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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물망초 님의 서재입니다.

신이되어 이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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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물망초
작품등록일 :
2020.05.15 16:01
최근연재일 :
2021.09.17 20:07
연재수 :
4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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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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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4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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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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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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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신이되어 이계로 -09.시즈왕국-(수정)

DUMMY

다음날 아침.

어제 먹다 남은 사슴고기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운 은성 일행은 페르디아노스가 있는 성으로 잠시 멈춰있던 발걸음을 다시 옮겼다.

그들은 가는 길에 작은 몬스터를 간혹 만났을 뿐 순조롭게 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점심때가 되어서야 도착한 그들은 성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크기는 비교적 아담했지만 반듯하게 각이 잡혀 있는 성벽은 온통 황금빛을 머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집은 황금으로 꾸며야 된다는 페르디아노스의 철칙에 따라 드워프 1조의 피땀흘린 노동의 결과였다.

그들이 도착한 성문 앞에는 전신갑옷으로 중무장한 두 명의 기사가 절도있는 자세로 서 있었다.

성문을 지키던 기사 중 한명이 은성에게 말을 걸어왔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은성공작님.”


“그래 별일 없었는가?”


은성이 능청을 떨며 대답했다.


“어제 아노스님이 성내로 들어오신 것 외엔 아무 이상 없었습니다.”


“좋군. 계속 수고하게.”


“알겠습니다.”


갑옷기사가 은성에게 한 차례 경례 후 성문을 활짝 열었다.

그렇게 은성과 앤드류 일행은 성안으로 자취를 감췄다.

은성 일행이 사라지자 갑옷기사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투구를 황급히 벗었다.


“으아앙. 너무 아파요. 가리엘님.”


키가 작은 갑옷기사의 말에 가리엘이라는 기사가 답했다.


“하아.. 저도 아파 죽는 줄 알았어요.”


“귀가 너무 아파서 아까부터 투구를 벗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요.”


“그래도 우린 살았잖아요. 그들 앞에서 투구를 벗었으면 진짜로 죽었을 거예요.”


그렇게 기사로 변장했던 두 엘프는 투구속에 짓눌렸던 뾰족한 귀가 부어오르는 줄도 모른 채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동안 울어댔다.







그 시각 페르디아노스는 오크2조의 피부를 검사하고 있었다.


“478번 합격! 479번 합격 오른쪽으로...480번 불합격 왼쪽! 481번...”


480번 오크가 똥 씹은 표정을 하며 왼쪽으로 이동하였다.


“...500번 합격! 오른쪽으로...”


호명을 끝마친 페르디아노스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피부 검사에 불합격한 오크가 20여명이나 되었다.

페르디아노스가 그런 그들을 안타깝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길래 숯칠 좀 잘할 것이지... 이제 칠할 시간도 없으니 불합격한 너희들은 급한대로 저곳으로 들어간다.”


은성일행이 온 걸 감지한 페르디아노스가 한쪽 방향을 가리켰다.

페르디아노스가 가리킨 방향은 똥이 한가득 들어차 있었다.

어제 통구이바베큐가 되었던 오크3조의 사체를 모두 먹어치운 페르디아노스의 결과물이었다.


“저기에 취이익 들어가란 말입니까? 취이익”


불합격한 오크 중 한명이 찝찝하다는 얼굴로 답했다.


“왜? 너도 저들처럼 똥으로 만들어줄까?”


“들..들어가겠습니다. 취이익”


오크3조처럼 죽어 거름이 되기 싫었던 그가 황급히 외치며 똥통으로 달렸다.

그렇게 20여명의 오크는 그를 따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흐느적거리며 똥통으로 들어갔다.

모두 다 똥통에 몸을 담근 걸 확인한 페르디아노스가 그의 뒤에 정렬해 있던 엘프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어제 페르디아노스가 주문한 옷과 모자를 귀까지 눌러 덮어쓰고 있었다.


“너희들도 준비가 다되었는가?”


페르디아노스가 정렬해 있던 엘프들에게 말했다.


“네.”


엘프조장이 짧게 대답했다.


“그래그래. 모자 안 날아가게 조심하고 최대한 인간인척하게...”


“알겠습니다.”


그렇게 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은성과 앤드류 일행이 페르디아노스에게로 다가왔다.


“오셨습니까? 주군.”


“수고 많았어요. 아노스.”


페르디아노스와 은성이 서로 인사말을 주고받았다.


“괜히 저희 때문에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괜찮소.”


앤드류의 말에 페르디아노스가 짧게 답했다.


“자 따라오시오. 안내하겠소.”


은성 일행은 페르디아노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한참을 걷던 중 이상함을 느낀 앤드류가 은성에게 물었다.


