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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동물의 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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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작가
작품등록일 :
2017.05.02 13:49
최근연재일 :
2017.07.18 08:3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519
추천수 :
1
글자수 :
107,396

작성
17.07.04 08:42
조회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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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1회 - 묵직한 한방 (3)

DUMMY

"야 이. 개새끼들아!!!"


문 과장은 있는 힘껏 소리 지른 후 이놈들을 날려버리려 다가갔다. 태어나 이렇게 분노한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두 주먹으로 반쯤 죽이지 않으면 두 다리 뻗고 자지 못할 것 같았다.


룸 안에서 한 여자를 둘러싼 남성들은 큰 욕설을 내뱉은 덩치 큰 남자를 쳐다봤다. 그중 둘러싸여 있던 여자가 제일 먼저 소리쳤다. 매우 반가운듯한 표정으로 말이다..


"어? 문 과장님?. 왜 이제 오셨어요!"


도가은 대리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남자들도 자세히 살펴보니 [칠선엔지니어링] 젊은 남자 직원들이었다.


"문.. 문 과장님?"

"안녕하세요. 문 과장님~"


다들 한껏 취해 웃으면서 문 과장을 반겼다. 반면에 문 과장은 이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하지만 도 대리가 무사하단 사실에 잔뜩 찡그린 얼굴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펴지고 다시 순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무.. 무슨 일이.. 없네요..?"


약간 취한 듯 생글대는 도 대리가 문 과장의 손을 덥석 잡으면서 말했다.


"제 문자 보고 오셨구나? 와아~ 고마워요. 정말~. 제가 답장 다시 보낸다는 걸 깜박했어요.."


뒤에서 지켜보던 남자 직원들이 말했다.


"아. 도 대리님이 부르셨어요? 잘 됐네. 한 잔 하세요. 문 과장님~"


문 과장은 당황해서 도 대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도.. 도와달라고 하셨잖아요? 전화는 또 왜 안 받았어요.."

"전화요? 안 왔는데..? 여기 제 휴대폰 어디에 있죠?"


뒤에 있던 남자 직원 중 한 명이 소파에 박혀 있던 휴대폰을 꺼내었다.


"대리님 것 여기 있어요~"


도 대리는 휴대폰을 받아 들어 확인했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다.


"봐요~ 전화 안 왔잖아요~"


문 과장은 취했는지 마냥 기분 좋은 도 대리에게 혼자 괜히 열 내고 온 듯해 민망한 마음이 들었다.


"이.. 이상하네.. 전화했는데.."

"여기 안 터지는 거 아니에요?"


서울 한복판에 전화가 안 터지는 곳이 있다니.. 뒤에 있던 남자 직원들이 말했다.


"어? 저도 안 터지는데요?"

"난 터지는데? 너 엘지 아니냐?"

"아. 저 엘지요. 도 대리님도 엘지예요?"

"네. 엘지는 안 터지나 봐요."


문 과장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곳까지 미친놈처럼 온 것도, 방 문을 열고 욕을 퍼부은 것도 다 아무 일 아니었던 거라니.. 그녀가 무사하다는 안도감과 긴장이 풀리니 온몸에 힘이 빠졌다. 그대로 뒤돌아 룸 밖으로 나가자 도 대리가 따라 나왔다.


"어디 가세요~? 온 김에 같이 놀다가 가요~"

"아니에요.. 전 또 무슨 일 있나 해서 왔어요. 재밌게 놀고 계신 거 보니 안심이네요."

"아~. 아까 제가 보낸 문자 때문에 그러시는구나? 아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화장실에 갔다 돌아온 하 대리였다.


"어? 문 과장님 아니세요?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아.. 아냐. 하 대리. 근처에 일 있어서 왔다가.. 이제 갈 거야."

"네? 여기에 그런 차림으로 오셨어요?"


급하게 나오느라 후줄근한 차림의 문 과장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도 대리는 또 웃으면서 말했다.


