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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랑쿤의 서재

혈마비록(血魔悲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백랑쿤
작품등록일 :
2016.10.26 09:10
최근연재일 :
2017.01.17 17:13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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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64
추천수 :
491
글자수 :
218,029

작성
16.11.13 21:32
조회
1,170
추천
10
글자
8쪽

동굴 안의 살인자들 上

오늘도 좋은 하루되셨길 OR 되시길~




DUMMY

남궁세가에서 비무가 벌어지고 며칠이 지난 어느 늦은 밤.


누구도 다 안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장강에 무수히 많은 무인도 중 하나.


깎아지는 절벽으로 둘러싸인 암석으로 된 무인도, 그 중간에 수풀로 가려 잘 보이지 않는 동굴이 하나 있다.


밝은 대낮에 배를 타고 근처에 가더라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잘 숨겨진 동굴.


낮이었다면 그곳에서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고, 겉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뭔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달이 구름에 가리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한밤중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그 동굴로 통하는 절벽을 오르는 그림자가 있다.


무공이 없는 인간이라면 돈을 줘도 시도하기 어려운 험한 지형을 맨몸의 그림자는 잘도 오르고 있는데, 어이없게도 어둠 속에서 언뜻 반짝이는 것은 그의 하얀 머리카락과 의복이다.


백의를 입은 백발의 노인이 인적 드문 험한 무인도의 동굴을 찾아들고 있는 것이다.


의아함을 느낄만한 시간은 잠시, 노인의 모습은 순식간에 절벽을 타고 올라 동굴을 가린 수풀 뒤로 사라진다.


"누구냐."


동굴입구에 선 노인, 그리고 그를 반기는 것은 어둠 속의 목소리.


고기라도 굽는 중이었는지, 뭔가 익어가는 냄새와 방금 꺼진 모닥불의 매캐한 냄새가 좁은 동굴을 가득 채운다.


"이거 참, 벌인 일을 보고 정신 나간 놈이라고는 생각을 했지만, 대뜸 반말이라?"


경고의 의미로 던져진 목소리를 상큼하게 무시하고 한 발짝 나오는 노인, 노인이 손가락을 한번 튕기자 방금 꺼진 것 같았던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삼매진화(三昧眞火), 그것도 수 장의 거리를 격하고 시전하는 삼매진화다.


백의 노인의 능력이 엄청난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한 수.


좁디 좁은 동굴은 순식간에 붉은빛으로 가득 차고, 동굴의 구석에 들짐승처럼 도사리고 앉은 남자, 적명의 붉은 눈동자가 드러난다.


"누구냐고 물었소."


자리에서 일어서며 다시 한번 물어보는 적명, 그의 주변으로 붉은 기운이 퍼져 나간다.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정체불명의 기운이 이제 형상을 이룰 정도로 강해져 있다.


"글쎄다. 합비에서 열 네 명, 장강에서 백여 명에 가까운 인명을 살상한 살인마를 찾아올 사람이 대체 뉘 있겠느냐?"


추적자.


적명은 그렇게 판단하고 바로 출수를 감행했다.


핓빛 그림자를 남기고 사라지는 신형.


오른손에 이제 한 몸처럼 익숙해진 붉은 수갑이 흉포한 기세로 노인을 향해 짓쳐든다.


노인의 못마땅한 표정을 마주하는 적명의 얼굴, 명백하게 드러나는 살의, 피가 흘러내릴 듯이 붉어진 눈동자다.


그러나 적명의 공격은 허공을 가른다.


놀라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구파의 장로와 버금간다는 오방대주도 피하지 못하고 마주해서 깨버려야 했을 만큼 빠른 공격이다.


하물며 적명의 능력은 이미 그때와는 다른 경지를 향해 나가고 있다.


헌데 노인은 마주하는 것도 아니고 간단하게 피해버렸다.


마치 어디를 공격할 것인지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그가 사용한 보법의 잔재가 적명의 발을 묶는다.


혈철로된 손톱이 거칠게 할퀴고 간 자리에 그제야 흐트러지는 붉은 그림자.


"혈영보...(血影步)"


익히 알고 있는 보법, 적명이 사부에게 배운 몇 안 되는 무공 중의 하나.


