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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글 님의 서재입니다.

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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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5,728
추천수 :
553
글자수 :
531,864

작성
22.08.22 17:30
조회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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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귀왕에게 잡힌 운우

DUMMY

“ 공주이지만, 대군들에 못지않게 얼마나 본국에 충성스러웠는지는 잘 알고 있지.

위대한 제국도 몇 년 동안의 가뭄 앞에서는 스스로 말라가는 법이거늘, 그걸 공주의 힘으로 막아 보겠다고, 소국의 늙은이에게 시집가는 조건으로 신요국에 조공을 올리도록 했으니,

공주의 몸을 팔아 백성들을 먹여 살리려고까지 한 것이 아닌가. 쯧쯧... 당연하다고만 여길 뿐이지, 그 고충을 누가 알아주기라도 했나..."


귀왕의 이야기는, 속으로는 두려움에 떨고 있던 여인의 마음을 조금씩 데워 주고 있었다.


“당신이 그걸 왜 신경 쓰지?”


“당연히 신경이 쓰이지.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데, 인간들이 그걸 모르고 말이야!"


“헛소리 하고 있네. 네가 이 지옥의 염라대왕이라도 되는 것이냐?


“뭐, 그럴 수도 있겠네.

어쨌든, 다행이 비가 잘 내려준 탓에 대국의 공주가 하찮은 소국에게 팔려가는 꼴은 남들 보기에 뭣하니... 팔려가는 위기는 넘긴다 싶었는데,

이번엔 빌어먹을 하늘이란 것이 공주를 놀린 격이 되지 않았는가?”


귀왕의 말에 마음에 삼켜둔 분노가 치밀자, 여인이 다시 두 주먹을 부르르 떨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표정을 눈여겨 살피던 귀왕이 다시 입을 열었다.


“드디어 험난한 고비를 이겨내고 사랑하는 공자와 혼인날 까지 잡아두었는데, 혼례일을 겨우 사흘을 앞두고 이렇게 갑자기 쓰러지게 하면 세상이 너무 잔인하잖아.

하늘도 참...어떻게 이런 충직한 여인에게 고통만 안겨 주는지!"


“지금 그는 어떻게 되었지?”


눈시울이 붉어진 여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 신이 공주, 공주는 지금 인간계에서는 중병에 걸려 의식이 없이 누워있는 상태야.

계속 이렇게 의식 없이 누워만 있다간, 산송장 신세밖에 더 되겠나? 공주의 사랑하는 공자도 결국은 곁을 떠나겠지?”


“무슨 소리야. 그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유쾌한 표정을 지으며 귀왕이 대답하였다.


“ 인간이 음식을 먹지 못하는 상태라면, 몸이 얼마나 버텨 줄 수 있을까?

버틴다고 해도, 온 육체가 썩어가는 고기처럼 고약하게 말라 갈걸. 태의라는 것들이 입으로 억지로 들이 부은 물기를 빼려면, 의식은 없어도 소변은 줄줄 흐르겠지.

별로 아름다운 모습은 아닐 거야.”


귀왕의 이야기에, 주변의 모든 요귀들 까지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요 하고 있었다.


“... 하지만, 방법이 있지. 공주의 몸이 더 썩어 들어가기 전에, 빨리 몸을 되찾을 방법이!"


뒤죽박죽 혼돈스러운 상황 속에서, 여인의 의식이 약해지는 상태를 알아차린 귀왕이 옆에 서 있던 나체 귀에게 눈길을 주자, 나체귀가 검은빛이 감도는 거울을 여인에게 가져다주었다.


“신이 공주, 저 거울은 지금 공주가 현실에 처해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거야.

그 거울을 빌려 줄 테니, 언제든 보고 싶은 대상을 마음에 품고 들여다보시게. 그러면 공주의 주변모습을 모두 볼 수 있을 테니.”


여인이 떨리는 손으로 받아 든 거울을 잠시 바라보았다.


마음은 온통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와 그 곁에 있을 그녀의 육체에 대한 생각이었다.


죽은 듯이 누워 있는 그녀의 깡마른 모습위에서, 역시 죽은 듯이 의자에 기대어 잠이든,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를 볼 수 있었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되지? 어떤 거래를 원하는 건가?”


조바심을 애써 누르느라 얼굴색이 하얗게 굳어진 여인의 말에, 오히려 화색을 띤 얼굴을 들썩거리며 귀왕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 만물에게 고통을 주는, 천계의 윤회를 막아야지. 천계의 쓸데없는 규칙 따위에 인간의 혼이 놀아나는 걸 끝내야 하지 않겠나.”


“ 어떻게?”


귀왕이 잠시 말을 멈추고 여인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공주의 의지가 확고해야 해. 그러면, 본 왕이 조금씩 당신의 힘을 키워줄 수 있지.”


드디어 여인의 마음이, 귀왕의 말에 온통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지금 본 왕의 힘이 약해보이지만, 이제 곧 원래가 본 왕의 것이었던 마계를 되찾고 나면, 천계라는 존재를 세상에서 완전히 없애 버릴 수가 있지. 그러면 세상엔 가식이라는 것이 완전히 사라지고 혼들의 순수한 감정들만이 가득한 세상이 될 수 있어.

