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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랑쿤의 서재

혈마비록(血魔悲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백랑쿤
작품등록일 :
2016.10.26 09:10
최근연재일 :
2017.01.17 17:13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52,192
추천수 :
491
글자수 :
218,029

작성
16.11.02 00:10
조회
1,294
추천
9
글자
10쪽

고전적인 해결 방법 上

오늘도 좋은 하루되셨길 OR 되시길~




DUMMY

"고전적인 해결방법을 쓰는 거지."


뭔가 재미있는 일을 생각할 때 짓곤 하는 표정, 가주의 얼굴을 보는 나머지 사람들의 생각은 한결같았다.


'또 헛짓하려는 구나.'


하지만 아무도 거기에 토를 달지는 않는다.


이제 뭐라고 해봐야 말릴 수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만큼 절대적으로 가주 남궁후를 신뢰한다는 것인지.


"고전적인 방법 말입니까?"


이미 될 대로 되라는 표정이 되어 남궁후의 말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게 된 남궁세가의 가신들과 다르게, 지훈은 그 말이 무슨 소린지 알아야 하는 모양이다.


"그렇지 고전적인 해결 방법."


금방이라도 덩실덩실 춤을 출 거 같다.


그렇다고 춤으로 대결을 하자는 것은 아닐 테고, 무인에게 고전이라고 할 해결책은 단 하나뿐이다.


"비무, 같은 겁니까?"


슬쩍 던지는 공오의 말에 격하게 밝아지는 남궁후의 표정, 정답인가보다.


'이런 씨앙.'하고 뭐라 뭐라 말을 하려 하는 남궁연우, 재래관공 장호가 번개같이 달려들어 입을 막는다.


종류는 약간 다르겠지만, 충격인 것은 무림맹에서 온 셋도 별로 다르지 않다.


조금 전의 그 미친 기세를 보고도 그와 비무를 하고 싶을 리가 없다.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대체 비무를 하면 뭐가 해결된다는 것인가?'


라는 지훈의 마음의 외침과 상통한다.


동네 애들도 아니고, 싸워서 쌍코피라도 터지면 서로 한번 웃고 친구라도 먹자는 것인가.


'아 뭐, 몇 대 맞아주고 해결된다면 이쪽이 낫긴 한데.'


지훈의 입장에서는 나쁜 건 없다.


별거 아닌 일이지만, 또 별거 아닌 일에 목숨을 거는 게 큰 조직 간의 관계라, 남궁세가의 가주가 이 일을 빌미 삼아서 미쳐 날뛰기 시작하면 비무 따위보다 훨씬 골 아프다.


그리고 아까 남궁후가 슬쩍 흘려준 무력의 편린, 그 본체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설마 아무 조건 없이 화 풀릴 때까지 두들겨 패지는 않을 테고.'


비록 책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더 많은 정보조직을 이끌고 있지만, 지훈도 무인이다.


"그래서 마음이 풀리신다면 저야 드릴 말씀이 없지요."


마지 못하는 척 받아들인 지훈, 남궁후가 옳다구나 하고 조건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줄줄 읊어대는 것이 어째 미리 준비한 것 같다.


"그냥 막 찍어서 상대하라면 자네들이 조금(?) 불리할 테니 상대는 자네들이 고르는 걸로 하지."


"좋습니다."


강호에 알려진 이름으로 만만한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남궁후와 비무를 하는 것보다는 좋은 조건이라 얼른 대답하는 지훈.


"그리고 생사결을 할 수는 없으니, 다들 무림 선배인 우리 쪽의 삼 초를 자네들이 받아내고 끝내는 걸로 하세."


이 정도면 거저먹기다 싶었는지 지훈이 열심히 고개를 까딱거리며 알겠다고 대답한다.


'저 지랄, 저 인간이 그냥 심심하다고 깽판을.'


남궁연우는 혈압이 올라 더는 서 있기 힘든지, 어느샌가 의자에 늘어져 뒷목을 잡고 있다.


"좋아 그럼 연무장으로 가세나!"


기껏 조금 전까지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어 기세를 잘 잡아놓고 이제 와서 활기차게 지훈 일행을 연무장으로 안내하는 남궁후.


뒤에 따라오는 오방대주와 남궁연우의 표정이 당장에라도 가주를 멍석말이할 것 같다.


****


남궁세가의 커다란 연무장, 갑작스럽게 결정된 비무임에도 불구하고 세가 내의 식솔들이 제법 구경을 나와 있다.


멀리서 자리를 잡고 앉은 장로 남궁혁과 남궁진, 남궁청의 모습도 보인다.


남궁혁의 얼굴은 격발직전의 화포, 남궁진은 도무지 생각을 알 수 없는 표정이고, 남궁청은 연신 껄껄거리며 재미있다는 듯 연무장 가운데 모인 열 사람을 보고 있었다.


