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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물망초 님의 서재입니다.

신이되어 이계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안녕물망초
작품등록일 :
2020.05.15 16:01
최근연재일 :
2021.09.17 20:07
연재수 :
411 회
조회수 :
151,325
추천수 :
1,768
글자수 :
1,842,031

작성
20.05.15 16:09
조회
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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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글자
9쪽

신이되어 이계로 -01.신전으로 가는 길-(수정)

DUMMY

차원이동을 한 카일로는 눈앞의 광경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세이나행성에서 전쟁이 끝난 지 이제 겨우 300년밖에 되지 않아 초라해진 세상을 예상했건만 자신이 500년 전에 왔을 때보다 더 휘황찬란한 눈앞의 모습에 급기야 그의 턱이 빠지려고 했다.

따닥따닥 붙어있는 건물들은 하늘을 향해 콧대를 세웠으며 요상하게 생긴 마차가 말도 없이 스스로 쏜살같이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있는 걸 보아하니 세이나 행성이 맞는 것 같긴 한데... 어떻게 겨우 300년만에 이렇게 문명이 발전했지?’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한 카일로는 마침 길거리 한쪽 구석에서 바둑을 두는 두 노인에게 다가가갔다.

노인들은 내기바둑을 하고 있었는지 진지하고 근엄한 표정으로 바둑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일로가 두 노인 중에 모자를 깊게 눌러 쓴 노인에게 질문을 하였다.


“저기 말씀 좀 묻겠소.”


카일로의 말투가 거슬릴 법도 했지만 모자를 쓴 노인은 아무런 대답없이 바둑판을 지그시 바라보며 고심하는 듯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대신 반대편에 앉아있던 백발의 노인이 바둑을 이기고 있는 듯 흥이 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내게 물어보슈.”


“지금 뭐하는 거요?”


원래의 질문을 잊은 채 카일로가 바둑판이 신기한듯 쳐다보며 물었다.


“보면 모르오? 바둑이잖소?”


“위에 돌은 왜 올리는거요?”


“땅따먹기 중이잖소. 지금 내기중이니까 조용히 구경이나 하슈.”


카일로도 처음보는 바둑이 신기했는지 그들에게 질문하는 것도 잊은 채 한참을 같이 쳐다보았다.


“아.. 시간 너무 오래끄는 것 아녀?”


백발이 무성한 노인이 모자를 쓴 노인에게 핀잔을 주었다.


“기다려봐.”


“기다리긴 뭘 기다려?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막걸리나 한사발 거하게 쏘면 될 일을.. 껄껄껄..”


내기에서 진 사람이 파전에 막걸리를 쏘기로 한 것이다.

한참이나 바둑두는 걸 구경하던 카일로가 모자를 쓴 노인에게 처음 하려던 질문을 던졌다.


“여긴 문명이 왜 이렇게 발달 되었소?”


“왜 발달했냐니? 서울이니까 발달했지.”


이번에는 모자쓴 노인도 대답을 해주었다.

하지만 카일로가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다.

카일로가 이번엔 제대로 물어보았다.


“언제부터 발달된 것이오?”


“당연히 전쟁이후 우리가 젊었을 적 피땀 흘려가며 일할 때부터 발달된 거지. 우리가 지금은 이렇게 길거리에서 바둑이나 두며 소소한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왕년에는 일거리만 있다하면 동해번쩍 서해번쩍 했었다네..”


모자쓴 노인의 말을 들어보아 둘은 오랜 친구사이인 것 같았다.


“전쟁이 끝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빨리 발전시켰단 말이오? 정말 대단들 하시구려?”


카일로의 칭찬에 모자쓴 노인이 바둑판에서 아예 고개를 돌린채 말했다.


“한국인들이 대단하긴 대단하지. 전쟁이 끝나고 70여년만에 문명을 이만큼 발전시켰으니..”


노인의 말에 카일로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300년이 아니라 70년만에 이만큼이나 문명이 발전했단 말이오?”


“왜? 놀라운가?”


“여기가 어디라고 했소?”


카일로가 재차 물었다.


“서울이네. 서울. 한국의 수도인 서울말일세.”


카일로의 생김새가 서양인을 닮아 있어 외국사람이라고 착각한 노인이 서울을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천하의 카일로도 세이나행성의 지명을 다 몰랐기에 서울이 세이나 행성에 붙은 도시중 하나라고 생각해버렸다.

카일로를 가만히 지켜보던 백발의 노인도 궁금한 것이 생겼는지 그에게 물었다.


“그래 서울엔 무슨 볼일이 있어서 왔나?”


“전해주어야 할 것이 있어서 왔소.”


카일로가 ‘신의 생명’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런가? 할 일 없다면 우리랑 같이 막걸리나 한잔하고 가는 건 어떻겠나?”


“막걸리? 그게 무엇이오?”


“술이지. 뭐긴 뭐겠나? 한국 전통주라네..”


음식이란 걸 먹지 않는 카일로서는 난감했다.


“가격도 착하다네... 사먹는게 부담이 된다면 우리가 인심쓰겠네. 안 먹고 가면 후회할걸세”


카일로가 주저하는 듯 하자 백발의 노인이 자신이 쏜다는 듯이 이야기를 했다.


“자네가 산다는 말인가?”


내기바둑을 지고 있는 모자 쓴 노인이 그 말에 반색을 하며 물었다.


“뭔 소린가? 진 사람이 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는가? 어서 마저 두기나 하세...”


벡발노인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모자를 쓴 노인이 도저히 답이 없는지 결국 바둑을 포기하려고 했다.

