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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엘 님의 서재입니다.

숨지마. 내겐 다 보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해리엘
작품등록일 :
2023.04.11 14:30
최근연재일 :
2023.06.12 19:2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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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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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글자수 :
300,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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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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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초능력자

DUMMY

귀를 이쪽으로 기울여주겠나?


이건 절대 비밀인데 말야, 나는 초능력자일세.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잠시 후에 닥칠 일을 알아보는 능력, 예지력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 예지력이 있네. 자주 쓰는 건 아니지만, 손 하나 깜짝하지 않고 물건이나 사람을 내동댕이칠 수도 있고 말야. 그건 염력이라고들 하지.


안믿는 눈치군. 한번 해볼까? 여기가 몇층이라고 했지? 내가 자네를 창문 밖으로 던져볼까? 손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이야.


쫄기는...


걱정마. 그거 함부로 하는 거 아냐. 부작용이 있거든. 초능력을 쓸 때마다 내 안의 에너지가 엄청나게 소모돼. 그러니까, 나도 힘들다는 말이지. 그래서, 요즘 자제하고 있어. 자칫하면 한방에 훅 가버릴 수 있으니까.


하나 더.


혹시 내가 웃는 걸 본 적이 있나? 없지? 그럴거야. 나는 웃는 법을 잃어버렸으니까. 초능력을 얻은 이후에 그렇게 됐지.


가끔 내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걸 본 적은 있나? 웃는 거 같지? 아냐, 그냥 시늉이야. 분위기봐서 그냥 하는 연기.


비밀 하나 더 알려주지. 이거, 처음 얘기하는 건데 말야, 나는 거지였지. 양아치, 사기꾼이었고. 한마디로 거리의 쓰레기.


믿겨지나?

그건···.. 믿는다고.


웃기는군.


한달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만 10조원인 재벌이 초능력자라는 건 못믿겠고, 거지, 양아치, 사기꾼이었다는 건 믿겨진다니, 그게 말이 되나?


하긴, 이해는 해. 재벌을 바라보는 눈이 그렇기는 하지.


그럼, 내가 어떻게 초능력자가 되었는지, 어떻게 거지, 양아치, 사기꾼이 되었는지 들어는 보겠나? 그럼, 믿을 수 있겠는가?


반응이 좀 그렇군.


사실, 그게 내 이야기의 핵심은 아냐. 남녀상열지사라고나 할까? 남자하고 여자하고... 그거 말일세. 벌거벗고 응응하는 그거. 보통 사랑이라고들 하지.


좀 들어보자고? 역시...


좋아. 하지.


근데 말야, 그 부분이 나올 때, 나는 최대한 자제할걸세. 왜냐! 또 그때의 주체할 수 없는 상태로 돌아갈 것 같거든.


무슨 상태냐고? 허, 참... 하반신에 일어나는 신체적 변화 말일세. 무슨 뜻인지 알지?


사실 그 남자가 나거든. 여자는, 내가 목숨을 걸면서까지 지켜주려했던 사람이었고. 그러니, 이해해줬으면 해. 어디 가서 절대 얘기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각서까지 쓸 필요는 없고.


자, 그럼 시작하겠네.


물론, 내가 처음부터 초능력자도 아니었고, 당연히 쓰레기인간도 아니었어. 아니, 제법 잘 나가는 집안의 아들이었지. 누이가 하나 있었는데, 걔는 나하고 이란성 쌍둥이였어. 얼굴도 예뻤었고, 특히 피아노를 정말 잘 쳤었지. 전국 고등학교 콩쿨에 나가서 1등을 먹을 정도였으니까.


이름이 세인이었는데, 초능력은 그 애가 주었지.


나? 나는 뭐··· 피아노보다는 운동쪽이었어. 수영.

어디 대회나가서 상 타올 정도는 아니었고.


근데, 왜, 그 애한테 과거형을 쓰냐고?

아, 그 얘기 나오니까 또 눈물나네.


죽었거든···..


