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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글 님의 서재입니다.

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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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5,726
추천수 :
553
글자수 :
531,864

작성
22.09.08 17:30
조회
43
추천
5
글자
11쪽

마존 형님

DUMMY

“어디 가는 거야 초요?”


“이제 더 미룰 수 없는 일을 해야 할게 있어.”


“뭔데?”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급하게 나서는 초요를 따라 나서며, 봉순이 보다 한걸음이 뒤쳐진 채 연수가 투덜거리고 있었다.


“주선왕이 이 언니를 데리고 온 이유가, 너를 잘 이끌어 주기를 바라서인데, 매일 함께 일만 치고 다니니... 이래서야 원, 이 언니는 선왕부에서 이제 곧 짤리고 말 것 같다.

초요 너, 자꾸 일 만들고 다니면 이 언니를 볼 날도 얼마 남지 않게 될거라구!"


“괜찮아, 내가 아버지께 잘 말하면 돼. 언니 때문에 내가 못 살겠다고 그러면, 아버지는 언니가 아주 잘 하고 있는 걸로 아실 테니까 문제없어.

시집갈 때 까지는 여기 붙어 있어야 한다며.”


'내가 선기로 주선왕을 구워 삶지 않으면, 우리가 이러구 사는데... 눈칫밥이라도 제대로 얻어먹기나 했겠니.

인간계 음식이 정말 맛있다길래, 이참에 원 없이 좀 먹고 가려고 했더니만 ... 딱하게도, 내가 밥 먹을때마다 인간들한테 눈치가 다 보여.'


혼자만의 생각으로 투덜거릴 동안, 어느새 저만치 떨어진 초요를 의식한 연수가 다시 빠른 걸음으로 쫓아가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정말 어디 가는데?”


“ 돈벌러! "


" ... 또? "


연수의 걸음이 멈췄다. 하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는 중요한 인물을 그냥 둘 수도 없으니, 일단은 다시 뒤쫓아 갈 수밖에 없었다.


“돈이 왜 필요해? 선왕께 달라고 하면 되잖아.”


“그럴 수 없어. 아버지께는 절대로 말 하면 안돼! 안 그러면 언닌, 내 인생 최고의 배신자가 되는 거고, 그래서 다신 안보고 살지도 몰라!"


‘나도 좀 그만 보고 살았으면 좋겠다...'


연수도 일단, 초요의 협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한참을 걸어서, 잡역부 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는 동네로 접어들었다.


“오늘은 왜 이렇게 멀리가?”


오늘은 지붕위를 둘러보아도 당당이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인간계에서 그들을 보호해야 할 이도 없이 먼 곳으로 나서는 걸음이 못내 불안한 연수가, 오는 내내 주변을 둘러보며 불안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괜찮아 언니, 그만 좀 불안해 해. 지난 번 시장 안에 있던 투전판은 주인 아저씨가 너무 안됐잖아.

그러니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큰 곳으로 가야지 주인 아저씨가 손해 보는 일이 적을 것 아냐. 여기 아저씨는 지난번 아저씨보다는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초요, 어떻게 돈 잃을 사람 걱정을 하면서 돈을 따러 갈 생각을 하는 거야? 그리고 너한테 돈이 왜 필요해?”


“나중에 가르쳐 줄게!"


조그만 키에 걸음은 어찌나 빠른지, 연수와 봉순이가 줄곧 바쁜 걸음으로 뒤를 따라 왔지만 좁혀 지지 않는 거리에 계속해서 뛰다 시피하며, 가쁜 숨을 삼키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네가 돈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하는 거야? 도박은 딸 때가 있으면 잃을 때도 반드시 있는 거야. 그럼 넌 밑천은 있긴 하고?”


“불리면 돼. 난 안 잃어.”


초요가 자신있는 표정으로 몇 푼 들어있지 않는, 바지춤에 달린 주머니를 자신 있게 흔들어 보였다.


“세상사가 그렇게 매번 뜻대로 흘러가니? 넌 아직 인생의 쓴맛을 보지 못해서 그런 거거든. 인간들은 돈 갖고 장난하면 큰일 난다고!"


이전 현령계에서, 어른들이 이렇게 하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


인간계에서 오랜 시간동안 영물로 지낸 어르신들은 무용담처럼 혀끝을 차면서 인간들을 험담 하는 걸 즐겼다.


하지만 의심의 여지라고는 전혀 없는 초요의 목소리는 씩씩했다.


“내가 알 수 없는 내 기억 속에서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어. 내가 원하면 항상 이루어 질 거라고... 누군가가 보살펴 줄 거래.

그래서 해봤는데, 정말 한 번도 지지 않았어.”