그때 가만히 그들을 지켜보던 카일로가 훈수를 두었다.


“여기에 두면 될 것 같소만?”


땅따먹기라는 말에 그들이 바둑두는걸 유심히 보고 대번에 룰을 익힌 카일로였다.

카일로의 손끝을 따라간 모자 쓴 노인의 안색이 밝아졌다.

모자 쓴 노인의 안색이 밝아질수록 백발노인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훈수를 두는 것이 어딨나?”


“내가 원래 두려고 했던 자리일세.”


그 둘이 티격태격하며 바둑을 종료했다.


“하하하. 내가 이겼네.”


모자 쓴 노인의 말에 백발노인이 버럭 화를 냈다.


“이건 무효네. 저 젊은이가 계속 훈수를 두지 않았나?”


“훈수금지라는 말은 없었지 않았나?”


“어쨌든 이건 무효네. 훈수없이 다시 두게.”


백발노인이 끝까지 무효라며 고집을 부렸다.

그에 할 수 없이 모자 쓴 노인이 한발 물러섰다.


“대신에 이번에 진 사람은 집에가는 차비까지 계산하는 걸세.”


“알겠네.”


그들의 내기바둑이 다시 시작되었다.

카일로가 또다시 모자쓴 노인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백발노인이 말렸지만 이미 재미가 들린 카일로는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안되겠는지 백발노인이 카일로에게 만원짜리 지폐한장을 지어주며 입막음을 시도했다.

지폐를 얼떨결에 받은 카일로는 백발노인의 등쌀에 그곳을 떠나야만 했다.

백발노인이 카일로에게 빨리가라는 듯 손을 세차게 흔들었다.


“이만 가보게. 바쁘다고 하지 않았나?”


모자를 쓴 노인도 쓰고 있던 모자를 흔들며 배웅을 해주었다.


“고마웠네. 젊은 양반. 껄껄껄..”


모자를 흔드는 노인의 벗겨진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작별인사를 한 카일로가 그들의 곁을 떠나며 중얼거렸다.


“전쟁이 있었다는 노인들의 말을 들어보니 세이나 행성은 맞게 도착했나 보군.”


노인들이 주는 정보를 제공받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음을 인지하지 못한 카일로는 바로 신전을 찾기로 했다.


“그나저나 저 신기한 마차를 한번 타 보고 싶은데?”


자동차라는 요상스러운 물건에 호기심이 동한 카일로는 신전까지 자동차를 타고 가 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빠르게 달리는 차들은 카일로의 손짓을 비웃기라도 하듯 연신 매연만 선물할 뿐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렇게 30분이 흘렀을까?

저 멀리서 유독 눈에 띄는 노란색 승용차 한 대가 드디어 그의 앞에 멈추어 섰다.

곧이어 조수석 쪽 창문이 서서히 내려가더니 노란 정복을 입은 노신사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타실 겁니까? 타실 거면 빨리 타세요.”


노신사의 특색있는 목소리에 이끌리기라도 하듯 카일로는 자연스럽게 조수석에 앉았다.


“손님 어디까지 가십니까?”


“여기서 가까운 신전까지 부탁함세”


“신전이라고 했습니까?”


아들뻘은 되어 보이는 카일로의 말투가 신경쓰이긴 했지만 30년 베테랑 택시기사인 김씨는 그간의 경험과 눈썰미로 곧 알았다는 듯 카일로의 농담에 맞장구를 쳤다.


‘요즘 젊은것들은 컨셉도 참 특이하지..’


김씨는 곧 네비게이션에 무언가를 검색하기 시작했고 카일로는 그런 네비가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음 가만보자... 13Km거리에 큰 신전하나가 있는데 그리로 가시겠습니까?”


“그리 해 주시오.”


네비를 바라보던 카일로의 군말없는 대답에 김씨는 네비에 적힌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였다.

그렇게 약 20분이 흘러 그들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자 손님 다 왔습니다.”


“그래 수고했소”


그 말과 함께 택시에서 그냥 내리려던 카일로를 김씨가 황급히 붙잡았다.


“손님! 계산은 하셔야지요?”


“계산? 뭘 계산한단 말인가?”


“돈이요 돈! 돈은 내고 내리셔야죠?”


“돈 그게 뭔가 나는 그런 것 없는데?”


카일로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택시기사 김씨는 기가 막혔다.

그의 왼손에 버젓이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이 보였기 때문이다.

애초에 택시기사 김씨는 카일로의 독특한 행색을 보고 안태우려고 했지만 30년 베테랑의 강화된 시력으로 그의 왼손에 만원짜리 지폐가 있는걸 보고 태운 것이었다.


“그럼 손에 들고 있는 그건 종이쪼가리입니까?”


“아..! 이게 돈이라는 건가? 아까 백발노인이 주길래 엉겁결에 받긴 했는데... 뭐에 쓰이는 물건인지는 몰랐다네”


“하아~ 뭐 됐고.. 요금이 10300원인데 그것만 주십시오.”


한숨을 한번 토해낸 김씨는 자주 겪는 일인 듯 금세 차분한 표정을 되찾은 뒤 카일로의 손에 쥐어졌던 만원을 가지고 또 다른 손님을 받기위해 택시와 함께 유유히 멀어져갔다.

택시에서 내린 카일로는 신전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제법 큰 신전이라더니 내가 본 신전 중 제일 작은 신전이네?”


그렇게 카일로는 신전 안으로 발을 내딛었고 신전 입구에는 한글이라는 독특한 글씨체로 된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서울 사랑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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