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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엘 님의 서재입니다.

숨지마. 내겐 다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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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엘
작품등록일 :
2023.04.11 14:30
최근연재일 :
2023.06.12 19:20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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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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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글자수 :
300,371

작성
23.05.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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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살벌한 결혼 서약

DUMMY

신장이 그 애는 청바지 차림이었지만, 그래도 윗도리는 검정 수트를 입었어.


아래 위 정장 한벌을 샀지만, 아무래도 좀 어색하더라는거지. 거울에 비친 모습이 꼭 꼬마 신랑같기도 하고, 나이트 클럽 웨이터 같기도 하고 말이야. 그래서, 흰 와이셔츠에 매고 있던 넥타이도 풀어버리고 청바지를 꿰어입었다고 하더군.


거울 앞에서 청바지를 꿰어입는 그애를 신애는 좀 한심스럽게 바라보았고.


“좀··· 너무 한거 아냐? 그래도, 결혼식인데.”


그러자, 신장이가 청바지 지퍼를 올리고 그 애 앞에 서서 말했대. 두 손을 벌리고.


“이게 나야. 나는 너한테 나를 이상하게 포장해서 주고 싶지 않아. 있는 그대로를 주고 싶어.”


멋지지 않나? 신장이 그애가 그런 멋진 말을 할 줄 알다니, 나도 살짝 놀랐었지.


신애도 그랬나봐. 신장이 입술에 가볍게 쪽,하고 입술을 맞췄거든.


신애는 살짝 핑크 빛이 들어가 있는 흰색 원피스를 입었어. 몸에 짝 달라붙고 무릎 위까지 올라가서 그 애의 우월한 가슴과 각선미가 돋보이는 스타일 말야.


그 애는 어떤 경우라도 그 스타일을 포기할 애가 아니야. 아마, 나중에 나나 신장이가 먼저 죽게 되면 그애는 그런 스타일의 검은 색 상복을 입을거야. 틀림없이.


어쨌든,


그래서, 그 교회에 도착했는데, 문제가 생겼어.


뭐냐하면··· 생각해보니, 내가 악마잖아. 저길 들어가도 되는 건지, 들어갔다가 불에 타 죽거나 아니면, 우아악!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거나, 그러진 않을까? 살짝 겁나더군.


“형, 왜 그래?”


내가 그 앞에서 머뭇거리자 신장이가 물었지.


“응···그게 말야.”


그렇다고 그애들 결혼식을 망칠 수도 없고, 참 난감한데,


“오빠, 왜? 화장실? 똥 마려워?”


신애가 묻더군. 마치, 내가 제가 낳은 아들인 것 처럼 말이야.


“아냐··· 들어가자.”


그래서, 계단을 올라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데, 열려져 있는 대예배당의 문 앞에서 다시 망설여지더군. 그 애들은 이미 안으로 들어갔는데 말야.


근데, 생각해보니··· 여기가 우랑바리 그 노인이 있는 곳 아냐?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그러면, 내가 왜 겁을 먹어야 하는거야? 그 노인이 정말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신이라면 말이야?


그래서, 과감하게 한 발을 그 안으로 내딛었지. 그랬더니,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거야. 괜히 겁을 먹었던 내가 무안해지더군.


그 교회측과 결혼식에 대해 상의한 것이 있었냐고? 아니, 없었어. 그냥 우리끼리 하고 나올 작정이었으니까. 사람들이 잠시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말이야.


근데, 그 교회가 제법 큰 교회잖아? 긴 의자에 셋이 나란히 앉아 적당한 때를 기다리고 있는데도 그런 틈이 안나는거야. 서너명 정도? 여자들이 앉아서 조용히 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한명이 나가면 또 다른 한명이 들어오고···


할 수 없이 내가 악마의 능력을 쓸 수 밖에 없었지.

어떻게 했냐고? 들어봐.


나는 우선 옆에 앉아 사람들을 힐끔거리고 있는 그애들에게 말했지.


“기도 안해?”


멀뚱히 쳐다 보더군.


“행복하게, 돈 많이 벌고, 아들 딸 많이 낳게 해달라고 기도하라고. 그리고, 아직 않나가고 버티고 있는 저 아줌마들 제발 좀 내보내달라고.”


그러자, 그애들은 눈을 감고 머리를 숙였지.


“두 손 모으고.”


그 애들이 두 손까지 모으고, 눈을 감자 나는 그애들이 확실히 나를 볼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조용히 몸을 돌렸어. 그리고, 출입문을 바라보았지.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집중력을 발휘해서.


안될 거라는 의심은 전혀 없었어. 나는 이미 해봤으니까.


