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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글 님의 서재입니다.

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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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5,701
추천수 :
553
글자수 :
531,864

작성
22.08.13 17:30
조회
44
추천
5
글자
13쪽

촉수귀의 습격

DUMMY

염라옥과는 방향이 다른 곳이었다.


한참을 걸어가니 또다시 어둠이 서서히 밀려오고, 어둠속에서 더 짙은 검은색으로 좁은 길의 윤곽이 생겨나고 있었다.

귀신들에게는 드러나지 않는 길이라고도 하였다.


“ 잘 따라오세요, 길을 제대로 밟지 않으면 끝이 없는 어둔 공간속으로 빠져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면 아마 마존 이시더라도 자운공주님을 찾는데 한참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귀신들의 접근과 탈출을 막기 위해서죠! ”


“아 ! 네...”


그 말에 신경이 곤두 선 자운은, 주변을 살피느라 짧은 대답만 간신히 내뱉고 있었다.


‘발끝이 떨리는 기분도 괜찮아. 낭떠러지 위를 걷는 것 같은데 ... 그래도, 재밌네!'


자운의 긴장된 얼굴 사이로 야무진 웃음기가 번져가고 있었다.


잠시 후 검고 좁은 길은, 숲속 길 사이로 뻗어지며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간간이 꽃봉오리와 같은 모양의 커다란 형상들이 주변에 둥둥 떠있고, 그 꽃봉오리에서 밝혀지는 은은한 붉은빛이 주변을 완전한 어둠으로부터 지켜주고 있었다.


‘현빙화! 마존이 열 받을 때 이마에 한 번씩 드러나는 그 꽃이야.'


“숲속이네요? 용마천이라고 해서 지옥불이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곳 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아늑한 곳이에요.”


보연의 얼굴빛이 현빙화의 불빛을 받아 붉게 그늘지자 날카로운 웃음기가 드러나고 있었지만, 애써 감추고 있었다.


천천히 숲길을 걸어 나가자 한쪽에서 슬픈 울음소리가 들리는가 싶은데, 다른 한쪽에서는 소름 끼치도록 잔인한 웃음과 거친 울음소리가 섞여서 들려오기도 하였다.


가냘픈 빛 사이로 듬성듬성 스치며 지나가는 것은, 바람결이 아니라 여인의 흐트러지며 날리는 머리칼 이었다.


가끔씩 손등을 스치며 지나는 거친 머리끝자락의 감촉은 자운의 보송한 뒷목의 솜털을 일으켜 세우는 것 같았다.


자운이 무의식적으로 허리에 찬 선요검에 손을 뻗고 있었다.


“괜찮아요. 이들의 의식 일 뿐이에요. 육체는 모두 숲속 깊은 곳에 있는 그들의 영루 속에 담겨있으니까요.”


“하지만, 소리도 촉감도 있는걸요!”


수긍 할 수 없다는 투로, 자운이 잔뜩 신경이 곤두선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의식이 강한 귀신들이니까요. 의식이 사물의 기운을 움직여 몸의 촉감을 만들어 내죠.”


여전히 경계하듯 주변을 둘러보는 자운을 비웃기라도 하듯 보연이 말을 이었다.


“해를 끼칠 정도까지는 안 될 의식이니, 마음 놓으세요 자운 공주님!"


선요검에서 손을 뗀 자운이, 그녀 앞으로 무겁게 내리쳐진 나뭇잎을 들어 올려가며 점점 더 깊은 숲의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숲속 군데군데에 새가 둥지를 튼것 같은 움푹하게 패인 풀 받침대 위에는 커다란 물방울 모양이 투명한 껍질을 쓰고 놓여있었고,

한 번씩 껍질안의 액체가 꿀렁거릴 때는, 툭툭 하고 몸부림을 쳐대는 손발의 모양이 비춰지기도 하였다.


“요 마귀들의 근원인 영루에요. 스스로의 영루에 갇혀서 그들이 살아온 삶의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가졌던 감정들을 다시 느끼게 해서, 선한 심성을 다시 찾을 기회를 주죠. ”


“...찾지 못하면요?”