그리고 당신이 여기에 살짝 손을 얹기만 하면, 이 대업이 훨씬 수월하게 끝날 수 있을 거야.

물론, 당신도 원하는 걸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거지. 천계의 윤회 따위가 없어지면, 더 이상 당신은 아프지도 죽지 않아도 되니까.”


여인의 눈이 빛을 본 것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어떻게 손을 얹어줄까?”


“급하긴..., 하하.

그래도 그 열정은 마음에 쏙 들어. 천계보다도 더 큰 힘을 얻게 될 이 귀왕의 곁에서, 세상을 함께 굽어보는 건 어떨까?”


“쓸데없는 소리는 치우고 !”


아쉬운 표정이 스쳐간 귀왕의 얼굴이, 다시 어두운 빛으로 음흉하게 물들기 시작했다.


“본 왕이 조금씩 당신의 내력을 되찾아 줄 테니, 얼마 후 자성의 별이 구중천을 덮칠 때

내가 마계를 되찾을 동안, 당신은 천계의 근간인, '천상 염환'의 선불을 꺼뜨려 주면 되는 거지.”


“왜 나여야 하지?”


아녕을 바라볼 때와 같은 눈빛으로 귀왕이 여인을 사랑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 천상 염환은 아무나 곁에 오는 걸 허락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은 허락하게 되어있어. 원래의 당신도 천계의 중요한 식구였거든.”


여인이 또 한 번 의아한 눈빛을 짓고 있었다.


“사실인 거야? 내가 누구의 식구였던 건 상관없고, 다시 내 모습을 찾은 후에, 더 이상 죽을 필요 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영원히 살아 갈 수 있다는 거 말이야!"


“물론이지, 천계만 무너지면 되는 거야!"


여인이 고집스런 표정으로 입술을 지그시 물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나체귀, 공주를 방으로 안내하고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잘 보살펴 드리거라.”


“네, 알겠습니다. 귀왕."


나체귀와 여인이 조금씩 어둠속으로 묻히고 그림자마저도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자, 귀왕이 아녕을 돌아보았다.


“아녕아 ! 저 거울이 정말, 진짜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은 없겠지?”


옆에서 조용히 서 있던 소년이 귀왕을 향해 한 발을 앞서며 공손히 머리를 조아렸다.


“인간계의 우신은 이미 숨이 끊어져서 몸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거울은 우신이 걱정하는 마음과 제가 심어놓은 현상을 함께 섞어서 보여 줄 테니, 앞으로 거울에서 보는 모습들은 더 슬프고 걱정으로 뒤범벅이 된 허상들 일 것입니다.”


아녕의 이야기에 만족한 귀왕이 호탕한 웃음을 한동안 흘리고 있었다.


“그렇지, 그래. 그래... 마계에는 아녕, 너와 같은 인재가 꼭 필요하지. 본 왕의 복인 것이야!"




****




“옥호 사형, 운우의 혼이 어떻게 중도에서 사라질 수가 있는 거죠?”


상제의 표정도 선풍과 다르지 않게, 근심으로 상당이 어두워져 있었다.


“운우의 혼은 상신의 인장으로 보호를 받고 있을 텐데, 어떻게 천계로 올라오기 전에 해를 입을 수가 있단 말인가 !"


‘이건... 분명히...’


인간계에서의 혼의 행방은 중천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 도하노인과 선풍이, 상제와 함께 운우의 행방을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운우가 만약 사악한 요괴에게 당한 것이라면, 상신의 인장도 막아낼 수 있는 큰 힘이어야 하는데... 그런 힘이 가능한 존재가 있겠는가?”


상제가 막막한 표정으로 선풍과 도하노인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깊은 생각에 빠져들 때쯤, 상제의 눈이 그들의 뒤쪽에 서있던 세오를 바라보았다.


상제와 눈이 마주친 세오가, 그들의 뒤에서 소리 없이 머리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세오를 바라보던 눈길을 거둔 옥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선풍, 세상의 눈을 피하는 일도 소귀들에게 만큼은 절대 피할 수 없으니, 먼저 소귀들의 소리를 들어 보는 것이 나을 것 같네.

자네들은 천유원 출입이 불가하니, 잠시만 이곳에서 기다려 주게."



대전을 나선 상제와 세오가 천유원으로 올라온 몇몇의 소귀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이전, 요 마계의 상황을 중천에 알려준 대가로 회마곡 주변의 모든 소귀들은 이미 귀왕의 분노로 모두다 제거가 되었고, 이제 그들도 귀왕과 관련된 이야기는 알더라도, 소식을 전하는 정도까지는 꺼리는 것 같은 눈치였다.


다시 어두운 표정으로, 상제와 세오가 천유원 입구의 문을 나서고 있었다.


“역시 운우는 귀왕의 회마곡 쪽으로 내력이 강한 몇몇 요괴들과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고 하는데... 더 이상의 접근은 이제 가능 하지가 않아."


