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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월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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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
작품등록일 :
2022.02.16 20:35
최근연재일 :
2022.05.02 09:35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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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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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0,686

작성
22.04.2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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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78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혈투를 벌이다

DUMMY

관전하는 사람들도 눈이 어지러워 제대로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다.


뜨거운 열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용이 날고 호랑이가 뛰어오르는 듯 붉고 날카로운 기운이 번득이다 마침내 둘로 갈라졌다.


뇌진성은 배에 칼을 맞아 옷이 시꺼멓게 탔고 그 위로 선혈이 쉬지 않고 흘러내렸다.


반면에 갈단도 어깨에 칼을 맞아 옷과 살이 한 조각 떨어져 나갔고 어깨뼈가 허옇게 드러났다.


마침내 뇌진성이 눈을 크게 뜨고 무슨 말을 할듯하다가 뒤로 쿵! 하고 쓰러졌다.


이때 사행도가 몸을 날려 무대 위로 내려서서 뇌진성을 부축했다. 뇌진성이 사행도를 올려다보며 힘겹게 말했다.


“사 형, 증손녀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고 싶었는데··· 모든 게 내가 받아야 할 죗값이지 ···, 증손녀를··· 부탁··· 하···.”


뇌진성은 말을 끝까지 하지 못하고 눈을 뜬 채로 서글픈 인생을 마감했다.


사행도는 뇌진성을 안고, 갈단을 무서운 눈으로 쳐다 본 후 밑으로 내려갔다.


갈단도 사행도의 눈빛을 대하자 피하지 않고 같이 노려보다가 몸을 날려 자리로 돌아갔다.


무대 아래에선 뇌진성의 손자며느리와 증손녀가 비명을 지르고 달려와 뇌진성의 시체를 부여안고 통곡하였다.


그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처절한 울음소리에 사람들은 가슴이 메어져 눈시울을 붉히며 억지로 눈물을 참고 있었다.


이때 징소리가 울리자 흑룡방의 총관 모흥강이 앞으로 나와 사람들에게 공표를 하였다.


“점심을 먹고 예정대로 신시(申時: 오후 세시)에 대회를 계속하겠습니다!”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싸온 음식을 꺼내놓거나 자리를 떠나 근처로 식사를 하러 가려고 움직였다.


청영과 설하가 음식을 싸들고 노소자 곁으로 다가왔다.


“자! 모두 이리로 오세요. 식사를 하고 힘을 내야 싸울 수 있죠. 빨리들 오세요.”


청영이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려고 호들갑을 떨며 음식을 늘어놓았다.


노소자는 생각지도 못했던 뇌진성의 죽음으로 걱정거리가 덜긴 했지만, 상상을 불허하는 신군의 놀라운 무공실력을 보고 걱정이 되어 밥 생각이 없었다.


교활하고 배은망덕하며 양의 탈을 쓰고 이리의 마음보를 숨긴 갈단이었지만, 세상을 놀라게 한 그의 무공을 당해낼 수 있을지 마냥 걱정이었다.


청영과 설하가 노소자의 안색이 무거운 것을 보고 마음을 풀어주려고 애를 썼으나 노소자는 건성으로 대답하고 있었다.


옆에서 말없이 사태를 주시하고 있던 사행도가 노소자의 마음을 읽었는지 한 마디 하였다.


“승패는 너무 걱정하지 마라. 정신일도 하사불성이라고,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단다.


마음을 비워 번뇌에서 벗어난다면 뜨거운 불길도 얼음처럼 차가워질 수 있지.


그러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번뇌의 불길을 끄지 못한다면 정신을 집중할 수 없으니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지금 걱정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노소자에게는 사행도의 말씀이 절에서 울리는 새벽종소리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노소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젓가락을 들었다. 옆에 앉은 청영이 얼른 고기반찬을 집어 노소자의 밥그릇 속에 넣어주었다.


그늘을 찾아 삼삼오오 모여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정사를 불문하고 아까 벌어졌던 싸움에 대해 떠들며 자신들의 견해를 늘어놓았다.


개중에는 무림의 안위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흑룡방의 신군이 무림의 지존이 된다면 흑룡방에 빌붙어 세력을 확장하려는 흑도의 인물들도 있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결과가 어찌되던 상관없이 그저 싸움이나 재미나게 구경하고 술이나 마시자는 낙천적인 사람들이 많았다.


흑룡방 앞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남이야 죽던 말든, 웃고 떠들며 밥을 먹고 술을 먹기에 바빴다.


좌판을 벌이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몰려드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어 신바람이 났다.


시끌벅적한 한낮의 숲속에는 무엇이 그리도 궁금한지 가끔 까치와 까마귀가 그 위를 배회하고 있었다.


이때 신군은 흑룡방의 안채, 자신의 방에 혼자 앉아서 약을 먹고 상처에 약을 붙여 치료를 하고 있었다.


생각지도 않은 뇌진성과의 싸움으로 상처를 입긴 했지만 적을 상대하기엔 아직 여력이 남아있었다.


