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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엘 님의 서재입니다.

숨지마. 내겐 다 보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해리엘
작품등록일 :
2023.04.11 14:30
최근연재일 :
2023.06.1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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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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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자작나무 숲, 포레스트

DUMMY

아니, 어떻게 미시간 대학교를 모를 수가 있지?


허, 참··· 그 미쉬건 대학교는 미쉬건 주 앤아버에 있는 학교이고, 내가 다녔던 미시간 대학교는 인디애나 남부에 있었다니까. 아주 전통있고 학교 캠퍼스가 아름답기로 특히 유명한 곳이었지.


스펠링이 어떻게 되냐고?


M,I,C,H,I,G,H,A,N. 미시간. 자네가 착각한 그 학교는 M.I.C.H.I,G,A.N, 미쉬건이고. 이제 차이를 알겠나? 미쉬건과 미시간의 차이 말일세.


하여튼,


그 대학교로 갔지.


왜 갑자기 미국 유학을 결심했냐? 좋은 질문이야.


그 전에 하나 물어보지. 기억하나? 내가 네팔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여덟 시간 내내 무엇을 생각했었다고 했지? 그래, 맞아. 어떻게 하면 BJ 그룹을 완전히 지워버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 네 마리 벌레들을 지옥으로 무사히 보내 버릴까, 그거였어.


근데, 나는 아무 것도 가진게 없거든. 그 놈들은 이미 대기업 그룹의 회장이고, 검찰과 언론사, 오산 그룹의 유력한 인물들이고 서로 끈끈하게 맺어져 있는데 말이야.


그래서, 생각했지. 일단, 그들 속으로 들어가자. 바람처럼 조용하게 스며들자. 그래서, 마지막 순간에 내 스스로 비수가 되어 그놈들 가슴으로 날아가 심장을 단숨에 찔러 버리자, 그런 생각말일세.


나는 BJ 그룹의 핵심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했지. 입사 말일세.


그러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학력 포장이 필요했고, 미시간 대학교 졸업장이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거든. 물론, 그냥 졸업장 종이 쪼라기 한장만 필요했다면 신장이 녀석한테 부탁해도 됐을거야. 그애 정도면 그까짓거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미시간 대학교 학적 관리 프로그램을 해킹해서 내 이름 하나 정도 끼워넣는 것도 아무 문제가 아니었고.


근데, 나는 공부하기로 했어. 뭘 알아야 복수를 하든 말든 할 거 아니냐, 그 말이지. 게다가, 한국에는 미국 대학교 출신이라면 일단 한점 주고 시작하는 풍토가 있지 않나? 솔직히.


그걸 감안하면, 세진대학교로는 부족해. 적어도 미국의 명문 중의 명문 미시간 대학교 정도는 되어야 내 말이 먹혀들어갈거다. 그런 생각이었지.


이제 이해가 가나?


아직 안간다고? 하긴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기는 한데··· 그건 차차 알게 될걸세.


하여튼, 나는 입학하자마자 공부에 전념했지. 뭐, 솔직히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 많았지만, 영어가 서툴렀으니 혹시라도 내가 교수의 말을 빼먹거나 잘못 이해한 것은 없을까 걱정하면서 말이야.


캐트 덕분에 내 영어가 수준급이기는 했지만, 그애 영어라는 것이 솔직히 그랬거든. 밥사먹고 그쪽 아이들하고 어울리는데는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대학교 강의 시간에 툭툭 튀어나오는 그런 말들까지 모두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었거든. 게다가, 그애도 미국 안가본 건 나와 마찬가지였고.


공부하는 틈틈이 운동도 열심히 했어.


캠퍼스 한쪽에 와키하루라는 이름의 강이 있었는데, 나는 그 강을 따라 달리는 것을 좋아했었지. 와키하루가 그 근처에 살던 인디언들이 붙인 이름이었다는데 정확히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은 없었어. 와키하루가 그냥 강이라는 뜻이었다는 말도 있었는데, 아마 그게 맞을거야. 굳이 하나 있는 강에 이름을 붙일 필요는 없었을테니까.


폭이 대략 20미터나 됐을까. 한국 기준으로 하면 강이라기 보다는 하천이었는데, 그래도, 강물이 제법 많았고 건너편 산자락에는 키가 큰 자작 나무 숲이 있었어.


나는 시간이 날 때 마다, 그 강을 따라 달렸지. 물론, 수영은 언제나 나의 취미이자 특기였으니 그것도 꾸준히 했고.


그런데 말야. 언젠가부터 또 세진대학교의 그때처럼 그 현상이 벌어진거야.


무슨 얘기냐면, 조금씩 달리고 있는 내 주위에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한거지. 특히, 나한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여자들 말이야.


“하이, 포레스트.”


참, 그때 내 영어식 이름은 포레스트였어.