보연이 팔짱을 낀 채로, 조금 떨어진 곳의 영루를 턱으로 쭈뼛 거리며 가리켰다.


“ 선한 심성을 찾지 못하면, 저렇게 영루가 말라 들어가죠.”


그녀 앞의 탱탱하게 차오른 액체주머니와 다르게, 윤기 없이 탁한 색으로 흉물스럽게 쪼그라들고 있는 주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아!'


자신도 모르게 자운이 놀란 눈으로 한걸음을 뒤로 내밀었다.


보연이 조금 말라들고 있는, 이제는 색이 회갈색으로 바래 진 주머니 근처로 가서 주머니를 쓰다듬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


이미 그녀는 이곳을 굉장히 즐기고, 이 모든 것들이 사랑스러워 못 견디겠다는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 주머니들이 어느 정도쯤 말라들게 되면, 숲의 가장 안쪽에 흐르는 뜨거운 용마천으로 버려도 될 것인지... 아니면, 더 두고 기회를 줘야 할 것인지, 마존에게 항상 허락을 받으러 가죠."


보연의 입가에 고집이 보였다.


"풋...! 이제 마존은 제 판단을 믿지 못하시는 거죠.”


보연의 말에 빠져 주변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차가운 감촉의 미끈하고 끈적한 줄기 같은 것이 손끝으로 살짝 기어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재빨리 선요검에 손을 뻗었지만 그보다도 조금 더 빠르게 손가락 끝이 따끔하더니, 손에 감각이 없어지면서 순식간에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자운의 기운이 사라졌다.


그녀와 헤어진 곳에서 땅바닥에 코를 박은 채로 멍하니 엎드려 자운을 기다리던 삼두견이, 자리에서 불쑥 일어나 어두운 공간속을 향해 매섭게 으르렁 거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자리에서 잠시 망설이던 삼두견이 검은 빛깔의 연기 속으로 사라진 후, 용마천 입구의 허공에서 검은 연기를 뚫고 뛰어내려왔다.


마존이 출입을 금한 곳이었지만, 자운의 기운이 이곳에서 사라져 갔고 그의 주군도 가만히 기다리기를 원하지는 않을 터였다.


사납게 휘청거리는 머리를 세 개나 단 삼두견의 육중한 포효성이, 용마천 숲속 안을 헤집을 듯이 날카롭고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숲속 안을 돌아다니던 모든 기운의 의식들이 각자의 영루 안으로 조여 들어가 움츠린 채로 덜덜 떨고만 있을 즈음,

보연이 축 늘어진 자영의 몸뚱이를 안고 숲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



천궁의 태선궁에서는 천제와 성운제군, 전신과 마존이 무거운 얼굴로 침묵만 지키고 앉아있었다.


“본존의 내력이 해를 입었으니 아마도 오룡이 펼치는 광진에는 합류하기가 힘들 테지.

자성의 별이 일선으로 놓이는 날, 가장 위험한 요인은 아무래도 요 마귀의 무리일 테니, 삼계가 힘을 합쳐 귀왕의 거처를 미리 알아내서 섬멸시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지 않겠나?”


천제의 말에 모두 고개만 끄덕일 뿐, 잠시 동안 모두 각자의 생각 속에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잠시 후, 찻잔을 다잡은 마존의 미간 사이가 심하게 일그러지더니, 불쑥 자리에서 일어나 천제를 향해 두 손을 모아 올렸다.


다급하게 보내온 삼두견의 전음은 두서가 없이 자운의 이름만 울려 나오고 있었다.


“천제께 아룁니다. 마계에 일이 생긴 듯해서 먼저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늘 거드름을 피우는 모양을 하던 마존의 반응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이들이 그를 바라보았을 때는, 기의 방출로 인해 그의 검은 옷자락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인, 무슨 일인가?”


천제가 마존의 눈을 보며 물었다. 그의 왼쪽 눈에 붉은 기가 조금씩 서리고 있었다.


“친구가 다쳤다고 합니다. 나중에 다시 논의에 합류하도록 하겠습니다!”


