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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엘 님의 서재입니다.

숨지마. 내겐 다 보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해리엘
작품등록일 :
2023.04.11 14:30
최근연재일 :
2023.06.12 19:2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4,023
추천수 :
66
글자수 :
300,371

작성
23.05.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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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타지마

DUMMY

6년전 어느 횟집 앞에서의 장면 말이야.


“야··· 정연아, 우리 다른 데 가면 안될까?”

“왜? 너 회 좋아 한다고 했잖아?”

“그건, 네가 좋아한다고 해서 했던 말이고, 사실은, 별로야. 내가 소고기 사줄께. 다른 데 가자.”

“잔말 말고, 따라와.”

“나, 정말 진심이다. 다른 데 가자.”

“어허, 하늘같은 선배가 들어 오라는데 말 안들을래?”


그래서, 할수없이 그애를 따라 들어갔었지.


“아!”


애꿎은 풋고추와 상추만 축내고 있던 내게 정연이는 회 두점을 한꺼번에 집어 내 입 앞에 내밀었었어.


“알았어. 그냥 내가 먹을께.”


“아, 하라니까.”


그래서, 할수없이, 나는,


“아”


했지.


쑥 들어오자 씹기 시작했고.


“어때?”

“막상 씹어 보니까··· “

“고소하지?”

“역시 맛없다.”

“뱉으면 너 죽어.”


그때 생각이 나더라고.


그래서, 나는 더욱 맛있는 연기를 하며 결국 성공적으로 목구멍으로 넘겼어. 왜 그랬냐면··· 정연이에게 보여주고 싶었거든. 나, 그때의 김우석이 아니라는 걸 말야.


그랬더니, 조미진씨가, 어머, 어쩌면 먹는 것도 이렇게 섹시할까, 초장이나 와사비도 안찍고, 그러는 거야. 정연이는 못들은 척 남자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때, 그 생각은 나더라고.


아, 제기랄, 초고추장이라도 듬뿍 찍을걸···.


그후에, 권커니 잣커니 술잔들이 오갔어. 나는 내 주량을 지키기 위해서 술잔이 돌아오면 시간을 끌었지. 슬그머니 화장실도 몇번 다녀왔고, 배중찬이 눈짓을 하길래, 그가 했던 것 처럼 윤제환이 옆에 가서 무릎을 꿇고 잔도 올렸어.


속으로 기분 나빴겠다고? 아니, 전혀.


나는 제사상 앞에서 잔을 올린다고 생각했었거든.


잘 가라. 윤제환. 네 애비 윤성섭하고.


근데,


그 가슴골이 살짝 보이는 짧은 치마의 여종업원들 말야. 그 여자애들이 윤제환의 옆에 무릎 꿇고 서빙할 때마다 자꾸 신경쓰는 게 내 눈에 보이더라고. 윤제환, 그 자식 하반신의 혈액이 특정 부위로 몰린 것 같았어.


그래서, 나는 슬그머니 윤제환을 바라보았지. 오늘 밤, 그 자식이 무슨 행동을 할 것 같았거든. 서이진을 찾아갈 수도 있고, 하여튼 그냥 집에 들어가 잘 것 같지는 않았어.


드디어, 보이기 시작했지.


근데, 서이진의 아파트는 아니었어. 시간은 모르겠지만, 윤제환 본인의 아파트였어. 그가 몰고 있는 차는 그 아파트로 향하고 있었고.


아닌가? 했는데,


끼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쿵!,하고 어떤 여자 노인네가 맥없이 그의 차에 받혀 나가 떨어진 거야.


음주 운전 사고, 그거였어.


나는 곧 바로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건물 밖으로 나갔지. 그리고, 신애한테 전화했어.


“신애야, 부탁 하나만 하자.”

“뭔데? 말해.”

“윤제환이 사는 아파트 입구 쪽에 희망 세탁소라고 있어. 거기에 사람 하나만 보내줄래?”

“왜? 무슨 일인데.”


신장이와 신애가 소유하고 있는 페니캣 & 컴퍼니에는 조사부가 있었어. 정보로 먹고 사는 기업이니 당연했지. 신애는 그 조사부를 책임지고 있었고.