고3 마지막 학기 때였는데, 아버지, 엄마 돌아가시고, 같이 강물에 뛰어들었는데···. 그애만 죽었어. 나는 살았고. 나는 그냥 죽을 수가 없었거든.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살았다기 보다는 환생이었지. 실제로 죽었다가 살아났었거든.


무슨 개소리냐, 그런 표정이군. 근데 맞아. 자세한 내용은 내가 히말라야로 갈 때까지 좀 기다려.


하여튼, 어둡고 더러운 강물 속에서 죽었던 나는 다시 살아나왔어. 왜냐!그 씨발, 좇같은 새끼들을 놓아두고 갈 수는 없었으니까.


쌍욕이 나왔군. 불편해도 참게. 또 나올 거니까. 조심해도 잘 안돼. 내가 그렇게 살았거든.


얘기 나온 김에 그 씨발 새끼들부터 하지. 그럼, 우리는 평산으로 가야 하네. 알지? 반도체 클로스터가 잇는 그 평산 말야.


우리 집은 평산이었어.

원래 집안의 고향은 아니었고, 아버지 사업 때문에 그쪽으로 이사간거지. 그때, 오산그룹의 반도체 공장이 거기에 처음 들어갔을 때였는데, 우리 아버지가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테스트 장비를 만드셨거든.


구체적으로 무슨 장비였냐고?

자세한 건 묻지 마. 나도 몰라. 고등학생이 뭘 알았겠어.


어쨌거나, 저쨌거나, 아버지 사업은 괜찮았었지. 오산 쪽에서도 기술력을 인정해서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된 상태였거든. 거기, 구본일 부장이라고, 무슨, 생산기술부인가 개발부인가, 하여튼 부장이 있었는데, 그 양반이 우리 아버지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했었지.


근데 말야, 그 씨발 놈이 치고 들어온거야. 서병률.

누군지 알지? BJ 그룹 회장.


BJ가 그때는 지금만큼은 아니었어. 그래도, 그룹은 그룹이었지. 우리 아버지 회사 S&J하고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었으니까.


그 BJ가 기술력 하나로 버티고 있는 중소기업을 죽이겠다고 치고 들어온거야. 그 서병률이가 말야. 죽일 놈의 씹새끼였지.


아마, 그 자식은 오래 전부터 아버지를 노렸던 것 같아. 우리 아버지 회사 기술력이 빵빵했었거든. 저, 김승렬이만 잡아 죽이면 반도체 장비시장은 BJ가 독식할 수 있다, 그런 개수작이었지.


알겠지만, 반도체라는 것이 소재, 부품, 장비잖아? 장비 쪽을 독식하면 천하의 오산그룹도 꼼짝못할거다, 그런 속셈. 결과적으로 성공했고.


그 자식의 첫번째 공략 대상은 구본일 부장이었어. 우리 아버지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였거든. 그 구부장이 아버지를 배신하게 한거지. 그 다음은 그때 부장검사였던 윤성섭이라는 놈이 아버지를 기소하게 했고. 버러지 한 마리가 더 있구만. 그때 평산 데일리라는는 지역 신문사의 박세출. 그놈으로 하여금 아버지가 파렴치한 기술 도둑이라고 나발을 불게 했지.


어떻게 했냐고? 돈.

서병률, 그 새끼가 가진 것이 그것말고 또 뭐가 있었겠어?


그때, 서병률이가 구본일에게 전화를 했던 모양이야. 부장님, 오늘 저녁이나 하시죠? 알겠지만, 한국 남자들이 저녁 먹자는 말이 뭐야? 술 먹자는 말 아냐? 2차는 룸빵이고.


그날도 그렇게 흘러 갔지.


한우 갈비집 건너 뛰고, 그들이 만난 룸살롱이 로마였는데, 평산에서는 탑이었지. 애들도 제일 괜찮았고. 물론, 나는 들어가 본 일이 없지만.


오산 반도체 공장이 들어오면서, 평산에도 룸살롱이라는 것들이 생겼는데, 그 중에서도 로마는 서울 강남에 갖다놓아도 전혀 꿀리지 않을 정도였지. 흰 대리석이며, 샹들리에도 그렇고···


꼭 가본 것 같다고?


