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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글 님의 서재입니다.

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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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5,757
추천수 :
553
글자수 :
531,864

작성
22.08.29 17:30
조회
41
추천
4
글자
12쪽

무모한 정

DUMMY

기력이 모두 소진된 마존이 마계에 오자마자, 당당과 진소를 찾았다.


파한정으로 들어 선 마존의 걸음은 거의 무너질 듯이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 마존 !”


그를 먼저 바라본 것은 진소였다. 바닥에 드러누운 당당의 갈기를 쓸어주던 손길을 멈추고 쏜살같이 마존을 향해 달려가서 부축했다.


“마존, 괜찮으십니까!”


헤어진 지 몇 백 년이나 지난 형제를 만난 것처럼, 마존이 반가움의 눈빛을 넘어서 거의 울먹거릴 듯이 진소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진소, 자운의 아버지 앞에서... 본존이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너무 용을 쓴 거 같아. 이젠 서 있을 기력도 없구나.”


농담 같은 진담을 건네며 마존이 짓궂게 웃는 표정을 보였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세요”


진소의 부축을 받아서 파한정으로 들어서자, 보기에도 애처로운 삼두견이 머리를 바닥에 늘어뜨린 채 붉고 긴 혀를 쭉 빼서 헐떡거리고 있었다.


마존이 비틀거리며 당당의 곁으로 가서 살포시 기대어 누웠다.


“나 좀 기댈게...본존 하나쯤 버텨낼 기력은 아직 남은 거지? 지옥의 삼두견..."


얼마 전 파한정으로 돌아온 후, 자운의 피가 담긴 구슬 목걸이를 목에 두른 삼두견이 눈은 반만 힘들게 겨우 뜬 모습으로, 마존을 향해 큰 꼬리털을 바닥으로 몇 번 탁탁 소리가 나도록 무겁게 흔들어주었다.


“당당. 자운이 세상에서 영원이 사라질 뻔 했어.

오십 만년을 살아오는 동안 이렇게 두렵고 겁이 나기는 처음이야! 여인 하나도 지켜내지 못하는 본존이 너무 한심해서, 온종일 초라하게만 느껴지더라.

... 그래서 네가 필요했어. 네가 내 옆에 버티고 서있을 때가 본존이 가장 멋져 보이거든.”


한참동안 눈을 감은 채로 잠든 듯이 당당에게 기대어 누워있던 마존이 날카롭게 눈빛을 빛내며 일어나 앉더니, 옆에 함께 앉아있던 진소를 불렀다.


“진소, 당당이 귀진검의 검기로 날아가는 자운을 급하게 구하느라, 귀진검의 검기를 자운과 같이 받아들였어.

다행이 전신이 미리 준비해준 수심검의 결계로 귀진검의 힘을 조금 막아낼 수는 있었지만, 그 검기를 어떻게 다 피할 수 있겠나.”


힘없이 드러누운 삼두견을 바라보며 마존이 다시 말을 이었다.


“자운의 혼 조각을 겨우 살려서 인간계에 내려 보냈어. 그곳에서 자운의 선기와 내력을 조금씩 치유할 생각이지.”


“네 마존 ..."


그에게 하는 말이라기보다는 마존이 넋두리 삼아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진소는 그의 주군의 말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새겨듣고 있었다.


“지금 본존의 힘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당당을 먼저 구할 만큼은 버텨 줄 수 있을 거야 ...!"


진소가 깜짝 놀란 눈으로 그의 주군을 바라보았다.


“안 됩니다 마존. 보천귀장의 살기에 함께 당하셨기 때문에 다시 운기를 하신다면, 마존 께서도 많이 위태로워지실 것입니다!"


“당당과 본존이 둘 다 이러고 있는 다면, 내가 자운을 보살펴 줄 이도 없는 사지로 다시 몰아넣은 것 밖에 더 되겠느냐.”


“하지만...”


진소가 거의 애원에 가까운 말투로 매달렸지만, 마존은 약한 웃음기만 지어 보이며 그의 충심에 답해 줄 뿐이었다.


“본존이 운기 하더라도, 자운의 피가 당당의 치료를 도울 테니, 본존의 기가 많이 쇠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당당이 회복이 된 이후에는 자운의 혼을 찾아서 무탈한지 확인하고, 내가 회복이 될 때까지 옆에서 항상 지켜주라고 해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마존..."


마지못해 진소가 작은 소리로 대답하고 있었다.


“당당을 치료한 후 본존은 폐관수련에 들어갈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끝이 날것이니, 그 동안 마계를 진소 너에게 부탁한다.”


말끝을 흐리며 마존이 멍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전에, 보연을 만나야 한다. 이건 분명 보연과 함께 계획된 일이야!"


진소도 조심스럽게 고개는 끄덕였지만, 얼른 말은 잇지 못하고 있었다.


“당당과 함께 온 여인은 어디에 있지? 그녀가 정심검을 움직인 것 같다.”


