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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엘 님의 서재입니다.

숨지마. 내겐 다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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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엘
작품등록일 :
2023.04.11 14:30
최근연재일 :
2023.06.1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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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371

작성
23.05.1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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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서이진, 마이애미

DUMMY

그때, 그 사건 이후로 나의 우랑바리에 대한 믿음은 더욱 굳건해졌지. 한편, 두렵기도 했고.


“숨지마. 도망가지도 말고. 내게는 다 보여. 네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그 우랑바리 노인, 절대 빈말이 아니었던거야.


그 노인은 지금도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거야, 틀림없이.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일세.


자네··· 왜 갑자기 방안을 휘둘러 보지?


겁먹을 필요 없어. 알고보면 그 우랑바리 노인이 그렇게 무서운 사람··· 참, 사람은 아니군. 하여튼 무서운 존재만은 아니니까. 장난끼도 좀 있고, 귀여운 구석도 있지.


하여튼, 나는 그렇게 미국 유학 생활을 보냈는데, 굳이 그 비슷한 경험 몇가지를 더 얘기하자면, 내가 미국 대통령 암살 계획을 미리 탐지하고 그 조직을 일망타진했다던가, 유엔 본부 건물 폭파 계획을 무산시켰다던가, 하는 것들이 있지만, 그런 사소한 얘기들은 그냥 넘어가는 것으로 하겠네. 중요한 문제 아니니까 말이야.


그게, 왜 중요한 문제가 아니냐고?


그럼, 내가 묻지. 자네는 그게 내 복수 이야기에서 어떻게 중요하다는 말이지? 이해가 안돼서 묻는 걸세.


넘어 가겠네.


그래서, 드디어 마지막 졸업을 앞둔 3월이 되었지. 자네도 알겠지만, 미국의 학기는 5월에 끝나지 않나? 그러니까, 대충 5월 졸업식을 앞둔 스프링 브레이크 때였지.


신장이한테서 이메일이 온거야.


BJ 그룹의 서이진 상무가 중남미 출장 중인데, 모월 모일 마이애미에 들를 예정이라고 말이야. 그 마이애미에 BJ 중남미 지역 헤드 쿼터가 있었거든. 마침 스프링 브레이크 때여서 나는 즉시 마이애미로 날아갔지.


서이진 상무가 누구냐고?


서병률이 딸.


배다른 오빠가 하나 있지만, 서병률이가 자신의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는 딸.


왜냐··· 본처 소생이거든. 그 배다른 오빠 녀석이 좀 멍청하기도 했고. 그래서, 서병률이는 그 서이진에게 경영수업을 시키고 있는 중이었지. 중남미 출장도 그래서 보낸 것이었을테고.


나이라···


그러고 보니··· 자네 기억력이 형편없군. 내가 서이진에 대해서 이미 얘기를 했었는데···


언제였냐고?


내가 계곡 갈비에서 일할 때. 그때, 서병률이가 김승렬이 딸이 자기 딸 이진이하고 동갑이라고 했던 말, 기억 안나나? 내 아버지를 모욕하면서 말야.


왜 내가 그 서이진을 타겟으로 삼았느냐!


그때, 그 계곡 갈비에서 나는 서병률이 대갈통을 내려다보며 그렇게 다짐했었지.


내가 네 놈의 새끼 딸도 세인이하고 똑같이 만들어주겠다. 아니, 더 처참하게. 반드시.


또 하나 이유가 있지. 서이진을 타겟으로 삼은 현실적인 이유.


그 네 놈들이 서로 엮여있는 끈들의 중심에 그 서이진이 있었거든.


윤성섭이 알지? 그 검사 새끼말야? 그놈의 아들이 윤제환이야. BJ 그룹 경영기획실장. 서이진과 정혼한 사이.


알겠지만, 서병률이 그 놈이 사업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비리와 불법을 저질렀겠어? 그걸 다 막아주고 있는게 윤성섭, 그 놈이거든. 그러니, 제 딸에게도 그런 방패막이를 세워둔 거지.


윤성섭 그 놈의 아들 윤제환을 사위로 둔다면, 대한민국 검찰 중의 어떤 놈이 감히 BJ를 건드리겠냐, 그런 생각으로 말이야.


