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해품글 님의 서재입니다.

만월검의 연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5,763
추천수 :
553
글자수 :
531,864

작성
22.08.21 17:30
조회
47
추천
5
글자
13쪽

전신과 마존의 악연

DUMMY

“ 그냥 옷자락 묶듯이, 대충요.”


“그 ... 그래. 해보자...”


세상에 존재한 이래로, 가장 긴장되고 신중하고 떨리는 일을 해 낸 것 같았다.

가까스로 떨리는 손을 움직여 자운의 풍성한 머리칼을 삐죽삐죽 닿아서, 그의 도포자락에 달려있던 술 하나를 끊어서 묶어내고 있었다.


“고마워요, 마존. 한결 나아요!"


하지만 대답을 하면, 그의 떨림이 들켜 버릴 것 같다는 생각에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먼 곳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파한정에 들어오면, 내가 없더라도 편하게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도 돼. 이곳은 위험한 곳이 없으니까.”


“정말요? 감사해요. 마존 !”


자운이 발을 동동거리며 신이 나서 대답했다.

잠시 후, 한 곳을 향해 한참을 바라보던 자운이 손끝을 들어 그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마존, 정말 폭포가 보여요. 그런데, 그 옆에 작은 별채도 있어요. 저기도 ... 언제 한번 가 봐도 되는 곳이에요?”


폭포수 옆, 평평한 절벽위에 마련한 별채와 그 주변에는 세상에 존재한다는 온갖 귀한 꽃과 풀벌레들을 두루 모아두고, 그가 온 힘을 기울여 만들어놓은 평화롭고 작은 세상이었다.


이내 작은 목소리로 그가 대답하고 있었다.


“...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같이 가든지...”


그리고 그곳은, 마존이 후일 그와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여인이 나타나면 둘이서만 오붓하게 지낼 것이라고... 당당이나 진소는 근처도 오지 못하게 할 거라고 짓궂게 큰 소리를 쳐대던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그녀가 함께 가자고 하니... 그의 목소리는 조금씩 더 작아지고 있었다.



‘넌, 나와 함께 가도 될지 모르겠다...’


귓전을 흩고 지나는 바람 때문에, 그의 목소리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러자-' 라는 말을 들었다고 생각한 자운이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감사 해요. 마존 !"


잠깐 동안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자운은 여전히 바쁘게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을 연발하고 있었다.


“참, 마존... 마존께서는 전신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 같던데, 무슨 이유라도 있으신 건가요?”


전신 이라는 단어에, 역시 마존의 표정이 곧바로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는 뭐라고 하던가?”


동동 거리던 발끝을 쳐다보며, 자운이 대답했다.


“ 그냥 오래전부터, 마존에게는 그래야만 하는 마음이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


“ 나도 그래.”


“네?”


자운의 발끝의 움직임을 함께 바라보던 마존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래전, 선대 마존 이시던 아버님께서 천계의 공주인 어머니를 못 잊어 하시다가, 주변의 이목을 이겨내고 드디어 힘든 혼례를 올리게 되셨을 때다...”


자운은 이런, 사랑이 이기는 이야기를 참 좋아했다. 흥분을 누르며 그의 이야기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당시 마계의 태자였던 형님은, 천계의 새 어머니가 생기는 것을 굉장히 못마땅해 하고 있었다지.

때문에, 혼례을 막기 위해 마계의 백성들을 몰래 선동하고 있었다고 하더군. 혼례당일, 어머니는 일부러 마계의 모든 백성들과 가까워지는 기회라도 만들기 위해, 혼례선물을 나눠주며 일반 백성들이 사는 곳을 지나면서 황궁으로 오는 길을 택하셨어."


“역시, 자청비군 께서는 용감하시고 멋진 분이세요!"


자운이 더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 한동안 행렬이 마계 백성들의 환호 속에서 무탈하게 마을을 잘 지나고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폭동이 일어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시작했다고 하더군.

