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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물망초 님의 서재입니다.

신이되어 이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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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물망초
작품등록일 :
2020.05.15 16:01
최근연재일 :
2021.09.17 20:07
연재수 :
411 회
조회수 :
151,011
추천수 :
1,768
글자수 :
1,842,031

작성
20.05.22 08:14
조회
1,234
추천
20
글자
12쪽

신이되어 이계로 -13.플랜B-(수정)

DUMMY

슈베트 왕국의 조그마한 소도시.

간판도 없는 초라한 식당에 한 중년 남성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딸랑.

중년남성이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이 많은 것이 한 눈에 봐도 맛집이었다.

문에 달아둔 방울소리를 듣고 정신없이 서빙하던 식당 여주인이 익숙한 몸놀림으로 그에게 한달음에 달려왔다.


“어서오세요.”


“여기가 그 유명한 스파게티집이 맞소?”


“맞게 찾아오셨어요. 자리를 안내해 드릴테니 절 따라오세요.”


중년남성의 말에 식당 여주인이 대답하며 자리를 안내했다.


“이쪽이에요.”


“나는 여기에 앉겠소.”


“그쪽은 음지라 햇빛이 잘 안 들어올 텐데요?”


“괜찮소. 난 여기가 좋소.”


식당주인의 만류에도 중년남성은 한쪽귀퉁이에 있는 조그마한 테이블에 착석했다.

그는 곧 주문표를 보며 물었다.


“여기 베스트 음식이 무엇이오?”


“‘맛조아 스파게티’랑 ‘조아조아 스파게티’가 유명합니다. 저희 가게는 국내산 면만 사용해서 면발이 아주 탱글탱글하니 맛이 끝내줍니다.”


“그렇소? 그럼 둘 다 주시오.”


“양이 많을 텐데요?”


“괜찮소.”


주인이 스파게티를 만들러 사라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초록색 로브를 쓴 노인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딸랑.

문 앞에서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노인은 중년남성과 눈이 마주치자 이내 확신한 듯 곧장 그에게로 다가갔다.


“저.. 혹시 저랑 거래하겠다던..?”


“아! 맞소. 여기 앉으시오.”


중년남성의 권유에 노인이 맞은편에 앉았다.


“그래 돈은 준비했소?”


중년남성이 물었다.

노인이 돈이 든 주머니를 꺼내더니 테이블위에 슬그머니 올려놓았다.

중년남성이 기쁜 얼굴을 하며 돈주머니에 손을 가져갔다.

그 순간 노인이 이를 제지하며 말했다.


“잠깐! 나는 아직 물건을 못 봤소.”


그에 중년남성이 갈 길 잃은 손을 비비며 주위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더니 품속에서 붉은 책 한권을 최대한 손으로 가린 채 꺼내들었다.


“쉿! 남들 안보는 곳에서 보시오.”


“당연히 그래야지요.”


목소리까지 한껏 낮춘 남성의 손에서 의문의 책이 노인에게로 은밀하게 넘겨졌다.

물건을 품속에 챙긴 노인의 입이 찢어져라 벌어졌다.

노인과 같은 입모양을 한 남성이 돈주머니를 챙긴 뒤 돈을 세다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이거 돈이 좀 부족한 것 같소만?”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끼리 좀 봐주시오.”


“그게 얼마나 귀한 건줄 아시오? 남들은 없어서 못 파는 거요.”


“물건이 확실하면 내 영혼을 팔아서라도 당신을 또 만나러 오겠소.”


“흐음.. 알겠소.”


그렇게 그들의 거래가 끝이 났다.

거래가 만족스러웠는지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손님! 음식 나왔다고요.”


어느새 왔는지 식당 여주인이 식어가는 음식을 들고서 그들을 변태 보듯 바라보고 있었다.


“어..언제왔소?”


중년남성이 물었다.


“방금요.”


차마 아까부터 와있었다고는 말 못하는 여주인이었다.


“여기 ‘맛조아 스파게티’하나랑 ‘조아조아 스파게티’하나 나왔어요. 맛있게 드세요.”


식당주인이 사라지자 노인이 포크를 들며 중년남성에게 말했다.


“음식까지 시켜주시고.. 정말 고맙소.”


“둘 다 내꺼요.”


그 말에 노인이 애꿋은 포크만 쪽쪽 빨아댔다.


“끄응.”


노인이 앓는 소리를 내며 식당 밖을 나서자 중년남성이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맛조아 조아조아”


얼마나 맛있는지 좋다고 노래를 부르며 먹어댔다.

그의 옆에는 아까 노인에게 줬던 책의 복사본이 한가득 있었다.


