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모험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동물의 연예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드라마

모험작가
작품등록일 :
2017.05.02 13:49
최근연재일 :
2017.07.18 08:3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524
추천수 :
1
글자수 :
107,396

작성
17.07.06 08:28
조회
129
추천
0
글자
10쪽

22회 - 묵직한 한방 (4)

DUMMY

골목 바깥의 밝은 불빛이 두 남자의 실루엣을 만들어 냈다. 저들이 도 대리의 이름을 외쳤을 것이다. 도 대리의 머릿속에 기억하고 싶지 않은 목소리..


"도가은 씨! 잠깐만요!"


손을 빼려 힘을 주던 그녀의 팔이 축 늘어졌다. 하 대리 역시 손을 더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됨을 알고 그대로 놓아주었다. 그리곤 곧 검은 실루엣의 두 남자가 천천히 다가오자 점차 그들의 생김새가 보이기 시작했다.

170을 약간 넘는 비슷한 키에 헤어스타일만 다를 뿐 정말 똑 닮은 얼굴형을 갖고 있다. 그러고 보니 하 대리 역시 저들과 닮은 모습을 하고 있음을 이제야 알았다. 아무리 꾸며도 티가 나지 않을 듯한 거뭇거뭇하고 음흉한 얼굴들.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 생김새가 확연히 드러나고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하 대리를 처음 봤을 때의 거북한 느낌은 그의 일방적인 대시로 인한 게 아니라 바로 저 얼굴과 닮았기 때문이었다. 잊고 싶었던 과거를 만든 장본인.


"하아. 오랜만이네. 가은 씨."

"..."


도 대리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피어나는 화를 애써 누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둘 중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쪽이 다시 한번 말했다.


"가은 씨? 나 모르는 척할 거야? 이거 섭섭하네.."

"..."


이번에도 도 대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견삼아. 넌 그만 들어가도 돼. 친이도 같이 들어가. 난 가은 씨랑 할 얘기가 좀 있다."


셋은 삼 형제인 듯하다. 큰형으로 보이는 그는 두 동생을 보내고 도 대리와 따로 시간을 보내려고 하자 하 대리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큰형.. 도 대리님이 좀 취해 있어서.. 나도 같이 있으면 안 될까?"


그러자 그는 시종일관 머금고 있던 웃음을 버리고 하 대리의 두 눈을 바라만 보았다. 압박하는 듯한 눈의 날카로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명백한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었다. 하 대리는 도 대리를 힐끔 쳐다보고는 미안한 듯 말했다.


"대리님.. 저희 큰형님이 아시던 분이라고.. 얘기 잘 하시고 이따가 다시 올게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하 대리가 가는 것에도 도 대리는 일절 기척하지 않았다. 그저 새빨갛게 충혈된 두 눈으로 큰형이란 작자를 노려보는 것뿐이었다. 두 형제가 다시 룸으로 돌아가자 그는 다시 말을 꺼냈다.


"요 앞에 와인바가 하나 있던데.. 거기로 갈까?"

"아니요? 여기서 얘기하세요."

"섭섭하게 왜 이래.. 이런 데서 할 얘기가 아닌 거 알잖아."

"전 더 이상 과장님하고 얼굴 마주 보고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여기서 할 얘기 있으면 하세요!"


도 대리는 화를 주체 못 하고 약간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그녀의 눈에 독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아 어지간한 악연이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아무런 동요를 하지 않았다.


"좋아. 나도 나 싫다는 여자한테 돈 쓰기는 싫지. 그런데 말이야.. 일전엔 정말 너무 했어.. 우리가 보통 사이야?"

"우리는 무슨 우리. 과장님하고 우리라고 묶을 정도로 친한 적 없어요."

"이거 왜 이래.. 정말 섭섭하네? 롯데호텔에서 우리 기억 안 나?"


순간 도 대리의 양 주먹에 불끈 힘이 들어갔고 화를 넘어 분노에 찬 모습으로 소리 질렀다.


"이 개 같은 새끼가! 그 얘기 다시는 하지 말랬잖아! 당신이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내가 신고했으면 넌 지금 이 자리에 서있지도 못했어!"

"뭐? 이게 어디서!!"


