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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동물의 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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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작가
작품등록일 :
2017.05.02 13:49
최근연재일 :
2017.07.18 08:3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513
추천수 :
1
글자수 :
107,396

작성
17.05.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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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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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6회 - 파격적인 제안 (1)

DUMMY

둘은 야채 코너를 둘러보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문 과장의 입장에서 매우 다정하게.


"주로 저녁식사는 뭘로 드세요?"


도 대리의 배려 섞인 질문에 문 과장은 그저 웃으며 대답한다.


"거.. 거의 치킨이나 족발, 보쌈 같은 거 시켜 먹어요. 허허"

"매일요?"

"네. 거진 그런 것 같아요. 워낙 고기를 좋아해서요. 허허"

"그러니까 그렇기 살이 찌셨죠. 찌개 같은 건 안 드세요?"

"아. 어무니가 보내주신 청국장이 있어서 가끔 생각날 때 끓여먹을 때도 있어요."

"어머. 집에서 끓인 청국장 먹은 지 오래됐는데.."


도 대리는 마트를 둘러보면 한참을 생각하다 말한다.


"그럼. 채소만 사서 청국장 끓여주실래요?"

"네? 제.. 제가요? 처.. 청국장은 냄새나는데..."

"어렸을 때 먹어보고는 집에서 직접 끓인 청국장은 먹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좀 생각나네요. 싫으세요?"

"아 아뇨! 저도 좋은데.. 내.. 냄새가.."


문 과장은 내심 신혼부부 같은 화기애애한 식사를 원했었다. 그런 식사에 청국장 냄새가 나면.. 여자가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냄새 좀 나면 어때요. 오늘 맛있으면 다음번엔 제가 요리해드릴게요."

"조.. 좋습니다. 오늘 제가 한번 맛있게 끓여볼게요."


저렇게까지 먹고 싶어 하는데.. 게다가 다음번에 라니. 또 저녁을 먹자는 얘기는 정말로 관심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문 과장은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도 대리에게 둘러둘러 물어볼 말주변은 없었다. 그는 그의 주변에 하나밖에 없는 연예 마스터에게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서둘러 두부와 호박 등의 각종 채소들과 소고기를 산 후 차에 짐을 실으러 갔다. 같이 가자는 걸 간신히 말리고 혼자가 된 문 과장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 웬일이냐"


라 차장이었다.


"저기... 오늘.. 집에 여자 손님이 저녁식사를 하러 오시는데.."

"뭐? 누구네 집에?"

"우리 집."

"뭐? 세상에. 누구냐. 그 용감한 아줌마는. 부녀회장이냐?"

"요.. 요즘 몇 번 본 분인데.. 어쩌다 보니까 오게 됐어.."

"진짜? 아줌마 아니야?"

"어.. 근데 오늘 오고 다음에 또 온다는데.. 이.. 이거 혹시.."

"야."

"어?"

"아줌마 아니냐고."

"어.. 어어. 아가씨야."

"뭐? 야."

"어?"

"이쁘냐?"

"어.. 어어. 엄청 이쁘셔."

"야. 아냐. 조심해. 이상하다. 느낌이 안 좋아."

"무.. 무슨 느낌?"

"내가 볼 땐 다른 거야. 혹시 집에 들어가더니 전화기 들고 화장실에라도 들어가면 안 된다 그래."

"왜.. 왜??"

"요즘 그런 새끼들이 많아. 집에 찾아가서 이상한 상황 만들고 화장실에서 지 친구들 불러서 돈 뜯어내는 새끼들.. 어? 아닌데.. 설마 너한테 그럴 일은 없을 건데.. 남자 놈들 두세 놈 가지고는 그런 생각이 안 들 건데.."

"그.. 그런 거 아니셔. 착한 분이셔.. 어? 착하지는 않으셨는데.."

"그렇지? 뭔가 있지? 혹시 집인가.. 집을 노리고.. 어? 아닌데. 김포에 오래된 아파트 얼마나 한다고.."

"그럼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거야?"

"아니야. 괜히 기대하지 마. 종교야 종교. 집에 가면 자꾸 뭐 믿으라 할 거야. 괜히 관심 있는 척하지 마. 불교라 그래 불교라고. 너네 아빠가 부처라 그래."