“그나저나 플랜B가 일석삼조의 효과를 톡톡히 보는데?”


중년남성의 정체는 바로 하급마족 바토스였다.

마신이 하달한 플랜B는 이러했다.

‘악마의 계약’ 주문서가 기록된 흑마법서를 정신나간 흑마법사들에게 퍼뜨리는 것이었다.

그들이 악마와 계약을 해서 마계에 있는 다른 마족들도 중간계에 오게 하려는 의도였다.

바토스가 흑마법사들끼리만 소통하는 수정구로 소문을 퍼뜨리자 흑마법서를 돈을 주고서라도 사겠다는 정신나간 흑마법사들이 줄을 섰다.


- 삐리리 삐리리.


마침 수정구에서 호출이 왔다.


“여보세요?”


- 저 혹시.. ‘악마의 계약’ 주문서를 팔겠다던?


“맞소. 어디서 만나시겠소?”


- 3번 골목에 있는 ‘갑 카페’에서 봅시다. 카페는 작으나 거기 커피가 괜찮소.


“아 거긴 갑갑해서 싫소. 게다가 난 맛집이 아니면 안 가오.


- 그럼 피자집은 어떻소? 내가 잘 아는 피자집이 있는데 메뉴 중에 ‘기를 피자’가 기가 막히게 맛있소.


“거긴 어제 갔다 왔소. 차라리 중앙광장 맞은편에 두툼해 스테이크집이 어떻소? 거기에 ‘미 스테이크’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모양도 예쁘고.. 거기 사장이 실수로 만들었다는데 지금은 맛집이 되었다고 하오.”


- 알겠소. 내일 점심 때 거기서 봅시다.


“안되오. 내일 점심은 벌써 선약이 잡혔소. 내일 저녁에 봅시다.


- 알겠소. 그럼.


수정구 속 남성이 사라지자 바토스가 싱글벙글한 얼굴로 수정구를 품에 넣었다.


“흐흐. 이거 장사가 쏠쏠한데?”


임무도 완수하고 돈도 벌고 게다가 맛있는 맛집까지 찾아다니니 이거야 말로 일석삼조였다.

기분이 좋은 바토스가 식당여주인에게 한 마디 했다.


“사장님 여기 곱빼기 한 그릇더요! 피클 팍팍 넣어서!”


“예!”


“참! 그리고.. 거기에 샴페인도 하나 추가요,”


그렇게 중간계에 진출하여 사업에 성공한 바토스가 혼자만의 축배를 들었다.







한편, 아발론 왕국 북쪽에 위치한 빅토리아 항구도시에는 흰 로브를 쓴 은성과 그의 옆으로 페르디아노스가 나란히 걷고 있었다.


“인기 많으십니다.”


페르디아노스가 은성에게 한마디했다.


“이제 괜찮을 거예요.”


은성이 후드로 얼굴을 가리며 대답했다.

페르디아노스가 그런 그를 보며 좀 전의 상황을 회상했다.


군살없는 호리호리한 몸매에 훤칠한 키.

거기다 반듯한 이목구비에 좀처럼 보기 힘든 신비한 흑발을 가진 은성을 보고 어린 여자아이부터 꼬부랑 할머니까지 항구에서부터 그를 졸졸 따라다녔기 때문이었다.

페르디아노스가 회상하고 있던 그때 그들 앞으로 네 명의 경비원이 다가왔다.

조그마한 항구도시에 수상한 낯선 사람이 돌아다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것이었다.


“저기 실례합니다. 신분증 좀 보여 주시겠습니까?”


한 경비원이 은성 일행에게 정중히 물었다.

은성과 페르디아노스가 앤드류에게 받았던 신분증명서를 경비원에게 내밀었다.


“그자가 꼼꼼해서 좋습니다. 이런 것 까지 생각하고...”


페르디아노스가 앤드류를 떠올리며 은성에게 말했다.

신분증명서를 읽어 내려가던 경비원은 깜짝 놀랐다.

신분증명서 내용에서 못 볼 것을 보고야 말았던 것이다.


‘위 신분증명서를 소지한 자의 신분을 보증인의 이름으로 대신 보증함.

3500년 11월 07일 보증인: 아발론 왕국 왕세자 앤드류 아벨 인‘


깜짝 놀란 경비원이 이내 옆에 있던 경비원들에게 귓속말로 무언가를 속닥거렸다.


“짜식들! 보증인이 공작이니 놀라서 당황하는 것 좀 봐라! 크크.”


페르디아노스가 그런 그들을 비웃듯 킥킥거렸다.


“저희를 따라오시오!”