닫혀라···


마음 속으로 딱 그 한마디였는데,


역시··· 닫히더군. 천천히··· 문 말이야. 그 육중한 문이 마치 자동문처럼 천천히 닫혔어. 하지만, 나는 계속 그 문을 쏘아보고 있었지.


안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문으로 걸어가면, 나는 마음 속으로 잠금 해제를 외쳤고, 나가고 나면 다시 굳게 닫아버렸지. 마지막 사람이 나갈 때까지.


참, 그 얘기를 빼먹을 뻔 했구만.


딴게 아니고, 거기에 앉아 있다보니 여자들이 머리에 얇은 보자기를 쓰고 있더라고. 그게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미사포? 그게 그거 이름인가? 미사보라고도 한다고? 미사포라··· 미사일 대포 같구만.


하여튼,


그게 신애 머리에 있어야할 것 같더라고. 그 왜, 영화보면 결혼식때 신부들이 쓰는···그래, 면사포! 고맙네. 어쨌든, 그래서, 그 마지막 여자가 문 밖으로 막 나가기 전에 나는 손을 그 여자 쪽으로 쭉 뻗었다가 휙 잡아당겼지. 그랬더니, 그 미사포가 정말 빠르고 작은 미사일처럼 내게 날아왔지. 나는 그것을 낚아 챘고.


나는 그 미사포를 얼른 주머니에 넣으면서, 그애들에게 속삭였지.


“가자, 아무도 없다.”


눈을 뜬 그애들은 주위를 둘러보고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 어느 새, 그 큰 예배당에 우리말고는 아무도 없었거든.


“뭐해?”


먼저 복도로 나온 내가 그애들을 재촉했더니, 그애들도 벌떡 일어나 내 뒤를 따라왔어. 시간이 없었거든. 사람들이 다시 들어오기 전에 서둘러 결혼식을 마쳐야 했으니까.


나는 복도 끝 제단 앞에 서서 그애들에게 말했어.


“마주 봐. 서로 두손을 맞잡고. 참, 신애야, 이거.”


나는 주머니에서 그 미사포를 얼른 꺼내 내밀었지. 그애는 이게 뭔가,쳐다봤고.


“머리에 쓰라고. 얼굴 살짝 가리게.”


그래서, 신애가 그걸 머리에 썼는데, 정말 예쁘더군. 완벽한 신부였어.


신장이도 그랬나 봐. 자식이, 완전 감동먹은 얼굴이었거든.


“따라 해.”


결혼 서약부터 했지.


“나, 장신장은.”

“나, 장신장은.”

“오신애를 내 아내로 맞이하며.”

“오신애를 내 아내로 맞이하며.”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오신애 하나만을 사랑할 것을.”

“오신애 하나만을 사랑할 것을.”

“하느님 앞에 맹세합니다.”

“하느님 앞에 맹세합니다.”


다음은 신애 차례.


“나, 오신애는.”

“나, 오신애는.”


근데 말야. 내가 그 다음을 선창하려고 하는데, 그애가 그냥 주욱 말해버리더라고.


“장신장을 내 지아비로 맞이하며,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더라도 저승에 가서까지 내 남편, 장신장 하나만을 사랑할 것이며, 설령 남편이 고자가 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려낼 것을 맹세합니다. 그리고, 만약···”


신애가 그 대목에서 말을 끊었는데, 그애를 바라보고 있던 신장이 얼굴에 살짝 당황끼가 보이더군. 신애가 노려보았거든.


“다른 년 한테 한눈을 판다거나 바람이라도 피웠다하면, 반드시 그년과 내 남편 장신장을 죽여버릴 것을 하느님 앞에 엄숙히 맹세합니다.”

“...”

“...”


나하고 신장이는 말문을 잠시 잃었었지.


“나, 농담 아니다. 약속해.”


신애가 그 말을 하기 전까지 말이야.


신장이도 분위기 파악을 하고 진지하게 말했어. 신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야.


“약속한다. 만약, 앞으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백퍼센트 너의 오해야. 나는 절대 그런 일 없을테니까.”

“확실해?”

“확실해.”

“진짜, 정말로?”

“진짜, 정말로.”


신애가 사실 어릴 때 아픈 상처가 있었잖아. 미국으로 떠나서 돌아오지 않은 아빠 말이야. 그러니, 자신의 남편 만큼은, 앞으로 태어날 그애들의 아빠 만큼은 절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랬던 거지.


흠!


분위기가 너무 심각해진 것 같아, 나는 헛기침을 했지. 그랬더니, 서로 눈싸움하듯 마주보고 있던 그애들의 얼굴도 풀어졌고.