“근대 왜 남자들이 한명도 보이지 않소?”


앤드류의 말대로 거리엔 온통 여성과 어린아이들 뿐이었다.

그의 의문을 은성이 풀어주었다.


“남자들은 모두 사냥을 나가거나 혹은 주위에 몬스터가 있는지 정찰을 가곤 해요.”


“오늘은 사냥을 하는 날이오.”


옆에 있던 페르디아노스가 거들었다.


“이들은 사냥이 주업인가 보오?”


“아니오! 본업은 가축을 기르는 것이오. 사냥은 그냥 재미로 하는 거요.”


앤드류의 물음에 페르디아노스가 설명했다.

때마침 산봉우리 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린 앤드류와 기사들의 눈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봉우리 중턱을 넘나 드는게 보였다.

그들은 사냥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연신 소리를 질러댔다.

그 때 페르디아노스가 먼 산을 바라보던 앤드류 일행의 눈치를 한번 살피더니 지나가던 여인을 불러 세웠다.


“이보게...”


페르디아노스의 목소리에 앤드류와 기사들이 여인을 바라보았다.

새하얀 피부에 오똑한 콧날이며 반듯한 이목구비가 매력적인 여인이었다.

여인을 바라보는 기사들의 눈에서 하트가 쉴 새 없이 쏟아졌지만 곧 그들은 좌절하듯 한숨을 토해냈다.

여인의 손을 다른 남정네가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엄마 손에 매달린 꼬마아이는 뭐가 신나는지 연신 엄마를 불러대며 까르륵 웃고 있었다.

그렇다.

여인은 품절녀였던 것이다.

페르디아노스가 그녀에게 안부를 물었다.


“요새 사는 것은 좀 어떠하나?”


“호호호. 은성 공작님 덕분에 매일매일이 행복하답니다.”


여인이 상냥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아 그거야 당연한 것 아닌가? 앞으로도 불편한 일이 있으면 걱정말고 이야기하게나?”


“감사합니다. 호호”


“날이 춥네 어서 들어가게. 애가 입주변이 뻘건 것이 많이 추운가보네.”


페르디아노스가 꼬마아이를 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페르디아노스와 여인의 각본을 짠 듯한 대화가 막을 내렸다

은성 일행과 멀어진 여인이 아들을 보고 불평을 토했다.


“루돌프님. 이건 해도해도 너무하네요? 기사들이 저를 바라볼 때마다 소름이 돋아 죽는 줄 알았어요.”


여인의 말에 꼬마아이가 답했다.


“자네가 인간들 눈에 예쁘게 보이는 걸 어쩌겠나? 엘프인 자네가 참게...”


“그래도 너무 수치스럽네요. 기사들이 저를 볼 때마다 게이가 된 기분이었어요. 흑흑.”


그렇다.

여인은 사실 남자엘프였던 것이다.

그에 루돌프라는 꼬마아이가 한숨을 토해내며 말했다.


“그래도 나보단 자네가 낫네. 나는 애 흉내를 내기 위해 80년 평생 기른 수염을 뽑았다네.”


“고생 많으셨어요.”


“코털을 뽑을 때는 차라리 죽었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다네.”


루돌프라 불린 드워프의 입주변이 뻘건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렇게 그는 최초로 왁싱을 한 드워프가 되었다.


“저희들 보다 불쌍한 존재는 어디에도 없을 거예요.”


“우리는 그나마 양반이네.”


“양반이라뇨?”


“저길 좀 보게...”


드워프가 가리킨 곳에는 은성 일행이 오크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보시오? 살이 튼실튼실한게 최상급이지 않소?”


“그렇구려. 크기도 큰 것이.. 가축을 이렇게 많이 기를 줄은 몰랐소.”


페르디아노스의 말에 앤드류가 맞장구를 쳤다.

그에 페르디아노스가 이제는 소화된 배를 매만지며 한마디 했다.


“맛도 기가 막히지요.”


“한데 왜 돼지가 꺼멓소?”


나름 전사라 불리던 오크가 한낱 돼지로 둔갑되는 순간이었다.


“이것은 보통 돼지가 아니오. 바로 시즈산 흑돼지란 말이오.”


“아 이게 그 말로만 듣던 흑돼지였소?”


앤드류와 기사들이 신기한 듯 돼지로 둔갑한 오크를 쳐다보았다.

세이나 행성에 흑돼지는 엄청 귀했다.

흑돼지는 황제나 국왕이 아니라면 먹기가 힘들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수가 적었기 때문이다.

앤드류도 가끔 요리된 흑돼지를 먹어보긴 했지만 실제로 살아있는 흑돼지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때 한 기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앤드류를 불렀다.