처음 신분증명서를 보고 놀랐던 경비원이 은성 일행에게 말했다.


“거 보십시오. 뭐니뭐니 해도 계급이 최고입니다.”


페르디아노스가 싱글벙글거리며 말했다.

그런 그를 보며 은성이 대꾸했다.


“그런데.. 우리가 왜 따라가야 하죠?”


“그야.. 저도 모르죠? 저희처럼 귀한 손님을 모시게 되었으니 어디 튼튼한 소 한 마리라도 대접하려나 봅니다. 하하하.”


그날 저녁.

은성과 페르디아노스는 튼튼한 쇠창살이 있는 감옥안에서 서로 마주보고 앉아있었다.

페르디아노스가 심기가 불편한 듯 한마디했다.


“그냥 다 뿌셔버리고 나갈까요?”


“경비원을 다치게 하고 싶진 않아요.”


“아니면 텔레포트로...?”


“저희가 갑자기 사라지면 문제만 더 커질 뿐이에요.”


은성의 말에 탈출을 포기한 페르디아노스가 누군가에게 욕을 했다.


“이런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진정하세요. 그가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잖아요.”


그런 그를 은성이 말렸다.

하지만 페르디아노스는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욕을 멈추지 않았다.


“이 망할 놈의 공작인지 공작새인지를 내 그냥!”


“그만하시래도요. 누구나 실수는 하는 법이에요. 앤드류 공작도 실수였을 거예요.”


“그래도 이런 하찮은 인간 따위에게 당했다고 생각하니 열이 받쳐서...”


페르디아노스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페르디아노스.”


“예! 은성님.”


“방금 뭐라 하셨죠?”


“???”


페르디아노스가 왜 그러냐는 듯 쳐다봤다.

은성이 신의 기운을 드래곤 피어처럼 흘리며 말했다.


“좀 전에 ‘하찮은 인간 따위’라고 하던데 제가 잘못 들은 건 아니겠죠?”


그랬다.

은성도 인간이었다.

페르디아노스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변명했다.


“하하. 그거야 은성님은 신의 능력을 가지신 특별한 존재이지 않습니까?”


“달걀하나 잘못 먹고 배탈난 인.간.이기도 하지요.”


은성이 인간이라는 단어를 유독 강조해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결국 페르디아노스가 고개를 숙였다.


“그것 보세요.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경비원들도 자신이 할 일을 수행했을 뿐이에요. 그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맡은 임무를 열심히 수행한 죄 밖에 없어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잠자코 기다리다 보면 앤드류 공작이 조치를 취해 줄 겁니다.”


은성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꺼운 쇠창살이 열리며 한 눈에 보기에도 귀족처럼 보이는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거 저희가 큰 오해를 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은성 공작님. 용서하십시오.”


“저희는 괜찮아요.”


“앤드류 공작님께서도 큰 실수를 했다며 죄송하다고 전해 달라 하셨습니다.”


그 말에 아직 화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페르디아노스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기에 날짜는 왜 써가지고...”


문제는 신분증명서에 쓰여 있던 날짜였다.

앤드류 공작이 시즈대륙으로 항해를 떠난 것이 3년전 일이었다.

그 후로 소식이 끊긴 앤드류 공작의 신분증명서가 최신날짜로 버젓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행방불명된 앤드류 공작이 돌아온 걸 몰랐던 경비원들은 당연히 은성 일행을 ‘문서위조’ 및 ‘왕세자 사칭’죄로 감옥에 가둘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행방불명 된 앤드류 공작이 따끈따끈한 신분증명서에 서명을 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면목 없습니다.”


중년인이 더욱 고개를 조아렸다.


“오해가 풀렸으니 이만 우린 가보겠소.”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페라디아노스의 말과 함께 은성 일행이 떠나려 하자 중년인이 황급히 붙잡았다.


“누추하지만 저희 집에서 하룻밤 묵고 가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밤도 늦었고... 아 참!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는 빅토리아 영지의 영주되는 케빈 자작입니다.”


케빈 자작이 뒤늦게 자신을 소개했다.

은성과 페르디아노스는 이미 그가 귀족임을 짐작했기에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괜찮아요.”


“사과의 뜻으로 초대를 받아 주십시오.”


케빈 자작이 강경히 요청했다.


“그..럼 하룻밤만 신세 좀 질게요.”


딱히 잘 곳을 정하지 않았던 은성 일행은 그렇게 케빈 자작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란시아 대륙에 온 첫날부터 감옥을 경험한 그였다.

더불어 앞으로 500년간 더욱 많은 일들이 그에게 닥칠 것만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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