나는 얼른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 신장이에게 주었어. 물론, 그애는 그걸 신애의 손가락에 끼어주었고. 그리고, 똑같은 반지 하나가 곧 신장이의 손가락에 끼어졌지. 물론, 아름다운 신부 오신애양양에 의해서.


“자, 이제 장신장, 오신애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이제, 신랑은 신부에게···”


키스를 해도 좋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어.


신애는 머리에 쓰고 있던 미사포를 벗어 던져버렸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맞잡고 아주 진한 키스를 시작했거든.


쾅,쾅,쾅!


밖에서 사람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도 그 키스는 쉽사리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더군. 결국, 내가 붙어있는 그애들을 강제로 떼어 놓을 수 밖에 없었지.


“그만, 그만. 이제 그만 하고 나가자. 첫날밤 여기서 보낼래?”


그애들은 그제서야 밖에서 문두드리는 소리를 들은 모양이야.


쾅, 쾅, 쾅!


그때는 이미 신도들은 물론이고 교회의 성직자들까지 몰려와서 문을 열려고 별짓을 다하고 있었지.


“안에서 누가 잠근 것 같은데요.”

“아닙니다. 이 문은 안에서 잠글 수 없게 돼있습니다다.”

“그럼,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일이죠?”

“글쎄요. 저도···”

“혹시 안에 누가 있는지 모르니까 다시 한번 두드려 봐요.”


그래서, 다시 문을 두드리려고 주먹을 처들었는데,


쾅, 쾅, 쾅!


안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안에··· 누가 있나본데요.”


쾅, 쾅, 쾅!


“밖에 누구 없어요! 아무도 없어요!”


사람 소리도 들렸고.


그러니까, 안에서도 밖에서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건데,


“다시 한번 당겨봅시다. 안에 누가 갇혀있는 것 같은데.”


그래서, 남자 신도 몇명이 힘을 합쳐서 문고리를 힘껏 잡아 당겼지. 그리고, 그들은 곧 바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자빠졌어. 그 꼼짝않던 문이 너무 쉽게 열려버렸거든.


사람들은 문 안쪽에 서있는 우리 세 사람을 바라보았지.


“하아, 이제 살았네. 꼼짝없이 안에 갇혀버리는 줄 알았는데.”


신장이는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고 그렇게 말했지.


나는 먼저 나간 그 애들의 뒤를 따라 나오면서 문을 한번 위 아래로 흝어보았어. 마치, 문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 처럼 말이야.


물론, 그 문이 열리지 못하도록 잡고 있었던 것은 내 염력이었어. 그 염력을 사용한 대가로 우랑바리 노인이 2백년에서 얼마나 빼기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며칠이 아니라 몇년이라도 나는 상관없었지.


나의 고양이와 동전 한닢을 위한 선물이었으니까 말이야.


참, 나는 그 교회를 빠져나오기 전에 뒤를 돌아보았었지. 혹시, 우랑바리 노인이 거기에 있었을까 해서 말이야.


있었을거야. 틀림없이.


내가 그 건물을 올려다 보면서, 쌩큐, 우랑바리,하고 읊조렸을 때, 종소리가 뎅, 뎅, 울리기 시작했거든.


하여튼 결혼식도 마치고, 그래서, 미국을 가게 됐는데···


어디로 갔냐고?


자네, 미시간 대학교라고 들어는 봤겠지? 인디애나 주에 있는데.


아니, 미쉬건 주에 있는 그저 그런 그 미쉬건 대학교 말고, 인디애나 주에 있는 미시간 대학교 말일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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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사표, 나도 써야 되나요? +2 23.06.01 10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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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타지마 23.05.29 3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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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불편한 데킬라 23.05.26 26 0 12쪽
48 나 좀 만나 23.05.25 25 0 10쪽
47 여자의 육감 23.05.24 3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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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다시 만난 정연 23.05.21 25 0 11쪽
43 드디어, 서병률을 만났다 23.05.21 19 0 12쪽
42 나, BJ 간다 23.05.19 24 0 12쪽
41 갑작스런 물속의 키스 23.05.18 27 1 11쪽
40 살사 출 줄 알아요? 23.05.17 27 1 11쪽
39 서이진, 마이애미 23.05.16 32 1 12쪽
38 내 목숨을 구한 것은 우랑바리 23.05.15 29 1 12쪽
37 미시간의 영웅 23.05.13 29 1 13쪽
36 자작나무 숲, 포레스트 23.05.12 30 1 12쪽
» 살벌한 결혼 서약 23.05.11 30 1 11쪽
34 히말라야의 악마 23.05.10 28 1 10쪽
33 신과의 내기 23.05.09 33 1 13쪽
32 우랑바리 노인이 알려준 진실 23.05.08 39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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