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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글 님의 서재입니다.

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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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5,735
추천수 :
553
글자수 :
531,864

작성
22.08.15 17:30
조회
40
추천
5
글자
12쪽

귀왕에게 향한 보연

DUMMY

덩그마니 놓여 진 탁자가, 얼음위에 미끄러질 듯이 얇은 다리로 버티고 서 있었다.

언제 가져다 두었는지, 탁자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찻잔과 주전자에서는 따뜻해 보이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진소가 두 손을 올리며 공손히 인사를 한 후 문으로 다시 사라지자, 그와 함께 문의 형상도 차가운 세계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사계경!... 마존. 도대체 내 심경을 알고 싶은 건가, 아니면 아예 나를 이곳에 가두려고 하는 건가?’


전신이 서두르지 않고 탁자 쪽으로 천천히 다가가 앉은 후, 찻잔을 들어 입술로 가져가려 할 때였다.


얼음호수 표면의 어딘가에서, 아주 짧고 빠르게 금이 가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거세게 들려왔다.

그리고 애써 그 소리가 사라지자, 다시 이곳저곳 에서는 은밀하게 먹이를 갉아먹는 쥐의 소리처럼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얼음 속으로 간간이 이어지고 있었다.




“... 전신께서도 어느 한구석, 불안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으신 가 봅니다!"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그의 뒤편에서 들리던 음성이 가까워지며 앞쪽에 놓여있는 의자위로 마존이 몸을 앉히고 있었다.


하지만 내리뜬 눈을 그대로 찻잔에 둔 채 찻물을 천천히 삼키던 전신이,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눈을 들어 그의 앞에 거만하게 앉아있는 검은 도포의 사내를 쳐다보았다.


“참 재미있는 곳이군. 상대의 마음에 궁금한 게 많은 것 같습니다. 마존!”


굳은 얼굴로 전신을 바라보던 눈길을 고쳐 뜨며, 마존이 옅은 미소와 함께 찻잔에 찻물을 따르고 있었다.


“재미로 만들어 본 곳입니다. 아마도 전신께서도 이전에 마계를 공격할 때에 다른 곳은 이미 가보셨을 테니...

마계가, 지루한 풍경만 찾는 이에게는 워낙에 흥미가 없는 곳이지 않습니까. 오래간만에 들러주신 전신을 모실 곳도 마땅찮고 해서, 마음이 날씨로 바로 드러나는 이곳으로 모셨습니다.

재미있다고 생각하신다니, 다행이군요!"


호수 위를 기어가듯 갈라지던 금의 자취가 사라지고, 바람을 머금은 찬 기운이 조금씩 호수위로 짙어지고 있었다.


“역시 천계의 전신답습니다. 따뜻한 날씨는 아마 기대도 할 수 없을 것 같으니, 감기라도 들기 전에 얼른 이 곳에서 함께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마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단단하게 닫혀있던 전신의 입술이 무겁게 열렸다.


“내일 운이를 데리러 오겠소!”


마존의 손에 힘이 뻗치자, 찻잔에서 약하게 ‘빠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에 자운이 있다고, 내가 말을 했던가?”


금이 가는 찻잔을 곁눈으로 쳐다보며, 전신이 상관없다는 듯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날, 천제 앞에서 사라질 때 친구라고 하지 않았나? 구중천에 마계의 수장과 친구가 되어 줄 만큼 착한 이가, 여럿 있긴 할까?”


“천계에서 자운과 아무 상관이 없는 사이라고 말하던 이와는, 전혀 다른 존재인 것 같군!"


마존이 금이 간 찻잔을 잡고 있던 하얗고 기다란 손가락을 걷으며 전신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전혀 뒤질 기세가 없는 전신도, 아무 표정도 짓지 않은 채로 함께 마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자운이 연고도 없는 마계에 있다는 말을 들으면 상제가 좋아할까?"


"자운이 천계에서, 그 잘난 전신에게 매몰차게 차인 이야기를 상제는 알고 있고?"


물러설 마음이 전혀 없는 사내들의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 같았다.


“상제에게 미리 전음부를 띄웠으니, 이미 내게 신세를 진 것 같긴 하네만...”


“결국은, 원하지도 않는 신세를 떠 맡기려고 왔다...?!"


마존의 반응에 상관없이 전신이 계속 말을 이었다.


“삼도원으로 혼을 운반하는 여장들을 따라 천계에 왔다가 마침 태자를 만나 검 대련도 할 겸해서, 하루 이틀 천계에 머물기로 하였다고 했지.

상제는 이번 자성의 별 문제로 함께 의논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태자와 함께 내일 상제를 직접 방문하기로 했으니 공주는 내일 우리와 함께 중천으로 돌아가야 하네.”


약하게 마존의 콧방귀 소리가 들렸다.


“ 흠... 끝까지 혼자서 꿈꾸는 선심을 즐기시겠다는 건데... 본 존의 눈엔 참으로 어정쩡한 수틀을 짜느라 바둥거리는 전신의 미련스러움만 보이는데, 어쩌나...?