“거기에서 사고가 날 것 같아. 차량 사고인데, 현장 사진 찍고 경찰에는 연락하지 말라고 해줘. 다친 사람 있으면 119 불러주고.”

“... 그걸 오빠가 어떻게 알아?”

“그건 묻지 말고. 알았지?”


통화를 마친 나는 화장실로 갔지. 근데, 거기에서 윤제환의 목소리가 들리더군.


“이진아, 우리 결혼할 사이야. 나, 오늘 네가 필요하다고. 무슨 말인지 몰라?...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 안들은 걸로 해라.”


한마디로, 서이진한테 거부당한 건데, 그렇다면 곧장 자기 집으로 갔을까? 그러다가, 사고를 낸걸까?


그랬을 수도 있지만, 윤제환이 그만큼 자제력이 높은 녀석은 아니었거든. 내가 알기로,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공부는 좀 했지만, 소위 금수저 애들끼리 몰려다니면서 별짓 다하던 놈이었으니까.


하여튼, 그렇게 해서 회식 자리가 끝나고 모두 건물 앞으로 나왔는데, 사람들은 윤제환에게, 실장님, 취하신 것 같은데 대리 부르겠습니다, 그런 소리를 안하는거야. 그가 사는 아파트가 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운전하면 안될 것 같았는데 말야.


그 대신, 실장님, 안녕히 들어 가십시요, 그렇게 인사들만 하고 있었는데, 아마 늘 그래왔던 것 같더라고.


“그래요. 오늘 즐거웠고. 다음에 또 한번 자리합시다.”


나라도 말릴까?


잠깐 생각했었지만, 가만히 있었어. 내가 말린다고 들을 놈도 아니었고,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날 거니까.


그런데, 윤제환 그 자식이 뜬금없이,


“참, 김정연씨, 내가 얘기한 그 보고서 다 됐어요?”

.

사람들은 정연이를 쳐다봤지. 그러니까, 정연이가,


“네, 내일 아침에 보고드리겠습니다.”


대답했는데,


“타요. 아침에 시간없으니까 내용만 간단히 들어봅시다.”


정연이를 태운다고···?


나는 그가 서이진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어. 화장실에서.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


만약, 정연이가 저 차를 타면 그 자식한테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를 것 같더라고.


근데, 그 자식이 먼저 차문을 열고 들어가 시동을 걸은 거야. 다른 사람들은 그게 전혀 이상하다는 생각들을 안하는지, 말릴 생각들을 안해. 오히려 머뭇대고 있는 정연이에게 왜 안타느냐고 쳐다보는 분위기였지.


“뭐해요? 실장님 기다리시는데.”


배중찬이는 그런 말까지 하고.


그래서, 할수없이 정연이는 내 눈치를 한번 슬쩍 보고는 차쪽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그때 내가 남들이 못보게 정연이의 손을 슬쩍 잡았어.


그리고, 돌아보는 그 애에게 눈으로 말했지.


타지 마.


정연이도 불길한 느낌이 들었는지 발걸음을 떼지 않았어.


그런데, 조수석 쪽 창문이 내려가고, 윤제환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지.


“뭐해요? 타지 않고.”


정연이는 다시 어쩌지 못하고 머뭇댔지. 무슨 핑계를 대기는 대야 하겠는데, 아무 생각이 안나는 눈치였지. 그래서, 내가 나지막하게 말했어.


“어머니, 편찮으시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약도 사야 하고.”


그러자, 정연이는 나를 잠깐 돌아보고는 열려져 있는 창문 안에 대고 말했어.


“실장님, 내일 아침에 보고드리면 안될까요? 어머니 약도 사가야 하고··· 죄송합니다.”


“그래요? 그럼··· 할수없지. 내일 봅시다. 다들 잘 들어 가시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지만, 내게는 다 보여. 그 개자식의 실망스러운 표정.


어쩼든, 부웅! 윤제환의 외제차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멀어져 갔어.


그러자, 사람들은, 자, 들어들 갑시다, 내일 봐요, 오늘 즐거웠습니다. 기타 등등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지. 정연이와 나는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남았고. 어색하게.


“잠깐 기다려.”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 일식집 안으로 다시 들어갔어. 그리고, 회식 중간에 미리 주문해놓았던 To-Go 음식이 들어있는 백을 들고 나왔어.