그리고 그때, 주변에서 나타난 강력한 요 마귀들까지 합세해서, 천계에서 따라온 병사들과 선인들을 모두 해치기 시작했던 거야 ”


“아... 이런,”


“그때 천계에서 따라온 호위대가 바로 전신이 가족처럼 가까이 지내던 그의 측근 장수들 이었지.

그날 천계의 병사들은 혼례행렬 이었기 때문에 무거운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큰 무기는 가져가지 않았다고 하더군.

그래서 그들 모두는 미리 준비 되었던 마계태자의 계략 앞에서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야.

그리고 조금 늦게 상황을 전달받은 전신이 달려왔을 땐, 이미 벌어진 참상에... 그도 많이 격분이 되었던 거지.

그래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요 마귀들과 함께 태자가 선동한 백성들과 일반 백성들까지, 가리지 않고 마계인 이라면 모조리 해치기 시작했던 거야.

물론 선동자를 다 가려 낼 수는 없었겠지만, 그의 창칼에 쓰러진 이들 중에는 무고한 아이와 여인 노인들 까지도 부지기수 였지.”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던 자운이, 전신의 온화한 얼굴을 떠 올리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그 일로 어머니는 마계에 발도 디디지 못할 만큼 백성들의 원성을 사게 되셨고, 혼례식은 끝맺지도 못하고 다시 천계로 돌아가셨지.

하지만 아버지는 마존의 힘으로 다시 어머니를 불러오셨고, 형님이 반란을 일으켜 이곳을 떠날 때 까지...

어머니와 본존은 참, 힘들고 악독한 괴물들 속에서 오랫동안 버텨 내야 했던 것 같다. ”


“ 그래서 ... 전신과 마존 께서는, 두 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벌어진 일에 엮여, 지금까지 마음을 절대로 나눌 수 없는 사이가 되신 거군요.”


자운이 무거운 얼굴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매듭짓고 있었다.


하지만 마존이 먼 곳을 바라보던 눈길을 걷어, 맥이 빠져 앉아있는 자운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미인...”


순간 깜짝 놀란 자운이 퍼뜩 정신을 차리며, 마존을 돌아보았다.


“네?”


“미인이다. 본존의 이름. ”


“아 네 ... 들어 보았던 적이 있어요. 참 멋진 이름이라고 생각했어요."


“ 아니.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한동안은 마음속에 새기지 않고 있던 이름 이었지. 너무 어머니 취향대로 부르고 싶은 이름을 갖다 붙인 거 같았거든."


자운이 고개를 들어 마존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런데, 아버님과 어머니께서 본존의 곁에 계시지 않으니, 소중해 지더군."


“그렇군요. 세상을 귀하게 여기라는 뜻이겠죠? 아마 선대마존과 자청비군께서는 마존 당신이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바라신거 같아요. 본인의 마음이 넓고 자유로워져야, 세상의 영혼들을 귀하고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진정한 마음이 생길 테니까요!"


" ... "


마존의 말문이 막혔다.


' 이 아이가... 바뀌고 있는 것 같아! 맹했던 껍질이 조금씩 벗겨지는 것 같군!'


하지만, 부모님의 이야기에는 오히려 풀이 죽어진 자운의 얼굴을 그가 옆에서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제... 운아, 넌 본존의 이름을... 가끔씩은 불러도 돼. 마존으로만 부르지 말고."


"네? 정말요?"


마존의 말에, 풀이 죽었던 얼굴이 확 바뀌어 진 자운이 움츠렸던 머리를 갑작스럽게 치켜 드는 바람에, 바로 옆에서 그녀를 내려다보던 마존과 하마터면 함께 머리를 부딪칠 뻔했다.


마존이 재빨리 두 손으로 자운의 머리를 감싸듯이 받쳐 주었지만, 기분이 많이 좋아진 그녀의 감정은 그의 떨리는 손끝을 전혀 눈치 채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럼, 우린 더 많이 가까워 진 거네요? 좋아요 마존. 아니, 미인 마존!"


