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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엘 님의 서재입니다.

숨지마. 내겐 다 보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해리엘
작품등록일 :
2023.04.11 14:30
최근연재일 :
2023.06.1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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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글자수 :
300,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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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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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히말라야의 악마

DUMMY

“뭐해, 이놈아! 당장 찻잔을 꺼내지 않고!”


호통을 치길래, 멋쩍어진 나는 손을 주전자 안으로 넣었지. 그랬더니,


“손대지 말라니까!”


또, 그러는거야.


그때, 아, 지금 이 노인네가 내가 이미 갖고 있는 능력을 직접 써보라고 하는구나, 그 생각이 들더군. 그래서, 나는 주전자를 노려보고는 두 손을 그 위의 허공에 올려놓았지. 우랑바리 바라야, 주문을 외우면서.


그랬더니, 노인이 나지막히 말하더군.


“그건 외울 필요없고.”


그러니까, 내가 허공에 손을 올려놓은 것이 맞기는 맞다는 얘기였지.


나는 정신을 집중했지.

손을 주전자 위의 허공에 올려놓은 채.


1초,


2초,


3초···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


주전자 안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둥실하고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거야. 그 찻잔 말이야. 허공에 떠서.


나는 놀랐지만, 끝까지 정신을 집중하고 손을 움직여, 그 찻잔을 노인의 앞에 내려놓았지. 사뿐히.


그랬더니, 그제서야 노인이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앞에 놓인 찻잔을 들더군.


한 모금 마시고는,


“이건 교육 목적이니까, 2백년에서 까지 않도록 하겠다.”


너무 신기했던 나는 내 손을 들어 보았어. 무엇이 더 가능할까, 이걸로 저 문을 열 수도 있을까?


나는 문 쪽으로 손을 뻗었어. 그랬더니, 문이 벌컥 열리더라고. 바깥의 찬 바람이 세차게 밀려 들어왔고.


쉬이이잉!


“어허! 춥다.”


노인이 노려보더군. 그래서, 나는 다시 내 손을 끌어 당겼지. 그랬더니, 문이 쾅,하고 닫혔는데....


너무 신기한 체험에 난 내 두 손을 들고 바라보았어. 그랬더니, 노인이,


“200년 빼기 3일.”


그래서, 내가 물었어.


“혹시 다른 건 또 없습니까?”

“뭐, 말이냐?”

“그러니까··· 어떤 능력이 더 있는지···”


대답이 없더군. 그래서, 내가.


“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으신 게 있다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예를 들어, 근무 중 유의사항이나, 어떤 능력들들이 있는데, 그걸 쓸 때는 뭘 조심해라, 그런 거···”


노인이 정색을 하고 말하더군.


“악마 입문과정이 있는데, 거기 들어갈래? 한 백년쯤 걸릴텐데.”

“그건···좀”


노인이 다시 찻잔을 들며 말하더군.


“나도 널 거기 보낼 생각없다. 임시직 주제에···”

“...”

“차차 알게 될테니 조급해하지 마라. 그리고.”


노인은 나를 노려보면서 말했어.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내 앞으로 몸을 잔뜩 기울이고 말이야.


“너, 내가 못볼 거라고 생각하고 함부로 행동하지 마라. 숨지도 말고, 도망가지도 마라. 명심해. 내겐 너의 모든 것이 다보인다는 걸 말야.”


그리고는 두 손가락을 자신의 두 눈에 대었다가 내게로 향했어.


“...알겠습니다.”


내 마음을 다 읽고 있었던 거야.


내가 어릴 때부터 장난끼가 좀 있었어. 아니, 많았지. 예를 들어, 아이스께끼 같은 거. 이걸로 그거하면 재밌겠다, 그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하여튼,


나는 그곳에서 며칠 더 있었어. 노인도 말벗이 생기니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 그야말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얘기들을 많이 해줬지.


옛날 이야기도 해줬고.


예를 들어, 자신이 처음 했던 인간들의 언어가 아프리카 새브라힐리어였었다고 하더군. 9만 8천년 전에 말이야. 처음 인간을 아프리카 동쪽에 만들어 놓았을 때 그 인간들이 사용했던 언어가 그 새브라힐리어였다면서.


그때는 인간들이 요즘 같지 않아서 참, 순진했었다는 얘기같은 것들이었는데, 자세하게는 옮기지 않겠네. 그것도 천기 누설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일세.


“자, 이제 가거라.”


결국 정들었던 그 우랑바리 노인과 이별의 순간이 온거지.


