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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동물의 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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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작가
작품등록일 :
2017.05.02 13:49
최근연재일 :
2017.07.18 08:3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516
추천수 :
1
글자수 :
107,396

작성
17.07.18 08:35
조회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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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24회 - 동거는 남자를 변하게 해 (2)

DUMMY

"여기 앞에 세워주세요. 차에서 잠시 기다리시면 제가 짐 들고 내려올게요."

"네? 저도 갈게요. 혼자 무거워서 어떻게 듭니까?"

"가구라고 해도 별거 없어요. 다 버리고 조그만 것만 가져올 거예요."

"그래도 그렇지. 제 몸이 이러라고 있는 겁니다. 마음껏 쓰세요. 하하"


도 대리는 잠시 문 과장을 훑어봤다. 확실히 저 몸은 이러라고 있긴 했다. 잠시 생각하더니


"그럼 문밖에 서계시면 제가 짐을 챙겨서 내놓을게요."

"네! 알겠습니다!"


기운찬 문 과장을 데리고 낡은 빌라 1층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는 1층처럼 보이는 반지하로 내려갔다.


"아.."


문 과장은 집이 여기냐고 물어보려다 말았다. 어디에 살든 아무 상관없지만 혹시라도 상처받을까 봐였다. 그녀 역시 그런 심정이었을까? 문을 열고 들어간 그녀는 한참을 있다 다시 나와서는 고민을 많이 한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 잠깐 들어오세요."

"네? 들어가도 될까요?"

"네. 여기까지 도와주러 오셨는데 음료수라도 한잔 드셔야죠."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그녀였지만 호의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 반지하 그녀의 집에 들어섰다.


어두컴컴한 조명에 10평도 되지 않아 보이는 원룸이 한눈에 다 들어왔다. 평소 도대리에게서 풍기는 향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긴 했지만 반지하 특유의 꼼꼼한 냄새도 같이 풍겼다. 작고 저렴해 보이는 냉장고. 옷장 대신 커튼으로 대신한 옷걸이와 주방은 조촐한 식기들만 남아있었다. 조그만 냉장고를 여니 드링크 음료들이 놓여있었다.


"이거 드세요."


하루야채 당근주스를 건넨 그녀의 손엔 힘이 없어 보였다. 보이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서였을까. 어딘지 모르게 숙연해진 분위기에 문 과장은 출처를 알 수 없는 용기가 솟아났다. 그의 머릿속엔 온통 어젯밤. 오늘. 주눅 든 그녀를 위로해주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는 당근주스와 함께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대리님.."

"과장님..?"

"기운 내세.."

"미쳤어요?"

"네?"


예상치 못한 흐름에 번뜩 정신을 차렸다.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문 과장은 서둘러 손을 놓곤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제.. 제가 머리가 어떻게 된 건지.."

"참나.. 여자 혼자 사는 방에 불렀다고 또 그놈의 성욕이 되살아나셨나요?"

"아뇨! 그.. 그런 거 아니에요!"

"..."


도대리는 문 과장의 하체를 쭉 훑더니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아까 덥석 자신의 손을 잡은 크고 두툼한 손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시는 그 커다란 손으로 제 몸에 손대지 마세요.."

"네! 다.. 당연하죠!"

"근데요.. 그 손. 털 좀 어떻게 안 하실 거예요?"

"네? 제 손에 털이요?"


저번에도 문 과장의 발에 난 털을 보고 놀랐듯이 이번에도 손을 자세히 보니 인간이라 하기엔 너무 많은 털에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손도 그렇고, 발도 그렇고.. 그러고 보니 수염은 왜 안 깎아요?"

"아. 안 깎은 게 아니라 제가 수염이 너무 빨리 자라서요.. 그저께 깎은 거 같은데.. 오늘은 급하게 나오느라고.."

"빨리 자라면 한번 더 깎으면 되잖아요. 하루에 두 번, 세 번 깎아야죠. 그러고 다니는 건 주변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에요."

"그.. 그런가요.. 죄송합니다.."

"집에 가서 수염부터 깎고 머리도 좀!"


도 대리는 말하다 보니 울컥 화가 올라왔다.


