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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동물의 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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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작가
작품등록일 :
2017.05.02 13:49
최근연재일 :
2017.07.18 08:3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515
추천수 :
1
글자수 :
107,396

작성
17.05.07 11:10
조회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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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회 - 이 구제불능 인간

DUMMY

발표회장 모든 사람이 놀랐다. 너무나 당황스러워 연출인가 의심마저 들었다.


"문 과장!"


제일 먼저 왕 이사가 문 과장을 부르며 뛰쳐나왔다. (부하직원이 걱정되어 뛰어나왔다기보다는 발표를 망칠까 염려되는 마음이 훨씬 컸을 것이다.) 가까이서 보니 문 과장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걸 보니 아직 정신은 있는 것 같았다.


뒤에서 지켜보던 도 대리와 심사원인 김 대리도 뛰쳐나왔다.


"괜찮아? 문 과장?"


다시금 묻는 왕 이사의 질문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두 눈을 뜨고는 간신히 대답했다.


"네.. 넵! 본부장님. 죄.. 죄송합니다."

"아이고. 정신은 있나 보네. 이게 무슨 일이야.."

"괜찮으신 건가요? 제.. 제가 구급차라도 부를까요?"


김 대리의 구급차 소리에 문 과장은 황급히 말했다.


"아닙니다! 괘.. 괜찮습니다. 그냥 갑자기 어지럽고 머리가 핑.. 돌아서요.."


문 과장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 하는데 쉽지 않은 듯했다. 도 대리와 왕 이사는 문 과장을 부축해 육중한 몸뚱어리를 간신히 앞에 있는 의자에 앉혔다.


"아.. 죄.. 죄송합니다. 갑자기 어지럽고 숨이 가빠지는 것이.. 눈앞이 캄캄해졌어요.."

"아니. 덩치는 세상 젤 큰 사람이 왜 그런가.."


왕 이사는 일단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심사원에게 말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우리 문 과장이 오늘 몸이 많이 안 좋은 듯하네요. 저 상태로 발표를 계속 진행하기가 힘들 것 같은데.. 괜찮으시다면 다음으로 연기해도 괜찮겠습니까?"


심사원인 김 과장과 김 대리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아 물론요. 많이 아픈 거 같아 어쩐대요.. 얼른 들어가셔서 좀 쉬게 하셔야겠어요."

"네. 제가 책임지고 잘 돌봐주겠습니다.. 그리고 다음번에 더 좋은 발표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

"네네. 얼른 모시고 가세요. "


심사원들은 문 과장이 괜찮은 건지 걱정도 됐지만, 사실 한편으로는 제안 발표를 할 필요 없는데 굳이 발표를 듣는다 하여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아닌가 싶어 오히려 자신들에게도 해가 될까 싶어 걱정이었다. 괜한 문제가 생길까 싶어 빨리 이 상황을 마무리 짓고 싶었다.


"그럼 다음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왕 이사는 문 과장을 부축하며 말했다.


"문 과장. 일어설 수 있겠나?"

"네 네. 할 수 있습니다. 김 과장님. 김 대리님 죄송합니다.."


문 과장은 심사원들에게 어정쩡한 몸을 연신 꾸벅이며 인사를 하고 뒤뚱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크게 심호흡을 했는데도 두근거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어떻게. 문 과장. 병원에 좀 가겠나? 갑자기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구먼.. 혹시 몸에 무슨 문제라도 있었나?"

"아니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까 우황청심환을 좀 먹었는데.. 그것 때문인가.."

"일단 내가 차를 가져올 테니 집으로 가든. 병원으로 가든 하게나. "

"아.. 아닙니다. 저희도 차를 가져왔으니 먼저 들어가십시오. 전 좀 쉬다가 가면 됩니다. "

"쉬긴 어디서 쉬나. 일단 여기서 나가야지."