안갔다고. 나, 고등학생 때였다고. 그래도··· 다행이군. 실감난다니.


근데 말야, 자꾸 내 말을 끊지 않았으면 하네. 알다시피, 나 재벌이야. 대기업그룹 회장이고. 누가 내 말 끊고 하는 그런 거, 익숙치 않아. 알았나?


그래서···


이것 봐. 내가 뭘 얘기하려고 했었는지 또 깜빡... 그래, 로마.


BJ 서병률 사장이 오산 구본일 부장을 그리 불러낸거야. 에이스급 애들로 확실히 준비시켜놓으라고 마담한테 미리 전화했지. 중요한 얘기를 꺼낼 계획이었으니까.


“어머, 사장님. 평산 오셨어요?”

“어, 그래. 오늘 갔으면 하는데.”

“몇 분요?”

“나까지 둘. 구본일이라고 알지?”

“그럼요. 전에 같이 오셨었잖아요.”

“그때, 그 구부장 파트너, 요즘도 나오나?”

“나오기는 하는데, 오늘은··· 몸이 안좋다고 해서요.”

“연락해서 데려다 놔. 마음에 드는 눈치던데.”

“2차는요? 나가실 거예요?”

“하는 거 봐서. 팁은 나간 걸로 해서 올려놓고.”

“준비하겠습니다. 사장니~임.”


그래서, 룸살롱에 앉아 있으면 안될 것 같은 애들 두명이 들어왔지. 헤어 스타일도 그랬고, 짧기는 했지만 치마가 전혀 화려하지도 않아서, 꼭, 있는 집안의 대학생 딸 같은 애들 말야.


근데, 걔네들 하는 일이 뭐야? 분위기 띄우는 거 아니겠어? 그래서, 걔네들도 본업에 충실하게 됐지. 물론, 처음부터는 아니었고.


죽 나오고, 회 나올 때는 마치 양반집 규수처럼 조신하게 반찬을 숟가락에 얹어 주던 애들이, 반주가 들어오고 노래가 시작되자, 몸을 흔들어 대며 서서히 개지랄발광을 해대기 시작했지.


호랑나비~ 아앗싸! 한 마리가~ 아앗싸! 꽃밭에~


두 손으로 그 짧은 치마를 들어올리면서 말야.


아무래도 노래라는 것이 나이따라 가는 거 아니겠어? 서병률이한테는 호랑나비가 그나마 신나는 곡이었고, 구본일은 좀 빠른 뽕짝 정도. 그래서, 분위기 좀 칙칙하다 싶으면 여자애들이 최신곡으로 다시 분위기 띄우며 다시 지랄발광을 해댔고.


어쨌든, 그렇게 해서 마지막 곡이 됐는데, 당연히 마이크는 구본일 부장이었지.


여자애들은 탬버린을 흔들며 소리를 질러댔고, 서병률이는 실크 넥타이를 머리에 매고 더 격럴하게 풍만한 뱃살을 흔들어댔지.


짜~안


노래가 끝나자, 밴드 마스터는 1인용 반주기를 밀고 나갔어.


“자, 완샷!”


땀으로 반죽이 된 네 명의 남녀가 마지막 위스키를 비울 때 말야.


글라스를 내려 놓은 여자애들은 이제 마담이 들어올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


“너희들 사장님들 잘 모셨어? 실수한 거 없고? 호호호. 얘네들이 이런데 처음이라 잘 몰라요. 2차, 나가실래요?


근데, 안들어오는거야. 당연하지. 서병률이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으니 부를 때까지 들어오지 말라고 했거든.


“너희들도 잠깐 나가 있어라.”


좀 머쓱했지만, 여자애들은 일어났어. 뭐, 은밀한 얘기를 하려나 보다.


구본일 부장은 이제 그가 ‘파트너가 마음에 드십니까?라고 물을 것이라 짐작하며, 얼음 탄 위스키를 입으로 가져갔지. 2차 가겠냐는 말인데, ‘뭐, 괜찮네요’라고 말할 생각이었지.


