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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글 님의 서재입니다.

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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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5,758
추천수 :
553
글자수 :
531,864

작성
22.09.09 17:30
조회
37
추천
5
글자
11쪽

상심석의 응답

DUMMY

‘그 녀석의 모자란 주인 이라고...? 전신을?’


“그래 괜찮아. 이제 먼저 돌아 가봐."


속을 들킨 듯이 깜짝 놀란 연수에게 남자가 가도 좋다는 손짓을 했지만, 다행이 초요는 투전에 집중하느라 이 둘 사이에 어떤 말이 오고 가는지는 전혀 신경 쓸 틈이 없는 것 같았다.


다시 초요를 향해 돌아선 후. 남자는 팔짱을 끼고 초요가 잡아 든 목을 그곳에 있는 다른 인간들의 모습처럼, 목을 쭉 빼서 긴장한 표정으로 열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 정치마는 묶어두는 게 아니야. 풀어 두도록 해!'


돌아서 가는 연수에게, 인간들은 들리지 않는 마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봉순이와 함께 아침에 왔던 길을 천천히 돌아가며,

연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도록 조심조심해서 걸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마존에 대한 험담이라도 나올라치면, 얼른 땅바닥에 튀어나온 돌부리를 차거나 그도 없으면 하늘을 쳐다보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다.


“ 이 만큼 멀어 졌으니까, 이제 편하게 생각해도 되겠지? 마존 생각은 좋은 생각으로 이어지지 않으니, 그게 문제지.

그리고 남의 생각은 왜 자꾸 훔쳐보는 거야? 마계의 주인까지 되는 능력을 이런 사소한데다가 써대다니... 쯧...으악 ! ”


우연인지 응징인지 모르겠지만,

길가에 늘어선 나무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나뭇가지에 눈물까지 찡할 정도로 머리를 세게 부딪친 후,

다시 집에 도착할 때 까지, 연수는 앞서가는 봉순이의 탐스런 궁둥이만 바라보며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각을 얼려버리느라 애를 쓰면서 걸었다.



선왕부의 문 앞에 이르자, 화려한 마차와 몇몇 마부들이 말과 마차를 세워두고 바닥에 앉아 잡담을 하고 있었다.

왕부에는 항상 고급스럽게 치장을 한 손님들이 들락날락 하는 일이 많은 탓에,

연수는 이번에도 곁눈질로 그들의 무리들을 건성으로 한번 흩어볼 뿐 별 신경을 쓰지 않고 대문 안을 들어서 가고 있었다.


연수가 터벅 걸음으로 먼저 향한 곳은 숙이가 있는 마굿간이었다.

정치마 앞에서 하인들이 가져다 놓은 냄새나는 밥그릇부터 치운 후, 고삐까지 풀어 두고 내친김에 숙이를 데리고 초요의 방문 앞까지 데리고 와서 그냥 풀어 놓기로 하였다.


초요의 방 앞에 이르자, 마당이 보이는 초요의 방 창가에 앉아 있는 여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 눈에 딱 봐도 귀한 옷감이며 우아한 자태가 흐르는 것이, 궁에서 온 귀한 신분임에 틀림없었다.

아마도 이전에 초요가 말했던, 유난히 친근감이 가고 낯설지 않다던 그 공주 인 것 같았다.


“초요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느냐?”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목소리가 참 듣기가 좋았다.


“아네, 초요는 오늘 어릴 적 동무들과 함께 모여 소풍을 간다고 하였습니다. 아마도 늦게나 도착할 것 같다고 말하고 나갔습니다.”


도박하러 갔다고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으니. 이만하면 완벽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아무런 연락도 없이, 오면 무조건 만날 줄 알고 불쑥 찾아 온 본 공주의 잘못이지.

이곳의 경관이 평안하니, 이곳에서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가겠다. 너는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이나 계속 하도록 하여라.”


“아 네, 알겠습니다. 공주 전하.”


궁궐의 사람들은, 신기하게 옆에 있는 하인들 까지도 참 고급스럽게 보이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인간들 속에서 자신이 못나 보이는 것이 못내 씁쓸한 연수가 자리를 나서며 가볍게 목례를 하였다.


“이 말이, 초요의 말이어서요. 운동을 시키던 길이었으니까,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여라. 그런데 그 뒤에 따라온 강아지는... ”


연수와 정치마가 가는 길을 따라 묵묵하게 봉순이도 그들의 그림자 속에서 바닥에 붙은 듯이 작은 다리로 따라 나서고 있던 중이었다.


“네, 초요의 강아지. 봉순이라고 합니다.”


“정말 귀엽구나. 좀 만져 보아도 되겠느냐?”


“네. 여기...”


연수가 하얗고 작은 솜뭉치 같은 봉순이를 안아서 공주에게 건넸다.


