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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엘 님의 서재입니다.

숨지마. 내겐 다 보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해리엘
작품등록일 :
2023.04.11 14:30
최근연재일 :
2023.06.12 19:2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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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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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글자수 :
300,371

작성
23.06.0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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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달라진 평산

DUMMY

아무리 보안을 유지해도 정보는 새어나가게 되어 있어.


내가 사전 준비 명목으로 진단팀 전원을 모처의 호텔에 묶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곧 장비 사업부에서도 그룹 본사에서 진단팀이 온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는데, 그 시작은 예상대로 윤제환 실장이었지.


“사업부장님, 저, 윤제환입니다.”


“아, 윤실장! 이게 오늘 무슨 좋은 일이 있으려나, 어쩐 일로 기획실장께서 내게 전화를 다 주시니 말이야. 하하하!”


“자주 안부 전화도 드려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사업부장님.”


“회의 때 가끔 보면 되지, 뭐. 어떻게, 서이진 상무하고는 잘 지내고?”


“네, 뭐, 그럭 저럭···”


“결혼할 거면 빨리 해버려. 내가 회장께 말씀드려? 빨리 식 올려버리라고?”


“그것 보다는··· 드릴 말씀이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


“중요한 얘기야? 그럼, 오랜 만에 저녁 한번 할까?”


“아뇨. 그럴 일은 아니고, 조만간 사업부에 경영 진단팀이 내려갈 겁니다.”


“...”


“서이진 상무도 갈거구요.”


“지금··· 진단팀이라고 했나?”


“네, 그렇습니다. 오산에서 장비 사업부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모양입니다. 회장님께 직접.”


“그래서?”


“서상무가 과, 차장급 다섯명 정도 데리고 갈 건데, 뭐, 별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미리 아시고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전화드렸습니다.”


“꼴랑, 다섯명? 그것도 과장, 차장 나부랭이?”


“그러니 제가 말씀드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별 일은 없을 거라고. 그래도, 서이진 상무가 직접 가니까, 서상무 체면 봐서 사업부장님께서 적당히···”


“알았어. 이진이야 내 조카딸 같은 앤데, 사업부 구경 잘 시켜서 보내면 되겠군. 자네 처 될 사람이니 내가 신경 좀 쓰지.”


“하하하, 고맙습니다. 사업부장님.”


“윤실장도 평산 한번 내려와. 골프 한번 쳐야지?”


“네, 조만간 찾아 뵙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이병석 사장은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어. 말이 진단이지 감사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어떡하겠어? 꼬투리 잡혀서 좋을 일 없으니 그는 당장 사업부 임원회의를 소집했지 그리고, 본사에서 진단팀이 내려오니 혹시 꺼리가 될만한 것들이 있다면 빨리 정리하라고 지시했어.


임원들은 회의를 마치자 마자, 다시 부장회의를 소집해서, 똑 같은 지시를 내렸고, 그 부장들은 다시 부서로 돌아가 마찬가지 지시를 내렸어.


그렇게, 윤제환이 이병석 사장과 통화한 지, 딱 두 시간만에 장비 사업부 전체가 그 소식을 공유하게 된거야.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니냐고?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하지만, 나는 그걸 기다렸던 거야. 왜냐? 그들이 움직였거든. 소위, 켕기는 것이 있는 임원이나 간부들 말이야. 그들은 퇴근 후에 그 동안 모종의 거래를 지속해온 업자들을 만나서 입단속을 부탁했어. 꼬투리 잡힐만한 무언가 있다면 다 없애달라고 부탁했고.


하지만, 업자들이 그럴 리가 없었지. 세상 이치가 그렇거든. 돈을 먹였으면 그 증거와 기록을 남기는 법이거든.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게다가, 감사가 뜬다고? 더 좋은 기회였지. 목줄을 더욱 죄어댈 기회 말야.