연수의 말에도 아랑곳없이 초요의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이미 가득 들어차 있는 것 같았다.


'도대체 마존이 애한테 뭐라고 길을 잘못 들인 거야...? 뭐라도 믿는 구석이 있으니 저러는 거지. 쯧쯧...마존 탓이구만!'


연수가 앞장서 가는 초요를 향해,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형의 인간이라는 생각으로 혀를 내두를 즈음,


어느새 그들은 왕부와 제법 많이 떨어진 외곽 쪽으로 접어든 것 같았다.


그들이 있던 시내의 장터보다도 오히려 사람들의 왕래가 훨씬 더 많아지고, 야채와 생선 소금 등을 실은 수레는 좌우 길의 구분도 없이 어지럽게 서로를 피해서 잘도 다니고 있었다.


“봉순아 이리와! 쬐끄만 게, 쥐도 새도 모르게 밟히고 말겠다.”


연수가 강아지를 품에 안으며 또다시 부지런히 초요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잠시 후 희한하게 어떻게 알고 찾았는지, 술 냄새와 고기 탕 끓이는 냄새가 진동하는 낡은 식당 안으로 초요가 거침없이 들어서자,

봉순이를 안은 연수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얼른 초요뒤를 따라 들어갔다.


“밥은 됐고, 잠시 놀다 가겠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초요가 식당 안으로 들어서며, 다가오는 종업원을 향해 대꾸하고 있었다.


초요와 연수을 아래위로 흩어보며 고개를 갸웃갸웃 하던 종업원이, 주인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하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주산 알을 바쁘게 튕기던 주인 행색의 남자가 곁눈질로 이들을 힐끔 쳐다본 후,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풋내기 손님을 향해 씩-하고 한번 웃어 주더니, 고개 짓으로 종업원에게 데리고 가라는 모양을 하였다.


다가온 종업원이 이층으로 손짓을 한 후 안내하며 먼저 몇 발 앞서 걸어 나가고 있었다.


오히려 잔뜩 긴장했던 표정이 풀어진 연수가 인간계의 새로운 환경에 신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조금씩 들썩거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웃음기를 애써 누르며 주변을 둘러본 후, 차분하게 들뜬 음성으로 초요에게 말을 건넸다.


“이런 데는, 도대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집 하인들에게 물으니까, 이곳이 밑천에 상관없이 큰돈을 걸 수도 있고 딸 수도 있는 규모도 크고 자유로운 곳이라고 해서.”


“도대체 무슨 생각 인지를 모르겠다. 초요.”


“괜찮아, 이런 경험도 좀 해보고 해야지... 많은 경험은 사람을 크게 만든다고 했었잖아. 언니가,"


‘아, 정말... 말은 마존도 못 당할 거다. 마존의 취향이 이런 건가 보지. 남의 일이니까 간섭하지 않아도 돼..."


연수가 속으로 중얼거리는 동안 그들이 이층으로 올라가자, 창이 없는 탓에 눈앞에는 희뿌옇고 탁한 공기가 마치... 뚫고 지나야 할 두터운 결계처럼 그들 앞에 우뚝 버티고 서 있었다.


십여 개의 탁자마다 투전이나 주사위 골패 등을 하는 사람들이 한 무더기로 어우러져 있었고, 그들 앞에는 신성한 물건이라도 모셔놓은 듯이 돈들과 제법 값들이 나가 보이는 물건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직접 하는 사람이나 구경을 하는 사람이나, 하나같이 상기된 얼굴로 그들의 돈과 그들이 내지른 결과를 두고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밖은 거의 한낮이었지만 밤을 함께 지샌 이들로 가득한 이 안은, 어둡고 축축하고 고약한 냄새까지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대충 눈으로 몇 개의 탁자들을 흩어보던 초요가, 사람들 수가 가장 많이 몰려있는 투전판이 오가는 탁자 앞으로 다가갔다.


초요가 그들 사이로 들어가자 자연스럽게 한 사람이 일어섰다.

일어서던 남자는 다리에 힘을 잃고 잠시 비틀거린 후, 약한 신음소리와 함께 사람들 틈 사이로 사라졌다.


낡고 오래된 곳 같았지만 큰 문제를 일으키는 이는 보이지 않았다.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방의 벽 곳곳에서 칼을 차고 노려보고 서 있는 감시인에게 먼저 붙잡혀, 사지가 절단 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었기 때문 이었다.


“... 자, 목을 돌립니다!"


탁자의 중앙에서 투전목을 잡은 선수가 주변을 둘러보며 시작을 알렸다.