"과장님 옷이 이게 뭐예요~ 정말 못 입으신다니깐. 호호"

"아.. 저.. 전 그럼 먼저 가볼게요. 재밌게들 놀고 들어가세요."


창피함과 당황스러움에 서둘러 밖으로 뛰쳐나왔다.


'하. 이게 뭔 일이람.. 괜히 여기까지.. 후우.'


문 과장은 잠시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인적 없는 골목까지 번화가의 음악소리가 울려왔다. 분노가 사그라드니 허무함 만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 터벅터벅 걸어가 골목 밖의 편의점에 들어갔다.


"던힐이랑 라이터요.."


끊었던 담배가 생각났다. 이것마저 피지 않으면 막힌 가슴이 뚫리지 않을 것 같았다.


밖으로 나와 웃고 즐기며 떠드는 사람들을 보며 길게 담배를 마셔본다..


"하아.."


비로소 가슴 깊은 곳에서 연기와 함께 허무함이 입 밖으로 나왔다..



***



2시간 전. 도 대리는 하 대리의 차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번화가와 살짝 떨어진 어두운 골목 속 낡은 룸바 앞이었다. [루비룸].. 이런 곳이 회식 장소 일리 없었다. 도 대리는 확인차 물어보았다.


"여기가 회식장소예요?"

"네. 내리세요."


도 대리는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괜한 반항을 해보아도 도움 청할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남자의 힘을 이길리 만무했다. 차에서 내리며 주위를 둘러본 그녀는 오른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보이지 않게 문자를 보냈다. 문 과장에게.


- 관악구 남현길. 루비룸 지하. 도와주세요. -


"이쪽으로 오시죠."


하 대리의 부름에 깜짝 놀란 토끼눈을 하고 쳐다보자 하 대리는 웃으며 말했다.


"뭘 그렇게 놀라세요~ 제가 뭐 잡아먹기라도 한답니까. 하하하. 자, 여기로 내려가세요."


낡은 룸바의 입구는 지하로 이어져있었다.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아 용기 내어 말했다.


"대리님. 먼저 내려가실래요? 어두워서 잘.. 전 뒤따라 갈게요."

"그래요. 그럼"


하 대리는 아무렇지 않은 듯 먼저 내려갔다. 어두운 지하로 통하는 계단.. 한걸음 한걸음 내려갈 때마다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대로 괜찮은가..? 그냥 뒤돌아 냅다 도망칠까..? 경찰에 미리 신고해둘까..? 하지만 하대리는 벌써 바의 문을 열고는 누군가에 무언가 말을 걸고 있었다. 그러자 직원으로 보이는 남성은 가장 구석에 있는 룸으로 안내해주었다. 척 봐도 무섭게 생긴 직원.. 어두컴컴한 복도에 하필 가장 구석이라니..


도 대리는 아무도 몰래 가방 안에서 무기가 될만한 걸 찾았지만 아쉽게도 별다른 게 없었다. 그나마 날카로운 것은 눈썹 정리 칼 정도. 아무런 위력이 없을 거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른손에 눈썹 정리 칼을 숨겨 들고 룸 앞에 섰다. 하대리는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들어가시죠.."


덜컥.


문이 열릴 때 도 대리의 심장은 터질 듯이 뛰었고 눈썹 정리 칼을 쥔 오른손에 있는 힘껏 힘을 주었다. 그때.


"오셨습니까?"


사업1본부 구영식 사원이다. 그 뒤엔 젊은 남자 직원들이 얼큰하게 취한 채 놀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저희끼리 먼저 한잔했습니다. 하하하"

"일이 좀 있어서 하고 왔지. 자. 도 대리님. 저 가운데 자리로 앉으세요."


다행히 오해였나 보다. 후우. 안심한 도대리는 비로소 웃음을 짓고는 눈썹 정리 칼을 다시 가방에 넣었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이런 자리 마련해주셨는데 늦고 말았네요.."

"아유. 아닙니다.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일단 한잔 먼저 하시죠!"