마음에 걸리는 놈이 있다면 우내일선 사행도 하나뿐인데, 참가자의 명단에 없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만약 사행도가 나서더라도 흑룡방의 전 인원을 동원한다면 다 늙은 놈이 뭐 어쩌랴, 하는 생각이었다.


나머지 정파의 인물이라야 무오대사를 빼면 변변한 인물은 없었다.


이제 무림을 통일하고 지존의 자리에 앉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하며 혼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마시고, 갑론을박하며 왈가왈부하던 시간이 지나고 신시가 되었다. 햇볕은 아직도 따가웠고 푸른 하늘엔 흰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있었다.


사람들은 이미 자리를 메웠고 정파의 사람들도 모여들었다. 신군을 위시하여 흑룡방 무리들이 자리를 잡았다.


징소리가 크게 울리며 모흥강이 앞으로 나와 대회가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신군은 어깨의 상처를 싸맨 후, 하얀색 비단 장포로 갈아입고 의젓한 모습으로 비무대 위에 나타나 무오대사를 쳐다보았다.


신군은 당연히 무오대사가 나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무오대사는 눈을 감고 염주만 굴리고 있었다.


그때 바람소리가 일며 노소자가 눈앞에 나타났다. 신군은 어이가 없다는 투로 노소자를 쳐다봤다.


놈들이 어린놈을 내보내 자신의 힘을 빼겠다는 건지, 아니면 동정을 사려는 건지, 잠시 헛갈려 물끄러미 노소자를 쳐다봤다.


놈들의 소행이 괘씸했으나 여전히 만면에 웃음을 띠우고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넨 어른들을 대신해서 나온 건가? 아직 앞길이 구만리로 창창한데 공연히 목숨을 재촉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러니 자넨 그만 들어가고 무오대사를 보내게···.”


“나는 정의문의 문주요. 혹시 나를 겁내서 그런 말을 했다면 생각해 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여러 말 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 준비하십시오.”


노소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가볍게 장검을 뽑아들고 왼손엔 단검을 거머쥐었다.


그의 두 발은 대지에 굳건하게 뿌리박은 나무처럼 든든했고 검을 잡고 서있는 모습에선 추호의 흔들림도 없었다.


신군은 어린놈이 건방지게 까불고 있다고 생각하며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서 노소자의 장검과 단검을 눈여겨보았다.


장검을 얼핏 보았을 때, 뼈를 시리게 하는 한기나 강렬한 예기는 보이지 않고, 단지 은은한 광채만 서려있을 뿐이었다.


왼손에 쥔 손잡이가 검은 단검도 뭐 특별하게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신군은 이런 검들이 의외로 신병이기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기억을 더듬었다. 순간, 신군의 안색이 확 변했다.


예전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 고대의 보물 중에 첫 번째인 '건곤일척', 바로 그 검이었다.


그리고 왼손에 들고 있는 단검은 청성파의 청허산인이 사용하였던 묵검, 바로 호신강기만을 전문적으로 파괴한다는 단검이었다. 신군은 깜짝 놀랐다.


이제 보니 놈들은 자신과 대적하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해온 것을 알 수 있었다.


신군은 빈손으로 싸우려고 했으나 노소자의 검을 보고는 절대로 빈손으로 싸울 수 없었다. 그래서 빙그레 웃으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하하하, 나이는 어리지만 정의문의 문주인데···, 내가 빈손으로 상대한다면 무례하다고 욕을 먹겠지?


그렇다면 대접하는 의미에서 나도 검으로 상대해 주겠네. 여봐라! 내 검을 가져오너라.”


신군의 명령이 떨어지자 신군의 아랫자리에 앉아있던 갈무종이 신군의 검을 들고 몸을 날려 비무대에 내리더니 두 손으로 공손히 검을 바치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건 바로 무영문의 보물인 염화적혈검이었다.


무영문을 배반하고 삼대보물 중의 하나인 염화적혈검을 훔쳐서 달아난 갈단이 그 검을 쥐고 자랑스럽게 서 있었다.


그 검을 보자 노소자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갈단! 감히 그 염화적혈검을 들고 으스대다니 부끄럽지도 않는가?”


노소자가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며 꾸짖자 갈단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의 딸과 가까운 것 같았고 재기발랄하여 귀엽게 봐주고 목숨만은 살려주려고 했는데, 갑자기 말버릇이 고약해져서 까불고 있으니 살려둘 수가 없었다.


더구나 남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염화적혈검을 알고 있었으니 더더욱 살려둘 수가 없었다.


“이 검의 이름을 알다니···, 네 정체가 무엇이냐?”


“제아무리 사부를 능멸하고 배신을 일삼는 철면피라도 가슴에 찔리는 구석이 있나보구나?


오늘, 하늘이 굽어보시는 가운데 그 죄 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


“어린놈이 무얼 안다고 헛소릴 지껄이는 것이냐. 이놈 주둥이를 도려내주마!”


갈단은 끓어오르는 노기를 주체할 수 없는지 안면의 근육을 실룩이며 눈을 부릅뜨더니 온몸의 내력을 끌어 모아 손에 집결시켰다.