“앤드류 공작님.”


“왜 그러나?”


“저쪽에...”


기사가 가르킨 방향으로 앤드류의 시선이 돌아갔다.


“오호! 저기도 돼지가 있구려?”


앤드류가 한쪽에 떨어져 있던 돼지를 발견하자 이를 먼저 발견한 기사가 다시 말했다.


“그게 아니라 저쪽에 있던 돼지 중 한 마리가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습니다.”


기사의 말에 아까까지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던 오크가 뜨끔했다.

똥통에 얼굴을 처박고 엎드려있으니 좀이 쑤셔서 잠깐 앉아 있었던게 화근이었다.

기사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잽싸게 엎드렸건만 눈썰미 좋은 기사가 그걸 놓치지 않았나 보다.

다리를 꼬았던 오크가 이제는 죽었거니 하며 저승사자와도 같은 페르디아노스를 쳐다보았다.

이에 저승사자가 기사들과 함께 그에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봐라? 그냥 돼지이지 않느냐?”


페르디아노스가 다리를 꼬았던 오크에게 남몰래 살기를 흘리며 기사에게 말했다.


“이상하네? 분명 다리를 꼬았던 것 같은데...”


“자네 저번에도 길을 헤매더니... 아무래도 피로가 많이 쌓인 것 같으니 좀 쉬고 있게.”


앤드류가 기사에게 휴식을 권했다.

공교롭게도 그 기사는 항해에서 항로를 헤맸던 기사였다.

페르디아노스에게 길치라 불렸던 기사가 한쪽에 휴식을 취하러 가는 사이 앤드류가 은성에게 물었다.


“근데 여기있는 돼지는 좀 특이한 것 같소?”


“보시는 그대로 이들은 똥돼지예요.”


이제는 하다못해 똥돼지가 되는 오크들이었다.


“똥돼지란 이야기는 처음 듣소만?”


“이들이 똥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에요.”


“농담하지 마시오.”


은성의 말에 앤드류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믿지 못하겠다면 보여줄 수도 있소.”


가만히 듣고 있던 페르디아노스가 한발 앞으로 나서며 이야기했다.

그리곤 무언가를 감추려는 듯 열심히 몸에 똥을 묻히던 돼지 한 마리를 불렀다.

운명의 장난인지 그는 480번 오크였다.


“이리오렴. 착하지?”


페르디아노스의 부름에 마치 돼지가 알아듣기라도 하는 것처럼 다가왔다.

돼지로 둔갑한 오크가 다가오자 페르디아노스는 앤드류와 기사들에게 잘 보라는 듯 말했다.


“자 어서 씹어 먹으렴? 아까는 잘 씹었잖아?”


피부검사 때 480번 오크가 똥씹은 표정을 한 것을 잊지 않은 페르디아노스였다.

480번 오크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명예롭게 죽음을 택할 것인가?

그도 아니면 이 드래곤의 냄새나는 똥을 처먹을 것인가?

하지만 권력앞에 장사란 없었다.

480번 오크는 울며 겨자먹기로 드래곤의 똥을 우걱우걱 씹어댔다.

그의 얼굴은 똥씹은 표정의 정석이었다.

이를 본 똥돼지들이 몸을 숨기듯 똥통깊이 파고 들었다.

앤드류와 기사들은 똥먹는 돼지가 신기한 듯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것도 잊은 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페르디아노스가 주는 똥을 다 먹을 때까지...







한편 산에서는 오크 1조의 한탄이 이어졌다.


“너무 힘들다. 취이익”


“그러게.. 이게 취이익..도대체 몇 바퀴째냐?”


“다리가 너무 아프다. 취이익”


“취이익...멈추면 안된다.”


불현 듯 다리가 아프다던 오크의 머릿속에 페르디아노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걷다 힘들면 쉬어도 좋다. 단 너희들의 다리가 멈추는 순간 심장도 멈추었다고 생각해라.’


자신의 심장이 멈추는 걸 바라지 않았던 오크가 악을 쓰며 걸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옆에 있던 오크가 말했다.


“그래도 그 망할 놈의 드래곤이.. 취이익.. 다리가 안 아파지는 주문을 가르쳐 줬잖아.”


“효과가 있는걸 보니.. 완전 나쁜 놈은 취이익... 아닌 것 같던데?”


그 말을 한 오크가 주문을 외우자 다른 오크도 다같이 따라 외치기 시작했다.

제발 다리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며...

그렇게 그들은 다같이 소리 높여 주문을 외치며 산봉우리를 뱅글뱅글 돌았다.


“강강수울래. 강강술래.”


공교롭게도 오늘은 보름달이 뜨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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