나는 우석이라는 내 이름이 맘에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어. 무슨 말이냐면, 석이 영어식으로 읽으면 썩(Suck)이잖아. 빨다,라는 뜻도 있지만, 보통 좃됐다,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거든. 게다가, 앞에 우,라는 감탄사까지 붙으면, 우! 나 좃됐어! 그렇게 되어버리거든.


그래서, 나는 그 강변을 달릴 때, 내 옆에 따라붙은 여학생이,


“헤이, 난 제니야.”


라고 말했을 때,


“난, 포레스트. 반갑다.”라고 대답했었지.


강 건너에 있는 자작나무 숲을 떠올리면서 말이야.


근데, 말해놓고 나니 좀 그렇더군. 포레스트 검프의 그 금발머리 여자애 이름이 제니였지, 아마. 갑자기 그 포레스트처럼 바보가 된 것 같아서 말이야.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바보는 아니잖아? 악마였지.


제니가 달리면서 묻더군.


“코리안?”

“맞아.”

“워우!”

“사우스 (south). 노스 (north)아니고.”


왜, 미국애들은 코리안이라고 하면 꼭 그 다음에 Noth Korea냐고 묻는지 모르겠어. 정말 궁금해서 묻는건지, 그걸 조크라고 묻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듣는 코리안들은 찌증나거든. 그래서, 어떤 때는 맞아, 노스 코리아,라고 대답하기도 했지.


그렇다고, 김정은이 스파이로 보냈어,라고 하지는 않았지. 어떤 쪼다가 농담인 줄도 모르고 진짜 FBI같은 데 신고하면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잖아, 안그래?


“너는?”


내가 물었지.


“나? 뭐?”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 미국. 당연히.”


당연히라는 말에 살짝 빈정이 상하드만.


“워우!”

“... 뭐가?”


난, 네가 아프리카에서 온 줄 알았어,라고 말해주고 싶은 걸 참았어. 그것도 특정지역 비하 발언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야.


“아냐, 아무 것도. 만나서 반가워.”


내가 손을 내밀자 그애가 잡더군.


“난 좀 먼저 달려가야할 것 같다. 해야할 공부가 있거든.”


그리고는 속도를 내어 달리기 시작했지. 제니, 그애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여자애들한테 관심이 없었냐고?


없었어. 전혀.


왠줄 아나? 내 심장은 차갑게 얼어붙어 있거든. 표현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거세당한 상태라고나 할까. 우랑바리 노인이 그렇게 만들었지.


“악마의 심장이 뜨거우면 좀 그렇잖아? 안 그래?”


맞는 말이야. 나는 악마니까.


그 노인은 내가 다시는 누구를 사랑하거나 동정하는 마음이 들지 않도록 내 심장을 차갑게 얼려버렸지.


못 믿겠다고?


내 손을 잠깐 잡아보겠나? 어떤가?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나?


그럴거야. 내 체온은 다른 사람보다 한 3도 쯤 낮으니까. 섭씨로 말일세.


그래서, 나는 나중에 신체 검사같은 걸 할 때도 부득이하게 내 초능력을 사용했어야 했네. 체온계를 36.5도에 맞추기 위해서 말이야.


물론, 나는 내 체온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네. 내가 보여줄까? 다시 내 손을 잡아보게. 어떤가? 이제 따뜻하지


하지만, 이대로 있으면 내 체온은 다시 내려갈걸세. 33.5도. 평상시의 내 정상 체온으로.


공부 말고, 대학 생활이라···


그 전에 그 얘기를 하는 게 좋겠군. 그 당시, 그 학교에서 발생했던 총기 난사 사건 말일세.


그곳이 조용한 대학 도시였기 때문에 그 사건은 그 지역 뿐만이 아니고 인디애나 주 전체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었지. 지금도 인터넷을 검색하면 그 사건을 찾아볼 수 있을 걸세. 나는 그 사건 때문에 영웅이 되었는데, 어떻게 된거냐 하면···


미국의 전통 최강 브랜드들의 몰락 사례 연구 과목 시간이었지. 담당 교수 이름이 로간 네일리였고, 앞에서는 줄리 팜비나스라는 여학생이 발표하고 있었어. 라틴계였는데, 까무잡잡한 피부에 흰 치아가 인상적이었지.


“제가 연구한 기업은 여러분도 잘 아시는 큐닥입니다. 아시다 시피, 대표적인 필름 브랜드였고, 또 아시다시피, 지금은 거의 잊혀져간 이름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이 큐닥이라는···”


그때였어.


타,타,타,탕! 탕! 탕!


자동소총이 발사되는 소리가 들린거야. 바로 바깥, 복도에서 말일세.