함께 자리를 꿰어 찬 초요가, 주머니를 열어 동전 세 닢을 꺼내 호기롭게 탁자위에 펼쳐 올렸다.


하지만 이 맑고 가벼운 동전소리에 놀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초요의 동전 세닢 쪽을 향해 모아지자, 그곳에 모여든 사람들은 마치 공공의 적이라도 대하는 표정으로 초요의 무리들을 도끼눈을 뜬 채 위 아래로 흩어보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게 싸늘한 기운이 조여드는 분위기 속에서, 연수가 창도 없는 공간을 둘러보며 삼두견의 흔적을 찾으려 하였다.


‘하여튼, 필요할 땐 안 보이지. 하기야 삼두견의 도움 따위가 뭐 필요한가. 고작 인간에 불과한 이들인데.’


연수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봉순을 옷섶 안으로 밀어 넣고, 보이지 않게 주먹 안으로 선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 자, 아우야! 투전놀이 하고 싶다고 나가면서, 돈도 안 들고 나가느냐?”


갑작스럽게 나타난 남자의 수려한 용모와 단아한 말투는, 분명 초요를 향하고 있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이 잘생긴 남자의 얼굴을 힐끔 힐끔 돌아보느라 도박판에서 잠시 눈을 떼자, 잠시 후 이곳 저곳에서 반칙이라고 외치는 소리들과 함께 또 한 번 어수선한 분위기가 방안을 휘젓고 다니고 있었다.


“자 이 정도에서 시작해 보자꾸나.”


딱 보기에도 엄청 귀해 보이는 옥구슬 두 개가 탁자 위를 빛내고 있었다.


멍한 얼굴로 한동안 남자를 쳐다보던 초요도, 능청스럽게 다시 눈을 돌리며 대답했다.


“첫 판에서 따 드릴 테니, 이자와 함께 쳐 드리죠... 형님.”


‘이런데 쓰라고, 복을 내려준 건 아닌데...그래도 약속한 걸 어찌 하겠느냐. 네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 질 것이다.’


선기를 모은 주먹에 힘을 준채로 옆에 서 있던 연수가, 갑작스럽게 눈앞에 등장한 이 수려한 남자 앞에서 아는 척을 해야 할지 모르는 척을 해야 할지 궁리하느라, 강아지를 품에 안고 맹하게 서서 말없이 남자의 얼굴만 넔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먼저 말을 건넨 건 남자였다.


“연수야. 집에 손님이 찾아올 것 같다.

먼저 가서 손님을 맞고, 그리고 정치마는 배부른 걸 싫어하잖아. 알 만한 사람이 밥을 그렇게 억지로 먹이려고 하면 어떡하는지 원!

이제 며칠간 먹이는 주려고 하지 말고 이른 아침에 떠온 첫 이슬이 섞인 맑은 물만, 깨끗한 그릇에 담아 주도록 하여라.

똥도 안 싸는 애한테 먹이를 먹이려고 하면 탈난다...

허기야, 말만 주고 관리하는 방법도 안 가르쳐 준 그 녀석의 모자란 주인 탓이지!"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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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24.01.17 22:10
    No. 1

    ㅋㅋ마존형님..
    인간계까지 내려와 투닥거리는 마존과 전신 때문에 연수 머리 복잡해지네.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해품글
    작성일
    24.01.18 01:40
    No. 2

    그렇죠~~ ㅎㅎ
    그런데 연적끼리 옥신각신하는게..
    젤 재밌는거 같아요.^^
    오늘도 만월검에 들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별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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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자운 돌보기 22.08.31 38 5 14쪽
55 마존과 연수의 거래 +2 22.08.30 3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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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운우의 흑화 +2 22.08.27 46 4 13쪽
51 자운의 부활 22.08.26 41 5 12쪽
50 정심검의 또다른 여인 +2 22.08.25 39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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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염라옥의 흐물요괴 +2 22.08.23 43 4 12쪽
47 귀왕에게 잡힌 운우 +2 22.08.22 41 4 11쪽
46 전신과 마존의 악연 +2 22.08.21 46 5 13쪽
45 사라진 운우 22.08.20 41 5 12쪽
44 망천강의 손님 22.08.19 41 6 13쪽
43 그믐밤의 연인들 +2 22.08.18 45 6 16쪽
42 보연의 거래 22.08.17 42 6 12쪽
41 애매한 고백 +2 22.08.16 40 6 12쪽
40 귀왕에게 향한 보연 22.08.15 40 5 12쪽
39 슬픈 마존 +2 22.08.14 45 5 16쪽
38 촉수귀의 습격 22.08.13 45 5 13쪽
37 조용한 위기 +4 22.08.12 53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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