"자, 규칙은 아까 말했던 것과 같네. 상대는 자네들이 고르고 우리 쪽의 삼 초를 자네들이 받아내면 끝이네. 그리고 싹 푸는 걸로 하지."


'푸는 걸로 하지.'에 이르러서 남궁연우의 눈썹이 꿈틀거렸지만, 지훈과 남궁후는 애써 무시한다.


남궁후는 이곳에 와서야 가신들의 불편한 표정을 눈치챈 모양인지 아까보다 많이 침착해져 있었다.


"그럼 누가 먼저 할 텐가?"


서로 눈치만 보는 무림맹 삼인방, 자색의 도포 자락이 슬쩍 위로 올라간다.


선생님에게 하듯 예의 바르게 손을 들고 자신을 지목해주길 기다리는 청년은 낙화검 청명.


뒤에서 노려보는 시선들에도 떠오르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남궁후다.


"좋네, 낙화검 청명 소협. 그래 누구와 해보겠나?"


"빈도는, 남궁연우 대협의 삼 초를 받겠습니다."


자신이 아니라 실망한 눈치의 남궁후, 지목된 남궁연우는 화풀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살벌하게 앞으로 나왔다.


스릉.


두말도 안 하고 칼부터 뽑아대는 남궁연우, 처음 만났을 때의 학자 같은 지적인 모습은 간데없다.


'어, 이거 잘못 골랐나?'


착해보이는 사람을 고르면 그나마 덜 힘들지 않을까 싶어 남궁연우를 지목한 청명이 곧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가주."


"으, 응?"


아직도 연무장 가운데 어정쩡하게 서 있는 남궁후를 부르는 남궁연우, 지은 죄가 있어서 남궁후가 말을 더듬거린다.


"뒤로 가시오. 형님."


갑자기 호칭이 형님으로 변한다.


남궁후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는데, 후딱 빠지는 게 아니라 어째 잔뜩 경계하고 있다.


"멀찍이 가시오."


"응? 어째서?"


"가까이 보이면 그쪽으로 휘두를 것 같소."


남궁후의 신형이 픽하고 제자리에서 사라졌다가, 장호의 뒤에서 나타난다.


뜬금없는 상승의 신법에 무림맹 삼인방도 당황하고 보고 있던 식솔들도 당황한다.


둘의 대화 내용을 안 봐도 짐작한 오방대주만 헛웃음을 짓는다.


"화산파의 청명입니다."


시작하기 전에 포권을 하며 예를 취하는 청명, 남궁연우는 덤덤히 칼을 휘두르며 인사를 받는데, 남궁세가의 두터운 검을 살벌하게 휘두르는 게 비무가 아니라 때려죽이러 나온 것 같다.


"남궁세가, 남궁연우일세."


"잘 부탁합니다."


거짓말도 못하고 분위기 파악도 잘 못 해도 끝까지 예의만은 바르다.


그 모습에 조금은 화가 누그러진 모양인지, 남궁연우가 한마디 툭 던져준다.


"전력을 다하는 게 좋을 것이네. 제대로 맞으면 한동안 못 걸을 테니까."


눈이 동그래진 청명이 급히 기수식을 잡는다.


남궁연우의 검은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궁연우의 두꺼운 검이 사선을 그리며 허공을 긋는다.


순식간에 검날이 맺힌 청색의 기운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퍼졌다가 이내 구름처럼 사방으로 피어오른다.


[운류검법(雲流劍法) 오의(奧義) 운포섬뢰(雲抱閃雷)]


"운포섬뢰!"


그래도 비무라는 사실을 잊은 것은 아닌지, 초식명을 불러주는 남궁연우다.


이미 사방이 푸른 구름으로 채워진 후에 말하는 건 늦은 것 같지만...


'설마 진짜로 하실 생각이신가?'


사방을 휘감은 구름은 단순히 기운을 풀어놓은 것이 아니다.


구름에 가려지는 남궁연우의 기척을 읽던 청명의 표정이 다급해진다.


이대로는 어디서 치는지도 모르고 당할 것이다.


구름너머로 어렴풋하게 느껴지는 기운은 한동안이 아니라, 영원히 못 걷게 해줄 기세다.


이기라고 했으면 기대도 안 했겠지만, 삼 초짜리 비무에 일 초도 못 견디는 건 화산의 제자로서 수치다.


청명이 이를 꽉 깨문다.


넘실거리는 자색의 검기가 자욱하게 깔린 청색의 운무를 헤치며 저녁노을 같은 빛을 뿜어낸다.


푸른 구름과 청명의 검기가 충돌하자 은은한 소리가 뇌성처럼 울려 나온다.