도 대리의 욕설에 그는 오른손을 들어 때릴 듯 위협했다. 그러자 도대리가 양 주먹을 휘두르며 그를 밀쳤다.


퍽! 퍽!


두어 대가 그의 가슴을 때리자 그는 후려치듯 도 대리의 양손을 격하게 휘어잡았다.


"이 년이 지금 어디서 지랄이야! 너야말로 인간이 할 짓을 한 줄 알아? 이쁘다고 봐주고 귀여워해 줬더니 감히 그딴 짓을 하고 도망을 가?"


그가 있는 힘껏 도 대리의 손목을 쥐자 그녀는 아팠는지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아 버렸다.


"아악.. 아.. 아파.."

"아프긴 뭐가 아파! 일어서! 안 일어나?"


그는 반쯤 주저앉아 버린 도 대리의 양손을 들어 강제로 일으키려 했다. 도 대리는 어느새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으윽! 도와주세요.. 누구 없어요?.."


하지만 정말 아팠는지 숨이 가빠 큰 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이게 어디서 또 엄살이야! 내가 너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정직에 감봉에.. 탄탄대로 내 인생에 네가 오점을 남겼어! 좋게 좋게 말하려고 했더니.. 안 되겠어. 이리 와."


그는 뭔가 결정한 듯 도 대리의 양손을 쥐어 당기며 자신의 차가 있는 곳으로 끌고 가려 했다. 한두 발자국 끌려갔을 때 도 대리는 이러고 있으면 정말 큰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알아챘다. 도와주는 이도 없는 어두운 골목..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잔혹한 인간..

뉴스에서나 나오는 납치, 감금이 지금 자신에게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뒤틀린 듯 꺾인 손목은 찢어질 듯한 고통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대로 주저앉아 있는 힘껏 발버둥 쳤다. 하지만 남자의 힘을 이길리 만무했다. 온 힘을 다했음에도 벌써 10m는 질질 끌려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엄청난 공포와 떨림. 쥐어짜듯 움켜쥐어진 손목에서부터 잡아당겨진 겨드랑이에까지 퍼지는 극도의 아픔을 참는 신음으로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저 속으로만 빌었다. 살려달라고.. 도와달라고..



...



두두두둑!


그때. 땅에 끌리던 그녀는 바닥을 울리는 듯한 소리를 들었고 누군가가 덤프트럭이 돌진하듯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와 동시에 그 누군가는 풀 스윙을 하듯 오른 주먹을 휘둘러 이 나쁜 놈의 왼쪽 어깨를 휘둘러 갈겼다.


퍼엉!


마치 굴러오는 통나무에 부딪힌 거 마냥 그는 5미터는 공중에 떠 날아갔고 쾅 소리와 함께 입간판에 틀어박혔다.


덤프트럭같이 뛰어와 도 대리를 끌고 가려던 자를 속이 시원하게 날려버린 남자는 멀리서부터 뛰어왔는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도.. 도 대리님! 괜찮아요?"


문 과장이었다.


번화가 근처에서 담배를 말 그대로 뻑뻑 피워대던 그는 집에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기다리다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술에 취한 듯 보였던 도 대리가 집에는 제대로 돌아갈까 걱정되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집에 갈 때까지 근처에 있을지, 어색하겠지만 후배들의 회식에 같이 참석할지 고민하며 걷던 그의 눈앞에 어떤 남자가 여자의 팔을 쥐어 끌려는 모습을 보았고 그게 도 대리였다는 사실에 있는 힘껏 달려가 크게 주먹을 휘두른 것이었다.


"도. 도 대리님 저예요. 문우수!"

"과.. 과장님?"


눈물을 흘리며 애써 아픔을 참던 도 대리는 자신을 도와준 자가 문 과장이라는 사실에 안도하며 더 크게 울었다.


"문 과장님~~~ 아아아앙!"

"아 아이고.. 이 손목 좀 봐.. 거..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왔습니다!"


쥐어짜듯 움켜쥐어졌던 손목은 벌써부터 피멍이 보이기 시작했고 얼핏 피부가 터져 피처럼 보이기도 했다. 문 과장은 그녀의 아파 보이는 손목을 보자 또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지금은 우선 데리고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 과장은 그녀를 단숨에 안고 골목 밖으로 내달렸다.