오래간 만에 관심을 독차지한 봉순이 기분이 좋은지, 공주의 품안에서 방정맞도록 꼬리도 흔들고 작은 귀를 쫑긋 거리며 선홍빛 귀여운 작은 혀로 공주의 손아귀를 열심히 핱아대고 있었다.


“아유, 너무 귀여워. 이 강아지를 내가 좀 데리고 있어도 되겠느냐?”


봉순이 엄청 바라고 있는 눈치였다.


“네, 그렇게 하세요 공주전하. 그럼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봉순이의 표정을 한눈에 알아차린 연수가 선심 쓰며 물건을 던져주듯이 봉순이를 공주에게 얼른 줘버리고 난 후, 궁궐사람들이 쳐다보는 눈길을 피해서 정치마와 함께 마당 밖으로 나가 버렸다.


‘나도 나중에 현령계로 다시 돌아가면 옷이랑 매무새에 좀 더 신경 써야겠어. 저렇게 입고 있으니... 예쁘네.’


숙이를 데리고 나오면서 연수가 연신 다짐하고 있었다.


연수가 정치마를 데리고, 이곳 왕부에서 가장 조용하고 인적이 뜸한 뒤뜰 쪽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연수가 초요의 거처를 나온 후 얼마의 시간도 지나지 않아, 봉순이 불안한 듯이 공주의 품속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아유, 앙증맞어. 자꾸 품속으로 안기네.”


공주의 목소리가 맑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봉순은 마당 안쪽으로 모여드는 허물거리는 귀신들이 눈에 거슬린 탓에 공주의 품속으로 연신 파고들고 있는 중이었다.


‘저것 봐, 상심석이야 ! 오늘은 태마경도 반응을 하지 않네.'


귀신들의 소리는 언제나 맥없이 흩어지며, 어느 귀신의 입에서 나온 소리인지 정확하지 않게 흐릿한 울림을 만들고 있었다.


봉순의 몸에 넣어두었던 상심석이, 다가오는 또 다른 상심석을 향해 밝은 보랏빛의 색을 발하고 있었다.


인간들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흐릿한 형체의 그들이 자꾸만 가까이 다가오자, 봉순이도 더 이상 못마땅한 듯이 망망하고 짖으며 갸르릉 소리를 내어 보았다.

하지만,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그들을 피할 수 없자, 공주의 품속으로만 깊게 파고들고 있었다.


‘소매를 걷어봐 ! 보연이 말하길, 팔에 인장무늬 같은 게 있는 여자는 잡아오지 말라고 했어. 아무 필요 없는 여자래.’


연수를 지키기위해, 나름 신경쓴 보연의 배려였다.


잠시 후, 귀신이 해윤 공주의 옷자락에 가벼운 입김을 불자, 바람이 지나가듯이 공주의 얇은 소맷자락이 조금 올라가며 맨살이 드러났다.


‘잠깐, 나 이거 알아!'


어느 귀신의 소리가 들렸다. 다른 귀신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거, 중천 상제가의 문양이야. 이 여자 인가봐!'


다른 귀신들도 하나 둘 공주의 곁으로 모여 들며, 확인하듯이 서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나의 큰 점을 중심으로 일곱 개의 작은 점이 어슷비슷하게 원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윤회를 나타내는 바퀴 모양이야 !’


구름도 없는데, 해윤 공주의 주변으로 그늘이 지는 것처럼, 싸늘한 기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얘들아, 한기가 드는 것이 ... 몸이 좋지 않은 것 같구나. 오늘은 이만 궁으로 돌아가도록 하자.”


해윤 공주의 볼이 창백해지고, 눈가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



초요와 같은 판을 버텨낸 사람들이 탁자를 둘러싸고 서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모두 초요의 손끝만 째려보고 있었다.


밑천이 거덜 난 채로 오갈 데가 없어진 이들은 초요를 둘러싼 채, 마치 도박의 신이라도 만난 듯이 못 믿겠다는 얼굴로, 앞 다투어 서서 손끝이 고운 이 젊은 사내의 손길을 숭고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할 때마다, 장땡이가 나온대?”


“말로만 듣던 신의 손을 본 것 같아.”


또 한 번의 쾌재를 구경하기 위해, 초요의 주변으로 몇 겹의 사람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 큰일이군, 이번엔 합한 수가 십이야! '


초요가 아쉬운 듯이 탁자위에 쌓인 돈 무더기를 곁눈으로 흩으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마지막 까지 남은 이와 신경전을 벌이던 초요가 호기롭게 웃으며, 패배를 인정하기 위해 목을 먼저 내려놓으려 할 때였다.


“아우야, 좀 기다릴 줄도 알아야지. 저쪽 분께서 먼저 하시도록 패를 펼칠 자리를 비워 두자꾸나.”