물론, 겉으로는, 어이구, 상무님, 걱정마십쇼. 저, 입 무거운 거 아시지 않습니까. 그랬지만 말이야.


그걸 어떻게 알았냐면··· 오신애.


내가 페니 켓 & 컴퍼니의 조사부에 용역을 맡겼거든. 조만간 BJ 전자 장비 사업부 임원과 부장들의 저녁 식사가 빈번해질테니, 누구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파악해달라고.


물론, 서이진 상무에게 계획을 미리 보고했었는데,


“예산은 걱정 말아요. 얼마가 됐든.”


그녀는 시원스럽게 재가했지. 게다가,


“그리고, 이런 거, 나한테 일일이 미리 보고할 필요 없어요. 김과장이 알아서 하고 나중에 알려만 줘요. 법인 카드는 받았죠? 현금도 필요해요? 알았어요. 경리팀에 말해놓을게요.”


그야 말로, 전권을 갖게 된 건데, 그럴만 했지. 이병석 사장을 제거하는 일에 서이진 상무가 직접 개입했었다는 흔적을 남기면 안되는 거니까. 모든 것은 아무 것도 모르는 과장 나부랭이가 저지른 것이어야 했으니까.


그것도 내가 서상무에게 코치한 것이었는데, 물론, 일이 완전히 끝난 다음의 모든 치적은 개혁적인 후계자, 서이진 상무의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지.


드디어, 평산으로 떠나기 이틀 전, 나는 호텔에 묶여있던 팀원들에게 오늘 밤은 귀가해도 좋다고 말했어. 왜냐! 이미 소문이 다 났거든. 이제, 진단팀원들이 그 보안 실패의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졌으니 더 이상 호텔에 묶여 있어야 할 필요가 없어졌지.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이틀 후 평산에서 뵙겠습니다.”


나는 귀가 준비를 마치고 로비에 모인 팀원들에게 말했어.


그들은 처음 이 호텔에 들어왔을 때하고는 눈빛부터 달라져 있었지.


그 며칠 동안의 합숙 기간 동안, 나는 팀원들에게 그 프로젝트 계획서를 놓고 수많은 토론을 했는데, 그 수많은 토론을 관통하는 한가지는 명백했어.


명시적으로 그렇게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그건 바로,


우리는 서이진 상무의 친위대다.


물론··· 달리 말하면, 그들은 김우석의 친위대이기도 했는데, 완장을 차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였거든.


그래서, 그들의 눈빛이 마치 정말 나찌 친위대처럼 달라졌던 건데, 물론··· 정연이는 아니었지.


내가 서이진 상무를 언급할 때 마다 정연이 얼굴이 살짝 일그러지면서 불편해 했거든.


팀원들이 캐리어를 끌고 호텔문을 나서자 나도 귀가 준비를 하기 위해 내 방으로 올라가려고 돌아 섰어. 그런데.


“김우석!”


나간 줄 알았던 정연이 나를 불렀어.


그래서, 돌아섰는데 그 애가 캐리어를 끌고 걸어 와서는,


“말 좀 해.”


“뭔데? 해봐.”


그러자, 정연이는 대뜸,


“너, 잤어?”


“... 무슨 소리야?”


“서이진하고 잤냐고?”


“...”


갑작스런 질문에 말문이 막힌 내가 허,하고 기가 막히다는 듯, 그애의 시선을 피했는데, 정연이는 그런 내 표정을 놓치지 않았어.


“잤구나.”


나도 모르는 내 얼굴 어딘가의 변화, 아무리 안그런 척해도 내가 숨길 수 없는 내 얼굴의 어딘가를 정연이는 알고 있었던 거야.


어떻게 보면··· 당연하고 자연스런 일이었지. 내가 일년 내내 그 애 얼굴을 보고 있을 때, 그 애는 내 얼굴을 보고 있었으니까.


“네가 무슨 상관인데?”


어차피 감출 수 없는 거라면 그냥 밀고 나가자, 그런 심산이었는데,


“우석아, 너··· 그러면 안돼.”