그런데, 서병률은 벌떡 일어나서, 방 한켠 옷걸이에 걸려있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흰 봉투 하나를 꺼내들고 돌아온거야.


그가 흰 대리석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것은 열어보지 않아도 돈, 아니면 서류인데··· 일단 현금은 아냐. 너무 얇았거든..


생산장비와 화학제품류를 납품하는 협력회사 사장이 개발담당 핵심 부장에게 가끔씩 인사를 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지. 제품 시험 인증서에 그의 서명이 없으면 장비에 아무리 금칠을 했어도 말짱 도루묵이니 말야..


저녁 자리를 끝내고 나갈 때, ‘직원들 회식하실 때 쓰십시요’ 라며 찔러주는 대략 3백만원의 현금은 뇌물이라고 하기에 민망한 금액이었으니 죄책감 같은 건 느끼지 않아도 됐지.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어. 슬쩍 주머니에 찔러준 것이 아니고, 두 사람 사이의 테이블에 당당히 내려 놓은거야. 그리고, 매우 얇았고. 금액이 큰 수표이거나, 아니면, 진짜 서류이거나.


구부장은 우편물을 확인하듯 대수롭지 않게 열어보았어.


역시 수표.


0이 몇개인지 세어볼 필요도 없어. 괄호 안에 ‘금1억원정’이라는 문구가 보였으니까.


“뭡니까, 이게?”


어이가 없어서 물었는데, 서병률 사장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지.


“S&J 김사장이 부장님을 여러번 찾아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품질개선 신기술 건이라는 것도 알고 있구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거, 못들은 것으로 해주십시요.”


구부장은 무슨 말인지 단번에 알아챘지.

지난 한달 동안, S&J 김승렬 사장이 여러번 찾아왔었거든.


김, 승, 렬··· 이제 나왔군. 돌아가신 내 아버지의 함자일세.


어쨌든,


김사장은 구본일 부장을 여러번 찾아가 반도체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신기술에 대해 설명하며 의견을 구했고 곧 시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했었지. 말하자면, 현장 적용을 위한 사전 협의.


지난 몇년간 그는 늘 그렇게 개발 담당 구부장과 신뢰 관계를 쌓아왔고, 구부장은 김사장의 그런 업무 스타일을 좋아했었어


아무 사전 협의도 없이 무조건 장비 납품을 도와달라고 떼쓰는, 마치 오산전자 개발부장을 서류에 서명이나 하는 로봇쯤으로 생각하는 BJ하고는 확연히 대비되는 스타일이었지.


“저희도 그 기술을 개발 중인데 곧 완료될겁니다. 우리 정보를 빼간 김사장이 선수친 것 같은데, 못들은 것으로 하시고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요. 부탁합니다.”


구부장은 뻔한 거짓말이란 걸 알고 있었고, 그 거짓을 말하고 있는 서병률이도 구본일이 그걸 모를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


반도체 16년 경력의 오산전자 구본일 부장이었거든. 이미 완성단계이며 현재 특허출원 준비 중이라는 S&J 신기술의 독창성을 이해못할 그가 아니었거든.


1억원, 큰 돈이지만 김승렬 사장의 신뢰를 저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구부장은 탁자 위에 놓인 봉투로 손을 뻗었어. 집어 들기 위해서가 아니고 밀어내기 위해서. 그러나, 서병률이 급히 꺼낸 말에 그는 밀어내지 못했지.


“저희 특허등록이 끝나면 다섯장을 더 준비하겠습니다,”


합이 6억···...


월급쟁이가 손가락 끝으로 밀어내기에는 너무 무거운 금액이었거든.


그 기술이 적용된 생산장비를 납품하게 되면 1년에 200억 매출은 거뜬할 것이고, 그후 유지보수 비용까지 감안하면 1차 년도에만 그 몇배의 이익을 벌어들일 수 있으니, 6억 정도 인사를 받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김승렬 사장이 눈에 밟히는 거야.