“네? 그럴 리가... 아까 말하기로는, 보연의 언니라고 하였습니다. ”


“그러니까... 범유 장군의 딸 이라고? 지금 당장 대전으로 오라고 하여라. 그곳에서 만나도록 하겠다.”


“네 마존.”



**



잠시 후 벽무궁 대전 밖에서, 또박또박 조심스러운 발소리가 대전 안쪽을 향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진소의 안내를 받아 나타난 여인은 간밤에는 전혀 눈치 채지도 못했지만, 검붉은 색으로 깔린 바닥의 옥석 돌에도 비춰질 만큼 맑고 환한 안색을 가지고 있었다.


‘범유의 눈빛이 비춰지는 것 같군. 온유함 속에 느껴지는 강인함 이라...’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초췌한 안색의 마존이, 그에게로 다가오는 여인을 뚫어질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범유 장군의 장녀, 연수라 합니다.

아버님의 뜻으로 이제껏 현령계에서 지냈지만, 이제 아버님께서 생전에 부탁하셨던 일을 해야 할 시기가 되어 마계로 잠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마계에서 해야 할 일들이라... 그렇다면, 본존이 알아야 될 일을 자세히 말해 보아라.”


여인의 흔들리지 않는 눈빛을 , 마존 또한 흔들림 없이 쏘아보고 있었다.


“제가 어린 시절, 선대 마존께서는 아버님을 총애하시어 항상 곁에 두시고 말벗을 삼으시곤 하셨습니다. 그래서 몇 번은 마존께서 저까지 함께 부르시어 선물과 다과를 준비해 주시기도 하셨구요.”


“그래, 그랬던 것 같군. 본존도 몇 번 아버님의 다과상 앞에서 그대를 본 것 같아.

그런데 왜 딸을 현령계로 보내신 건가 ? 범유 장군은..."


마존이 서두르지 않고 그녀의 대답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제가 선대 마존 앞으로 갈 때면, 마존께서 정심검이 반응한다고 즐거워 하셨습니다.

그만큼 맑은 영혼을 가져서 그럴 거라고... 말씀 하신 것 같습니다.”


“그렇군.”


마존이 대답해 주었다.


“하지만...아버님께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기에는, 당시의 황비 마마가 너무 마음에 쓰였던 것 같습니다.

항상, 정심검의 주인이 되지 못하신 것에 대해서 예민하게 생각하고 계셨다고 하셨거든요.”


“그래, 그랬었지.”


“당시의 황비 마마께서는 다른 이가 정심검의 주인이 되면, 마마의 자리를 넘보게 될 일이 생기게 될 거라고 여기시어 만약 조금이라도 정심검과 관련된 자들의 이야기가 들리면 모두를 죽이시던 때 였던지라... 제 아비께서는 저를 살리시고자,

마계에는 급하게 제가 죽음을 맞아 소멸되었다고 하시고, 저를 현령계에 부탁하여 지금껏 지내도록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래, 범유 장군은 속이 깊고 따뜻한 성품을 가졌으니까, 충분히 그럴 만 했겠지. 그러면 범유 장군이 부탁했던 일은 무엇이란 말인가?”


“네 마존... 아버님 께서는, 동생의 섣부른 성품 탓에 혹시나 일이 틀어지게 될 것을 걱정하시어, 저와 연관된 보연의 기억을 봉인하기로 하셨습니다. 그래서 동생은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이제껏 언니인 저의 존재도 모른 채 헤어져 살게 되었구요.

당시 아버지께서는 후일 마계가 안정을 되찾고 나면, 반드시 가족이 만나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동생과 저에게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을 남기셨습니다.”


여인이 팔뚝을 조심스럽게 걷어, 하얗고 뽀얀 옥돌처럼 단아한 팔을 보여주었다. 범유의 반 정도쯤 되는 인장의 흔적이 각인되어 있었다.


“현명한 이를 잃었어...”


마존이 숙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리고...!”


마존이 고개를 들어 좀 전 보다는 온화한 표정으로 여인을 바라보았다.


“ 그리고 ?”


마존이 대답을 기다렸다.


“확실하지는 않으나, 정말 제가 정심검의 검령이라면... 아버님께서 말씀 하시길, 정심검의 주인은 선택이 된 운명으로 태어난 자로서, 마계의 안위가 달린 일일 수도 있으니, 모른 척 숨겨 두어서도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마계의 진정한 주인이 자리를 잡으시고 나면, 마존께 말씀을 드리고 확인을 해야 한다고 하셨지만, 만황지 사건 이후, 아비를 잃은 슬픔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이 지내다가, 얼마 전에야 비로소 아버님께서 하라고 하셨던 일을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


마존의 얼굴엔, 반가움 보다는 당황하는 기색만이 가득한 것 같았다. 얼굴빛이 거의 일그러질 만큼 피곤해 보였다.


“물론 어제 일을 보아하니, 보천귀장을 멈춘 일이 우연이라고만은 할 수 없을 테니 그대가 정심검의 검령인 것이 사실인 것 같긴 하군.”