"아.. 아냐. 전에도 한번 왔었는데 종교 얘기는 안 했어."

"뭐? 그래도 아냐 무조건 아니니까 괜히 기대하지 마. 다 속셈이 있는 거야. 내가 갈까?"

"아.. 안돼. 오지 마. 일단 가야겠어.. 암튼 고마워.."

"야. 절대 아니니까 기대하지 말고 곰탱아."


전화를 끊고는 곰곰이 생각해보니 라 차장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그래.. 도 대리 님 같은 분이 나를 왜.. 나랑은 너무 다른 분이신데..'


쓸데없는 잡념은 생각 없이 살던 문 과장을 더욱 힘들게 했다.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격차를 파악하고 마음을 다잡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는 차에 짐을 싣고 도 대리를 태웠다.


부다다다다다다. 두두두.


도 대리는 사정없이 떨리는 차 안에서 시끄러운 엔진 소리에 목소리가 묻힐까 봐 있는 힘껏 소리 질러 말한다.


"아우 진짜! 제 말 들려요?"

"네! 잘 들립니다!"

"차 정말.. 근데 이거 무쏘 맞죠? 어릴 적 동네에서 이 차 많이 봤어요."

"아.. 하하 네 맞습니다. 운전하시는 것도 그렇고 이런 차도 알아보시고.. 차를 잘 아시네요?"

"네! 사실 제가 시골에서 자라서 중학교 때부터 부모님 차 몰곤 했어요!"

"아~ 그래서 운전을 잘 하시는구나.."

"경운기도 몰아보고 했는걸요!"


문 과장은 오래된 차가 창피해 걱정 섞인 얼굴로 그녀를 힐끔 보니 지금껏 보았던 절제된 듯한 미소가 아닌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치 놀이공원에 놀러 가 가장 핫한 롤러코스터를 탄 여자 고등학생처럼 꾸밈없는 순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대.. 대리님 이렇게 환하게 웃으시는 건 처음 보네요.."

"네? 제가요? 안 웃었는데요."


도 대리는 급하게 정색을 하며 부정했다. 하지만 해맑은 웃음을 본 문 과장은 다시금 스멀스멀 첫 연예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왔다.


'혹시.. 이 정도면 맞는 거 아닌가. 봐.. 저렇게 밝게 웃었잖아. 라안(라 차장)이 틀렸어. 벌써 세 번째 집에 오는 거니까 남자답게 물어봐야겠어.'


드라마에서 보던 사춘기 소녀 같은 웃음을 본 문 과장은 부푼 기대를 안고 집에 도착했다.


쾅!


문 과장은 차 문을 닫고 장 봐온 물건들을 어깨에 짊어졌다. 검은 양복을 펄럭이며 힘껏 내민 가슴과 넓은 어깨에 짐까지 올린 자신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남자답고 멋있게 느껴졌다.


'그래. 오늘 나 좀 멋있다. 오늘이 기회다.'


흔히 남자들이 자신만 아는 멋짐에 취할 때가 있는데 문 과장이 지금 만취해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지난번과 달리 매우 깔끔하게 정리된 집에 도 대리가 놀라 물었다.


"대청소하셨나 봐요? 으음. 청소하니 집이 더 괜찮군.."

"아. 원래 매일 이렇게 청소합니다. 집이 지저분한 걸 싫어해서요. 하하하"

"아~ 그러시구나. 잘 됐네요. 난 청소 잘 안 하는데.."

"네? 소.. 손부터 닦고 오세요. 제가 한번 맛있게 저녁 차려 보겠습니다."

"네. 그럼 부탁할게요."


도 대리가 화장실에 들어가자 문 과장은 재킷을 벗고 흰색 와이셔츠의 소매를 걷은 후 멋들어지게 채소를 싱크대에 부었다.


'요즘 요섹남이 인기라던데..'


먹방과 쿡방을 즐겨보던 그라 생각보다 요리 솜씨는 뛰어난 편이었다. 냄비에 물부터 부어 불을 켜고 채소를 다듬기 시작하자 도 대리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집 구경 좀 해도 되죠?"

