 15 21쪽
56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 +3 22.09.03 888 19 25쪽
55 형제를 위하여 +1 22.08.29 874 17 19쪽
54 신(新) 김영철전(金英哲傳) +2 22.08.22 926 19 16쪽
53 무혈입성 +2 22.08.20 985 16 14쪽
52 나주 방어전 2 +1 22.08.15 919 18 19쪽
51 나주 방어전 1 +3 22.08.13 956 17 14쪽
50 희생 +1 22.08.07 899 19 20쪽
49 대탈출 +1 22.08.04 929 18 16쪽
48 천라지망을 펼쳐라 +1 22.08.01 960 21 18쪽
47 공세 +3 22.07.31 988 21 24쪽
46 쫓는자와 쫓기는자 +1 22.07.31 1,025 17 22쪽
45 구출 2 +1 22.07.24 1,115 21 14쪽
44 구출 1 +1 22.07.22 1,057 21 19쪽
43 조선의 미륵 +1 22.07.20 1,133 21 19쪽
42 바람처럼 달려 추포하라 +2 22.07.05 1,132 2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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