게다가, 윤성섭, 그 놈은 내가 전에도 말했지만, 정치에 뜻이 있었어. 그걸 서병률이 지원하고 있었지. 뭘로? 돈으로. 그리고, 인맥으로.


정치쪽 인맥을 연결해주는 데는 박세출도 한 몫하고 있었지. 그 놈이 언론 쪽이잖아. 그러니, 자연스럽게 정치판의 중진들에게 타고 들어가기는 안성맞춤이었지.


구본일? 그건 그냥 월급쟁이고. 물론, 그냥 월급쟁이는 아니고, 서병률이 오산그룹에 박아놓은 빨대.


어쨌든, 그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좌우지간 나는 마이애미로 날아갔어.


만나서 뭐 하려고 했냐면··· 좋은 질문이야. 멍청한 질문이기도 하고.


당연히 유혹하러 갔지. 쉽게 말해, 꼬시러. 그애를 타고 BJ의 심장부로 들어가기 위해서.


BJ에 입사 시험 볼 생각은 안했냐고?


흠! 내가 딱 그 질문까지만 받아주겠네.


간단하게 말해서, 물론,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말야. 그렇게 말단 사원으로 들어가서 어느 세월에 BJ를 찢어발겨 놓겠어? 안그런가?


뭐, 그렇다고 마이애미에 가서 그 애를 만나서 어쩌고 저쩌고 할 생각은 없었어. 그냥 살짝 내 존재만 그애의 머릿속에 심어놓고만 올 생각이었지. 겨자씨 한알 만큼만 말일세. 그것이면 충분했으니까.



마이애미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나는 BJ 그룹 마이애미 법인에 전화했어.


“헬로, BJ”


한국인 여직원이 받더군. 발음 들어보면 알아.


“꽃배달 서비스입니다. 한국 BJ 본사에서 오더하신 꽃을 배달하려고 하는데, 서이진 상무님 호텔 정보 좀 주시겠어요?”

“... 본사, 어디요?”

“잠깐만요··· 경영기획실 윤제환 실장님으로 되어있네요.”

“아, 그래요? 근데···”

“배달 주소는 BJ 마이애미에 알아보라고 하던데, 곤란하시면 그쪽에 다시 알아보죠. 서울이 지금 한밤중이지만, 뭐···”

“아녜요. 알려드릴게요. 어디냐면요···”

“아, 그 호텔이군요. 도착하시기 전에 갖다 놓으라고 했는데, 오늘 저녁 체크인 하시는 거 맞죠?”

“네, 맞아요. 공항 도착이 오후 5시니까, 그 정도 시간에 배달하시면 될거예요.”

“그래야겠네요. 수고하세요.”


통화를 끝내고 시계를 보니, 오후 2시. 시간은 충분했지.


나는 곧장 근처의 대형 쇼핑몰로 갔어.


꽃사러 갔냐고?


꽃은 왜···?


아, 그거. 그건, 정보 수집 차원에서 그냥 던진 말이었고.


내가 왜 쇼핑 몰로 갔냐면, 일단은 너무 덥더군. 마이애미 말야. 그래서, 에어컨 팡팡 나오는 쇼핑 몰로 갔었지. 내 옷도 사야했고.


인디애나의 3월은 아직 겨울옷을 벗어버리기에는 좀 쌀쌀했지만, 마이애미의 3월은 인디애나의 겨의 한여름 날씨였거든. 그래서, 나는 쇼핑 몰에서 이것 저것 에메랄드 빛 카리브해에 어울리는 옷들을 사가지고 호텔로 돌아왔지.


서이진하고 같은 호텔이었냐고? 당연히 아니지. 끕이 다른데.


나는 별 두개짜리, 서이진은 별 다섯개.


그래도, 마이애미 해변 쪽이었던 거는 마찬가지였고.


그때, 내가 묵고 있었던 호텔이 말일세, 가운데에 수영장이 있고 그 주위로 3층 높이의 객실들이 빙 둘러있는 곳이었는데, 그래서, 좀 시끄러웠지. 그 수영장에서 낄낄 깔깔대고 있는 대학생 애들 때문에 말야.


뭐, 다 그러자고 온 애들이었지만... 스프링 브레이크였거든. 중간 고사 끝나고 어디든 여행을 떠나서 해방감을 만끽해야 하는 스프링 브레이크. 피임 도구 꼭 챙겨야 하는.