강의실 안에 있던 대략 서른 명 남짓의 사람들은 순식간에 사색이 되어버렸지. 한달이 멀다하고 미국 어느 지역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이 뉴스에 보도되고 있던 때였으니까.


학교 당국에서도 그럴 때의 행동 요령에 대해 틈나는 대로 교육을 하고 있었는데, 강의실 안의 사람들은 교육받은 대로 행동했어. 모두 책상 밑으로 숨어들어갔거든.


그럴 때, 복도로 탈출하겠다는 건 자살행위야. 범인의 총구 앞에 고스란히 노출되는거니까.


몸을 가릴만한 것을 찾아서 그 밑이나 뒤로 숨어라. 그리고,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두 손을 들고 밖으로 나가라. 왜 두 손을 드냐고? 밖에서 총을 겨누고 있는 경찰에게 사살될 수 있으니까. 만약, 범인과 맞닥뜨려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싸워라. 그게 그런 상황에서의 대처요령이었어.


쾅!


드디어, 강의실 문이 부서져라 거칠게 열렸지. 범인이 문을 발로 박차고 들어온거야. 마치 람보처럼 한 손에 자동 소총을 들고 말이야. 흰 피부에 금발의 남자였는데, 스무살 쯤? 내 눈에 익은 얼굴이었지.


캠퍼스에서 몇번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그는 늘 혼자였어. 걸을 때 주위를 돌아보지도 않았고 고개를 숙이고 땅만 쳐다보았었지. 그러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면 그 움푹파인 눈으로 나를 노려보듯이 응시하며 지나쳤었는데, 나는 그때마다, 혹시, 저 자식도 악마? 그런 생각을 했었지.


나는 처음이라 모르겠지만, 악마들끼리는 서로 알아볼 수도 있는 문제니까 말야. 그렇다고, 그 녀석을 붙잡고, 너도 악마냐? 물어볼 수도 없고.


하여튼,


그 녀석은 강의실로 들어오자마자 들고 있던 총을 난사하더군.


다다다다다···


총알이 벽이며 책상 위에 박히고 튀는 것들이 보이더군.


그때, 나는 어디 있었냐고? 책상 밑에 숨어 있었냐고?


아니, 그냥 앉아 있었어. 왜냐! 나는 알고 있거든. 앞으로 2백년 동안 죽지 않는다는 걸 말야.

그러니까, 그 녀석이 쏜 총은 나를 향한 거였어. 하지만, 거짓말 하나도 보태지 않고 그 총알들은 모두 나를 비껴갔지. 단 한발도 내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헤이. 포레스트! 겟 다운”


책상 밑에서 누가 내 다리를 잡아 끌며 작은 목소리로 다급하게 외쳤는데, 내려다보니 톰이었어. 덩치큰 흑인 학생이었는데, 내가 멀쩡히 그냥 앉아 있으니까 이 미친 새끼가 뭐하고 있는거냐, 그런 거였지.


하지만, 그애도 곧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고 바닥에 처박았지. 다시, 두번째 난사가 시작됐거든.


다다다다다···


퍼퍼퍽! 튕! 피융! 피, 피, 핑···


다시 총알들은 벽에 박히고 책상 위에 튀고, 내 귀 옆을 스쳐지나갔고.


퍽 (Fuck)!


돌아보니, 그 녀석이 입술을 깨물며 욕을 내뱉더군. 나를 쳐다보면서 말이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지. 그리고, 그 녀석을 향해서 뚜벅 뚜벅 걸어갔어. 그러자, 그 녀석은 다시 총을 내게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어.


다다당.


세 발쯤이었을거야. 하지만, 모두 역시 비껴나갔고, 총알이 떨어졌는지, 그가 들고 있는 자동소총은 더 이상 불을 뿜지 않았지.


당황한 녀석이 들고 있던 총을 던지고, 허리에 차고 있는 권총을 뽑으려고 했는데, 그때는 내가 이미 그 녀석의 앞에 까지 걸어갔을 때였어.


녀석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더군.


이거··· 무슨 악마 새끼야, 뭐야?


수십발의 총을 난사했는데도 멀쩡한 몸으로 자기 앞까지 뚜벅 뚜벅 걸어왔으니, 그것도 아주 태연한 표정으로, 당연히 그런 표정을 지을만 했지.


맞아,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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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나 좀 만나 23.05.25 2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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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나, BJ 간다 23.05.19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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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내 목숨을 구한 것은 우랑바리 23.05.15 29 1 12쪽
37 미시간의 영웅 23.05.13 29 1 13쪽
» 자작나무 숲, 포레스트 23.05.12 30 1 12쪽
35 살벌한 결혼 서약 23.05.11 29 1 11쪽
34 히말라야의 악마 23.05.10 28 1 10쪽
33 신과의 내기 23.05.09 33 1 13쪽
32 우랑바리 노인이 알려준 진실 23.05.08 39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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