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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동물의 연예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드라마

모험작가
작품등록일 :
2017.05.02 13:49
최근연재일 :
2017.07.18 08:3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525
추천수 :
1
글자수 :
107,396

작성
17.05.14 06:49
조회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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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1회 - 또 찾아온 그녀 (1)

DUMMY

오물오물.


밥과 야채를 그 조그만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는다. 볼이 빵빵해지게 넣는 법이 없고 입에 있는 음식이 충분히 넘어간 뒤 다시금 떠서 입에 넣는다. 매우 조숙하고 절제된듯한 식사다. 그에 반해 문 과장은 밥이고 반찬이고 있는 데로 입에 쑤셔 넣어 먹고 있다..


'이쁘다. 이 여잔 정말 이쁘구나..'


이런 여자와 어제저녁같이 식사를 했고 겨드랑이를 만졌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는다. 오른손 검지에 그 따끈한 감촉이 잊히질 않는다. 그는 오른쪽 검지를 쳐다보다 도 대리를 불러본다.


"저기.. 대리님."

"네?"

".. 저기.. 마.. 맛있게 드세요.."


처음으로 용기를 내 진심을 다해 말했다. 도 대리는 놀란 듯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음을 확인한 뒤 답해주었다.


"조용히 밥이나 드세요.."



***



"문 과장! 자리에 있나?"

"네? 네.. 넵!"


오후 세시. 이 부장이 외근을 마치고 돌아왔다. 오자마자 가방을 내리지도 않고 문 과장을 찾는다.


"어젠 뭐야. 자네 어디 문제 있어?"

"아.. 아닙니다.."

"근데 뭐야. 쓰러져서 발표 못 했다면서. 어디 아픈 거 아냐? 도 대리가 그러는데 병원도 갔었다면서? "

"아.. 저기.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그냥.."

"병원에서는 뭐라던가?"

"아.. 그냥 괜찮다고.."

"음.. 그래. 뭐 별일 없었다니.. 후우.. 넘어가자고. 하 그런데! 하아.. 아니다. 믿기진 않지만 아팠다니 할 수 없지.."


문 과장은 두 손을 모으고 혹시나 호통이 떨어질까 조마조마하게 이 부장을 힐끔 쳐다봤다. 이 부장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문 과장을 여기저기 훑어본다. 이 거대한 몸뚱이가 왜 쓰러졌을까 의아한 듯 보인다.


"몸조리 잘해. 그 몸뚱이 얻다 쓸려고 그래."

"네.. 넵. 가.. 감사합니다"

"가서 앉아. 도 대리 좀 알려주고."

"넵 알겠습니다!"


시원하게 대답하고 문 과장은 자리에 왔다. 한시름 넘겼다.


"후아~~"


회사에서 내내 이 부장이 오면 어쩌지 조마조마했던 게 끝나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마음이 편하니 다시 배가 고파온다.


'음... 편의점에라도 갈까.. 혼자 가면 그러니 도 대리 님을..'


옆에 앉은 도 대리를 쳐다보니 무언가 계속 읽는 중이다. 생각해보니 어제 입사 후 제대로 된 교육 한번 못 받았을 것인데 뻘쭘했겠거니.. 하고 뭘 읽는지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내 인트라넷에 접속해 수주 목록 및 교육자료를 알아서 찾아보고 있었다.


'와아.. 혼자서 저런 걸 다 찾아보네..'


문 과장은 할 게 없으면 인터넷 검색이나 하던 자신의 예전 모습과 너무 달라 적잖이 놀랐다. 굉장한 경력의 신규사원을 뽑았다더니 정말 뭔가 똑소리 나는 게 자기가 가르칠 것이 없어 보였다. 열중한 듯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도 대리를 보니 문득 아까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이쁘다.. 저렇게 열중해 있는 옆모습이 또 엄청나게 이쁘구나.'


하얀 얼굴에 예쁘게 올라간 쌍꺼풀진 눈. 빨간 입술을 살짝 오므리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일을 하는 모습이 섹시하기까지 하다. 얼굴에서 목으로 내려가니 하얀 블라우스와 목선이 만나는 지점이 정말 새하얗다. 보들보들 부드러워 보인다. 목선에서 조금 더 내려와 몸매에 비해 풍만..


