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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월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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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
작품등록일 :
2022.02.16 20:35
최근연재일 :
2022.05.02 09:35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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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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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0,686

작성
22.04.2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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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77화. 못된 제자와 사부의 결투

DUMMY

뇌진성이 신군을 찾아가 화를 내며 나무라자, 신군은 이번 결투에 참가해 정파의 세력을 물리쳐달라고 간청을 했다.


그러나 이미 화가 나서 주체할 수 없는 뇌진성이 신군의 부탁을 들어줄 리가 없었다.


사부의 태도에 실망한 신군은 마음을 독하게 먹고 사부에게 말했다.


마음을 돌려 정파의 무리들을 굴복시켜준다면 손녀딸을 보내주겠지만, 만약 거절한다면 손녀딸을 단념하라고 사부를 협박하였다.


뇌진성은 생각 같아서는 신군을 당장 때려죽이고 싶었지만 어린 손녀의 귀여운 모습을 생각하니 차마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죽을 날이 멀지 않았는지 뇌진성은 전보다 성질이 많이 죽어서 경거망동하지 않고 앞뒤를 생각하고 행동했다.


자신의 성질대로 행동했다간 마지막 남은 핏줄이 끊길 것을 우려한 뇌진성은 약속을 어기고 할 수없이 싸움판에 끼어들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내 화를 삭이느라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도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귀여운 증손녀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사실 누가 무림의 지존이 되든가는 관심도 없었다. 빨리 싸움을 끝내고 손녀딸을 데리고 멀리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정파에서는 이제 노소자, 남해일절, 무오대사뿐이라 뇌진성을 상대하기도 벅찬데 신군까지 버티고 있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사행도 대협이 옆에만 있었어도 큰 힘이 될 텐데 종적이 묘연한 분이니 기대할 수도 없었다.


남해일절이 나가서 싸우겠다고 우겼지만 다들 뇌진성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해일절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뇌진성의 힘을 조금이라도 빼놓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 뒤에 무오대사가 나가던 노소자가 나가던, 유리한 입장에서 싸울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결국 남해일절이 무대 위로 올라가기로 합의했다.


신군은 연신 미소를 지으며 정파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자신이 보기엔 소림의 무오대사 외엔 사부 뇌진성과 맞설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느긋한 눈으로 정파의 동향을 살피다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러분, 난 시작할 때도 이미 말했지만 인명을 매우 중시하는 사람이요. 지금의 상황을 볼 때 대세는 이미 기울어졌다고 생각하오.


공연히 허세를 부려 아까운 목숨을 잃지 말고 무인답게 깨끗이 승복하고 나의 명령을 따르시오.


그러면 그동안 시끄러웠던 무림의 분쟁은 모두 해소되고 여러분들은 편안히 각자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요. 내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으니 빨리 결정하기 바라오.”


신군이 점잖게 말하자 흑도의 인물들이 박수갈채를 보내며 환호했다.


그때 정파의 진영에서 갑자기 쩌렁쩌렁 울리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정한 무림인이라면 절대로 중간에서 포기하는 법은 없는 것이오. 여러분, 끝까지 힘을 내시오.”


느긋한 마음으로 미소를 띠고 있던 신군의 눈에 갑자기 당황한 빛이 역력하였다.


정파의 진영에 뇌진성의 손자며느리와 증손녀가 웬 노인과 함께 서 있었다. 신군은 뭔가 일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해 안색이 변했다.


다된 밥에 재를 뿌리는 놈이 눈앞에 서 있는 것이다. 신군은 우내일선 사행도의 명성은 들었지만 만나보지는 못했기에 노인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주위의 부하들에게 살며시 물어보고, 사행도란 것을 알고는 기겁할 정도로 놀랐다.


사행도의 출현에 뇌진성이 증손녀와 손자며느리를 발견하였다. 여태껏 암울하던 뇌진성의 얼굴에 주름이 활짝 펴지면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뇌진성은 잔뜩 찌푸렸던 얼굴을 펴고 하늘을 향해 앙천대소(仰天大笑)하였다.