타이르는 듯, 정연의 그 말에 나는 다시 살짝 부아가 치밀어 올랐어. 6년 전, 헤어질 때, 그 생각이 났었거든. 이별의 원인 말이야. 모텔··· 그 오빠라는 친구···.


그래서, 물었지. 정연이 그 애가 모욕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표정으로 말야..


“왜, 너는 되고, 나는 안되는 건데?”


“무슨 소리야?”


“그만하자. 사람들 본다.”


다행히 그 작은 호텔의 로비에 다른 사람은 없었지만, 어쨌든, 그런 얘기를 주고 받을 만한 장소는 아니었으니까.


“너, 내 말 안들었었구나.”


“무슨 말?”


“네가 내 처음이고 마지막이었다는 거··· 그거, 이해 못해? 무슨 말인지 몰라? 너, 바보야?”


“...”


사실, 그때 나는 내가 6년 전에 목격했던 그 장면들에 대해, 내가 뭔가 오해했을 수 있다는 생각은 있었어. 하지만, 나는 그 오해의 가능성을 애써 부정했는데, 그래야, 정연이 그 애를 내 가슴 속에서 밀어낼 수 있었거든. 그리고, 그 노력은 상당히 성공적이었지.


“알아. 그래서, 내가 미안하다고 했잖아? 아냐?”


“너, 설마··· 서이진을··· 사랑··· 그런 건 아니지?”


“아냐··· 그런 거, 다신 안해. 정나미 떨어졌거든.”


“그래··· 다행이네.”


··· 다행이라고?


“서상무가 어떤 여자인지는 내가 더 잘 알아. 너, 갖고 노는 거야. 그래, 갖고 놀라고 해. 괜찮아. 하지만···”


“...”


“나는 너 포기 못해. 아냐, 포기할 수가 없어. 기다릴게. 서이진이 너 갖고 놀다 버릴 때 까지.”


“...”


“간다. 평산에서 보자.”


그리고, 정연이는 뒤돌아 호텔 문 밖으로 걸어 나갔는데··· 나가서 사람 안보이는 골목같은데 주저 앉아 울었는지도 모르지. 6년 전, 그 한강 공원에서 헤어졌을 때 처럼 말야.


그때는 그냥 말의 상처였을 뿐이지만 이번에는 더 심했거든. 다른 여자, 그것도 자신이 어쩔 수 없는 BJ 그룹 회장 딸하고 잤다는 것을 내가 인정해버렸으니 말야.


솔직히··· 그때,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어. 내가 이렇게 까지 나오는 데도 나를 포기못하겠다고 하는 그애를 말야. 그저, 집착이라고 넘겨버리기에는 뭔가, 그건 아닌 것 같았어. 하긴, 세진 대학교에서의 그 1년이 그럴 만은 했어. 정말 뜨거웠었거든. 장소가 어디든, 보는 눈만 없다면 우리는 곧 바로 한 몸이 되었었으니까.




드디어, 평산으로 갔어.


서이진 상무가 내어준 회사 차량으로 나는 하루 먼저 도착했는데, 업무 준비 목적도 있었지만, 평산을 한번 돌아 보고 싶었거든.


정말 많이 변해 있더군. 아니. 변한 게 아니라, 그냥 다른 도시였어. 어디가 어디였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말야.


지도를 보면 저기쯤이 그 당근 밭이었을 것 같은데, 그곳에는 아파트가 들어 있었고, 저기 쯤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골을 뿌렸던 강가였던 것 같은데, 정비 사업 때문인지 예전의 그 모습이 아니어서 정확히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겠더라고.


그 철교를 갔었냐고? 내가 세인이하고 뛰어 내렸던 그곳 말인가?


아니, 안갔어··· 못갔다고 하는 게 맞겠군. 아직 때가 아니었거든. 하지만, 나는 곧 그 자리에 다시 서게 될거야. 우리 가족의 복수를 끝마치게 되는 그 날 말이야.