푸른 기운은 사람의 움직임을 막지는 않았지만, 검기의 흐름은 확실하게 차단하고 있는 듯, 구름을 일단 흩으려 뿜어낸 청명의 검기가 얼마 못 가서 구름에 묻혀 사라지고 만다.


아직 구름에 안긴 번개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밀리는 기분에 청명이 몸을 한번 크게 회전시키며 춤을 추듯 너울너울 검을 휘두른다.


노을 같은 자색을 띠던 청명의 검기가 새빨간 다홍색으로 변하며 기세가 일변한다.


[홍매검(紅梅劍) 삼초(三招) 낙화(落花)]


청명의 성명절기와 다름없는 절초다.


섬세하게 움직이는 칼끝을 따라서 순식간에 번져가는 붉은 매화검기는 푸른 구름과 격렬하게 충돌하며 구름을 분쇄하기 시작했다.


한번 땅을 밟고는 다시 풀쩍 뛰어올라 높은 곳에서부터 땅을 향해 뿌려대는 검기는 차라리 꽃 비에 가까웠다.


내리는 꽃 비에 구름이 사라져가고 그 뒤에 조용히 검을 앞으로 겨누고 있는 남궁연우의 신형이 드러났다.


"훌륭하다."


시작은 불만스러웠지만, 그 역시도 무인 칼끝으로 그려낸 한편의 그림에 마음이 동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리고 무인으로서 그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는 역시 하나뿐이다.


여전히 흩뿌리며 점점 더 진해지고 있는 붉은 꽃비.


춤을 추는 청명을 겨눈 남궁연우의 검이 앞으로 쏘아진다.


파직.


쏘아지는 뇌광, 청명의 검이 다급하게 수많은 매화를 피워내며 낙화의 마지막 변화를 일으킨다.


우르릉.


백색의 검기가 일으킨 먼지 구름이 주변 사람들을 덮치고, 큰 소리도 없이 충돌한 청명의 몸이 뒤로 가볍게 날아간다.


"엇!"


몸을 날려 그를 받으러 가려는 공오의 움직임보다 앞서서, 검기가 충돌하자마자 몸을 날린 듯 남궁연우가 청명의 몸을 안아 들었다.


청명은 이미 기절한 듯 몸을 축 늘어뜨리고 있다.


조심스럽게 외당의 대원에게 청명을 맡긴 남궁연우가 남은 두 사람을 돌아본다.


"다음은 누군가?"




잘 읽고 계신가요? 맞춤법이나 오타관련 사항은 알려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즐겁게 읽으셨다면, 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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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검은 전갈, 움직이다. 17.01.05 392 6 16쪽
41 목을 내놔라. 16.12.30 443 5 13쪽
40 본능에 충실한 전쟁. 16.12.29 497 5 12쪽
39 박쥐 날개를 단, 마(魔). 16.12.26 535 4 15쪽
38 (외전) 그 남자의 회고. 16.12.24 539 7 9쪽
37 인간을 버리다. (3) 16.12.24 538 7 8쪽
36 인간을 버리다. (2) 16.12.22 545 5 12쪽
35 인간을 버리다. (1) 16.12.21 513 6 10쪽
34 누군가를 위해 죽는 다는 것. 下 +2 16.12.19 654 6 15쪽
33 누군가를 위해 죽는 다는 것. 中 16.12.18 640 6 8쪽
32 누군가를 위해 죽는 다는 것. 上 16.12.17 585 6 12쪽
31 죽는다면, 당신의 품 안에서. 下 16.12.16 616 6 11쪽
30 죽는다면, 당신의 품 안에서. 上 16.12.10 710 7 10쪽
29 생존자 下 16.12.01 736 7 11쪽
28 생존자 上 16.11.25 743 8 10쪽
27 인적없는 산 속으로 下 16.11.24 760 9 9쪽
26 인적없는 산 속으로 上 16.11.23 881 9 11쪽
25 악마가 하지 않을 일. 16.11.21 852 9 11쪽
24 도사 우길(于吉). 참전(參戰) 下 +2 16.11.20 1,017 10 18쪽
23 도사 우길(于吉). 참전(參戰) 中 16.11.19 890 10 8쪽
22 도사 우길(于吉). 참전(參戰) 上 16.11.19 943 9 8쪽
21 흉착귀(胸鑿鬼). 개시(開始) 下 16.11.18 1,068 11 11쪽
20 흉착귀(胸鑿鬼). 개시(開始) 上 16.11.18 1,109 11 12쪽
19 반백년만의 재회. 16.11.17 1,130 10 9쪽
18 동방의 민간요법 16.11.17 1,222 8 14쪽
17 동굴 안의 살인자들 下 16.11.14 1,132 11 12쪽
16 동굴 안의 살인자들 上 16.11.13 1,173 1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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