"뭘 봐요?"


문 과장은 갑자기 돌아본 도 대리에게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으허으억?!!"


조용한 사무실에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이 고개를 들고 두리번거린다.


"아.. 아뇨.. 제.. 제.. 제가 본 게 그런 게 아니라.."

"쉿! 앞에 봐요!!"


도 대리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컴퓨터를 쳐다봤지만 문 과장은 놀란 가슴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앞쪽에 앉은 이 부장이


"뭐야. 문. 왜 그래?"

"아.. 아닙니다. 버.. 벌레를 본 줄 알았습니다. "

"뭐야? 어디 어디?"


벌레를 찾으려는 이 부장이 왠지 입맛을 다신 거 같았다.


"잘 못 본거 같습니다.."

"뭐야.. 이제 별 짓 다하는구먼. "


이 부장은 아쉬운 듯 자리에 돌아가려다 도 대리를 부른다.


"도 대리. 나랑 커피 한잔하지."

"네! 알겠습니다 "


도 대리는 밝은 목소리로 답하며 따라나섰다.


문 과장은 홀로 앉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다. 땀이 주르륵 흐른 걸 이제 알았다.


"후우.."


이러다 심장이 못 버티겠다 싶었다.



***



치익! 딱!! 맥주를 딴다.


오랜만에 캔맥주를 1000cc 컵에 따른다. 설거지가 귀찮아 캔 채로 먹지만 제대로 먹고 싶을 땐 1000cc 잔에 따라 마시곤 한다. 오늘은 제대로 한 잔 하고 싶은 날이다.

맥주 2캔을 잔에 부어 거실 테이블에 앉았다. 그곳엔 이미 주문한 족발이 예쁘게 차려져 있다. 고기 세 점을 한 젓가락에 집어 새우젓에 꼭 찍은 후 입안 가득 욱여넣는다. 마늘을 워낙 좋아해 족발을 먹을 때면 통마늘을 직접까 산더미처럼 접시에 담아 놓는다. 커다란 마늘 두 쪽이 매울 만도 한데 그대로 입에 집어넣는다.


와그작와그작!


고기와 함께 마늘즙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크아.. 역시 마늘."


맵다. 하지만 이 맛에 마늘을 먹는다. 사람이 되는 기분이다.

TV를 틀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 본다. 모처럼 일찍 퇴근해서 밀린 청소도 하고 빨래도 했더니 다른 날보다 깨끗하고 환한 저녁시간이다.


맥주를 크게 한 모금 들이켜고 시원하게 탄성을 내지른다.


"캬아.. 이 맛에 살지.."


너무나도 행복하다. 문 과장은 이 순간을 위해 일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혼자만의 저녁이 너무 좋다. 어제만 해도 도 대리가 같이 있어 얼마나 불편했는가. 지금이 제일 좋다. 이렇게 살다 죽어도 좋을 만큼이다.


사실 문 과장은 연예에 욕심이 없다. 사랑이란 걸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랑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항상 남들과 다른 자신의 덩치와 험악함에 누군갈 좋아하는 것조차 미안했던지도 모른다. 그냥.. 이대로 혼자 있고 싶다. 급작스레 찾아온 도 대리를 향한 짝사랑도 이게 진정한 사랑이 맞는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는 사랑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매주 찾아와 여자 얘기를 해주는 라 차장의 경험에 대리 만족한다. 하지만 십 년을 들은 라 차장의 경험담의 끝은 항상 후회와 괴로움뿐인 걸 보니 사랑과 연예라는 것도 드라마처럼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야. 우수야. [사랑과 전쟁] 이 왜 그렇게 인기였는지 보면 모르겠냐? 아침드라마에는 왜 불륜과 막장이 단골로 나오는지 모르겠냐? 결혼 자체가 막장이라는 거지. 까놓고 말해 사랑 좋고 연예 좋아. 근데 그거 다 1년이다.. 열 명 중 한 명은 평생 좋겠지만 아홉 명은 다 후회하고 사는 게 결혼이야.. 넌 절대 하지 마라.."