“어머니 갖다 드려. 죽하고 이것 저것 시켰어.”


정연이는 정연이고 어머니는 어머니였으니까. 나 때문에 혼자 되신 것에 대한 죄책감도 있었고.


정연이는 잠시 머뭇대다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받아들었어. 그리고는,


“어디 가서 뭐라도 좀 먹을래? 제대로 못먹어서 배고플텐데.”


하지만, 나는 그 애가 혹시라도 착각할까 봐, 단호하게 말했지.


“아냐, 할 일도 있고. 들어가야 돼. 난, 택시탈 건데, 어떻게 할래?”


그러자, 정연이 얼굴에 당혹과 실망감이 빠르게 지나갔지. 하지만, 싹싹하게 물러서더군


“지하철 타고 가면 돼. 갈게.”


그리고 돌아 섰는데, 마침 택시가 오길래 나는 택시 쪽을 향해 손을 들고 정연이를 불렀어.


“정연아!”


그러자, 그애는 뒤돌아 섰어. 기대감을 갖고 말이야. 하지만, 나는 내 앞에 막 정차한 택시 문을 열면서 말했지.


“택시타고 가. 좀 마셨잖아. 보기 안좋아.”


그리고, 나는 지갑에서 만원짜리 석 장을 꺼내 기사에게 건넸어. 집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거든.


그리고는 앞문을 닫고 뒷문을 열고 정연이를 기다렸지. 그러니, 그애도 할수없이 내가 붙잡고 있는 차 문으로 들어가 앉았어.


그리고, 내게 뭔가 말을 하려는 눈치였는데, 나는, 내일 봐,하고는 그냥 문을 닫아 버렸어.


부웅,하고 그 택시는 금방 내 눈앞에서 멀어져 갔고.


후우!


BJ에서의 하루가 또 그렇게 간거야.



나는 집에 가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어. 하지만, 잠들지는 않았어. 신애에게서 전화가 오기를 기다러야 했으니까.


시계를 보니, 12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는데, 그렇다면 윤제환이 집으로 곧장 가지는 않았다는 뜻이었지. 어딜 갔을까? 여자를 만나러 갔겠지. 어디로?


그때였어.


삐리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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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박신호가 앉아 있다 23.06.12 85 0 12쪽
58 달라진 평산 23.06.09 14 0 12쪽
57 친위 쿠데타 23.06.06 24 0 11쪽
56 너, 어쩌려고 그래? 23.06.03 26 0 11쪽
55 징계 대상자는 정해져 있다 23.06.02 33 0 10쪽
54 사표, 나도 써야 되나요? +2 23.06.01 106 1 9쪽
53 홍콩에서 온 클라라 23.05.31 46 0 10쪽
» 타지마 23.05.29 38 0 9쪽
51 하필, 일식 23.05.28 29 0 9쪽
50 나, 너 포기못해 23.05.27 30 0 8쪽
49 불편한 데킬라 23.05.26 26 0 12쪽
48 나 좀 만나 23.05.25 25 0 10쪽
47 여자의 육감 23.05.24 39 0 9쪽
46 5분만 23.05.23 27 0 9쪽
45 갑작스런 키스, 아침부터 23.05.23 25 0 11쪽
44 다시 만난 정연 23.05.21 25 0 11쪽
43 드디어, 서병률을 만났다 23.05.21 19 0 12쪽
42 나, BJ 간다 23.05.19 24 0 12쪽
41 갑작스런 물속의 키스 23.05.18 27 1 11쪽
40 살사 출 줄 알아요? 23.05.17 27 1 11쪽
39 서이진, 마이애미 23.05.16 32 1 12쪽
38 내 목숨을 구한 것은 우랑바리 23.05.15 29 1 12쪽
37 미시간의 영웅 23.05.13 29 1 13쪽
36 자작나무 숲, 포레스트 23.05.12 30 1 12쪽
35 살벌한 결혼 서약 23.05.11 30 1 11쪽
34 히말라야의 악마 23.05.10 28 1 10쪽
33 신과의 내기 23.05.09 33 1 13쪽
32 우랑바리 노인이 알려준 진실 23.05.08 39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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