놀라는 적명, 노인의 모습은 어느 틈에 적명의 뒤에 나타나 손을 겨누고 있다.


죽이고자 했으면 얼마든지 죽였을 자세, 자신의 절대적인 우세를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하는지 노인의 말투에 여유가 넘친다.


"상상력이 좀 부족하구나, 살인마를 찾을 사람이 어디 추적자뿐이더냐?"


"그럼 누가 있단 말이오."


백의 백발에 단정한 수염, 신선과도 같은 노인의 얼굴이 순간 흉악하게 비틀어진다.


분명히 웃음인데, 지독히도 섬뜩하다.


그리고 선혈같이 붉어지는 눈동자.


적명의 그것과 똑같은 모습이다.


"살인자가 다른 살인자를 궁금해하지 말라는 법이 있더냐?"


적명은 바로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방금 전의 한 수, 결코 만만한 자가 아니다.


하지만, 무림에 적명과 같은 무공을 쓰는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배웠다.


그의 무공은 무림에서 용납되지 않는 종류의 것이었다.


[혈마공(血魔功)]


사람의 심장을 제물로 삼아 수련하는 무공, 거기에 익힐수록 수련자의 심성이 폭급해지다가 급기야 미친 살인마가 되고 마는 무공이다.


정파는 물론이고 비교적 무공을 익히는데 외법을 많이 허용하는 사파조차도 이따위의 무공을 받아들일 수 없다.


정사를 논함에 앞서는 거부.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마공이다.


적명의 사부가 하오문주라는 직위에도 강호에 드러난 그 흔한 별호 하나 없이 사는 것은, 그의 무공이 밝혀지면 벌어질 일들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무공을 수련하려면 적명이 일으킨 정도의 소란이 안 일어날 수가 없다.


하지만 적명이 아는 혈마공과 관련된 혈사는 사부가 일으킨 것과 자신이 벌이고 있는 일뿐이다.


대체 이자는 누구인가.


"누구... 시오?"


다소 누그러진 적명의 어투에 노인이 적명의 등에 대고 있던 손을 거둔다.


그와 함께 얼굴에 나타났던 이상한 징후들도 싸그리 사라져 초연한 노인으로 돌아온다.


"역시, 인신공양을 멈출 때가 되어서 정신이 제법 돌아온 모양이군."


여전히 적명의 말에는 한마디도 답하지 않고 자기 할 말을 늘어놓는 노인이다.


돌아서서 노인을 마주한 적명의 눈에 약간의 짜증스러운 기색이 보인다.


그것을 알았는지, 대놓고 못마땅한 표정이 되는 노인, 피차 살인자라고 밝힌 주제에 적명이 예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뉘시냐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멈출 때라는 건 무슨 말입니까. 이 무공은 일 년간..."


"도둑질해간 반푼이를 얻어 배우고 풍파를 일으킨 네놈의 사부 놈이 그렇게 가르치더냐?"


"지금 사부님을 모욕하는 것이오?"


"모욕? 네놈은 지금 그 물건의 본래 주인이 누구였는지나 알고 입을 놀리는 것이냐?"


"혈마공은 사부님의 독문 무공으로..."


"갈(喝)!!!!"


급작스럽게 변하는 노인의 기운, 사방으로 퍼지는 핏빛 안개에 동굴 안의 얼마 없는 집기들이 볼품없이 날아간다.


겨우 살아난 모닥불이 사방으로 흩어져 불씨가 동굴 안을 어지럽게 만든다.


적명의 희생자들이 하나같이 느낀 불길함, 인세의 것이 아닌 것 같은 기운, 그것을 적명은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저세상에서 올라온 것 만 같은 사이함, 걸음을 옮기기도 힘겹게 무거워지는 공기, 급격히 붉은 장막에 가려 어두워지는 시야.


그리고 그 가운데 유이하게 빛나는 두 개의 붉은 안광.


적명은 그 기세에 노인이 들어온 입구 쪽으로 밀려나고 만다.


"감히, 이것을 마공이라 칭했느냐. 감히?"


지옥의 사자 같은 형상으로 안광을 번뜩이며 한 걸음씩 다가오는 노인, 그의 입에서 비정상적으로 길게 솟아 나온 송곳니가 보인다.