그는 자신이 하는 사업에 정말 몰두해왔거든. 아직 서사장의 BJ보다는 매출이 한참 적지만 이대로 몇년만 노력하면 역전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왔던 구본일 부장이었으니, 고민이 됐지.


내가 저 봉투를 집어들면 S&J는 그동안 쏟아부은 개발비를 회수하지 못하게 되니 부도까지 갈 수도 있는데··· 고민스럽군. 하지만, 그건 그 김사장의 문제일 뿐. 월급쟁이한테 6억이 적은 돈인가?


결심을 거의 굳혀가는데,


“그럼, 모두 열 장으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서병률은 허리를 폈지. 마지막 카드, 더 이상은 기대하지 말라는 신호.


서병률이 여유있게 바라보면서 베팅을 했지.


‘네가 그거 집어드는데 내 손모가지를 건다. 구본일, 그 정도 고민하는 척 했으면 이제 의리는 충분히 지킨거야. 괜찮아. 집어! 10억이 어느 애 이름인가?’


그러나, 서사장의 얼굴은 곧 당혹감으로 빨개졌지. 구본일 부장이 벌떡 일어서서 그를 바라보았거든.


‘쌍놈의 새끼. 베팅액을 더 올려야 하나? 두장 더?’


하지만, 당혹감은 금방 안도감으로 변했는데, 구부장이 그걸 집어 뒷주머니에 쑤셔넣고 도망치듯 방을 나갔거든.


그가 나가자, 서병률은 남아있던 위스키를 입에 털어넣고 일어나 여유있게 양복 자켓을 걸쳤지.


‘이제 김승렬 죽이는 일만 남은건가?’


****


김승렬 사장의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 앉았어.. 박신호 부장이 책상 위에 내려놓은 봉투에 분명히 사직서라고 쓰여 있었거든.


“죄송합니다, 사장님.”


BJ에서 개발부 직원들을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었지만, 설마 개발부 핵심인 박부장일 줄은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지.


“BJ인가?”


자네가 보기에도 목소리가 떨리고 있지? 부들 부들.


“아닙니다. 시골에 계신 어머니 병세가···.. 아무래도 저와 집사람이 곁에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설픈 변명. 특허 출원 준비 중이고 한창 시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그 책임 핵심 간부가 퇴사하고 시골로 가겠다고?


그런 문제라면 내가 한달이고 두달이고 얼마든지 특별 휴가를 줄 수도 있고, 사채를 끌어서라도 간병인을 마련해줄 수 있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을 박부장인데 말이여.


혹시, 이미 BJ에 기술을 넘긴 건 아닐까?


김승렬 사장은 그를 노려보았지. 그랬더니, 그 박선호 부장이, 으흠! 짧게 목구멍을 정리하고 자세를 똑바로 하더래.


그때, 알았다고 하더군. 이미 넘어갔다는 걸. 그리고, 처음 사업 시작할 때의 도원 결의가 이미 깨졌다는 걸.


“알았네. 그동안 수고했어.”


김사장은 배신감으로 떨리는 입술을 겨우 다스리며 그렇게 말했는데, 신음같은 소리였다는군.


박부장이 떠난 직후, 김승렬 사장은 남은 개발부 직원들과 밤을 새워가며 특허준비를 서둘렀어.


그러나, 곧 BJ측의 특허 출원 소식이 들려왔지. 예상보다 빨리.

박부장이 그동안 그쪽과 일을 해왔을 것이라는 짐작이 사실로 드러난거야.


그러나, 김사장은 낙담하지 않았어. 특허 분쟁 소송을 제기하고 그 밖에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했지. 사실, 낙담은 그에게 사치였고, 다른 방법도 없었으니까..


살찐 독사같은 그 서병률이에게 진다는 것, 그건 그와 그의 회사가 곧 파산한다는 것을 의미했으니까.


작가의말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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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홍콩에서 온 클라라 23.05.31 4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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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나, BJ 간다 23.05.19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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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내 목숨을 구한 것은 우랑바리 23.05.15 2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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