“언제 또 뵐 수 있을까요?”

“필요하면 불러. 언제든지. 아니면, 그냥 돌아오던지.”


물론, 그럴 수는 없지.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250년을 굴러야 하니 말이야. 아버지와 함께 말야야.


나는 그 암자를 내려와 다시 그 평원을 걷기 시작했어. 이승가는 쪽으로 말이야. 그러다가, 돌아봤는데, 그 노인과 암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이미 사라졌더군.


나는 그 노인이 서있던 곳을 향해 합장을 하고 고개를 숙였는데, 그때, 다시 그 눈폭풍이 몰려왔어.


휘이잉! 휘익! 휘이이!


도저히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말이야.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산위의 그 바위 틈에 웅크리고 있었어.


꿈을 꾸었던 것 같다고?


그건 확실히 아냐. 다리를 세게 꼬집었더니 무지하게 아팠거든. 그리고, 그 눈폭풍 속에서도 추위를 전혀 느끼지 못했어. 배고픔이나 갈증도 느끼지 않았고. 전혀.


나는 이미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던거야.


나는 몸을 일으켰지. 그리고, 마치 동네 뒷산에 다녀오는는 사람처럼 그 히말라야의 산을 내려왔어.


그때, 누가 나를 봤다면 히말라야의 악마가 나타났다고 소리쳤을거야. 틀림없이.



히말라야를 떠난 나는 곧바로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어. 그 여덟 시간 동안의 비행기 안에서 나는 복수를 구상했어. 어떻게 하면, 그 놈들에게 바람처럼 날아가 비수처럼 가슴에 꽂힐까, 그 구상 말야. 아주 치밀하게.


악마의 초능력으로 확 다 잡아 죽이면 되지 않겠냐고?


아냐. 그건 너무 싱거워. 게다가, 시간은 많아. 2백년이 있으니까. 사실, 좀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는 했는데, 내 능력이 그 정도는 아니었어. 악마이기는 해도, 9급 임시직이었거든.


물론, 내가 악마의 능력을 쓸 때 마다, 그 우랑바리 노인이 그 2백년에서 까나가겠지만, 그래도, 5십년은 남지 않겠어? 아니면, 다만 2십년이라도. 그러니, 단기전으로 갈 필요는 없었지.


천천히, 마치 독을 품고 있는 괴생명체처럼 그들의 몸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었어. 그리고, 서서히 말려죽이는 거지. 완전히 껍데기만 남을 때까지 몸 안의 모든 것을 빨아먹으면서 말이야.


그런 구상을 하다보니, 여덟 시간의 비행이 금방 끝나더군.


근데, 그때 인천공항을 나오다가 내가 누굴 만났는지 아나? 터미널에서 말야.


“어머, 오빠!”


누가 불러서 돌아봤더니, 성우향, 그애였어. 춘향이 말야. 정연이에 대한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던 그 쌍··· 이제 욕을 할 필요도 없지. 다 끝난 일이니까.


해외 여행가는 길이었나봐. 옆에 어떤 젊은 놈이 서있더군.


“어디··· 멀리 갔다 오는 길인가 봐요?”


내 모습을 보더니 그렇게 말하더군.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말야.


그럴 만 했지. 거지 꼴이었거든. 수염도, 머리도 길었고, 아마, 옷에서 쉰내도 났을거야.


“응. 좀 먼데···”


저승 바로 앞까지 갔다 왔으니까, 멀기는 멀었지.


“어디··· 가니?”

“일본. 방학 끝나기 전에···”


그러면서, 내게 미안한 표정을 짓더군. 좀 떨어져서 멋쩍게 서있는 남자 녀석을 신경쓰면서 말이야.


“미안해, 오빠.”

“...뭘?”

“난, 오빠 기다렸는데, 애들이 서울을을 떠난 것 같다고 해서··· 통 연극회도 안나오고. 내가 나쁜 년인 거 알아. 하지만··· 내 마음 알지, 오빠?”


뭘 안다는 건지, 당췌.


“아냐, 내가 나쁜 놈이야. 그러니까, 나 잊고 여행 잘 다녀와.”


그러자, 그애는 이몽룡을 배신한 춘향이처럼 변학도에게 달려갔어. 금방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슬픈 표정으로.


근데 말야.


그날 그애가 탔던 일본 삿포로행 비행기는 목적지로 가지 못하고 결국 인천 공항으로 회항했지. 중간에 엄청난 난기류를 만났거든. 그래서, 승객들 모두가 전부 똥물까지 토해내는 대소동을 겪은 후에 말야.