"아 넵. 다.. 다 보셔도 됩니다."


도 대리는 문 과장이 요리하고 있는 주방으로 와 식탁을 둘러보자 한편에 조그만 항아리가 눈에 들어왔다. 뚜껑을 살짝 열자 꿀이 들어있었다.


"어머. 이거 꿀이에요? 꿀단지네요?"

"네. 저희 부모님이 시골에서 양봉을 하세요. 가끔 올라오실 때 그렇게 꿀단지 하나 가득 담아서 놓고 가세요."

"아.. 맞다. 꿀 좋아하시죠."

"네? 제가요?"

"아니에요. 왠지 꿀 좋아하실 것 같았거든요."

"아.. 그런가요? 정말 그렇게 보이나.. 이상하게 꿀 좋아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가끔 있었어요."


이상한 대화 후에 도 대리는 익숙하게 요리를 하는 문 과장의 옆에 가 빤히 쳐다보았다.


탁탁탁!


채소를 써는 폼이 그럴싸한 게 제법 요리를 하는 사람 같았다.


"그래도 제법 해보셨나 봐요?"


도 대리의 칭찬에 으쓱해진 문 과장은 진짜 자신이 요섹남이 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허허허. 찌개나 국 같은 거는 제가 해 먹습니다."


이럴 때야말로 매력 어필의 기회인 것 같아 소매를 더 끌어올리고 당근 채 썰기를 시도하는데 어느새 도 대리는 주방을 벗어나 거실 밖 베란다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 여기 왔을 때 느낀 건데요. 베란다 밖 풍경이 참 낯익어요. 어렸을 때 이런 아파트에 살아보지도 못했는데 왠지 많이 본 풍경이랄까요.. 제가 사는 동네에서는 이런 풍경은 고사하고 밖에서 애들 뛰노는 소리도 안 들리는데요. 여긴 참 따뜻한 그림을 보는 것 같아요.."


문 과장은 도 대리가 옛 생각에 잠겨있는 것 같아 따로 말을 걸지 않았다. 그저 도마에 부딪히는 기분 좋은 칼질 소리만 울려 퍼졌다.


탁탁탁탁!


오후 8시 반. 고된 회사생활을 마치고 아늑한 집에 도착해 씻고 나오면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는 부엌의 소리, 압력밥솥의 꼭지가 빙글빙글 돌고 도마에 부딪히는 정겨운 칼 소리는 듣고 있을 때는 모른다. 더 이상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나이가 되었을 때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


도 대리는... 그렇게 그리운 소리를 듣고 낯익은 광경을 보며 한참을 서있었다.


어느새 흘러간 1시간여 뒤 밥이 다 되었음을 알리는 압력밥솥 소리가 울렸다.


치이이이익~


"다.. 다 됐어요. 식탁으로 오세요."

"어머. 벌써요? 진짜 금방 하셨네요?"

"허허. 차린 게 없어서..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식탁 위엔 아삭하게 익은 김치와 깍두기, 마트에서 사 온 야채로 만든 샐러드, 계란 프라이 5개와 아직도 보글보글 끓고 있는 청국장이 하얀 두부와 소고기를 잔뜩 머금은 채 한가운데 놓여있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공깃밥은 보통 사람이면 혼자 먹기 힘들 정도로 소복이 솟아 올라와 있지만 어머니가 자식에게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는 것과 같은 모습에 오히려 정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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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회 - 동거는 남자를 변하게 해 (1) 17.07.10 15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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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회 - 묵직한 한방 (1) 17.06.14 67 0 10쪽
18 18회 - 도와주세요 과장님! 17.06.12 66 0 9쪽
17 17회 - 파격적인 제안 (2) 17.05.30 84 0 10쪽
» 16회 - 파격적인 제안 (1) 17.05.24 66 0 10쪽
15 15회 - 마트도 갔어요 17.05.22 64 0 9쪽
14 14회 - 한번 더 찾아온다고? 17.05.18 67 0 10쪽
13 13회 - 또 찾아온 그녀 (3) 17.05.16 76 0 10쪽
12 12회 - 또 찾아온 그녀 (2) 17.05.15 6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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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회 - 그녀의 본모습 (3) 17.05.10 83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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