"이... 런, 사악한 마귀대장 같은 녀석이!"


"마계 대장 이겠지!"


호수 위의 바람이 조금 더, 드세지고 있었다.




****



‘... 마존이 촉수귀의 해독 침을 사용 할 때 정심검이 움직였어. 두 반월 검이 함께 만월을 만들어 낸 건 나도 처음 보지만, 분명히 그년이 정심검과 연관이 있는거야!

정심검은 검의 주인 없이 함부로 나오지 않잖아. 설마...! 그래서, 마존이...?'


심연에서 올라오는 습기와 어둠이 자욱이 깔린 땅의 끝에서,

촉수귀가 굳어진 바위 주변을 서성거리는 검은 형체하나가, 한참 전부터 몇 번씩이나 같은 장소를 돌아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 이쯤 일거야. 마귀 들이 이곳으로 모여서 잠이 든다는 건. 분명 귀왕의 은신처가 이곳 근처에 존재 한다는 말이지!'


몇 차례나 주변을 둘러보던 보연이, 이제는 아예 누구를 기다리는 것처럼 작은 소리에도 벌떡 일어나 목을 빼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삐죽 삐죽 금이 간 채 늘어 선 바위선의 한쪽위에, 멀리서 보아도 금방 알 수 있을 만큼 하얀 형상이 황량한 이 곳과 어울리지 않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날렵한 검은 형상의 여인과 단아한 모양의 하얀 형상의 귀신이 잠시 서로를 응시하는 순간,

갈라진 땅 아래에서부터 불어오는 덥고 거친 바람이 같은 방향으로 둘의 머리카락을 흩고 지나갔다.


‘풋, 동상은 아니군!’


보연이 하얀 형상을 향해 입술을 삐죽거리며 거만하게 바라보았다.


“야, 하얀 귀신. 거기서 뭐하냐? 가던 길 가던지, 아니면 뭐하나 물어보자!”


하얀 형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보연을 바라보며 여전히 같은 자세로 앉아 있기만 하였다.


“뭐야, 정말 동상이었던 거야?”


보연이 더 이상 관심 없다는 듯이, 다시 반대 방향으로 돌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 할 때였다.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기운에 깜짝 놀란 보연이 돌아서려는 순간, 어느 순간에 곁으로 다가온 하얀 형상이 보연보다 큰 키로 그녀의 얼굴을 덮을 듯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 보고 있었다.


하마터면 뒤로 주저앉을 뻔하던 보연을 한 팔로 받치며, 등이 뒤로 휜 채로 멈춘 여인의 놀란 얼굴을 놀리듯이 응시하고 있었다.

피부색처럼 하얀 가면 아래로 보이는 붉고 얇은 입술이 보기 드물게 매력적이고, 아주 간사해 보인다고 보연이 생각하고 있었다.


“어디서 온 겁도 없는 꼬맹이냐?”


보연이 대답하려는 순간, 등 뒤를 받치고 있던 손목을 빼버리자, 보연이 비틀거리며 간신히 일어서는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악! 이 심술맞은 귀신 같으니라고!”


보연이 비틀거리며 욕설을 퍼붓자, 오히려 튀어나온 바위조각위에 앉아 속이 훤히 비치는 얇은 천 조각을 걸친 나체 귀신이, 화려한 몸의 윤곽을 위험스럽게 드러낸 채로 웃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뭘 찾겠다고 그렇게 두리번거리는 거냐. 까만 꼬맹이?"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표정으로, 보연이 하얀 형상을 사납게 쳐다보았다.


“사내가 이렇게 벗은 몸을 내어놓으니, 보기에 나쁘지는 않지만 심술기는 가득 해 보이는 군!”


“흠, 용기가 제법 가상하구나. 겁도 없이 대들기 까지 하다니! 궁금한 것이 무엇 이길래, 뭣하나 나올 것 같지 않은 이런 황량한 곳을 혼자서 헤매고 다니는 것이냐?”


보연이, 퉁명스럽지만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투로 말을 내뱉었다.


“귀왕이 계신 곳으로 안내해 줘!”


나체귀가 그 말에는 웃음기를 걷으며 음산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너처럼 제멋대로인 낯선 아이에게, 내가 왜 귀왕이 계신 곳을 알려드려야 하지?”


“내가 범유 장군의 딸이니까!”


오히려 나체귀의 심기가 틀어지고 있는 듯 했다.


“뭐라고? 그럼 넌 네가 귀왕의 철천지 원수의 딸이라는 것도 모르는 바보라는 말이냐? 귀왕을 만나고 돌아올 땐, 네 목 위로 달라붙어 있는 그 머리통도 아마 사라지고 난 후 일텐데?"


보연이 나체귀를 비꼬듯이 쳐다보았다.


“흥! 그러니, 저쪽에선 내가 값이 좀 나가는 물건이 아니겠냐? 값이 나가는 물건은 귀한대접에, 아는 것도 많다는 말이지.

그런데 말이야...귀한 대접을 받다보니, 이제 그쪽이 좀 지루해져서 귀왕과 거래를 좀 터볼까 하는데... 어때? 호감이 가지 않는가?”