그 춘향이도 그랬지. 아침에 먹은 순한 맛 카레라이스를 마지막 한방울까지 토했는데, 알다시피, 그게 누런 색이잖아? 그래서, 그 애의 토를 뒤집어쓴 그 남자 녀석이 그렇게 생각했을거야.


얘가 똥을 처먹고 왔나?


내가 그랬냐고? 아니, 나도 신문보고 알았어.


뭐,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말야.


그래서, 돌아와서 뭘 했냐고?


흠, 일단 학교를 그만두었지. 세진대학교 말이야.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거든.


그 대신, 유학을 떠났어. 미국으로.


히말라야에서 돌아온 내가 갑자기 미국 유학을 가겠다고 하니, 역시 신장이와 신애가 다시 정신없어 하는 눈치더군.


“미국은··· 왜?”


신애가 물었지. 캐트 말야.


“말했잖아. 공부하려고.”

“... 공부? 무슨 공부?”

“이것 저것.”

“언제 올건데?”

“글쎄, 한 3,4년 걸리지 않을까?”

“떠나는 건?”

“이번 달에.”


신애는 도대체 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한 표정이었지만, 신장이는 더 묻지 않았어. 내가 한다면 하는 사람인 걸 아니까.


“형, 가기 전에 부탁 하나만 하자.”

“말해. 뭔데?”


그러자, 신장이는 멋쩍은 표정으로 신애를 돌아보았지. 그러자, 신애 얼굴도 갑자기 붉어졌고.


흠! 하고 목을 가다듬은 신장이가 용기를 내어 말했는데,


“형, 주례 좀 서주라.”


이번에는 내가 말문이 막혀버렸지. 아직 정신을 못차린 상태에서 묻는다는 것이 그만,


“결혼? 누구하고?”


신애가 황당한 표정으로 노려 보더군.


“아니, 내 말은··· 갑자기, 결혼 주례를 서달라니까··· 너희들, 결혼식 올리려고?”

“응.”

“뭐, 그럴 때가 되기는 했지··· 근데, 나보고 주례를 서달라는 건 또 뭐냐?”


그애들이 그동안 많이 생각하고 많이 얘기를 나눴었다고 하더군.


이렇게 계속 동거를 하느니, 결혼식을 올리자고. 대신, 그럴듯한 결혼식은 나중에 주식으로 큰 돈을 왕창 벌게 된 다음에 그때 폼나게 올리기로 하고, 우선은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는 걸로.


근데, 주례가 있어야하지 않겠어? 증인도 한명 필요하고. 그래서, 내게 부탁하기로 했던 건지. 근데, 내가 갑자기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니 더 이상 미룰 시간도 없게 돼버린 거야.


“프로포즈는?”


신장이에게 물었는데, 신애가 대답했어. 반지낀 손가락을 들어보였거든.


“그래. 좋아. 내가 뭘하면 돼?”


그래서, 다음 날 우리는 교회로 갔어. 서울 명동에 있는 그 교회 알지? 거기로 말야. 결혼식 올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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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징계 대상자는 정해져 있다 23.06.02 32 0 10쪽
54 사표, 나도 써야 되나요? +2 23.06.01 105 1 9쪽
53 홍콩에서 온 클라라 23.05.31 46 0 10쪽
52 타지마 23.05.29 3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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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나, 너 포기못해 23.05.27 30 0 8쪽
49 불편한 데킬라 23.05.26 26 0 12쪽
48 나 좀 만나 23.05.25 25 0 10쪽
47 여자의 육감 23.05.24 39 0 9쪽
46 5분만 23.05.23 2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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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다시 만난 정연 23.05.21 25 0 11쪽
43 드디어, 서병률을 만났다 23.05.21 19 0 12쪽
42 나, BJ 간다 23.05.19 24 0 12쪽
41 갑작스런 물속의 키스 23.05.18 27 1 11쪽
40 살사 출 줄 알아요? 23.05.17 27 1 11쪽
39 서이진, 마이애미 23.05.16 31 1 12쪽
38 내 목숨을 구한 것은 우랑바리 23.05.15 29 1 12쪽
37 미시간의 영웅 23.05.13 28 1 13쪽
36 자작나무 숲, 포레스트 23.05.12 29 1 12쪽
35 살벌한 결혼 서약 23.05.11 29 1 11쪽
» 히말라야의 악마 23.05.10 28 1 10쪽
33 신과의 내기 23.05.09 33 1 13쪽
32 우랑바리 노인이 알려준 진실 23.05.08 38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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