여인이 유난히 동자가 맑고 큰 눈을 들어 마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마존이 말끝을 흐렸다.


“ 아니, 본존이 피곤하니...그 일은 후에 다시 의논 하지.”


마존이 한손을 들어 흔들며, 의자 깊숙이 몸을 기대어 앉았다.


“마존, ”


여인이 마존을 부르는 소리에, 진소가 곱지 않은 눈길로 여인을 바라보았다.


“ 왜 그러는가?”


마존이 갈라진 음성으로 대답하였다.


“마존, 보연을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혼자서 자라느라, 판단이 너무 서투르고 어리석은 아이 입니다.”


순간 마존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해갔다.


“아무리 언니라고는 하나, 그동안의 일을 얼마나 안다고, 감히 함부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인가 ?”


아무리 범유의 딸이라도, 이번만큼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미 그도 되뇌이고 있던 참이었다.


“보연의 섣부른 욕심이 부른 참상 이었다는 것을, 마존께서도 이미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마존이 어둡게 일그러진 얼굴로, 인내심 있게 아무 말도 없이 듣고 있었다.


“연수라고 하였지? 그래 이번만 보아도 참담한 것 같은가?

본존이 진즉에 마지막 이라고 마음먹었을 때, 보연을 이곳에서 내쳤다면 아마 이런 일을 또 만들지는 않았을 거다.

이번에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하고 내력을 없애서 그 아이가 그토록 의지하는 귀왕에게로 보낼 생각이다.”


현빙화의 한기가 뻗어 나오는 그의 주변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 혼자 자라지 않았다. 가족이라고 생각했으니 그 아이의 실수와 실망한 횟수는, 그동안 헤아리지도 않았었다.

그것까지도 그 아이의 모습으로 받아 들여야 했으니까.

하지만, 본존의 마음을 이용해서 주변의 무고한 이를 너무 많이 해쳐서, 더 이상은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본존에게도 위협을 가하고 있으니, 부친께서도 충분히 이해하실 것이다.”


더 이상의 말은, 오히려 그의 심기만 건드릴 것 같은 긴장감이 흘렀다.


하지만 또다시 포기할 줄 모르는 연수의 대꾸에, 결국 마존의 손짓에 따라 이번에는 주변에서 뜨거운 바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존, 아버님의 마음을 헤아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용서해 주신다면 동생과 현령계로 돌아가서 세상에 없는 존재처럼 죽은 듯이 지내겠습니다!"


대전 안으로 현빙화의 기운이 부르는 뜨겁고 살기를 담은 바람이 일어대자, 벽무궁 안의 모든 마신과 마령들마저도 두려움에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당당과 자운에게 한 짓만으로도, 네 동생을 당장 찢어 요괴의 먹이로 던진다 해도 부족할 판이다.

더 이상 무모한 말은 할 필요가 없으니, 네 몸이나 온전히 보존해서 이곳에서 나가도록 해라 !”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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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상심석의 응답 22.09.09 37 5 11쪽
64 마존 형님 +2 22.09.08 44 5 11쪽
63 운우에게 부는 바람 22.09.07 44 5 12쪽
62 다시 만남 +2 22.09.06 38 5 10쪽
61 상심석 +2 22.09.05 39 5 12쪽
60 태마경의 위력 +4 22.09.04 39 6 12쪽
59 귀신 잡는 말 +2 22.09.03 37 6 12쪽
58 초요의 손님 22.09.02 34 5 11쪽
57 위기의 운우 +2 22.09.01 44 5 14쪽
56 자운 돌보기 22.08.31 38 5 14쪽
55 마존과 연수의 거래 +2 22.08.30 37 4 12쪽
» 무모한 정 22.08.29 42 4 12쪽
53 보연의 언니 22.08.28 39 4 12쪽
52 운우의 흑화 +2 22.08.27 47 4 13쪽
51 자운의 부활 22.08.26 41 5 12쪽
50 정심검의 또다른 여인 +2 22.08.25 40 5 14쪽
49 귀진검의 공격 22.08.24 41 5 11쪽
48 염라옥의 흐물요괴 +2 22.08.23 43 4 12쪽
47 귀왕에게 잡힌 운우 +2 22.08.22 42 4 11쪽
46 전신과 마존의 악연 +2 22.08.21 46 5 13쪽
45 사라진 운우 22.08.20 41 5 12쪽
44 망천강의 손님 22.08.19 41 6 13쪽
43 그믐밤의 연인들 +2 22.08.18 46 6 16쪽
42 보연의 거래 22.08.17 42 6 12쪽
41 애매한 고백 +2 22.08.16 41 6 12쪽
40 귀왕에게 향한 보연 22.08.15 41 5 12쪽
39 슬픈 마존 +2 22.08.14 45 5 16쪽
38 촉수귀의 습격 22.08.13 45 5 13쪽
37 조용한 위기 +4 22.08.12 54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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