여긴 업체 입장으로 보면 전쟁터다. 고객의 눈치를 살피며 사는 중소기업 직원들이 고객의 회사 안에서 얼쩡댄다는 게 좋지는 않은 일일 것이다. 뒷정리하던 심사원들도 멀찌감치 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눈치를 보던 왕 이사의 모습을 눈치챘는지 도 대리가 재빨리 말했다.


"제가 운전을 할 줄 아니 문 과장님을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이사님. "

"아. 이번에 입사한 도가은 대리인가? 자네 운전할 줄 아는가?"

"네. 걱정하지 마세요. 우선 제가 운전해서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음. 그럼 일단 부탁 좀 하네. 문 과장! 도가은 대리가 태워준다 하니 병원부터 바로 가게나."

"아.. 네.. 알겠습니다."


도 대리는 서둘러 주차장에서 차를 가지고 와 문 과장을 불렀다.


"과장님. 타세요."


문 과장은 뻘쭘함에 미적거리며 조수석 문을 열고 탔다. 민망함과 창피함에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후일이 걱정되기도 했다. 일단은 도 대리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려던 찰나 차는 굉음을 내며 출발했다.


부르릉!!


목이 뒤로 꺾일 정도로 빠르게 차는 입구를 벗어나 도로에 진입했다. 도 대리의 폭풍 같은 난폭운전에 심장은 더욱 빨리 뛰었다.


끼이이익!! 부아앙!!


급브레이크와 급발진을 반복하며 도 대리는 다른 차 사이사이를 칼치기하며 나아갔다.


"대.. 대리님! 우.. 운전을 좀 천천히 하셔도 돼요!"


반면에 도 대리는 매우 평온한 표정으로 문 과장을 돌아보며


"네? 안전하게 하니 걱정하지 말고 계세요. 어디 병원으로 갈까요?"

"운전이 좀 거치신 거 같은데.. 아. 병원은 안 가도 돼요. 좀 있으면 금방 나을 거예요. 으허허헉!"


노란 불에서 빨간 불로 바뀌는 사이 차는 다시 한번 레이싱하듯 치고 나갔다.


부아아아아앙!!


"아. 도 대리님.. 제가 할게요. 운전!"


도 대리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밟아댔다. 문 과장은 다시 심장이 뛰는 걸 느끼며 왼 가슴을 움켜쥐었다. 또다시 어지러움과 함께 머리끝이 저려왔다.


'아.. 아.. 또 쓰러질 거 같아..'


차라리 안 보는 게 편할 듯해 눈을 꼬옥 감았다.


"문 과장님! 그럼 회사로 가요?"

"아. 네.. 회사로 가시죠.."


그래. 차라리 회사로 가자는 마음으로 얘기하고 보니 갑작스레 이 부장이 떠올랐다.


'엄청 뭐라고 하시겠지? 그냥 집으로 가고 싶은데.. 대리님이 첫 출근이신데 집으로 데려다 달라 하기도 좀 그런데. 하아.. 집에 가고 싶다..'


문 과장은 눈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가슴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그냥 울고만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 회사 앞에서 대리님은 들여보내고 퇴근해야겠다. 이런 날 혼까지 나면 정말 힘들 거야. 병원 갔다고 하면 되지.'


문 과장은 발표를 못 한 것에 대한 후회나 죄책감보다는 이 부장에게 혼날 것에 대한 두려움 밖엔 없었다. 그냥 모두 다 잊고 오늘은 맥주에 치킨이나 먹고 자고 싶었다. 그 사이 도 대리는 네비도 안 찍은 채 아까 온 길 그대로 폭풍같이 차를 몰아 회사에 도착했다.


끼이이이익! 기가 막힌 주차와 함께 도 대리는 문 과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과장님? 다 왔어요. 인제 그만 일어나세요."

"아 네. 고생하셨어요. 아 제가 잔 거는 아니고 그냥 눈을 좀.. 감고 생각을.. 아 운전 잘하시네요."