쇼핑 몰에서 사온 옷들을 이것 저것 들쳐보던 나는헐렁한 셔츠와 바지를 입었지. 둘 다 흰색이었는데 그건 다 이유가 있었어.


검은 색 선글라스까지 끼고 나니, 궁금해지더군. 이 패션이 먹힐까, 그게 말이야.


그래서, 나는 문을 열고 나갔지. 마치 어디 외출하러 나가는 사람처럼.


수영장 안이나 밖에 있는 여학생들 쪽으로는 눈길 하나 보내지 않고. 아니, 사실은 선글라스 뒤에서 그애들을 곁눈질하면서.


역시··· 반응이 오더군.


열명 남짓이었는데, 전부 내쪽을 쳐다보고 있는거야.


이게 웬 물건이냐, 그런 표정으로.


나는 무심코 그애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 그랬더니, 금방 물에서 나온 애는 긴 금발 머리를 뒤로 넘기면서 내게 입술을 내밀었고, 어떤 애는 마릴린 몬로같이 유혹적인 포즈를 취했는데···


괜히 나왔다 싶더라고.


잘못하면 내 방앞에 진을 치고 있는 그애들에게 막혀 나는 방에서 꼼짝도 못하고 갇혀버릴 것 같았거든.


그래서, 그냥 그 호텔을 서둘러 빠져 나왔어. 원래는, 아, 뭘 까먹고 나왔네, 그러면서 다시 방으로 돌아가 낮잠이라도 때릴 생각이었는데, 그랬다가는 내 방의 위치가 그 애들한테 노출될 거 같았거든.



뭐···라고 했나?


그 마이애미가··· 김정연씨하고 신혼여행오려고 했던 데 아니었냐고?


흠!


또 그 얘기를 다시 꺼내면··· 내가 자네 입을 찢어놓겠네. 재봉틀로 박음질을 하든지. 약속하지.


자네 말야. 설마, 내 아버지가 지옥으로 떨어지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


아니라니 다행이군. 주의하게. 입 찢어지기 싫으면.




하여튼, 그래서···


에이! 그만 하겠네. 기분 잡쳤어!

자네라면 안그렇겠나? 지금 다른 여자 꼬시러 마이애미까지 갔는데, 옛날 여자 얘기는 왜하고 지랄이냐 말이야. 그것도, 좋게 헤어졌어? 아니잖아? 근데, 왜 이 시점에···


알았어. 그렇게 사과하니, 내가 참지.


후우!


하여튼, 그래서···


나는 그 서이진이 있는 그 호텔로 갔어. 회사 사람들하고 저녁을 먹고 이제는 호텔로 돌아왔겠다 싶은 어둑한 시간에 말이야.


마이애미 비취에 있는 아주 크고 비싼 호텔이었는데, 그런 호텔들은 바다 쪽으로 수영장이 있고, 자연스럽게 그 공간이 비치로 연결이 되어 있거든. 나는 거기에서 기다렸지.


서이진, 그 여자가 나오기를 말이야.


분명히 나오게 돼있어.


생각해보게. 마이애미에서 딱 1박이야.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서 바다 쪽으로 로비를 걸어가면 자동 유리문이 열리고, 그러면 곧 수영장이고, 그 수영장 옆에서 뭔가를 마시고 있는 남녀들 몇만 통과하면 바로 파도소리 들리는 밤바다인데··· 발에다 모래 한번 안묻히고 그냥 자고, 다음날 공항으로 가버린다? 말이 되나? 반드시 나오게 돼있어.


근데··· 안나오더군. 한참 기다렸는데도.


초능력을 한번 써?


근데, 어떻게? 그 호텔에 불을 싸지르면 나오기야 하겠지만, 그건 아니고.

일단은 더 기다려보는 수 밖에.


무슨 계획이었냐고?


파도소리 들리는 그 조용한 밤바다 모래 위에 내 옷을 벗어놓을 생각이었어. 서이진이 걸어오고 있는 앞에다 말이야. 이제 왜 내가 흰 옷을 선택했는지 이해가 가나? 그냥 지나치면 안되니까.


그럼, 그애가 그 옷을 발견하고 주위를 둘러볼거야.


“누구··· 옷이지?”


그런 표정으로 말이야.