인간의 것이 아니다.


쏱아지는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적명이 출수를 감행했다.


혈영보와 함께 돌진하여 혈수갑의 조공으로 이어지는 붉은 파도가 노인을 덮쳤다.


노인의 넓은 옷자락이 휘둘러지고 퍼져나오는 장력이 적명의 공격을 상쇄하며 폭음을 일으킨다.


힘의 차이는 명백, 충격풍이 적명이 있는 입구 쪽으로 일순간에 쏟아진다.


먼지투성이가 되어 잔뜩 긴장하고 자세를 다잡는 적명이다.


하지만, 노인의 기운은 나타날 때처럼 갑자기 사라진다.


"관두자, 네놈한테 화풀이해서 뭐 하겠느냐."


하고는 자리에 주저앉아버린다.


적명은 그에게 다가가야 하나를 고민하며 쭈뼛거리고 있다.


"노야는 혈마공과 무슨..."


"성혈공(聖血孔)이다. 감히 그 이름으로 칭하지 말아라."


혈마공이라는 명칭만은 참지 못하겠는지 적명의 말을 자르는 노인.


하지만 처음과 같이 분노한 것은 아니다.


"나는, 그 무공의 원류가 되는 일족의 마지막 생존자다."


적명의 얼굴은 그저 '뭔 소린지 모르겠다.'였지만, 노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간다.


"그리고 최후의 생존자지."




잘 읽고 계신가요? 맞춤법이나 오타관련 사항은 알려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즐겁게 읽으셨다면, 선작과 추천 부탁드려요.


작가의말

일주일이나 격조했습니다. 

개인적인 일이 너무 바빠서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더군요. 

다음 주에는 좀 낫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어제, 11월 12일 광화문에 갔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토록 평화로운 시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습니다. 

이 나라의 시민의식이라는 것이 이렇게도 성장했구나 싶었습니다. 

정치의 지향을 넘어서 그것만은 함께 축하를 하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앞으론 이렇게 연재주기가 늘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

다음화는 조금 긴 분량으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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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본능에 충실한 전쟁. 16.12.29 497 5 12쪽
39 박쥐 날개를 단, 마(魔). 16.12.26 535 4 15쪽
38 (외전) 그 남자의 회고. 16.12.24 538 7 9쪽
37 인간을 버리다. (3) 16.12.24 538 7 8쪽
36 인간을 버리다. (2) 16.12.22 545 5 12쪽
35 인간을 버리다. (1) 16.12.21 512 6 10쪽
34 누군가를 위해 죽는 다는 것. 下 +2 16.12.19 654 6 15쪽
33 누군가를 위해 죽는 다는 것. 中 16.12.18 640 6 8쪽
32 누군가를 위해 죽는 다는 것. 上 16.12.17 585 6 12쪽
31 죽는다면, 당신의 품 안에서. 下 16.12.16 616 6 11쪽
30 죽는다면, 당신의 품 안에서. 上 16.12.10 710 7 10쪽
29 생존자 下 16.12.01 736 7 11쪽
28 생존자 上 16.11.25 743 8 10쪽
27 인적없는 산 속으로 下 16.11.24 760 9 9쪽
26 인적없는 산 속으로 上 16.11.23 881 9 11쪽
25 악마가 하지 않을 일. 16.11.21 851 9 11쪽
24 도사 우길(于吉). 참전(參戰) 下 +2 16.11.20 1,015 10 18쪽
23 도사 우길(于吉). 참전(參戰) 中 16.11.19 889 10 8쪽
22 도사 우길(于吉). 참전(參戰) 上 16.11.19 943 9 8쪽
21 흉착귀(胸鑿鬼). 개시(開始) 下 16.11.18 1,068 11 11쪽
20 흉착귀(胸鑿鬼). 개시(開始) 上 16.11.18 1,109 11 12쪽
19 반백년만의 재회. 16.11.17 1,129 10 9쪽
18 동방의 민간요법 16.11.17 1,221 8 14쪽
17 동굴 안의 살인자들 下 16.11.14 1,132 11 12쪽
» 동굴 안의 살인자들 上 16.11.13 1,170 1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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