결혼 5년 만에 돌싱이 된 라 차장은 지금이 제일 행복해 보였다. 그런 그를 보며 문 과장은 자의반 타의 반 독신으로 살기로 결정했다.


'그래. 난 지금 너무 행복해. 평생 이렇게 나만의 공간에서 편하게 살 거야.'


그렇게 문 과장은 적은 경험과 소수의 의견을 통해서 자신의 영역과 꿈을 한정 짓고 살고 있었다.


...


"띵동!"


밤 9시. 족발을 깨끗이 비우고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던 문 과장은 깜짝 놀랐다.


'이 밤에 누구지..?'


팬티와 러닝셔츠만 입은 모습임에도 그냥 문 앞으로 간다.


"누구세요?"


보통 사람이면 목소리만 듣고도 도망갈 음색이다. 아무 소리 안 들리는 걸 보니 도망간 모양이다. 자주 있던 일이다.


띠리링!


문 과장은 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다.


"누구야.."


그냥 문을 닫다가 조용한 인기척을 느끼고는 멈췄다. 다시 활짝 열어 복도 쪽을 바라보았다. 문 옆. 하얀 옷을 입은 누군가가 앉아서 훌쩍대고 있다.


또 그녀다..


...


문 과장을 바라보는 빨갛게 충혈된 눈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있었다.


"대.. 대리님! 무슨 일이세요..?"


울고 있는 여자를 본 문 과장은 더욱 당황했다. 부축을 해 일으켜 세워주고 싶지만 어제 겨드랑이를 만진 것처럼 실수를 할까 봐 손도 대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 몸만 바둥거렸다.


도 대리는 문 과장을 보고는 왠지 모를 안도를 느껴서인지 와락 울음을 터트렸다.


"과.. 과장님.. 우아아 앙.."

"아. 아.. 우.. 울지 마세요!"

"우아아아앙~~!!!"


느닷없이 큰소리로 울어대는 도 대리 때문에 문 과장은 매우 당황했다. 도대체 갑자기 왜 우는 걸까? 또 무엇인가 실수를 한 게 있는지 떠올려봤지만 도대체 무얼 잘못한 것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울음을 멈추게 하고 싶지만 멈추는 방법을 모르기에 더 미치겠다. 도 대리는 더욱더 크게 울어젖혔다.


그때. 문이 열리는 도어록 소리가 복도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띠리링! 띠리링!


9층 복도 라인의 이웃들은 러닝셔츠만을 입은 908호 총각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작고 여린 아가씨를 보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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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회 - 동거는 남자를 변하게 해 (2) 17.07.18 55 0 9쪽
23 23회 - 동거는 남자를 변하게 해 (1) 17.07.10 153 0 10쪽
22 22회 - 묵직한 한방 (4) 17.07.06 130 0 10쪽
21 21회 - 묵직한 한방 (3) 17.07.04 141 0 11쪽
20 20회 - 묵직한 한방 (2) 17.06.15 75 0 10쪽
19 19회 - 묵직한 한방 (1) 17.06.14 67 0 10쪽
18 18회 - 도와주세요 과장님! 17.06.12 67 0 9쪽
17 17회 - 파격적인 제안 (2) 17.05.30 84 0 10쪽
16 16회 - 파격적인 제안 (1) 17.05.24 66 0 10쪽
15 15회 - 마트도 갔어요 17.05.22 64 0 9쪽
14 14회 - 한번 더 찾아온다고? 17.05.18 67 0 10쪽
13 13회 - 또 찾아온 그녀 (3) 17.05.16 76 0 10쪽
12 12회 - 또 찾아온 그녀 (2) 17.05.15 64 0 9쪽
» 11회 - 또 찾아온 그녀 (1) 17.05.14 65 0 9쪽
10 10회 - 화해를 해보자 17.05.12 65 0 11쪽
9 9회 - 늑대도 등장 17.05.11 75 0 12쪽
8 8회 - 그녀의 본모습 (3) 17.05.10 84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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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회 - 실신 17.05.05 137 0 12쪽
3 3회 - 그리고 그녀의 등장 17.05.04 183 0 11쪽
2 2회 - 직장상사도 등장 17.05.03 141 0 9쪽
1 1회 - 그의 등장 +2 17.05.02 27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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