"머리 좀 어떻게 해요. 아무리 아저씨라도 그렇지. 그러고 다니면 누가 좋아하냐고요. 과장님 올해 나이가 몇이에요?"

"전.. 서른일곱이요.."

"네?"


도대리는 기가 차다는 듯이 손을 들어 올리고는 코웃음과 함께 말했다.


"전 마흔 넘으시는 줄.."

"..."


문 과장은 마치 이 부장에게 혼이 나는 듯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뭐 해요? 혼나요? 저한테?"


뜨끔한 말에 다시 그 커다란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말했다.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일단 머리부터 깎으러 가요. 아 그리고 그 옷 좀!!!"


자세히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그의 모습에 결국 도대리는 진심으로 소리를 질렀고 문 과장은 또다시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이사가 중요한 게 아니네요. 따라오세요!"

"어.. 어디 가시게요?"

"오늘부터 아무 말하지 말고 제가 하라는 데로 하세요. 같이 사는 동안 사람 만들어 드릴 테니까.."


화가 나 씩씩대며 나간 그녀를 쫄래쫄래 뒤따라 나섰다. 190이 넘는 덩치의 그가 야리야리한 여자의 뒤를 쫓았다니는 꼴은 꽤나 재밌는 모습이었다.

항상 처음 보는 사람에게 위협과 공포만 자아내던 그였는데 오늘은 어느 누구도 그가 무섭지 않아 보일 것이다.


도대리가 제일 처음 간 곳은 자주 가던 헤어숍이었다. 한눈에 보아도 비싸 보이는.. 고급진 헤어숍. 문 과장은 눈이 똥그래져 물었다.


"대.. 대리님. 여긴 왜.."

"아무 소리 말랬죠. 저기요. 선생님~"


도대리는 자신의 담당 선생님을 불러서 무언가 속닥속닥 얘기를 했다. 그동안에도 문 과장은 안절부절이다. 세련되어 보이는 여자들이 가득했고 무슨 놈의 선생님들이 이리 많은지.. 한 명 머리를 자르는데 두 세명이나 붙어 있었다. 걔 중에 남자가 간간이 보이는데 TV에 나오는 연예인 같은 놈 들이라 오히려 더 부담스러웠다.


"과장님. 이쪽으로 오세요."


그러자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어여쁜 디자이너가 생긋 웃는 얼굴로 의자를 가리키며 그에게 말했다.


"손님. 여기에 앉으시면 돼요~"

"네! 아.. 알겠습니다!"


적응 안 되는 상황에 처하자 갑자기 땀이 나기 시작했다. 제대로 씻지도 못했는데.. 냄새라도 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자 오히려 땀이 더 흘렀다. 누가 봐도 긴장한 게 보이자 도 대리가 한심한 듯 쳐다보며 말했다.


"머리 처음 잘라요? 왜 이렇게 쫄았어요? 남자가.."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위축된 건 사실이기에 변명이 생각날 리 만무했다. 당황한 채 땀만 더 흘리고 있으니 옆에 서있던 디자이너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호호. 긴장하실 필요 없어요~ 지금보다 훨씬 멋있게 만들어 드리는 곳이에요~ 더우시면 시원한 음료 한 잔 먼저 드릴게요."


역시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이런 무식하게 생긴 조폭 같은 남자가 와도 이 디자이너는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그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 태도에 감동한 문 과장은 서서히 긴장이 풀렸다. 또 다른 이쁜 디자이너가 가져다준 녹차를 그대로 원샷하고 시원하게 크아~ 를 외친 그에게 물었다.


"어떤 스타일로 해드릴까요?"


그러자 옆에 서 있던 도 대리가 불쑥 끼어 들어와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며 말했다.


"송중기.."

"네?"

"[태양의 후예] 나왔던 송중기 머리로 해주세요.. 짧고 단정하게요."

"어머. 호호호... 네.. 먼저 사진 좀 보여드릴게요. 호호"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이름에 디자이너도 놀랐고 문 과장도 놀랐다. 어느새 가져온 송중기의 사진을 보니 더욱 어이없었다. 문 과장은 또다시 터진 땀을 닦으며 곤란한 얼굴로 말했다.