"대.. 대리님. 헉헉! 이.. 일단 병원으로 갈게요!"


190이 넘는 덩치에 그가 안으니 도 대리가 마치 어린애처럼 보였다. 넘치는 힘으로 안고 달리던 그의 눈에도 눈물이 흘렀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는 생각.. 사랑을 하게 되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 그녀가 아픈 만큼 그대로 문 과장의 가슴도 아파왔다.


그렇게 둘은 택시도 타지 않은 채 20분간을 응급실로 달려갔다.



***



"괜찮으세요?"

"네.. 이제 하나도 안 아파요. 멍이야 차차 낫겠죠.. 여기까지 안고 뛰어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아직도 글썽이는 충혈된 눈으로 문 과장을 바라보는 그녀에게서 억울함이 보인다. 그는 양 손목에 붕대를 감은 그녀가 안타깝다.. 아프게 한 그놈을 한대 더 치러 가고 싶지만 일단은 도 대리 옆에서 집까지 데려다주는 게 우선이었다.


"집으로.. 가셔야죠? 제가 바래다 드릴게요."

"아니에요. 여기서 완전 반대편이라 저희 집 갔다가 돌아가시면 너무 오래 걸려요."

"그.. 그래도 혼자 보내드리기엔 제가 걱정이 돼서요.."

".. 가서 전화드릴게요.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과장님."

"네.. 그럼 택시 잡아드릴게요."


도 대리에게서 단호함을 느낀 문 과장은 더 말리지 않고 그냥 보내기로 했다. 응급실에서 나와 병원 앞 택시정류장으로 가는 길 동안 둘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도대체 그놈은 뭐였을까? 묻고 싶은 게 산더미 같았지만 그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다.


"과장님?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그리고 아무것도 묻지 않아 주셔서 더 감사합니다.."

"..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연락 주시고요."


짧은 인사 후 도 대리는 택시에 올라 출발했다. 떠나는 모습 뒤에는 지금껏 당당하고 밝고 드셌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측은한 소녀의 모습이 보여 문 과장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주머니 속에 담배를 한대 더 꺼내 물고 깊은 한숨을 뱉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동물의 연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24회 - 동거는 남자를 변하게 해 (2) 17.07.18 55 0 9쪽
23 23회 - 동거는 남자를 변하게 해 (1) 17.07.10 153 0 10쪽
» 22회 - 묵직한 한방 (4) 17.07.06 130 0 10쪽
21 21회 - 묵직한 한방 (3) 17.07.04 141 0 11쪽
20 20회 - 묵직한 한방 (2) 17.06.15 75 0 10쪽
19 19회 - 묵직한 한방 (1) 17.06.14 67 0 10쪽
18 18회 - 도와주세요 과장님! 17.06.12 67 0 9쪽
17 17회 - 파격적인 제안 (2) 17.05.30 84 0 10쪽
16 16회 - 파격적인 제안 (1) 17.05.24 66 0 10쪽
15 15회 - 마트도 갔어요 17.05.22 64 0 9쪽
14 14회 - 한번 더 찾아온다고? 17.05.18 67 0 10쪽
13 13회 - 또 찾아온 그녀 (3) 17.05.16 76 0 10쪽
12 12회 - 또 찾아온 그녀 (2) 17.05.15 64 0 9쪽
11 11회 - 또 찾아온 그녀 (1) 17.05.14 64 0 9쪽
10 10회 - 화해를 해보자 17.05.12 65 0 11쪽
9 9회 - 늑대도 등장 17.05.11 75 0 12쪽
8 8회 - 그녀의 본모습 (3) 17.05.10 84 0 8쪽
7 7회 - 그녀의 본모습 (2) 17.05.09 157 0 10쪽
6 6회 - 그녀의 본모습 (1) 17.05.08 118 0 10쪽
5 5회 - 이 구제불능 인간 17.05.07 113 0 10쪽
4 4회 - 실신 17.05.05 137 0 12쪽
3 3회 - 그리고 그녀의 등장 17.05.04 183 0 11쪽
2 2회 - 직장상사도 등장 17.05.03 141 0 9쪽
1 1회 - 그의 등장 +2 17.05.02 279 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