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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동물의 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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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작가
작품등록일 :
2017.05.02 13:49
최근연재일 :
2017.07.18 08:3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508
추천수 :
1
글자수 :
107,396

작성
17.05.30 13:09
조회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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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7회 - 파격적인 제안 (2)

DUMMY

"잘 먹겠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갓 지은 압력 솥밥에 젓가락을 올리자 윤기가 흐르는 밥알이 찰기 있게 뭉쳐 올라온다. 뜨거운 밥을 입안에 아앙~ 하고 넣고 입을 벌린 채 하아~ 불며 식혀본다. 습하고 고소한 밥의 향이 코로 퍼져 나왔다. 잘 뭉쳐진 밥을 반찬도 없이 오물오물 씹어보았는데 그 단맛에 침이 나올 정도다. 숟가락을 들어 꼬릿 하지만 구수한 냄새가 나는 청국장 국물을 떠 입안에 넣자 이미 들어간 밥과 어우러져 쫀득하고 짭짤하게 변했다.


"아.. 정말 맛있다.. 맛있네요 진짜."


음식 욕심이 별로 없는 도 대리도 거듭 감탄할 만큼 정말 맛있는 청국장이었다.


"오 그래요? 다행이네요. 많이 드세요. 허허"

"어렸을 때 할머니가 끓여주셨던 것보다 더 맛있는 거 같아요."


진심으로 감탄한 도 대리는 평소 국물을 뜰 때만 사용하던 숟가락으로 밥을 떠가며 정신없이 먹었다. 문 과장도 잘 먹는 모습에 맛없으면 어쩌나 걱정하던 마음을 내려놓고는 수북이 쌓인 고봉밥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입안 가득 밥을 머금은 채 도 대리에게 물어본다.


"평소에 집에서 요리 안 해 드세요?"


도 대리도 볼이 빵빵해지게 집어넣은 밥을 오물거리며 당연한 듯 말한다.


"할 시간이 별로 없어서요. 음음. 그리고 점심은 회사서 사 먹고 저녁은 그냥 샐러드나 채소만 먹는 편이에요. 음음. 집밥을 이렇게 제대로 먹은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요. 우물우물."


입에 넣은 음식 때문에 우물거리며 말하는 도 대리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절로 웃음이 났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한 순간이었다.


"한 그릇 더 드릴까요? 밥 많이 했어요."


주방에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진 압력밥솥 크기를 보니 정말 많이 했나 보다. 도 대리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에요. 평소보다 많이 먹어서 배불러요. 정말 잘 먹었어요."


만족한 듯한 그녀의 표정에 문 과장도 만족해하며 그 커다란 고봉밥의 마지막 한 숟가락을 긁어 입에 넣었다. 평소 같으면 한 그릇 더 하겠지만 이상하게도 배가 기분 좋게 부른 게 그만 먹어도 될 듯 싶었다.


"그럼 잠깐 앉아 계세요. 금방 치울게요."


문 과장이 식탁에 놓인 그릇들을 들고 일어서자 도 대리가 묻는다.


"아까 사 온 사과는 냉장고에 있나요?"

"네. 제가 깎아서 가져다 드릴게요. 소파에 앉아계시면.."

"아니에요. 과일이라도 제가 깎아야죠."


도 대리는 냉장고를 열어 야채 칸의 사과를 두 개 꺼내 쟁반과 과도를 가지곤 거실 소파에 앉았다. 문 과장은 식탁 위를 치우다 자신의 거실 소파에서 조신하게 과일을 깎는 그녀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하아... 매일 이렇게 같이 살면 얼마나 좋을까..'


이해되지 않는 그녀의 다정한 행동에 문 과장의 기대감은 갈수록 커져갔다. 이렇게 같이 있을 수만 있다면 안 먹어도 배부를 것 같고 잠을 안 자도 졸리지 않을 것 같았다. 무엇이든 해주고 싶고 모든 것을 대신 희생하고 싶었다.


문 과장은.. 단단히 사랑에 빠졌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거실에서 무표정하게. 과일을 먹던 도 대리는 뜬금없이 문 과장의 기대감을 확실시하게 하는 질문을 했다. 그것도 TV를 바라보면서..


"저기. 과장님?"

"네."

"방도 남는 거 같은데 저도 여기서 같이 좀 살게요."

"네?"