"그런데 어떻게 이런 곳을 예약하셨어요?"


그러자 구 사원이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여기가 저희 사촌 형님 가게예요. 형님이 회식한다니까 방 하나 빌려주셨어요. 하하하"

"아.. 그랬구나~ 회식장소로 하기 좋은 곳이네요~"


극도의 긴장 후 안심된 것이 화근이었을까. 도 대리는 방심하여 평소보다 많은 술을 먹게 되었다. 워낙 주량이 센 그녀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계속된 음주로 인해 약간은 취해있었다. 그렇게 웃고 떠들며 마시다 보니 시간은 자연스럽게 흘렀고 사나운 곰이 방문을 부술 듯 열어젖힐 때까지 계속되었었다.



***



문 과장이 나가고 난 뒤 하 대리는 도 대리의 손을 잡고 다시 룸 안으로 안내했다. 하지만 문 과장이 도망가듯 뛰쳐나간 게 걱정된 도 대리는 애써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후우~ 전 그만 먹어야겠어요.. 후우. 너무 취했어요. 먼저 가볼게요.."

"네?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취해요. 하하. 이제 술은 그만 먹을 거니까 안심하고 계세요. 제가 숙취해소제라도 사 올게요."

"아니에요. 정말. 내일 이사도 해야 하고.. 가서 짐 정리할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네? 이사하세요? 그럼 제가 좀 도와드려야겠는데..?"

"그러시면 오히려 더 불편해요."


도 대리는 룸 안에 있는 가방을 집어 들고는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창 무르익은 분위기에 모두들 안타까워했지만 그렇다고 붙잡을 수도 없었다.


"아.. 이렇게 가시면 너무 아쉽죠. 대리님.."

"죄송해요. 늦게 와서 제일 빨리 가네요. 제가 내일 일이 좀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재미있게 더 드시다 가세요"


발갛게 홍조가 오른 얼굴로 특유의 애교 섞인 웃음과 함께 말하니 아쉽지만 다행히 다들 웃으며 보내주었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던 하 대리만 표정이 굳어 있었다. 그는 바깥에 나온 그녀를 따라 나와 주위를 둘러본 뒤 조심스러운 듯 말했다.


"저기.. 그럼 제가 집까지 바래다 드릴게요."

"네? 아니에요. 술도 드셨는데 무슨.."

"어차피 집이 같은 방향이니까 대리님 먼저 내려드리고 가면 되죠."

"아니에요. 제가 정말 불편해요. 그러면.. 택시 타고 가면 돼요. 들어가세요."

"아니! 잠깐만요!"


갑자기 정색하고 큰 소리를 낸 하 대리에게 도 대리는 깜짝 놀랐다. 무슨 말을 더 하려는 듯 망설이던 하 대리의 주머니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아.. 죄송해요. 잠시만요. 여보세요?"


뒤돌아 전화를 받는 하대리의 통화가 들렸다. 무슨 일일까? 도 대리는 조금은 무서웠지만 통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어.. 응 형. 주차했어? 응. 응. 지금 가게 앞이야."


형이란 사람과 전화를 한 것 같은 하 대리는 통화를 끊고 도 대리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그럼 잠깐만 기다려 주실래요? 여기 바로 앞에 소개해주고 싶은 분이 오셨거든요.."

"네? 저를요? 누구신데요?"

"제 친 형님들이신데요. 대리님을 알고 계신다고 해서요.."


도 대리는 깜짝 놀라 정신이 바짝 들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얼굴에 여유 따윈 사라졌다. 그녀답지 않게 바짝 긴장한 채로 더듬으며 말했다.


"저.. 전 늦어서 먼저 가야 돼요.."


하고는 뒤로 돌아 내달렸다!


"엇! 대리님!"


하 대리는 그런 그녀를 순식간에 뒤쫓아 손목을 낚아챘다.


"꺄악! 놓으세요!"

"잠깐만요! 잠깐이면 돼요!"


손을 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도 대리의 뒤편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도가은 씨!"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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