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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엘 님의 서재입니다.

숨지마. 내겐 다 보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해리엘
작품등록일 :
2023.04.11 14:30
최근연재일 :
2023.06.12 19:2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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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글자수 :
300,371

작성
23.06.0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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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징계 대상자는 정해져 있다

DUMMY

서이진이 없는 사이에 나는 상의를 벗어놓고 식탁을 준비했어.


오븐 옆에 놓여있는 톱날 달린 긴 칼로, 미디엄으로 익혀져 있는 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두 조각을 베어 내어 접시에 올렸고, 그 엄마라는 여인이 준비해놓은 감자와 버섯, 브로콜리등등 채소들을 그 옆에 곁들여 다이닝 룸으로 옮겨 놓았지. 그리고, 레드 와인 병도.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촛불에 불을 붙였을 때, 서이진이 돌아왔어. 심플하지만 세련된 디자인의 원피스를 입고 말이야.


뭐, 객관적으로··· 괜찮더군. 그 빨간 드레스 말야. 촛불이 켜져 있는 초록색 식탁하고도 잘 어울렸고.


“와우!”


내가 준비한 식탁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야. 보자마자 감탄사를 내 뱉었지.


“앉으시죠.”


그리고, 나는 촛불을 붙였어.


그러자, 그녀는 눈을 감고 소원을 빌은 다음, 후우!하고 그 하나 뿐인 촛불을 불어 꺼뜨렸지.


다행인 것은···. 아까의 그 향수 냄새가 나지 않았다는 거야.


아마, 눈치를 챘던 것 같아. 내가 그 향수 냄새에 반응하고 있다는 걸 말야. 아니면, 너무 서두르느라, 깜빡했을 수도 있겠지만, 아마 전자 쪽이었다는 게 맞을 거야. 그래서, 향수병을 들어 가슴이며 손목에 살짝 살짝 찍어 바르려다가 그냥 내려놓았을 거야.


그래서, 뭘 했냐고?


밥 먹었어. 와인도 마시고.


와인을 마실 때, 생일 축하합니다, 고마워요, 그러기도 했고. 서이진이 흡족한 미소로 나를 빤히 쳐다 보고 있을 때 나는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기도 했었지.


“불편해요?”


“좀··· 그러네요.”


“내가?”


“솔직히··· 예스, 잇 이스 (Yes, it is.)”


“그럼, 어떻게 한다··· 우리 춤 출래요?”


“...”


“그때 처럼. 춤 추고, 바닷물에 들어가 수영하고, 또···


“춤까지만 하죠?”


서이진은 대답대신 와인 잔을 들고 일어나 거실로 나갔어. 그리고, 곧 잔잔한 음악이 거실을 가득 메웠지. 다이닝 룸 입구에 모습을 드러낸 그녀가 와인 잔을 든 채 내게 손짓을 했고.


나오라고.


나는 할수없이 그녀에게 다가가 한손으로 허리를 감아 잡았어. 그러자, 천천히 그녀의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는데, 아름답더군. 서이진의 뒤편에 보이는 서울의 야경 말이야.


그때, 서이진이 했던 말이 기억나.


“그거 알아?”


“... 뭐죠?”


“이 집에 들어온 남자··· 회장님 말고는 우석씨가 처음이라는 거.”





며칠 후, 서이진 상무에게서 메시지가 왔어.


-A 보고 완료. 윤실장 올라오라고 했고.


회장 보고했고 통과됐다는 뜻이었어. 서이진 상무가 직접 장비 사업부 경영진단 계획을 통보하기 위해 윤제환을 불렀다는 뜻이었고.


아니나 다를까, 윤제환이 방에서 나와 사무실을 나가는 모습이 보였어.


그때,


“김우석씨, 커피 할래요?”


뒤에서 정연이 목소리가 들렸어.


나는 황급히 메시지를 지우고 돌아봤더니 정연이 커피 두 잔을 들고 서있더군. 돌아본 내게 하나를 내밀었고.


“고마워요.”


정연이 자리에 앉는 것을 기다려, 내가 물었지.


“어머니 건강, 괜찮으세요?”


“...네?”


“며칠 전에 감기 기운이 있으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제가요? 아뇨.”


“...”


그럼, 그 감기약은 뭐지? 내가 잘못들었을 수도 있지.


“그럼, 김정연씨 출장가는데 문제 없겠네요. 한 2주 정도.”


“김우석씨, 내가 출장을 가요? 무슨 소리예요?”


정연이의 목소리를 좀 컸어. 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듯한 제스추어를 보냈지. 그러자, 정연도 일단 더는 묻지 않더군.






