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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동물의 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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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작가
작품등록일 :
2017.05.02 13:49
최근연재일 :
2017.07.18 08:3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512
추천수 :
1
글자수 :
107,396

작성
17.06.1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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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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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9회 - 묵직한 한방 (1)

DUMMY

"자, 가볼까요? 좀 늦었으니 서둘러야겠네요."


이 상황을 오히려 즐기는 듯한 하대리의 반응이 짜증 나 옆모습을 힐끔 보니 그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웃고 있었다. 도대리는 여차하면 차에서 뛰어내릴 각오를 하고 차 내부의 모습을 확인하려 두리번거렸다. 신호에 섰을 때 잠금장치만 풀면 문은 열릴 것 같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던 하대리는


"이 차요? 하하하. 뭐 제가 산건 아니고요.. 저희 아빠가 조그만 사업을 하나 하거든요."


외제차를 보고 신기해하는 걸로 오해했나 보다.


"아.. 네~. 차가 좋네요.. 근데 회식장소가 어디에 있는 거죠?"

"집이 강남 쪽이라고 하셔서 거쳐가는 길인 사당에 자리 잡으라고 했습니다. 위치 괜찮으시죠?"

"저야 좋죠.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분들은 다 그 곳에 계신 거죠?"

"네. 아까 연락해보니 한창인 거 같더라고요."

"아.. 그렇군요.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하대리 님도 늦으셨네요. 그냥 먼저 가셔도 되는데.."

"아유. 그래도 주인공을 따로 모실 순 없지 않습니까. 마침 저도 일 있어서 남았으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네.. 감사합니다."


얘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도대리는 바깥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아참. 도대리 님? 전에 대기업 다니셨다고 들었는데.."

"네? 아.. 네.. 대기업까지는 아니고요.."

"[SC그룹] 다니셨다고..?"

"네.. 그룹 계열사 중에 [SC정보통신]..이라고 있어서요."

"알죠 알죠. 이야~ 들어가기 힘들었을 텐데 대단하시네요?"


도대리는.. 과거 얘기에 매우 불편해졌다.


"아뇨. 운이 좋았던 거뿐인데요.."

"그런데. 왜 그만두시고 이런 중소기업으로 오셨어요?"


도대리는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그냥.. 다른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어서요.."


차가 신호에 서자 하대리는 도대리를 돌아보며 무언가 안다는 듯이 말했다.


"사고 치신건 아니고요?"

"네??"


도대리가 깜짝 놀라 하대리를 바라보았고 둘은 눈을 마주친 채, 1초가 1분 같은 침묵을 가졌다.


"하하하. 농담이에요. 젊은 아가씨가 사고 칠게 머 있겠어요. 아무튼 잘 오셨어요. 이렇게 미인이 들어오셔서 우리 사무실이 요즘 화기애애 해졌어요. 하하하"

"네.. 감사합니다.."


도대리는 무언갈 알고 있는 듯한 그의 모습에 더욱 이 자리가 싫어졌다. 이 좁은 공간에 둘만 있는 것도 싫었고 그의 특유의 냄새도 역겨워졌다. 어디쯤 왔을까 하고 밖을 바라보니 처음 보는 길을 달리고 있었다. 사당방면으로 가는 길은 이 쪽이 아닐텐데..


"뭐예요! 여기로 가는 게 맞나요?"


사무실내에서는 조신한 척했지만 사실 그녀는 문 과장의 얼굴에 주먹을 날릴 만큼 강단 있는 여자였다. 여차하면 저 보기 싫은 면상에 주먹을 날릴 각오를 하고 물었다.


"네? 지금 회식장소로 가고 있어요. 걱정 마세요"

"사당이면... 이 방향이 아닌 것 같은데요?"

"하하하. 지금 저 의심하시는 건가요? 아.. 살짝 기분 나쁘려고 하네.."

"아.. 아뇨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요.."