"저기.. 그.. 그냥 아무렇게나 해주시면.."


그러자 도 대리가 다시금 끼어들었다.


"아무렇게는 무슨 아무렇게 나에요? 아무 말하지 말랬죠? 송중기처럼 해야 그 천분의 일이라도 쫓아갈 거 아니에요. 과장님이 송중기 되기는 바라지도 않으니까 머리라도 단정하게 자르자고요."

"네.. 네! 알겠습니다."


도 대리의 강압적인 모습을 본 디자이너도 더 이상 아무 말없이 굳은 결심의 표정을 하고는 머리를 잘랐다.


사실 문 과장의 헤어스타일은 지독했다. 머리숱도 많은 데다 한 올 한 올이 샤프심처럼 굵고, 또 어찌나 검은지 손으로 만지면 묻어 날 것만 같았다. 왁스를 바른 적도 없거니와 그 흔한 젤도 바르지 않고 다녀 부스스한 채 다니는 모습이 영락없이 아저씨였다.


이런 겉모습에 그 어떤 사람도 문 과장이 잘생겼다는 생각을 한 적 없지만 딱 한 명 그의 보석 같은 가능성을 본 사람이 있었다.


바로 도 대리였다..


남자다움을 넘어선 덩치와 커다란 키, 얼굴도 자세히 보면 귀염상이다. 머리가 큰 듯하지만 그를 뛰어넘는 과격한 어깨가 이상한 옷에 가려져 있음을 이전에 러닝셔츠만 입었을 때 보았다. 하체가 너무 튼실해 요즘 옷을 입지는 못하겠지만 떡 벌어진 상체로 인해 보기 좋은 비율을 가지고 있었다.


문 과장과 십 년을 넘게 만나온 라 차장도.. 머리를 깎고 있는 디자이너도.. 심지어 보살피고 키워준 부모님 마저도 몰랐던 원석이 머리를 자를수록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다.


이내 머리를 깎고 수염을 정리한 그의 모습에 디자이너조차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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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24회 - 동거는 남자를 변하게 해 (2) 17.07.18 55 0 9쪽
23 23회 - 동거는 남자를 변하게 해 (1) 17.07.10 153 0 10쪽
22 22회 - 묵직한 한방 (4) 17.07.06 129 0 10쪽
21 21회 - 묵직한 한방 (3) 17.07.04 140 0 11쪽
20 20회 - 묵직한 한방 (2) 17.06.15 75 0 10쪽
19 19회 - 묵직한 한방 (1) 17.06.14 67 0 10쪽
18 18회 - 도와주세요 과장님! 17.06.12 66 0 9쪽
17 17회 - 파격적인 제안 (2) 17.05.30 84 0 10쪽
16 16회 - 파격적인 제안 (1) 17.05.24 66 0 10쪽
15 15회 - 마트도 갔어요 17.05.22 64 0 9쪽
14 14회 - 한번 더 찾아온다고? 17.05.18 67 0 10쪽
13 13회 - 또 찾아온 그녀 (3) 17.05.16 76 0 10쪽
12 12회 - 또 찾아온 그녀 (2) 17.05.15 64 0 9쪽
11 11회 - 또 찾아온 그녀 (1) 17.05.14 64 0 9쪽
10 10회 - 화해를 해보자 17.05.12 65 0 11쪽
9 9회 - 늑대도 등장 17.05.11 74 0 12쪽
8 8회 - 그녀의 본모습 (3) 17.05.10 83 0 8쪽
7 7회 - 그녀의 본모습 (2) 17.05.09 156 0 10쪽
6 6회 - 그녀의 본모습 (1) 17.05.08 118 0 10쪽
5 5회 - 이 구제불능 인간 17.05.07 113 0 10쪽
4 4회 - 실신 17.05.05 136 0 12쪽
3 3회 - 그리고 그녀의 등장 17.05.04 183 0 11쪽
2 2회 - 직장상사도 등장 17.05.03 141 0 9쪽
1 1회 - 그의 등장 +2 17.05.02 27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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