옷을 집어 들을 수도 있겠군. 주인없는 이태리 베르사떼를 말이야. 그럼, 이게 그냥 누가 버린 옷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거야. 촉감이 다르거든.


그때, 내가 푸!하고 물 위로 모습을 나타내고는 그 애 쪽으로 걸어가는 거지.


첨벙, 첨벙!


알지? 나, 몸좋은 거.


그애는 나를 쳐다보게 돼있어. 내가 가까이 걸어 갈 때까지.


내가 손을 내미는 거야. 그러면, 그애는 그제서야 자신이 내 옷을 들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내게 그 옷을 내밀거야.


그러면, 나는 그 비싼 베르사떼 셔츠를 마치 수건처럼 들고 몸에 뚝뚝 흐르는 바닷물을 닦으며 묻는거지.


“한국 분이세요?”

“... 어떻게 알았어어요?”

“그냥··· 그런 거 같아서요. 김우석입니다.”


손을 내미는 거야. 아직 바닷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손을 말이야.


“서이진예요.”


손을 맞잡게 돼있어.


악수 기피증 같은 게 있지 않냐고? 체온 말하는 모양이군. 상관없어. 금방 차가운 바닷물에서 나왔으니까. 오히려 따뜻한게 이상한 거지. 안그래?


그럼, 나는 그 애 앞에서 흰 바지를 내 튼실한 허벅지에 꿰입는거야. 상남자답게.

그게 참 요상한거든. 바지를 벗는 게 아니라 입는 건데도 분위기가 야릇하거든. 게다가, 아무도 없는 밤바다에서.


셔츠까지 다 입고는···


“고맙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끝. 그 다음은 없어.


못들었나? 거기까지만이라고.


내가 뭐라고 했었지? 겨자씨 하나만큼만 내 인상을 남겨놓으면 된다고 했지? 아닌가?


뭐, 이것도 인연인데 어디 가서 차라도 한잔 하자, 그런 개수작부렸다가는 그애는 분명히, 아뇨, 남편이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면서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날 걸.


왜냐!


재벌집 딸이잖아. 어릴 때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거든. 이상한 양아치 같은 놈들 조심하라고 말이야. 게다가, 서울에 잘생기고 하바드까지 나온 정혼자가 있으니 더욱 그렇지.


하여튼,


그런 계획으로 기다렸지. 서이진이 그 호텔 밖으로 나오기만을. 수영장 옆에 있는 비치 파라솔 테이블에 앉아서 말이야.


내 짐작은 틀리지 않았어. 드디어, 서이진이 모습을 나타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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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친위 쿠데타 23.06.06 24 0 11쪽
56 너, 어쩌려고 그래? 23.06.03 26 0 11쪽
55 징계 대상자는 정해져 있다 23.06.02 33 0 10쪽
54 사표, 나도 써야 되나요? +2 23.06.01 105 1 9쪽
53 홍콩에서 온 클라라 23.05.31 46 0 10쪽
52 타지마 23.05.29 37 0 9쪽
51 하필, 일식 23.05.28 29 0 9쪽
50 나, 너 포기못해 23.05.27 30 0 8쪽
49 불편한 데킬라 23.05.26 26 0 12쪽
48 나 좀 만나 23.05.25 25 0 10쪽
47 여자의 육감 23.05.24 39 0 9쪽
46 5분만 23.05.23 27 0 9쪽
45 갑작스런 키스, 아침부터 23.05.23 25 0 11쪽
44 다시 만난 정연 23.05.21 25 0 11쪽
43 드디어, 서병률을 만났다 23.05.21 19 0 12쪽
42 나, BJ 간다 23.05.19 24 0 12쪽
41 갑작스런 물속의 키스 23.05.18 27 1 11쪽
40 살사 출 줄 알아요? 23.05.17 27 1 11쪽
» 서이진, 마이애미 23.05.16 32 1 12쪽
38 내 목숨을 구한 것은 우랑바리 23.05.15 29 1 12쪽
37 미시간의 영웅 23.05.13 29 1 13쪽
36 자작나무 숲, 포레스트 23.05.12 29 1 12쪽
35 살벌한 결혼 서약 23.05.11 29 1 11쪽
34 히말라야의 악마 23.05.10 28 1 10쪽
33 신과의 내기 23.05.09 33 1 13쪽
32 우랑바리 노인이 알려준 진실 23.05.08 39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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