살짝 변한 하대리의 표정에 움찔했다. 점점 더 위기감이 고조되어 갔다. 눈꺼풀이 경련이 일듯 파르르 떨려오고 쿵쿵 거리는 심장소리가 밖에 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하대리는 살짝 정색한 표정을 풀고 다시 그 음침한 얼굴을 웃어 보이며


"이렇게 돌아가야 빨리 가죠~ 오늘이 금요일 밤이라 바로 가면 엄청 막혀요."

"아.. 그렇군요.."


왠지 하대리의 본모습을 본 것 같아 쉽사리 덤비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마음속 깊이 각인됐다. 둘 사이의 얘기는 끝나고 도대리는 조용히 핸드폰을 들어 문 과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 과장님. 어디세요? 오늘 회식자리로 꼭 좀 와주세요.. -



***



문 과장은 집에 도착했다. 옷을 대충 벗어두고 전화기를 들었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어. 다 왔어? 나도 방금 들어왔어."


라차장이 집 근처에 도착했나 보다. 문 과장은 휴대폰을 소파 위에 던져 놓고 그 추레한 잠옷으로 대충 갈아입었다. 곧 있어 라차장이 도착했다.


띠띠띠띠띠띠. 띠리링~


비밀번호를 누르고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선 라차장의 손에는 하얀 비닐봉지 2개가 들려 있었다.


"야. 곰팅이. 어딨냐? 밥 먹자~"


잠옷으로 갈아입은 문 과장이 거실로 나와 라차장을 반겼다. 라차장이 여자와의 데이트가 없는 금요일 밤엔 늘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라차장은 익숙한 듯 포장해온 비닐봉지를 거실 탁자에 올려놓고 냉장고로 가 맥주 4캔과 1000cc 잔을 2개 꺼내온다. 문 과장은 라차장이 올려놓은 비닐봉지를 풀어 접시에 포장을 뜯는다.


"어? 오늘은 분식이네? 고기는..? 아 통닭도 사 왔구나."

"그럼 임마. 떡볶이 가지고 되겠냐. 얼른 뜯어봐."


준비가 끝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건배를 하고 그 큰 잔을 벌컥벌컥 들이켠다. 근 10년이 다되도록 가진 이 만남으로 둘은 서로 거리낄것 하나 없이 편하게 술과 안주를 먹는다. 별 대화 없이 거진 반절을 들이켜고는


"크아아아~~~"


야생동물과 같은 커다란 소리를 지른 뒤 금요일 밤이 비로소 시작된다.


"야. 얘기해봐. 이제. 어제 여자 왔었어?"

"어.. 오시긴 오셨는데... 이제 매일 오실 거 같은데.."

"머? 그게 무슨소리야. 차근차근 말해봐. 하나도 빼먹지 말고!"


문 과장은 연애상담을 위해 그 여자가 도대리라는 사실을 빼고 3번이나 왔다 갔으며 내일부터는 같이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턱이 빠질 듯 입을 벌린 채 듣고 있던 라차장은 남은 맥주를 원샷하더니 탁자 위에 내려치듯 놓았다.


쾅!


"뭐? 봐봐. 내 말이 맞지? 이거 이거 이 집에 눌러앉으려고 그러는 거야. 그 아줌탱이는 몇 살이나 처먹었어? 아주 날로 살려고 달려드네.."

"아냐.. 20대 후반이라고 들었는데.."

"뭐?... 하 정말 이해할 수가 없네. 겁대가리를 상실했나.. 감히 누구 집에 얹혀 살려 들어."

"그게 나쁜 뜻은 없는 것 같고.. 나도 싫은 건 아닌데.. 아니 너무 좋은데. 이게 당장 내일이라고 하니까 당황스럽고 해서..."

"백 프로 나쁜 뜻이야. 야 너도 양심이 없지. 입장 바꿔 생각해봐라. 네가 20대의 이쁜 여자라면 너같이 생긴 놈 좋다고 같이 살자 하겠냐?"