그래서··· 세인이를 다시 만나야지.


그러면, 그애는 저기에서 부터 전속력으로 달려 올거야.


우석아!


그렇게 소리치면서 말이야. 남학교와 여학교로 갈라졌던 중학교 때부터 하교길에 나를 발견하면 늘 그랬던 것 처럼 말이야.


그리고,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또 재잘 재잘 대겠지. 그때 처럼.


그러면, 나는 또 그때처럼, 그 애의 얘기를 듣다가, 야, 가방 이리 줘. 아씨. 졸라 무겁네, 너, 도시락 안먹었냐? 그럴 거고.


“너, 내 친구들이 소개시켜달라는데, 관심있어?”


“없어.”


“정말?”


“정말로. 너는?”


“나?”


“소개시켜줘? 내 친구들?”


“야, 징그럽다. 꺼내지도 마.”


그때, 우리 둘은 평산의 하이틴 스타였어. 남자는 김우석, 여자는 김세인.


혹시라도 우리둘 중 하나라도 누군가를 만난다면 단박에 평산 전체에 소문이 날 것이 뻔했을 정도였지.


나중에, 세인이하고 내가 누군가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면, 그 누군가가 분명히 평산의 누구는 아닐 거라는 걸 우리 둘은 알고 있었어. 내가 아무리 눈높이를 낮춰 봐도, 도대체 평산 바닥에는 세인이하고 어울릴만한 남자가 눈 씻고 봐도 없었거든.




어쨌든, 다음 날.


정연을 비롯한 네 명의 팀원들이 각자의 차를 몰고 호텔에 도착했어.


체크인을 하고 우리는 검은 정장으로 갈아입고, 간단히 미팅을 했지. 그리고, 서이진 상무의 도착 시간에 맞춰 장비 사업부로 이동했어.


최원섭 차장이 운전하는 검은 색 밴을 타고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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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박신호가 앉아 있다 23.06.12 85 0 12쪽
» 달라진 평산 23.06.09 14 0 12쪽
57 친위 쿠데타 23.06.06 24 0 11쪽
56 너, 어쩌려고 그래? 23.06.03 26 0 11쪽
55 징계 대상자는 정해져 있다 23.06.02 33 0 10쪽
54 사표, 나도 써야 되나요? +2 23.06.01 106 1 9쪽
53 홍콩에서 온 클라라 23.05.31 46 0 10쪽
52 타지마 23.05.29 37 0 9쪽
51 하필, 일식 23.05.28 29 0 9쪽
50 나, 너 포기못해 23.05.27 30 0 8쪽
49 불편한 데킬라 23.05.26 26 0 12쪽
48 나 좀 만나 23.05.25 25 0 10쪽
47 여자의 육감 23.05.24 39 0 9쪽
46 5분만 23.05.23 27 0 9쪽
45 갑작스런 키스, 아침부터 23.05.23 25 0 11쪽
44 다시 만난 정연 23.05.21 25 0 11쪽
43 드디어, 서병률을 만났다 23.05.21 19 0 12쪽
42 나, BJ 간다 23.05.19 24 0 12쪽
41 갑작스런 물속의 키스 23.05.18 27 1 11쪽
40 살사 출 줄 알아요? 23.05.17 27 1 11쪽
39 서이진, 마이애미 23.05.16 32 1 12쪽
38 내 목숨을 구한 것은 우랑바리 23.05.15 29 1 12쪽
37 미시간의 영웅 23.05.13 29 1 13쪽
36 자작나무 숲, 포레스트 23.05.12 30 1 12쪽
35 살벌한 결혼 서약 23.05.11 29 1 11쪽
34 히말라야의 악마 23.05.10 28 1 10쪽
33 신과의 내기 23.05.09 33 1 13쪽
32 우랑바리 노인이 알려준 진실 23.05.08 39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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