한편, 그 시간, 서이진 상무 방.


역시, 윤제환은 서상무의 통보를 듣고 똥씹은 얼굴이 돼버렸지.


회장 지시로 경영 진단을 하는 것이야 그렇다치고, 네쪽 분량의 요약 본에, 자신의 기획실 소속인 ‘과장 김우석’과 ‘차장 배중찬’이 그 명단에 있었거든. 자신과 상의도 없이.


그것도 그렇다 쳐. 근데,


“이거 누가 만든거야?”


물었더니,


“김우석 과장”


거기서 윤제환은 자제력을 잃어 버렸지.


“나도 모르게··· 내 밑에 있는 직원에게 이 일을 맡겼다··· 누가? 서상무야?”


“밖에서 듣겠어. 목소리 낮춰.”


“내 말은··· 서상무님께서, 제 부하 직원에게, 나도 모르게, 이 일을 지시하신 거냐고요?”


“내가 아니고, 회장님 아디어어야.”


“...”


“감사팀을 믿지 못하셔. 감사팀이 제대로 일을 했다면 오산에서 컴플레인이 올 이따위 상황이 아예 없었겠지. 그렇다고, 외부 건설팅 쓸 일도 아니잖아?”


“그래서?”


“마침, 김과장이 미국에서 컨설팅 경험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신 거야.”


“그래서.. 내가 반대했는데도 과장 직급을 주셨고?”


“맞아, 대리 계급장을 붙여서 보낼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까, 우리 서상무님께서도 다 알고 계셨다, 그 말씀이네. 섭섭하게.”


“미리는 물론 아니지. 회장님 생각을 어떻게 미리 알겠어.”


“그래. 좋아. 배중찬 차장은? 이 친구를 끼워넣은 이유는 뭐야?”


“기획실장님 입장도 있고 하니까 배려 차원에서 넣어야 한다고 하더라고.”


“누가? 김우석이?”


“그럼, 누구겠어?”


“하, 누가 누굴 배려하는 건지···”


“그럼··· 뺄까?”


“아냐, 넣어. 대신, 바꿔.”


“...누구로?”


“김정연 과장.”



이제 알겠나? 내가 왜 배중찬을 명단에 넣었었는지?


윤제환의 생각을 미리 읽고 있었거든. 기획실 인원 하나를 넣으려 할 거라는 생각 말이야.


그렇다면, 그 사람은 자신에게 진단팀 활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줄 수 있는, 소위 빨대가 되어야겠지. 그래야, 혹시라도 자신에게 떨어질 불똥을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고, 나중에 대책 수립할 때에 한마디 끼어들 수 있으니까.


근데, 배중찬 차장이 아무리 노력해도, 윤제환의 오른 팔은 정연이었어. 그러니, 정연이를 그 안에 넣어달라고 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거야.


그럼, 나는 왜 정연이를 그 팀에 넣었느냐···. 입단속을 시킬 수 있었거든. 그리고··· 혹시 또 윤제환이 정연이에게 그 개수작을 부릴 것도 같았고. 2주 동안에 말야. 그래서, 정연이를 그 자식으로부터 떼어놓은거야.




서이진을 만나고 돌아온 윤실장이 사무실로 들어왔어. 당연히 나를 노려봤지. 그리고는,


“김우석씨, 잠깐 내 방으로 들어와요. 김정연씨도.”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겠지만 참느라 애를 쓰고 있더구만.


정연이와 들어갔더니, 윤제환은 들고 있던 수첩을 책상 위에 탁 던져 놓고는,으흠! 헛기침으로 목구멍을 정리하더군.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두 사람 출장 준비하세요. 다음주 월요일 부터 2주 걸릴거예요.”


당연히 정연이 나를 돌아봤지. 어이가 없는 얼굴로.


“회장님 지시로 서상무께서 장비사업부 현안 점검차 가십니다. 오산이 장비 사업부에 불만이 많은 모양인데, 두 사람이 가서 서상무님을 보좌하세요. 세 사람 정도 더 합류할 겁니다.”


정연이 물었지.


“실장님, 갑자기 출장을 가라고 하시니··· 미리 계획하셨던 건가요?”


윤제환 실장이 주도해서 계획한 프로젝트라면 정연이 모를 수가 없으니 말야.


“자세한 내용은···”


그러더니, 나를 노려보며,


“김우석씨가 설명해주면 되겠네. 그렇죠?”


나는 대답하는 대신 가볍게 고개를 숙였어.