도 대리는 별다른 대꾸 없이 차에서 내렸다.


"저기.. 대리님. 저는 몸이 아직 으슬으슬하고 어지러운 게.. 일찍 퇴근하고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저기 누가.. 물어보면 좀.."


우물쭈물하는 문 과장의 부탁에 도 대리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그리곤 아무 말없이 잠시 문 과장을 쳐다보았다.


딱 3초.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마주 본 것 같았지만 그 시간은 고작 3초였다. 그 3초 만에 도 대리는 문 과장이 어떤 인물인지 파악했던 것 같다..


"네. 알겠어요. 들어가 쉬세요."

"아. 저기. 그냥 병원 갔다 해주시.."

"네. 병원 갔다고 할게요. 그럼 들어가세요."


도 대리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대답하고 뒤돌아 올라갔다.


'내가 무슨 잘못 했나? 화난 거 같진 않은데. 또.. 나한테 실망한 건가.'


문 과장은 가슴이 먹먹함을 느꼈다. 돌이켜보니 이런 일은 늘 있었다. 10년에 가까운 회사 생활 중 무수히 많은 신입사원이 들어와 선배랍시고 말 걸며 따르다가 한 달이 채 안 되어 문 과장을 무시하곤 했다. 직장 상사, 동료들의 문 과장에 대한 험담과 조롱에 후배들 역시 그저 그런 선배로 생각되었나 보다.


'이번엔.. 좀 빠르네. 후우.'


크게 한숨을 내뱉고 회사를 빠져나왔다. 몸은 이제 괜찮은 것 같다. 평생 병원 한번 가지 않을 정도로 튼튼한 몸뚱어리다 몸이 좀 아프다 싶으면 삼겹살과 치킨을 평소보다 좀 더 먹으면 끝이었다. 하지만 미모의 직속 후배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것 때문인지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지금 시각은 오후 세 시 반. 이런 대낮에 퇴근해 본 적이 없다 보니 집에 가는 길이 새롭게 느껴졌다. 지하철에는 출퇴근길 젊은 회사원들이 아닌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과 파릇파릇한 대학생들이 넘쳐났다. 항상 고민 없이 단순하게 살아가던 그는.. 평소와 다른 하루에 아까까지의 암울한 기분은 점점 사라지고 앞으로의 휴식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문 과장은 무언가를 결심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들었다. 요즘 몇 안 되는 폴더폰이었다. 하나만 눌릴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커다란 엄지가 꾹 꾹 힘겹게 번호를 눌렀다. 오래된 휴대폰이 부서질 듯 삐꺽거렸지만 제대로 눌리긴 했는지 전화를 귀에 가져다 대었다.


뜨르르르르르르.


'여보세요?'


상대방이 전화를 받자 묵직하고 중후한 목소리로 문 과장은 말했다.


"네. 쌍용 109동 908 혼데요. 지금 배달되나요?"


이 구제 불능인 인간은 단골 치킨집에 전화했다..


"네. 후라이드 두 마리요."


주문을 마치고 비로소 입가에 웃음이 났다. 앞으로 집에 도착할 때까지 30분 정도 걸리니 집에 가면 바로 도착할 타이밍이다. 회사에서 멀어질수록 문 과장의 기분은 점점 좋아졌다. 그는 그런 성격이었다. 큰 걱정 없이 인생을 단순하게 사는. 낙천적이라고 한다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였다.


어느새 아파트 앞에 도착하여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오후 5시다. 절로 나는 웃음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회사를 땡땡이친 것 때문에 마음 한구석에 계속 도망을 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동네에 들어온 순간 그런 기분 따윈 사라졌다. 죄책감 따윈 끝이다. 이곳은 바로 그 만을 위한 공간이며 그 누구도 침입할 수 없는 안전지대였다.


땡!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집 앞 복도를 향하는데 웬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


"어? 도.. 도가은 대리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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