“하하하, 여러분! 이제부터 자칭 정파와 사파의 결투는 없습니다. 다만 사제지간의 일만 남았습니다.


나는 지금부터 천하에 못된 제자를 징벌할 것이니 여러분께선 도리에 맞는 지를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뇌진성의 말이 끝나자 신군이 당황하여 얼굴색을 붉히며 말했다.


“사부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발 고정하십시오.”


“시끄럽다, 이놈아! 너는 사부를 협박하고 사부의 가족을 납치했으니 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겠지?


냉큼 이리로 내려와 죄를 빌지 않고 뭘 하는 거냐!”


구경하던 수많은 사람들은 비무대회가 갑자기 이상하게 돌아가자 모두 눈만 멀뚱히 뜬 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부의 가족을 납치했다는 말에 흑룡방 내에서도 웅성거리며 혼란이 일어났다.


신군은 안색을 고치고 비무대 위로 날아갔다.


“사부님, 왜 이러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무림을 통일해 지존이 되면 사부님을 모시고 한 평생 같이 살려고 했는데 정말 억울합니다.”


“그럼 왜, 객잔에 있는 나의 식구들을 납치해 숨겨두었냐?”


“납치라니요, 누추한 객잔에 계시기에 좋은 집으로 모신 것이지요. 정말로 오해를 하신 것입니다.”


“듣기 싫다. 이놈! 넌 이 시간부터 내 제자가 아니다. 너와 나의 사제 간의 의리와 정은 이제 물거품이 됐다.


내가 오늘 널 징계해서 교활하고 수치를 모르는 자에게 교훈을 내려주겠다.”


뇌진성은 내력을 서서히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과거, 전 무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화염도의 절기가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그러자 신군 또한 오른손이 점점 붉어지며 화염도를 펼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뇌진성의 오른손 끝으로부터 붉은 기운이 한 자 이상이나 뻗어 나와 일렁이고 있었다.


신군 또한 화염도의 불꽃이 한 자 이상 뻗어 나왔지만, 뇌진성의 화염도보다는 더욱 뚜렷하게 보였다.


또다시 사부를 배반한 교활한 갈단의 모습을 보고 노소자, 주진원, 공손휘 등은 제 버릇 개한테 주지 못한다는 말을 실감하고 쓴 웃음을 지었다.


구경하러 온 많은 사람들은 사부에게 대드는 갈단의 파렴치한 태도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욕을 퍼부었다.


사파의 무리들도 신군이 너무한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위세에 눌려 감히 내놓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든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오직 비무대 위만 주시하고 있었다.


주위는 낙엽이 떨어져내려도 들릴 듯 조용해서 무대 위에 서 있는 두 사람의 숨소리마저 들리는 것 같았다.


사부와 배은망덕한 제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무대 위를 후끈 달구고 있었다.


이때, 한차례 날카로운 기합소리가 울리며 뇌진성의 몸이 한줄기 불화살처럼 갈단을 향해 날아갔다.


붉은 색의 빛무리가 눈 깜작할 순간에 미친 듯 찌르고, 베고, 휘둘려 꺾이고, 붉은 용처럼 비틀어 오르기를 무려 십여 차례, 거센 칼바람 소리에 뭇사람들이 견디지 못하고 귀를 틀어막았다.


뇌진성의 화염도는 뱀의 혓바닥처럼 구부러지면서 신군의 가슴팍을 비스듬히 찔러들다가 바로 월락성침(月落星沈), 달이 떨어지고 별이 물에 잠기듯 갑자기 뚝 떨어져 내리며 하복부를 노리고 푹 찔러들었다.


갈단은 침착하게 구름과 안개로 봉쇄하듯 운봉무쇄(雲封霧鎖)의 수법으로 자신의 주위를 빈틈없이 막아내다가 순간적으로 검을 찔렀다.