라차장의 얘기는 마치 말풍선의 끝자락처럼 날카롭게 왼쪽 가슴을 찔렀고, 찔린 곳에 피가 난 듯 가슴이 쓰라려 왔다. 마치 조그라든 듯 옥죄여오는 탓에 숨이 다 막혔다. 너무나 맞는 말이라 더욱 아팠다. 매번 기대하지 말자 다짐했거만 방금 이 얘기를 듣기 전까지 확신하듯 기대하고 있던 자신이 한심스러워졌다. 남은 맥주로 조그라든 심장에 물을 주듯 들이붓자 아픔이 조금 가셨다.


"아.... 맞는 얘기네.. 그럼 도대체 왜 같이 살려고 하는 거지.."

"낸들 아냐. 일단 정신 나간 년이야. 사기꾼 같은 게 누굴 등쳐먹으려 그래. 야. 전화해봐."

"뭐? 안돼.. 오늘 회사 회식이라 그랬어.."


라차장은 자기 일도 아닌데 더욱 흥분해 소리쳤다.


"아니. 이 년이 미쳤나! 내일 이사 오겠다는 게 술이나 처먹고 앉았어? 봐봐. 너보고 내일 올 때까지 청소하고 기다리라는 거잖아!"

"아냐. 내일 와서 자기가 청소하고 정리한다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 그랬어.."

"이거 완전히 빠졌구먼. 빠졌어...."


라차장은 냉장고에 가 남은 맥주 4캔을 더 가져와 잔에 들이부으며 말했다.


"넌 걔 좋냐?"


갑작스레 들어온 진지한 질문에 문 과장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응.. 그런 거 같아."

"하아...."


땅이 꺼질 듯 한숨을 쉰 라차장은 아무 말 없이 잔을 들고 꿀꺽꿀꺽 맥주를 마셨다. 그제야 안주 겸 떡볶이를 하나 입에 넣고 질겅거리며 말했다.


"시팔 매워.."


문 과장은 죄라도 진 듯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안 좋은 말을 들으려고 라차장과 술을 먹는 게 아니다. 그의 기준 최고의 연애 박사인 라차장에게 조언을 듣기 위해서였다. 숨겨져 있던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어떡해??"

"어떡하긴 뭘 어떡해. 쓰읍 하아~ 이놈의 떡볶이는 캡사이신을 때려부었나. 하아~"


라 차장은 또다시 맥주를 들이켜며 입안을 헹구고 나서야 가까스로 말을 이어갔다.


"좋아한다며. 이미 다 맘 정해 놓았구먼. 니 성격상 이제 와서 오지 말라고 할 놈도 아니고.. 월세랑 관리비는 꼭 받아."

"어? 돈을 받아??"

"당연하지. 만약 혹시라도 걔가 진짜 널 좋아하는 거라면 당연히 돈을 내겠지. 근데 니 등쳐먹을라고 들어오는 년이면 절대 한 푼도 안 낼걸?"


문 과장은 족집게 강사에게 수능 예상문제를 전해 듣는 수험생처럼 격하게 끄덕이며 공감했다.


"그.. 그렇구나!"

"그래. 일단 같이 살기로 했으면 불편하더라도 절대 양보하지 마. 그리고 얼마 없지만 니 매력을 많이 보여줘야 돼. 일단 제일 먼저 그 잠옷부터 버려."

"이.. 이 옷. 멀쩡한데.."

"야. 안 되겠다. 얼른 먹어. 나가자. 기본적인 것부터 사야겠다. 카드 챙기고. 지금 몇 시냐?"


문 과장은 입에 치킨을 문채 잊고 있던 휴대폰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소파 끝자락에 있는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려 하니 문자가 두통 와있었다.


"어? 문자 왔네?"

"누군데. 걔야?"

"어.. 맞는데.. 엇.."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은 30분 전 도착 문자에는


- 과장님. 어디세요? 오늘 회식자리로 꼭 좀 와주세요.. -


그리고 10분 전 도착한 두 번째 문자에 물고 있던 치킨을 입에서 떨어뜨렸다.


- 관악구 남현길. 루비룸 지하. 도와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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