"그렇게 붙여서는 부르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네 마존. 당신이름은 좋은 날에만 부를 거예요! 오늘은 소당을 데려다주러 여장들이 혼을 운반할 때 잠깐 따라왔어요. 제가 오래 보이지 않으면 아버지께서 걱정하시니까, 오늘은 이만 돌아가 볼게요.”


“그래 자운. 그리고...”


마존의 말소리는 오늘따라 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 탓인지, 계속해서 참 작은 것 같았다.


“지난번 전신과는 좋은 시간... 보내었던가?”


“아, 하하 ! 말도 마세요... 그런데, 어떻게 아셨어요. 마존?"


자운이 심술궂은 표정으로 소당을 내려 보았다.


“그런데, 소당이와 일이 좀 있어서, 빨리 돌아올 수밖에 없었어요.”


아직 자운의 품안에 안겨있던 소당이, 갑자기 마존을 향해 콧등을 올리며 작은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마존의 마음속에 소당의 울림이 느껴지고 있었다.


‘고육책...! 마존을 위해서... 희생... 했다고? !'


이해하기 힘든 울림 이었지만, 잠시 생각을 미루고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믐날도 좋지만, 이번엔 인간계에 보름달이 뜰 때에 다니는 요 마귀들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밝은 날에 다니는 귀신은 좀 예쁜 모습들이 많지 않을까 싶은데. ”


지난 번 그믐밤의 요괴들의 힘이 많이 걱정이 된 마존이 그녀에게 넌지시 꺼내 본 말이었다.


“네, 보름달이 뜬 밤은 요귀들의 힘이 너무 약해서, 흥이 안 나서 많이 안 내려가 본 것 같아요.

좋아요 ! 이번엔 보름달 아래의 요괴들을 잡으러 가요.”


자운이 마존의 품에 소당을 안겨주며 입술을 오물거렸다.


'난 비밀 지켰어!'


“파한정의 입구를 여장들과 만나는 곳으로 연결해 줄 테니까, 대문으로 천천히 나가기만 하면 돼.”


마존이 수인을 맺어, 자운을 가볍게 나무 아래로 내려다 놓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감사 합니다. 마존. 소당도 잘 있어!”


어색하게 닿은 머리가 그녀가 뛰어갈 때마다, 어깨 뒤에서 통통 튀어 오르고 있었다.


마존도 어색하게 나무 위에서 흔들어 주던, 그의 손길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정심검 때문 일거야...! 본존이 이렇게 나대는 이유가... !"


잠시 후, 그의 품안에서 잠든 듯이 얌전하게 안겨있는 강아지를 향해 마존이 웃음기를 참으며 짓궂게 말을 건넸다.


“당당아, 너의 그 고육책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애썼다. 그런데 깨끗이 씻은 건 맞지?”


‘캬르릉...‘


강아지가 마존을 향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듯이 다시 작은 입을 씰룩 거리고 있었다.




****




“신요국의 공주,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느라 아무 말도 들을 경황이 없는 여인을 향해, 귀왕이 최대한 나긋한 표정과 말투로 다시 말을 건네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죠? 제가 왜 이런 곳에 있어야 하는 거죠!"


거칠고 삭막한 주변에 이제 조금 익숙해진 여인이, 그녀의 앞에서 콧소리까지 섞으며 큰 눈을 희번덕거리고 있는 이 묘하게 못생긴 체구를 두려움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는 눈살을 찌푸려가며 못마땅한 듯이 투덜대기 까지 하는 이 겁없는 여인을, 주변에 늘어 선 귀신들이 오히려 의아한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역시 듣던 대로, 대범한 여인이구려! 전혀 주눅이 들지 않는 걸 보니. 하 하...!"


처음엔 몰랐지만, 지금에야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니,

영 인간의 모습 같지 않은 형상들이 주변에 널 부러져 있고, 쾌쾌한 냄새들이 주변에 가득 깔려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말로만 듣던 지옥으로 온 것 같다는 생각에, 세상에서 어떤 잘못을 그렇게 많이 하였는지, 조바심이 가득 일어나고 있던 참이었다.