갈단의 화염도는 눈 깜짝할 사이에 뇌진성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도저히 공격해 들어올 수 없으리라 생각한 틈을 놓치지 않고 의표를 찌르는 돌발적인 기습에 뇌진성은 재빨리 몸을 뒤로 날리고, 깜짝 놀라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이제 보니 놈은 자신의 상상을 뛰어넘는 절기를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사이에 생사를 가름하는 수십 차례의 공격과 방어가 이루어졌지만, 주위에서 손에 땀을 쥐고 관전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두 사람이 몸을 날려 몇 차례 칼을 휘두르고 서로 물러선 것처럼 보였다.


뇌진성이 경각심을 가지고 내력을 십성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갈단은 두 손을 펴서 가슴 앞에 세우고 서서히 오므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두 손에서 나온 화염도가 하나로 합쳐지더니 커다란 도(刀)로 변했다.


갈단은 뜻 모를 웃음을 입가에 지으며 두 손으로 커다란 화염도를 잡고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사람들은 모두 놀라서 탄성을 질렀다. 갈단의 커다란 화염도에 비하면 뇌진성의 도는 단검처럼 보잘 것이 없었다.


갈단이 야릇한 웃음을 흘리며 한발 한발 앞으로 다가오자 뇌진성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누가 보아도 칼의 크기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기에 승패는 곧 결정 날 것 같아서 사람들은 모두 안타까운 심정으로 숨을 죽였다.


갈단이 몸을 날리며 빗자루로 천군만마를 단번에 쓸어버리듯 횡소천군(橫掃千軍)의 수법으로 위에서 밑으로 크게 휘둘렀다.


화염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무대 가까이 있던 사람들은 모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뇌진성이 갈단의 공격을 피하고 잽싸게 갈단의 뒤로 돌아가 등허리를 향해 검을 푹 찔러 넣었다.


갈단도 재빨리 몸을 뒤로 돌리며 사납게 칼을 휘둘렀고, 뇌진성은 맞부딪치지 않고 빠른 신법을 구사해 좌우로 몸을 날리며 빈틈을 노렸다.


고수들의 싸움에 있어선 눈 깜작할 찰나에 승패가 결정난다.


뇌진성이 갈단의 옆으로 다가가 옆구리를 향해 칼을 휘두르는데, 갈단이 위에서 아래로 뇌진성의 팔목을 끊으려고 칼을 내리쳤다.


뇌진성은 막을 수가 없어서 그대로 땅에 등을 붙이고 누워서 공격을 피했다.


갈단은 음흉한 괴소를 터뜨리며 땅바닥에 누어있는 뇌진성의 복부를 향해 칼을 찔러 넣었다.


관전하는 사람들은 뇌진성이 배에 칼이 꽂혀 피를 뿜으며 죽는 모습을 상상하며 모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뇌진성은 누운 상태에서 손바닥으로 땅을 치고 갈단의 두 발 사이를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며 갈단의 장딴지를 공격했다.


갈단은 발을 번쩍 들어 칼을 피했으나 발목을 베어 제대로 서질 못했다.


얼른 일어난 뇌진성이 틈을 놓치지 않고 갈단의 눈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갈단이 놀라 고개를 숙이자 머리털이 한 움큼 잘려나갔다.


갈단은 놀랄 틈도 없이 한발을 절뚝이며 뒤로 물러나 이를 악물고 눈을 부릅떴다.


뇌진성은 다시 땅을 구르며 갈단 앞으로 다가가 재차 갈단의 발을 노렸다.


갈단은 발목에 흘러내리는 피를 지혈시키지도 못하고 깽깽이걸음으로 뒤뚱거리며 물러나기 바빴다.


뇌진성은 기회를 잡자 갈단을 향해 몸을 날리며 느닷없이 비성추월(飛星追月: 유성이 달을 추격하는) 수법으로 갈단의 가슴을 노리고 힘껏 찔렀다.


갈단은 위급한 상황에서 발을 땅에 굳건하게 붙이고 홱! 하고 땅과 거의 수평으로 몸을 뒤로 뉘며 칼을 앞으로 뻗었다.


뇌진성이 몸을 옆으로 비틀며 피했지만 좌측 옆구리를 찔리고 말았다. 상처는 그다지 심하지 않았지만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옆구리를 찔리는 바람에 뇌진성의 움직임도 다소 둔해졌다.