목을 잡은 초요의 손을 감싸 잡으며, 남자가 참견을 하였다.


“자, 팔땡이요!”


상대의 남자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패를 탁자위로 올려놓았다.

초요의 자신 없어하는 표정을 미리 살피던 사내가 초요를 향해 턱 선을 튕기며, 패를 다그치고 있었다.

마지못해 초요가 목을 탁자위로 내밀었다.


‘이건... 구땡이...!'


초요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잘못 봤을 리가..., 분명 일과 구로 무대... 내가 지는 판이었었는데...’


초요가 내민 목에는 또다시 두개의 구가 선명하게 씌어져 있었다.


주변에서 미리 준비 하고 있었던 것처럼, 경쾌하고 질서정연한 박수갈채가 일제히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대의 사내는 기분이 몹시 상하고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여전히 초요의 표정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사내가 지옥의 문지기처럼 우락부락한 모습으로 벽 귀퉁이에서 우도를 들고 서 있던 사내들을 향해 날카로운 휘파람 한줄기를 날려 보냈다.


“이보시오 공자, 날카로운 촉을 가지셨구려. 하지만 너무 무리하게 해 먹는 것 같은데, 이쯤이면 누구라도 그게 촉인지 꼼수인지 확인은 해 봐야하지 않겠나?”


옆에서 구경하던 이들 중 몇몇은 ‘맞소’ 를 함께 외쳐대고 있었다.


아랑곳 하지 않고 돈을 쓸어 담던 초요도, 이번엔 유달리 상황이 좀 더 심각해지는 것이 느껴지자, 손을 멈춘 채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저 놈의 몸을 샅샅이 뒤져라 !”


한밤중에 만난 이리떼마냥 눈에 불을 켜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짐승을 만났을 땐,

뾰족한 수가 없다면, 일단 도망을 가는 게 상책일 것 같았다.


아직도 그녀의 옆에서 느긋하게 돈뭉치를 보고 웃고만 서 있는 사내의 얼굴을 한번 힐끔 쳐다본 후, 그의 한손을 보이지 않게 꼭 쥐었다.


다행히 저승사자 같은 놈들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쪽 방향에서는 다가오는 녀석이 아무도 없었다.


“갑시다.”


은밀하게 잡힌 손을 쳐다보며 만족해하는 하는 남자를 잡아채며, 날렵한 몸놀림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초요가 잽싸게 주변을 밀쳐내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리떼들 사이를 아슬 아슬 하게 빠져나오는가 싶었지만, 어느새 계단 앞을 막으러 달려오는 그들의 손아귀가 뻗치는 거리까지 가까워지는 순간이 다가오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때 였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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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초요의 계획 22.09.10 40 6 12쪽
» 상심석의 응답 22.09.09 38 5 11쪽
64 마존 형님 +2 22.09.08 44 5 11쪽
63 운우에게 부는 바람 22.09.07 44 5 12쪽
62 다시 만남 +2 22.09.06 38 5 10쪽
61 상심석 +2 22.09.05 39 5 12쪽
60 태마경의 위력 +4 22.09.04 39 6 12쪽
59 귀신 잡는 말 +2 22.09.03 37 6 12쪽
58 초요의 손님 22.09.02 34 5 11쪽
57 위기의 운우 +2 22.09.01 44 5 14쪽
56 자운 돌보기 22.08.31 38 5 14쪽
55 마존과 연수의 거래 +2 22.08.30 37 4 12쪽
54 무모한 정 22.08.29 42 4 12쪽
53 보연의 언니 22.08.28 39 4 12쪽
52 운우의 흑화 +2 22.08.27 47 4 13쪽
51 자운의 부활 22.08.26 41 5 12쪽
50 정심검의 또다른 여인 +2 22.08.25 40 5 14쪽
49 귀진검의 공격 22.08.24 41 5 11쪽
48 염라옥의 흐물요괴 +2 22.08.23 43 4 12쪽
47 귀왕에게 잡힌 운우 +2 22.08.22 42 4 11쪽
46 전신과 마존의 악연 +2 22.08.21 46 5 13쪽
45 사라진 운우 22.08.20 41 5 12쪽
44 망천강의 손님 22.08.19 41 6 13쪽
43 그믐밤의 연인들 +2 22.08.18 46 6 16쪽
42 보연의 거래 22.08.17 42 6 12쪽
41 애매한 고백 +2 22.08.16 41 6 12쪽
40 귀왕에게 향한 보연 22.08.15 41 5 12쪽
39 슬픈 마존 +2 22.08.14 45 5 16쪽
38 촉수귀의 습격 22.08.13 45 5 13쪽
37 조용한 위기 +4 22.08.12 54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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