“괜찮소, 지옥에 갈 만큼 잘못된 삶을 살지는 않은 걸로 아는데, 단지 너무 억울한 삶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 나에 대해 뭘 알고 있는 거지? 여기는 뭐하는 곳 인거야!"


여인의 앙칼진 목소리에 귀왕의 기분이 한결 들뜨고 있는 것 같았다.


“자, 자, 하나씩... 천천히... 다 말해 줄 테니.”


얇은 홑단의 하얀 속옷만 입은 탓인지, 두려움 탓인지, 작은 주먹을 불끈 쥔 여인의 손은 계속해서 떨림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양을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던 귀왕이, 이제는 마치 한 식구라도 된 듯이 애처롭다는 표정까지 지으며 혀를 끌끌 차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위해 한층 더 콧소리를 높인 탓에, 지하공간은 평상시 답지않은 야릇한 소리로 가득차고 있었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24.01.08 20:24
    No. 1

    천계의 상신들도 희노애락의 감정 앞에선 어쩔 수 없군요.
    저렇게 대견한 말을 하는 운이를 누가 모자란 아이라고... 생각한 순간,
    마존께서 '맹했던 껍질이 조금씩 벗겨진다'는 표현을 하셨네요. ^^

    ㅋㅋ 소당 이빨 드러낼 만도 하지. 너무 사랑스러워요.
    도윤이 운우와 연관이 있나 했는데 신요국의 공주가 운우군요.. 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해품글
    작성일
    24.01.08 20:37
    No. 2

    안녕하세요. 이웃별님~
    어떤 기분이냐면요..
    나는 배가 부른데, 옆의 사람이 너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까.. 괜히 막 먹고 싶어지고, 먹는 모습이 너무 기분좋고 사랑스러워 보이고... 하는, 이런거요..ㅎ
    항상 기분좋은 일상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님~~^^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만월검의 연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6 초요의 계획 22.09.10 40 6 12쪽
65 상심석의 응답 22.09.09 38 5 11쪽
64 마존 형님 +2 22.09.08 44 5 11쪽
63 운우에게 부는 바람 22.09.07 44 5 12쪽
62 다시 만남 +2 22.09.06 38 5 10쪽
61 상심석 +2 22.09.05 39 5 12쪽
60 태마경의 위력 +4 22.09.04 39 6 12쪽
59 귀신 잡는 말 +2 22.09.03 37 6 12쪽
58 초요의 손님 22.09.02 34 5 11쪽
57 위기의 운우 +2 22.09.01 44 5 14쪽
56 자운 돌보기 22.08.31 38 5 14쪽
55 마존과 연수의 거래 +2 22.08.30 37 4 12쪽
54 무모한 정 22.08.29 42 4 12쪽
53 보연의 언니 22.08.28 39 4 12쪽
52 운우의 흑화 +2 22.08.27 47 4 13쪽
51 자운의 부활 22.08.26 41 5 12쪽
50 정심검의 또다른 여인 +2 22.08.25 40 5 14쪽
49 귀진검의 공격 22.08.24 41 5 11쪽
48 염라옥의 흐물요괴 +2 22.08.23 44 4 12쪽
47 귀왕에게 잡힌 운우 +2 22.08.22 42 4 11쪽
» 전신과 마존의 악연 +2 22.08.21 48 5 13쪽
45 사라진 운우 22.08.20 41 5 12쪽
44 망천강의 손님 22.08.19 41 6 13쪽
43 그믐밤의 연인들 +2 22.08.18 46 6 16쪽
42 보연의 거래 22.08.17 42 6 12쪽
41 애매한 고백 +2 22.08.16 41 6 12쪽
40 귀왕에게 향한 보연 22.08.15 41 5 12쪽
39 슬픈 마존 +2 22.08.14 45 5 16쪽
38 촉수귀의 습격 22.08.13 45 5 13쪽
37 조용한 위기 +4 22.08.12 54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