내게 설명을 들으라니···정연이는 이게 또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윤제환이 내 꼴도 보기 싫다는 듯 의자에 털썩 앉고는 몸을 돌리며 말했지.


“나가봐요.”


기획실장 방을 나오자 정연이가 내게 속삭였어.


“김우석씨, 나 좀 봐요.”


그리고, 앞장 서서 휴게실로 갔어. 가자마자,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물었지.


“어떻게 된 거야?”


“들은 대로.”


“윤실장이 이 프로젝트를 주도했다면 내가 모를 리 없어. 네가 서상무한테 직접 오더 받은 거야?”


“왜··· 네가 모를 리 없어야 하는 거지?”


“그야··· 내가 실장 보고서나 중요 업무를 챙겨주니까. 그게 기획실에서 내 일인 거 몰라?”


“그것 뿐야?”


“무슨 소리야?”


“기획실 안에 돌아 다니는 이런 저런 얘기들도 보고하고 있는 거 아냐?”


“...”


“예를 들어, 내가 서이진 상무하고 퇴근 길에 술 한잔하더라, 뭐, 그런 것 까지.”


“너, 지금··· 날 무슨··· 끄나풀이라고 말하고 있는 거야?”


“맞아. 그래서, 윤실장이 너를 진단팀에 넣은 거고.”


“그건, 나도 모르는 얘기야.”


“어쨌든, 처신 잘해. 윤실장한테 보고할 때, 좀 가려가면서 하고. 알았어?”


“야, 김우석!”


정연이는 정말 화가 난 모양이었어. 소리를 버럭 질렀거든. 그


래도, 정연이니까 내가 이런 말도 할 수 있었지, 만약 배중찬이나 기획실의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입단속을 못시켰을 거야.




하여튼, 팀은 꾸려졌어.


총책임자는 당연히 서이진 상무였고. 내가 실무 총괄 조정, 일반 관리 부문은 김정연 과장, 그리고, 기술, 자재 구매, 생산/물류 분야에 차장급 각 한명씩.


서상무를 제외하고 모두 다섯명이었는데, 인원이 더 필요하면 그때 그때 현장에서 차출하기로 했지.


출발하기 전 금요일에 우리는 실무 준비 미팅을 가졌었는데, 이미 내용을 모두 알고 있는 서이진 상무까지 참석할 필요는 없었지. 그야 말로 실무 미팅이었으니까.


나는 경영진단의 배경과 계획을 설명하고, 팀원들에게 각자 해야할 task list를 나눠줬어. 그랬더니, 죽 내용을 훑어본 생산/물류 부문 담당 최원섭 차장이 묻더군.


“김과장님. 한 말씀 드려도될까요?”


“물론입니다.”


“내용을 보니까··· 오산에서 제기한 불만 사항 만이 아닌 것 같네요.”


최원섭 차장,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지.


“그럼, 최차장님이 보시기에는 어떤가요?”


“솔직히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그냥 답을 정해놓고 가는 것 같은데요.”


“어떻게요?”


“범인 정해놓고 증거를 찾아라··· 아닌가요?”


나는 선선히 시인했지.


“바로 보셨네요.”


“... 네?”


“최차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징계 대상자는 정해져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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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계 대상자는 정해져 있다 23.06.02 33 0 10쪽
54 사표, 나도 써야 되나요? +2 23.06.01 105 1 9쪽
53 홍콩에서 온 클라라 23.05.31 46 0 10쪽
52 타지마 23.05.29 37 0 9쪽
51 하필, 일식 23.05.28 29 0 9쪽
50 나, 너 포기못해 23.05.27 30 0 8쪽
49 불편한 데킬라 23.05.26 26 0 12쪽
48 나 좀 만나 23.05.25 25 0 10쪽
47 여자의 육감 23.05.24 3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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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드디어, 서병률을 만났다 23.05.21 19 0 12쪽
42 나, BJ 간다 23.05.19 24 0 12쪽
41 갑작스런 물속의 키스 23.05.18 27 1 11쪽
40 살사 출 줄 알아요? 23.05.17 27 1 11쪽
39 서이진, 마이애미 23.05.16 31 1 12쪽
38 내 목숨을 구한 것은 우랑바리 23.05.15 29 1 12쪽
37 미시간의 영웅 23.05.13 28 1 13쪽
36 자작나무 숲, 포레스트 23.05.12 29 1 12쪽
35 살벌한 결혼 서약 23.05.11 29 1 11쪽
34 히말라야의 악마 23.05.10 28 1 10쪽
33 신과의 내기 23.05.09 33 1 13쪽
32 우랑바리 노인이 알려준 진실 23.05.08 39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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