보연의 말투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체귀가 무릎을 툭 치고 일어나더니, 더 이상 흥미가 없다는 듯이 보연을 힐끔 쳐다본 후 몸을 돌렸다.


“귀왕께서도, 너처럼 바보 같은 아이는 거둬들이실 마음이 없으실 거다. 지루하더라도 참고 살어라!”


나체귀가 허공으로 오르려는 순간, 보연이 급하게 말을 이었다.


“ 정심검의 주인을 알고 있다면...?”


멈춰선 나체귀가, 자리에서 굳은 듯이 서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나체귀가 낮고 어두운 투로 말을 건넸다.


“따라오너라!”


음산한 웃음기와 함께 보연이 나체귀의 뒤를 따라 나섰다.



****



거칠게 그르렁 거리는 소리와 함께, 지옥의 개가 만년거목송의 뿌리를 이리저리 굴리며 물어뜯고 있었다.


“ 당당, 뭐 때문에 또 그렇게 화가 난 것이냐?”


마존의 말에도 아랑곳없이 나무뿌리만 물고 뜯는 개를 향해 마존도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못내 검은 개가 엎드려 누운 곳 옆으로 다가간 마존이 당당의 허리춤 쪽으로 습관처럼 기대어 앉았다.


“보연을 혼내주지 않아서 그런 것이야?”


당당이 더 거친 소리와 함께, 거목송 뿌리를 물었다 갉았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래, 이참에 이빨 청소나 야무지게 좀 하거라...!”


꿀렁거리는 당당의 허리춤에 한참을 기대어 있던 마존이, 중얼거리듯이 당당에게 말을 꺼내었다.


“알아! 전신이 뭐하나 도와 준 것도 없이 생색내며 자운을 데려간 거 때문에, 네 심기가 틀어졌다는 거.”


잠시 입맛을 다시던 마존이 다시 낮게 중얼거렸다.


“그래도 어쩌냐...! 운이가 총총거리며 잘도 따라나서더라. 마존 보다는 천계의 전신이 데려가는 게 외박한 딸의 아비에겐 그래도 더 나아보이긴 하겠지..."


당당이 침을 가득 머금은 붉은 혀를 헐떡이며 마존에게서 빠져나와 앉았다.


“다음부터 거목송 뿌리를 물어뜯을 때는, 제발 마당에 가서 물어뜯든 구르든 하거라. 침전에 이 많은 침을 다 어떡할 거야!"


멀찍이 앉은 당당이 마존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당당아, 자운은 정심검의 주인일 수 있으니 그녀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우리는 그녀를 보호해야 한다.

이번에 촉수 귀에게 다쳐 내력이 약해 졌으니 한동안은 더욱 조심해야해.

너를 치료할 때 자운의 정기가 네게 심어진 탓에 그 아이와 기의 교류가 생겨난 것 같다. 그러니 네가 먼저 그녀의 안전을 잘 살피도록 하거라.”


하지만, 여전히 당당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마존...!”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진소가 마존을 향해 공손히 인사를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었다.


“마존, 보연이 돌아왔습니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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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상심석의 응답 22.09.09 37 5 11쪽
64 마존 형님 +2 22.09.08 44 5 11쪽
63 운우에게 부는 바람 22.09.07 44 5 12쪽
62 다시 만남 +2 22.09.06 37 5 10쪽
61 상심석 +2 22.09.05 39 5 12쪽
60 태마경의 위력 +4 22.09.04 39 6 12쪽
59 귀신 잡는 말 +2 22.09.03 37 6 12쪽
58 초요의 손님 22.09.02 34 5 11쪽
57 위기의 운우 +2 22.09.01 44 5 14쪽
56 자운 돌보기 22.08.31 38 5 14쪽
55 마존과 연수의 거래 +2 22.08.30 37 4 12쪽
54 무모한 정 22.08.29 41 4 12쪽
53 보연의 언니 22.08.28 38 4 12쪽
52 운우의 흑화 +2 22.08.27 46 4 13쪽
51 자운의 부활 22.08.26 41 5 12쪽
50 정심검의 또다른 여인 +2 22.08.25 39 5 14쪽
49 귀진검의 공격 22.08.24 41 5 11쪽
48 염라옥의 흐물요괴 +2 22.08.23 43 4 12쪽
47 귀왕에게 잡힌 운우 +2 22.08.22 42 4 11쪽
46 전신과 마존의 악연 +2 22.08.21 46 5 13쪽
45 사라진 운우 22.08.20 41 5 12쪽
44 망천강의 손님 22.08.19 41 6 13쪽
43 그믐밤의 연인들 +2 22.08.18 46 6 16쪽
42 보연의 거래 22.08.17 42 6 12쪽
41 애매한 고백 +2 22.08.16 40 6 12쪽
» 귀왕에게 향한 보연 22.08.15 41 5 12쪽
39 슬픈 마존 +2 22.08.14 45 5 16쪽
38 촉수귀의 습격 22.08.13 45 5 13쪽
37 조용한 위기 +4 22.08.12 53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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