천제가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마존이 급하게 몇 걸음을 나서며 바로 검은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친구...라고?’


전신과 태자의 눈빛도 잠시 길을 잃고, 마존이 남기고 간 찻물의 움직임만 따라 흔들리고 있었다.



****



용마천 숲의 입구, 보연이 안아들고 나온 자운의 모습은, 본래가 뼈라고는 하나도 없던 존재인 마냥 제각각으로 늘어져 흔들리고 있었다.


보연의 두 팔 아래로 걸쳐 내린 팔과 다리는, 이미 생기라고는 전혀 남아 있지 않은 늦가을 서리 맞은 풀잎처럼 귀하지 않은 모양으로 그녀에게 들려있었다.


삼두견이 머리 세 개를 각기 다른 방향으로 사납게 허느적 거리며, 보연의 앞쪽으로 걸어갔다.


붉어진 눈과 실룩이는 코 아래에서 배어져 나오는 그르렁 거리는 소리에 놀란 보연도, 하마터면 자운을 바닥 아래로 떨어뜨릴 뻔하였다.


잠시 후 삼두견 옆으로 검은 연기가 일어나고, 검은 도포자락을 거세게 저으며 마존이 모습을 나타냈다.

뒤이어 나타난 진소도 마존이 옮기는 걸음에 뒤질 새라, 급하게 따라가 옆을 지키고 있었다.


보연이 한마디 말을 떼는 순간보다 빠르게, 마존이 보연의 팔에서 자운을 낚아채며 그의 품으로 안아 올렸다.


자운의 얼굴을 날카롭게 살펴보던 마존이, 이미 붉어진 왼쪽 눈과 이마위로 강하게 발현된 현빙화의 불꽃을 드러내며 오싹할 만큼 무서운 표정으로 보연을 쳐다보았다.


“무엇 때문이지?”


보연이 움찔하며, 급하게 팔을 모으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의 목소리의 울림은, 피부를 긁어내듯이 그녀에게 강렬한 통증을 일으키고 있었다.


“자운 공주가... 용마천이 너무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위험 하다고 했지만, 마존께서 이해하실 거라고... 괜찮다고 했습니다.”


보연의 목소리가 멈추자마자, 마존이 다시 사방으로 고통스런 울림을 만들어 내었다.


“너와 함께 있는데, 왜 위험하지?”


보연이 마존을 향해 튀어나올 만큼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게... 촉수귀가 영루를 조금 벗어난 것 같습니다.”


“가능하다고 보나.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본존의 염력이 약해졌다는 거겠군. 아니면 누군가가 일부러 틈을 주었거나!"


보연이 숨도 못 쉴 만큼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힘겹게 대답하는 순간에 맞추어,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마존이 보연을 향해 다그쳤다.


“촉수귀의 왼쪽 촉수의 침을 빨리 뽑아 와라!”


다시 자운의 얼굴빛을 살피던 마존이 움직임이 없는 보연을 다급하게 쳐다보았지만, 우물쭈물 할 뿐 보연이 자리에서 그대로 머물러만 있을 뿐이었다.


“그게... 제가 놀라서 경황이 없는 사이 촉수귀가 이미 용마천을 탈출한 것 같습니다. 이미 해독 침을 구하기 위해 용마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마존의 입술이 거칠게 들썩거렸지만, 보연을 향한 눈길을 걷어 곁에 있던 진소와 당당을 쳐다보았다.


“진소, 당당. 당장 촉수귀를 찾아 해독 침을 뽑아 와라!"


마존이 더 이상 보연을 쳐다보지 않았다.


“촉수귀의 오른쪽 촉수는 독침이고 왼쪽 촉수에는 해독 침이 돋아 있다.

자운의 독이 온몸을 덮치기 전에 촉수를 통째로 잘라서 오더라도 최대한 빨리 구해 와야 한다. 당당 네가 앞서서 촉수귀를 찾도록 해라. 얼른 가거라!”