“우려한 대로 귀왕 쪽에서 움직인 일 같습니다.”


“규령 선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 혼의 이탈을 기다리지 않고 인간의 몸에서 억지로 혼을 빼낸 것 같네.

그렇다면 운우는 아직 인간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 선기의 기질은 있지만 선기의 힘은 전혀 사용 할 수가 없을 거야.”


옥호와 세오의 걸음이 느려지고 있었다.


“ 그들에게 운우가 필요한 귀왕의 계략이 무엇인지, 불을 보듯 뻔히 보이는 일이지 않은가!

하지만 귀왕이 거기 까지 욕심을 내게 해서는 안 될 일이야 ... 천계는 잠시 흔들릴 뿐이지, 위험한 상황까지 가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해야 해!"


“상제, 지금 풍신에게 귀왕의 행적을 알리게 되면, 요마계의 계략과 함께 천제나 중천이 귀왕과 거래한 일이 드러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귀왕이 저지른 일인 걸 알아도, 지금은 절대로 내색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상제 역시, 천유원의 입구 앞에서 깊은 한숨을 연이어 드러내고 있었다.


“ 알고 있네. 세오. 궁소검을 귀왕에게 건넨 것이 천계가 먼저 의도한 거래이긴 하더라도, 천제와 전신만의 결정이니 다른 선관들은 일이 끝날 때까지 전혀 모르게 해야지.

아니면, 천계가 귀왕과 거래를 한 사실 때문만으로도, 별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 보다 더 큰 혼란을 구중천에 야기 할 수도 있을 거야.”


세오를 향해 옥호가 다시 무겁게 말을 이었다.


"자네가 미리 나체귀와 함께 요마귀들의 단속을 잘해서, 구중천 내에 알려져야 할 일은 알려지지 않도록 해야하네. 내부적인 혼란은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지."


“네 상제.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정확하게 운우가 그들에게 왜 필요한지 알아보고, 또 운우가 그들 속에서 안전할 수 있는지도 알아봐 주어야겠네.”


“알겠습니다 상제. 오늘 나체귀를 찾아서 정황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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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24.01.08 20:41
    No. 1

    그렇군요. 신이공주는 이미 죽었으니 선풍이 망천강에서 기다렸는데 안 나타난 거고.
    그 사이 귀왕의 계략에 말려 거울을 통해 자신이 안 죽었다고 믿게 된 거군요.
    억지로 혼을 빼냈다는 건, 아직 살아있을 때 목숨을 끊었다는 말이겠지요? 역시 귀왕...
    천계의 윤회라는 게 목적이 고통인 것 같아 참 슬프네요.
    운우 꼭 잘 이겨내기를ㅠ

    궁소검을 건넨 것이 천제와 전신의 결정이었군요.
    저는 세오와 상제가 천계를 배신하려고 한 건 줄 알고 조마조마했었어요.
    요 부분은 차차 이해하게 되겠죠?
    오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해품글님. 감사해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해품글
    작성일
    24.01.08 21:08
    No. 2

    별님~ 내가 별님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재미있었습니다..ㅋ
    저까지도 막 빠져드는 것 같아요.^^
    만월검이 이렇게 귀하게 느껴지다니요.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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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다시 만남 +2 22.09.06 37 5 10쪽
61 상심석 +2 22.09.05 39 5 12쪽
60 태마경의 위력 +4 22.09.04 39 6 12쪽
59 귀신 잡는 말 +2 22.09.03 37 6 12쪽
58 초요의 손님 22.09.02 34 5 11쪽
57 위기의 운우 +2 22.09.01 44 5 14쪽
56 자운 돌보기 22.08.31 38 5 14쪽
55 마존과 연수의 거래 +2 22.08.30 37 4 12쪽
54 무모한 정 22.08.29 41 4 12쪽
53 보연의 언니 22.08.28 38 4 12쪽
52 운우의 흑화 +2 22.08.27 46 4 13쪽
51 자운의 부활 22.08.26 41 5 12쪽
50 정심검의 또다른 여인 +2 22.08.25 39 5 14쪽
49 귀진검의 공격 22.08.24 41 5 11쪽
48 염라옥의 흐물요괴 +2 22.08.23 43 4 12쪽
» 귀왕에게 잡힌 운우 +2 22.08.22 42 4 11쪽
46 전신과 마존의 악연 +2 22.08.21 46 5 13쪽
45 사라진 운우 22.08.20 41 5 12쪽
44 망천강의 손님 22.08.19 41 6 13쪽
43 그믐밤의 연인들 +2 22.08.18 45 6 16쪽
42 보연의 거래 22.08.17 42 6 12쪽
41 애매한 고백 +2 22.08.16 40 6 12쪽
40 귀왕에게 향한 보연 22.08.15 40 5 12쪽
39 슬픈 마존 +2 22.08.14 45 5 16쪽
38 촉수귀의 습격 22.08.13 45 5 13쪽
37 조용한 위기 +4 22.08.12 53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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