쾅!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충격과 함께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귀에 울렸다. 너무나 당황하면 이런 것일까? 심장이 뛰는 소리에 맞춰 그녀의 얼굴이 눈앞에 가득 들어왔다 나가고를 반복했고 팔과 다리에 힘이 쭉 빠져 덜덜 흔들리기까지 했다.


그와는 반대로 그녀는 정말 그런 질문을 했나 싶을 정도로 무심하게 TV만 쳐다봤다.


제대로 들은 것이어도 멍했을 것이고 잘못 들은 것이어도 멍했을 질문에 문 과장은 아무 말도 없이 멍뚱멍뚱 그녀를 쳐다보았다.


"네.. 네?? 바.. 방금 뭐라고 하신 건지.."

"이 집에서 같이 살아도 되는지.. 물어봤어요."


도 대리는 이번엔 곁눈질로 살짝 문 과장을 쳐다봤다.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진짜인가 보다.'


정말로 같이 살아도 되냐고 묻는 게 맞음을 확인한 문 과장의 머리는 그대로 정지됐다. 뭐가 먼지 모르겠다. 왜 같이 살려고 하는지 감히 상상조차 안됐다. 머리가 돌지 않으니 뭐라 대답도 못해주겠다. 그저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그에게 도 대리는 약간은 곤란한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 안 되나요?.."

"돼요! 사.. 사셔도 돼요! 그... 그냥 자기 집이다 생각하고 얼마든지 사세요!"


그녀와의 관계가 끊길까 걱정된 문 과장은 급박하게 외쳤다. 그 소리를 들은 도 대리는 다시 환하게 웃으며 소녀처럼 기뻐서 말했다.


"와 정말요?! 분명히 지금 여기서 살아도 된다고 하셨어요?"


어린 소녀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이제야 비로소 확신했다.


'내 생각이 맞았어!... 문우수 인생 이제부터 시작이야!'


이런 생각이 드니 갑작스레 감격의 눈물이 코끝에서부터 찌잉하게 올라왔다. 겉모습만 보면 사람 대여섯 죽였어도 의심하지 않을 생김새지만 사실 드라마를 보며 슬픔의 눈물을 흘릴 줄 아는 감수성이 풍부한 사내였다. 그는 그동안의 삶을 마치 드라마에 투영한 듯이 되돌아봤다. 생김새부터 다른 남자 주인공의 역경의 삶을 헤치고 결국은 사랑을 쟁취하는.. 그 상황에 자신을 대입해봤다. 결국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뒤돌아 뚝뚝 흘렸다.


"뒤에 뭐 있어요?"

"아 아니요.. 무.. 뭘 더 드려야 되나를 좀.."


도 대리는 손사래를 치며 사양했다.


"배불러서 전 더 못 먹어요. 그럼 언제부터 이사 올 수 있어요?"

"저.. 정말 오시는 거죠?"

"네! 그럼요. 아까 분명히 와도 된다고 하셨어요. 남자가 두말하기 없기예요."

"아니요! 저야 어차피 방 하나 남아서 전혀 상관없습니다. 그저.. 남자 혼자 사는 집에 오시면 여러모로 불편하시지 않을까.. 해서요.."

"전~혀요. 어차피 둘 다 회사에서 주로 시간 보낼 거고 집에 오면 잠만 잘 건데요 뭘. 그리고 짐도 별로 없어서 들어올 것도 별로 없어요. 그냥 조그만 방 하나 주시면 돼요."


약간은 애교 부리듯이 매달리는 도 대리의 말에 문 과장은 몸은 애써 정색한 표정과 달리 배배 꼬이고 있었다. 사실 남녀가 같이 산다는 건 이렇게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닌지라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녀가 저리 애교 섞인 태도로 부탁하니 거절할 이유도 방법도 없었다.


"그.. 그럼 언제쯤..? 이.. 이사를 손 없는 날에 해야 될 텐데..."

"오늘이.. 목요일이니까.. 내일은 출근하고 내일모레 와도 될까요?"

"네.. 네?? 다.. 당장 내일모레요?"


도 대리는 도대체 왜 이리 서두르는 걸까? 전혀 이해되지 않아 문 과장이 되묻자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생긋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오기로 했으면 당장이라도 옮겨야죠. 내일 짐 싸고 정리해서 내일모레 제가 그냥 들고 올게요. 가구 같은 건 다 두고 와도 되니까 옷이랑 몇 가지만 캐리어에 싸서 오면 돼요. 과장님은 그냥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마세요."