삼두견이 그르릉 거리는 소리를 내지르며 앞서 걸어 나가고, 진소가 마존을 향해 손을 올리며 돌아설 준비를 하자, 급하게 보연도 마존의 눈치를 보며 물러났다.



****



마계의 끝을 지나 인간계의 끝이기도 한 경계사이의 공간속으로, 골격을 더 크게 부풀린 지옥의 삼두견이 빛 하나 보이지 않는 암흑사이를 천천히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세 가닥의 머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핏빛 눈빛의 광채가, 어둠속을 헤집으며 주변을 밝혀주고 있었다.


묵직한 다리를 내디딜 때마다 커다란 골격의 움직임이 사납게 꿈틀거리고, 주변의 가득한 요귀들의 냄새 속에서 촉수귀를 찾기 위해 연신 씰룩거리는 코 아래로는 끈적한 침이 고인 붉은 잇몸을 사납게 드러내고 있었다.


“당당, 빨리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삼두견의 뒤를 따르던 진소가 주변을 경계하며 칼을 쥔 손목에 힘을 다잡아 넣고 있었다.


반면 불안한 눈빛이 가득한 보연은 주변의 기척을 살피며 말없이 그들의 뒤를 조용히 따르고 있었다. 가끔씩 쿨럭 거리는 마른 기침소리가 진소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보연, 일부러 그러지 마라! 빨리 해독 침을 구하지 못하면 더 큰 화가 네게 미칠 것 같은데. 너의 그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마존께서 언제까지 참아 주실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내가 뭘! 먼저 의리를 저버리고 몰아세우건, 마존 이시라구 !”


보연의 대답에 진소가 고개를 내 저으며, 실소할 뿐이었다.


이들의 대화에는 전혀 관심 없다는 듯이 여전히 주변을 살피며 걷던 당당이 자리에서 멈춰 선 후, 그들 앞으로 우뚝 선채로 쪼개어진 바위 사이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르릉...‘


삼두견의 내력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울림에 주눅이든 주변의 요귀들이 몸을 사리고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뛰쳐나가려는 듯이 당당이 앞발을 구르며 몸을 움츠리자, 진소가 급하게 당당의 앞을 막아섰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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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마존 형님 +2 22.09.08 43 5 11쪽
63 운우에게 부는 바람 22.09.07 43 5 12쪽
62 다시 만남 +2 22.09.06 37 5 10쪽
61 상심석 +2 22.09.05 39 5 12쪽
60 태마경의 위력 +4 22.09.04 38 6 12쪽
59 귀신 잡는 말 +2 22.09.03 37 6 12쪽
58 초요의 손님 22.09.02 33 5 11쪽
57 위기의 운우 +2 22.09.01 44 5 14쪽
56 자운 돌보기 22.08.31 38 5 14쪽
55 마존과 연수의 거래 +2 22.08.30 36 4 12쪽
54 무모한 정 22.08.29 40 4 12쪽
53 보연의 언니 22.08.28 38 4 12쪽
52 운우의 흑화 +2 22.08.27 45 4 13쪽
51 자운의 부활 22.08.26 40 5 12쪽
50 정심검의 또다른 여인 +2 22.08.25 38 5 14쪽
49 귀진검의 공격 22.08.24 41 5 11쪽
48 염라옥의 흐물요괴 +2 22.08.23 43 4 12쪽
47 귀왕에게 잡힌 운우 +2 22.08.22 41 4 11쪽
46 전신과 마존의 악연 +2 22.08.21 46 5 13쪽
45 사라진 운우 22.08.20 41 5 12쪽
44 망천강의 손님 22.08.19 41 6 13쪽
43 그믐밤의 연인들 +2 22.08.18 45 6 16쪽
42 보연의 거래 22.08.17 41 6 12쪽
41 애매한 고백 +2 22.08.16 40 6 12쪽
40 귀왕에게 향한 보연 22.08.15 40 5 12쪽
39 슬픈 마존 +2 22.08.14 45 5 16쪽
» 촉수귀의 습격 22.08.13 45 5 13쪽
37 조용한 위기 +4 22.08.12 53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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