쥐고 있는 염화적혈검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시뻘건 불길을 서서히 내뿜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뻗어 나온 불길이 갈단의 몸을 가리고 두 발자국의 거리까지 퍼져나갔다.


구경하던 모든 사람들은 들어보지도 못한 기상천외한 무공에 모두들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 채 다물 수가 없었다.


염화적혈검에서 뿜어져 나온 불길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이 노소자를 쳐다보았다.


노소자의 검에서도 영롱한 검기가 서서히 사방으로 퍼져나가 둥그런 모양을 이루며 노소자를 감싸고 있었다.


사실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노소자를 정의문 문주라고 소개했을 때 모두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문약한 서생처럼 보이는 노소자를 문주로 삼은 정의문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노소자의 무공을 보고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비무대 위에는 석 자 정도의 길이로 불타오르는 검과 영롱한 빛으로 아롱진 검이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갈단도 영약의 힘을 받아 육십여 년을 수련한 공력을 갖고 있었고, 노소자 역시 영약과 기연을 얻어 그 정도의 공력을 갖고 있었다.


공력 면에서만 본다면 나이가 많은 갈단과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갈단은 여러 가지 무공을 두루 섭렵했고 실전의 경험이 많았으나 노소자는 경험이 적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알고 보면 갈단도 무영문의 절기를 수련하였기에 두 사람의 무공은 상당부분 닮은 점이 많았다. 순간 두 사람은 신형을 날려 서로 격돌하였다.


쇠도 녹일 것 같은 뜨거운 열기와 눈을 어지럽히는 현란한 기운이 서로 부딪치자 돌개바람이 이는 가운데 날카로운 소리가 사람들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뜨거운 열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노도처럼 밀려드는 세찬 바람에 이삼 장 안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서 황급히 뒤로 피하였다.


그 뜨거운 열기로 인해 좌석 위에 쳐진 차양들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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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제82화. 노소자여 안녕히 +12 22.05.02 541 17 12쪽
81 제81화. 회자정리 會者定離 거자필반 去者必返 +2 22.05.01 445 14 11쪽
80 제80화. 제 버릇 개 주랴 +4 22.04.30 456 13 11쪽
79 제79화. 산중수복(山重水複) 갈길은 먼데 길은 보이지 않고 +3 22.04.29 491 15 11쪽
» 제78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혈투를 벌이다 +4 22.04.28 499 13 11쪽
77 제77화. 못된 제자와 사부의 결투 +2 22.04.27 467 15 12쪽
76 제76화. 또다시 스승을 배반한 신군 갈단 +4 22.04.26 485 15 11쪽
75 제75화. 용호상박 龍虎相搏 +2 22.04.25 504 15 11쪽
74 제74화. 무림의 운명을 결정짓는 비무대회 +2 22.04.24 504 12 12쪽
73 제73화. 갈단의 사부, 구유귀왕(九幽鬼王) 뇌진성 +2 22.04.23 493 12 11쪽
72 제72화. 화산 성채를 접수하다 +2 22.04.22 512 12 12쪽
71 제71화. 불구대천의 원수 +4 22.04.21 561 16 11쪽
70 제 70화. 금면악동(金面惡童) 상관마, 상관해 +2 22.04.20 625 18 13쪽
69 제69화. 파렴치한 갈단의 과거 +2 22.04.19 549 15 13쪽
68 제68화. 신군 갈단의 과거 +4 22.04.18 566 17 12쪽
67 제67화. 마침내 신비의 인물, 신군과 만나다 +4 22.04.17 578 15 12쪽
66 제66화. 사나이 대장부의 길 +2 22.04.16 580 12 14쪽
65 제65화. 노소자 사로잡히다 +4 22.04.15 578 11 13쪽
64 제64화. 흑랑채의 채주 금안랑군(金眼狼君) 호대랑 +2 22.04.14 577 14 12쪽
63 제63화. 인생이란 결국 빈손, 공수래공수거 空手來空手去 +4 22.04.13 588 15 12쪽
62 제62화. 위기일발 (危機一髮)의 순간 +4 22.04.12 605 16 13쪽
61 제61화. 독 안에 든 쥐 +4 22.04.11 618 13 13쪽
60 제60화. 결국 꼬리를 밟히다 +2 22.04.10 623 16 14쪽
59 제59화. 도화곡(桃花谷)에서 +2 22.04.09 648 15 14쪽
58 제58화.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 +2 22.04.08 617 13 13쪽
57 제 57화. 태행산으로의 잠행 潛行 +2 22.04.08 661 16 14쪽
56 제56화. 솔바람 그늘아래 벽계수 흐르는데 +4 22.04.07 709 18 14쪽
55 제55화. 화산파의 멸문지화 滅門之禍 +2 22.04.06 715 19 13쪽
54 제54화. 갈소군의 과거 +2 22.04.05 697 17 13쪽
53 제53화. 이 파렴치한 놈아 +4 22.04.04 709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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