워낙 우둔하고 심성이 착해 사기를 많이 당했을 것 같은 문 과장이지만 예상외로 그의 얼굴을 마주 보고 사기 칠 만한 사기꾼은 없었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니 문 과장도 약간은 의심이란 게 들었다. 저런 미인이 왜 나 같은 아저씨랑 같이 살려고 할까? 아까 전 통화했던 라 차장의 조언이 떠올랐다.


'무조건 아니니까 괜히 기대하지 마. 다 속셈이 있는 거야.'


산전수전 여자 경험 많은 라 차장의 말이니까 혹시라도 의심한 번은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이사를 하더라도 시간은 좀 더 두고 생각해봐야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녀와 같이 사는 생활이 전혀 싫진 않았기에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고 간신히 말했다.


"그.. 그래도 내일모레는.. 바.. 방에 있던 짐도 좀 빼야 되고요.. 오.. 오래된 아파트라 벽지라도 새로.."


두 팔 벌려 환영할 줄 알았던 인간이 생각보다 반응이 시원찮지 않자 도 대리는 약간 짜증 났다.


"왜요? 싫으면 싫다 그래요."

"아.. 아뇨! 싫기는요. 방을 정리하고 들어오셔야 되니깐요.."

"자꾸 그러면 제가 부담 드리는 것 같아서 죄송하죠. 벽지가 더러우면 제가 시트지라도 사서 붙이면 되고요. 방안에 있는 짐은 그대로 놔두세요. 내일모레 제가 와서 정리 싹 해드릴게요. 월세라고 하기는 뭐 하지만 생활비도 다달이 보태드릴게요. 이래도 싫으세요?"


싫은 티를 냈나? 싶은 생각에 문 과장은 양손을 들어 사정없이 손사래를 치며


"아.. 아뇨! 싫기는요! 정말 행복하고 좋습니다! 오늘이라도 당장 오시면 좋겠어요!"


그런 그의 강항 긍정의 모습에 도 대리는 안심한 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세상 밝은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는 문 과장에게 말했다.


"그래요? 그럼 내일 저녁에 짐 싸서 하루라도 빨리 올게요"

"네?.. 네.. 네 넵! 빠.. 빨리 오세요.."


매우 좋고 매우 곤란하며 매우 당황스러운 이 기분은 뭘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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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24회 - 동거는 남자를 변하게 해 (2) 17.07.18 54 0 9쪽
23 23회 - 동거는 남자를 변하게 해 (1) 17.07.10 153 0 10쪽
22 22회 - 묵직한 한방 (4) 17.07.06 129 0 10쪽
21 21회 - 묵직한 한방 (3) 17.07.04 140 0 11쪽
20 20회 - 묵직한 한방 (2) 17.06.15 75 0 10쪽
19 19회 - 묵직한 한방 (1) 17.06.14 66 0 10쪽
18 18회 - 도와주세요 과장님! 17.06.12 66 0 9쪽
» 17회 - 파격적인 제안 (2) 17.05.30 84 0 10쪽
16 16회 - 파격적인 제안 (1) 17.05.24 65 0 10쪽
15 15회 - 마트도 갔어요 17.05.22 64 0 9쪽
14 14회 - 한번 더 찾아온다고? 17.05.18 67 0 10쪽
13 13회 - 또 찾아온 그녀 (3) 17.05.16 75 0 10쪽
12 12회 - 또 찾아온 그녀 (2) 17.05.15 64 0 9쪽
11 11회 - 또 찾아온 그녀 (1) 17.05.14 64 0 9쪽
10 10회 - 화해를 해보자 17.05.12 64 0 11쪽
9 9회 - 늑대도 등장 17.05.11 74 0 12쪽
8 8회 - 그녀의 본모습 (3) 17.05.10 83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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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회 - 그녀의 본모습 (1) 17.05.08 117 0 10쪽
5 5회 - 이 구제불능 인간 17.05.07 112 0 10쪽
4 4회 - 실신 17.05.05 136 0 12쪽
3 3회 - 그리고 그녀의 등장 17.05.04 182 0 11쪽
2 2회 - 직장상사도 등장 17.05.03 141 0 9쪽
1 1회 - 그의 등장 +2 17.05.02 27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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