갈단도 발목을 베여 행동이 자유롭지 못했다. 뇌진성은 제자 놈에게 쩔쩔매는 자신이 한심스러워 낯을 들 수가 없었다.


마음을 독하게 먹고 너 죽고 나 죽자는, 최후의 수단으로 동귀어진(同歸於盡)하기로 마음먹었다.


뇌진성의 옆구리에선 피가 계속 흘러내려 발자국마다 피로 얼룩졌으나 지혈할 생각도 않고 이를 악물고 한 발 한 발 갈단을 향해 걸어갔다.


사람들의 눈에는 한 마리 붉은 악귀가 지옥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것처럼 무시무시하게 보였다.


갈단도 마음이 섬뜩했으나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기에 마음을 독하게 먹고 검을 움켜잡았다.


순간 뇌진성이 몸을 날렸고 갈단 또한 칼을 치켜들고 부딪쳐왔다. 두 사람의 몸놀림이 어찌나 빠른지 불길에 이는 흐릿한 그림자만 바쁘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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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제82화. 노소자여 안녕히 +12 22.05.02 540 17 12쪽
81 제81화. 회자정리 會者定離 거자필반 去者必返 +2 22.05.01 445 14 11쪽
80 제80화. 제 버릇 개 주랴 +4 22.04.30 456 13 11쪽
79 제79화. 산중수복(山重水複) 갈길은 먼데 길은 보이지 않고 +3 22.04.29 490 15 11쪽
78 제78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혈투를 벌이다 +4 22.04.28 498 13 11쪽
» 제77화. 못된 제자와 사부의 결투 +2 22.04.27 467 15 12쪽
76 제76화. 또다시 스승을 배반한 신군 갈단 +4 22.04.26 485 15 11쪽
75 제75화. 용호상박 龍虎相搏 +2 22.04.25 504 15 11쪽
74 제74화. 무림의 운명을 결정짓는 비무대회 +2 22.04.24 504 12 12쪽
73 제73화. 갈단의 사부, 구유귀왕(九幽鬼王) 뇌진성 +2 22.04.23 493 12 11쪽
72 제72화. 화산 성채를 접수하다 +2 22.04.22 512 12 12쪽
71 제71화. 불구대천의 원수 +4 22.04.21 561 16 11쪽
70 제 70화. 금면악동(金面惡童) 상관마, 상관해 +2 22.04.20 625 18 13쪽
69 제69화. 파렴치한 갈단의 과거 +2 22.04.19 549 15 13쪽
68 제68화. 신군 갈단의 과거 +4 22.04.18 566 17 12쪽
67 제67화. 마침내 신비의 인물, 신군과 만나다 +4 22.04.17 578 15 12쪽
66 제66화. 사나이 대장부의 길 +2 22.04.16 580 12 14쪽
65 제65화. 노소자 사로잡히다 +4 22.04.15 578 11 13쪽
64 제64화. 흑랑채의 채주 금안랑군(金眼狼君) 호대랑 +2 22.04.14 576 14 12쪽
63 제63화. 인생이란 결국 빈손, 공수래공수거 空手來空手去 +4 22.04.13 588 15 12쪽
62 제62화. 위기일발 (危機一髮)의 순간 +4 22.04.12 604 16 13쪽
61 제61화. 독 안에 든 쥐 +4 22.04.11 618 13 13쪽
60 제60화. 결국 꼬리를 밟히다 +2 22.04.10 623 16 14쪽
59 제59화. 도화곡(桃花谷)에서 +2 22.04.09 647 15 14쪽
58 제58화.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 +2 22.04.08 617 13 13쪽
57 제 57화. 태행산으로의 잠행 潛行 +2 22.04.08 661 16 14쪽
56 제56화. 솔바람 그늘아래 벽계수 흐르는데 +4 22.04.07 709 18 14쪽
55 제55화. 화산파의 멸문지화 滅門之禍 +2 22.04.06 715 19 13쪽
54 제54화. 갈소군의 과거 +2 22.04.05 697 17 13쪽
53 제53화. 이 파렴치한 놈아 +4 22.04.04 708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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